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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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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6.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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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금요일의 대결전

DUMMY

결전의 금요일 방과 후



수진이는 희정 누나한테 미리 양해를 구해서 먼저 귀가했다. 즉, 진우와 만나기로 약속한 공원으로 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물론, 진우는 그 사실을 모르고 공원으로 향할 테니 공원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는 건 바로 나다. 진우가 공원으로 가서 수진이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든 수진이한테 연락을 취할 테니까 나는 그것을 막는 훼방꾼 역할을 할 것이다.


누나는 전날에 내가 부탁했던 대로 동아리 시간을 10분 일찍 끝내줬다.


가방을 싸면서 나는 제일 먼저 재우에게 다가가 대충 이유를 대 오늘은 같이 갈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평소 같았으면 찰거머리처럼 따라 붙었겠지만, 나의 결의 찬 눈빛 때문이었을까? 재우는 “그래 알았어. 오늘은 혼자 가지. 뭐~.” 라고 말하며 넘어가줬다.


재우에게 “고맙다.” 라고 말하며 나는 학교에서 공원으로 가기위해 거쳐 가야 하는 길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목에 도착하고 나서 나는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산속에서 독거노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입는 거 같은 남루한 옷이었다.


왜 이 옷을 입느냐? 라고 묻는 다면 첫 번째 작전이 변장으로 통해 진우를 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로 변장해 진우에게 마을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마을을 하루 종일 빙 둘러 다니는 게 이 작전의 핵심 포인트다.


물론, 내가 뛰어난 배우가 아니니 완벽한 할아버지를 소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누나가 준비해 준 이 복장과 수염, 그리고 가발이 나의 부족한 연기력을 보충해 줄 거다. 그건 그렇고 누나는 이런 걸 어떻게 준비한 걸까?


그런 의문을 가진 채 옷을 다 갈아입고 벤치에 앉아 진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 동안 근처 주민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봐서 걱정되기는 했지만 경비 아저씨가 오시지 않은 걸 봐서는 나를 신고한 건 아닌가보다. 다행이기는 하지만 시선이 너무 부끄러워 준비해온 삿갓을 깊게 눌러썼다.



지팡이로 땅바닥을 두드리며 시간을 때우길 몇 분 중학교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동아리 시간이 끝났다는 소리다.


그 소리에 맞춰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곧 시작이다······. 최선을 다하자.


눈을 가늘게 떠 주변을 둘러보며 지나가는 학생들의 동태를 살폈다. 많은 학생들이 지나갔지만 진우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이 쪽으로 안 오는 건가? 하지만 이 길이 공원까지 제일 가까운 길인데······.


초조한 마음에 다리를 떨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네, 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나는 너무 당황해서 말이 헛 나오고 말았다.


“할아버지 여기서 왜 그러고 계세요?”


“······.”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내게 말을 건 사람을 훑어봤다.


머리색은 수진이가 보여준 사진과 많이 달랐지만 왼 손목에 눈에 익숙한 시계를 찬 걸 보고 내게 말을 건 사람이 진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이 소년을 속여야한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청산유수하게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오랜만에 산속에서 내려왔는데 달라진 게 너무 많아서 말이야······. 적응이 안돼서 잠시 쉬고 있었지.”


깜짝 놀랐다.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 목소리를 잘 흉내 낼 수 있다니······. 성우 해도 되겠잖아!


“······.”


그렇게 연기를 잘했다고 내 스스로 생각해 기분 좋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우는 아무 말도 없었다.


뭐지? 좀 이상했나?


“······그래서 학생은 왜 내게 말을 걸어줬지?”


아무리 이상한다고 여겨졌어도 끝까지 밀고 나가야한다. 그게 오히려 들켜도 부끄러워지지 않는 방법이다.


“아··· 제가 이 마을 사람들과 대충 면식이 있는데. 할아버지는 처음 뵙는 거 같아서요.”


“음······ 나 같은 노인네에게 관심 가져줘서 고맙네~. 이렇게 어린 학생이랑 대화해보는 것도 오랜만인데 잠시 내 이야기 좀 들어보게나!”


나는 나의 연기에 취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네. 뭐든지 말씀하세요.”


진우는 상큼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이렇게 좋은 애가 있다니. 난 진짜 할아버지도 아닌데. 애초에 이 작전자체가 진우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작전이기는 하지만······ 수진이한테 들은 것 보다 훨씬 괜찮은 애 같은데?


“그럼······ 내가 이 마을에 내려온 게 오랜만인데······ 마을을 좀 소개해줄 수 있나? 학교를 중심으로 해서 말이야.”


학교 쪽으로 가야 수진이와 진우가 약속한 장소에서 더 멀어진다. 처음은 너무 멀지 않은 학교에서 시작해서 역 그리고 마을 전체를 소개 시켜달라고 하자.


“흠······ 그럼 일단 학교 안을 소개시켜 드릴까요?”


“학교~?”


나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 중엄하게 말했다.


학교는 좀······ 이런 모습으로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선생님한테 걸리면 큰일 날 텐데...


“이런 거렁뱅이와 함께 학교를 돌아다니면 자네가 혼나지 않을까? 이상한 사람 데려왔다고?”


나는 침착하게 학교에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 그건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선생님들에게 잘 말씀드릴게요. 할아버지께서 학교를 구경하고 싶으시다고 말씀드리면 흔쾌히 허락해주실 거예요. 다들 좋으신 분이니까요.”


아니, 내가 안 괜찮아. 중학교 때 선생님이 날 알아보면 어떡해······.


“일단, 따라오세요.”


진우가 내미는 손을 떨떠름하게 잡으며 지팡이에 기대어 학교로 향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얘를 속였으니 선생님도 속일 수 있겠지······.



※※※



“할아버지는 예전부터 여기서 사셨나요?”


“그렇지~.”


진우의 물음에 구수하게 답했다.


“그럼 할아버지도 이 학교를 다니셨겠네요.”


“응? 신곡중학교? 아냐, 아냐. 내 때는 이 학교가 없었어.”


“네? 그럼 어디 다니셨어요?”


몰라~. 가 아니라······ 내가 미쳤나 혼자서 설정 놀음하고, 지금 뭐하는 짓이야!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그래도 힘내자 수진이를 위해서······.


“산 근처에 있는 학교를 다녔어~. 그 학교가 더 오래되지 않았나?”


“아, 그 학교 말씀하시는 군요! 확실히 그 학교가 저희 학교보다 더 오래되기는 했죠.”


“그, 그렇지······ 그런데 자네는 이 학교에 와서 후회한 적 없나? 다른 중학교도 있는데?”


“후회 말씀하시는 거예요? 후회라······.”


늙은이의 별 실 없는 소리에 진우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니, 그렇게까지 반응 안 해줘도 되는데······.


“지금 생각나는 건 딱히 없는 거 같아요. 학교도 다른 학교랑 달리 깨끗하기도 하고······. 이 학교에 와서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이런 말 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 행복하다. 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진우의 눈빛에서 쓸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 얼마 안 있으면 이 학교를, 이 마을을 떠나야하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철저하게 모른 척하기로 했다.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오히려 넉살 좋게 말하기로 했다.


“시기상으로 아직 학기 초인만큼 재밌는 일이 자네를 더 기다릴 걸세~.”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우가 말한 좋아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보낼 학교생활은 진우를 기다리지 않는다. 진우가 떠나버리니까.


“그럴까요······.”


아픈 부분을 찌른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진우는 정말로 아프게 웃고 있었다.


“······말은 그렇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은 걸~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었나? 나도 중학생때 내 친우에게 심한 짓을 한 적이 있지, 너무 슬퍼하지 말게.


“······그렇게 티났나요?”


“오래 살다보면 사람의 감정표현에 일가견이 생기기 마련이지. 이 늙은이가 해줄 수 있는 건 들어주는 것밖에 없네.”


지팡이로 바닥을 퉁퉁 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나는 껄껄거리며 턱에 붙인 모조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감사할 거까지야 김선달에 빙의해서 완전히 속이고 있는데······.


진우의 학교 소개를 들으며 걸어 다니길 몇 분 마지막 층에 도달했다.


“여기가 저희 반이에요.”


진우는 손가락으로 교실을 가리켰다.


“계속 슬퍼 보인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사실 제가 내일 이민을 가요······.”


“이민?”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모르는 척하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로 이민을 다가나?”


“······부모님 사정 때문에요. 저희 아버지가 회사를 옮기셔서 저희 가족이 다 따라가게 됐어요.”


“흠······ 그러면 남으면 되는 거 아닌가? 혼자서 말이지. 설마 그 나이 먹고도 가사 일을 못하는 건 아니겠지?”


지팡이를 공중으로 세차게 휘두르며 말했다. 뭔가 진짜로 나이 먹은 할아버지가 된 느낌이었다. 내가 이렇게 메소드 연기를 잘하다니······ 이것도 초능력 덕분인가?


그런 내 행동에 진우는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웬만한 건 다 할 줄 알아요. 요리도 할 줄 알고요.”


이 녀석 보면 볼수록 괜찮은 놈이네······. 못하는 것도 없고 얼굴도 반반하고. 성격도 괜찮은 거 같고······.


“그럼 뭐가 걱정인가? 부모님께 말씀드리게 여기에 남고 싶다고!”


그런 내말에 진우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러고 싶기는 한데······ 혼자 외국에 갈 여동생이 걱정돼서요. 아직 어리거든요.”


“······.”


좋은 오빠이기까지! 진짜 흠잡을 데가 없잖아.


“흠······ 얘기를 들어보니까 학생은 인기가 많을 거 같은데? 잘생겼기도 하고 말이지~.

“아, 그런가요······.”


진우는 쑥스럽게 미소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나는 그런 진우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옥상은 가지 못하는 겐가? 학교 위치상 기분 좋은 바람이 불 거 같은데?”


“옥상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해서 학생은 출입금지예요.”


위험한 일이라······.


“그런데 저희 학교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졸업생 중에 한 명이 옥상으로 가는 열쇠를 어딘가에 숨겨놓고는 ‘이 세상의 전부를 옥상에다 두고 왔다!’ 라고 말한 적이 있대요. 그래서 예전에 친구들끼리 옥상에 갈려고 열쇠를 찾아보려고 했던 적도 있어요.”


“오호라~ 재미있는 소문이로군~. 그런 게 있어야 학교생활도 할 만하지.”


나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시원하게 웃었다.


소문이 어디까지 와전된 거야! 나는 그런 말 한 적도 없다고! 애초에 열쇠는······.


“그럼 학교는 다 보여드렸는데······ 따로 보고 싶은 곳 없으세요?”


“아, 다시 한 번 말해주면 안되나? 귀가 잘 안 들려서 말이지.”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진우의 말을 놓쳐버렸다.


“다른데 보고 싶은 곳 없으세요?”


하지만 진우는 난처하거나 싫은 기색 없이 웃으면서 노인에게도 잘 들릴 만큼 큰소리로 또박또박 말해줬다.


하지만 그런 명쾌한 목소리에도 옛날 생각에 잠겨 텐션이 다운된 내게 와 닿지 않았다.


“자네가 좋아하는 곳으로 데려가주게······.”


······라고 힘없이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곳이요? 흠······ 잠시만요. 일단 엘리베이터에서 생각해 볼게요.”


“그렇게 고민해주면 나야 고맙지.”


나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진우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탔다.


옥상 열쇠······ 내가 어떻게 했더라?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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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7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7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8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0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3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6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7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6 0 14쪽
»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6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6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8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1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6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1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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