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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50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5.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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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식사를 마치고

DUMMY

“역시 집이 최고야~.”


가방을 방에다 던져 넣고 거실로 향했다.


“확실히 오늘은 힘들었어요. 희정 누나 때문에······.”


“내가 뭘! 재우가 먼저 잘못했잖아.”


“아니, 학생이 하는 말에 그렇게 반응하는 선생님이 어딨어!”


“너도 내 나이 돼봐. 예민할 수밖에 없다니까. 작은 아버지한테 능력 써봤으면 알 거 아냐.”


“글쎄? 별로 못 느꼈는데? 나이에 대한 스트레스.”


“그랬냐? ······부럽다.”


“누나, 자신감을 좀 가져. 누나는 아직 젊어. 단지 적성검사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사회진출이 빨라져서 그렇지. 누나가 나이 먹었다고 아무도 생각 안 할 거야. 다들.”


진심이다. 단지, 20대 초반에 바로 선생님이 된 사람들이 많이 생겨 선생님들의 평균 나이가 젊어져서 그렇지. 누나는 충분히 젊다. 20대 후반이니까. 그렇다고 내 말에 안심해서 혼기를 늦추는 건 또 안 좋다. 적절한 채찍과 당근을 준비하자.


“역시 우리 동생밖에 없어······.”


양팔을 벌리며 나에게 다가오는 누나를 쳐냈다.


“됐고. 식사나 하자.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온 거잖아.”


“그래······.”


수진이와 희정 누나는 식탁에 앉아 내 요리를 기다리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하나······? 걸즈 토크에 관심은 많았지만, 요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 김치찌개 나갑니다.”


뚝배기를 식탁 한가운데에 있는 받침대 위로 옮겨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열자 모락모락 김이 오르기 시작했다.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다. 이 김치찌개가 완벽하게 되었다는 것을,


“뭐야~ 김치찌개야?”


완벽함의 취해 기분이 좋은 나에게 희정 누나가 불평하는 투로 말했다.


“문제 있어? 완벽하게 끓였는데? 자신작이라고.”


“그건 냄새만 맡아도 알아······. 근데 어제 회식에서 김치찌개 먹었단 말이야······.”


“언니, 어린애처럼 반찬투정 하실 거예요?”


수진이가 내 마음을 대신 말해줬다.


“아니, 대머리한테 들었던 훈수가 생각난단 말이야~. 내가 이 나이 먹고도 훈수를 들어야겠니?”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누나. 교감선생님 성격 안 좋은 거 전교생이 아는 사실이잖아. 누나는 학교에서 가면 쓰고 다녀서 인기 많고.”


누나는 “그렇지······.” 라고 말하다가 무서우리만큼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라는 심정으로 누나를 쳐다보며 손을 벌렸다.


그 순간 누나는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재빠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어 내 머리를 가격했다.


“악!” 하고 괴성을 지른 뒤 가여운 내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왜 때려!”


“맞을 만했으니까. 아무튼······ 그 대머리에 성격 안 좋은 사람도 결혼을 했는데, 나는 왜 결혼은커녕 남자도 못 만나는 거야!”


“술 때문에 아닐까?”

“술 때문에 아닐까요?”


수진이와 나는 동시에 말했다.


“내가 그렇게 심해?”


“네.”

“네.”


또 동시에 말했다. 누나 기뻐하라고 누나에 대한 두 동생의 마음에 아주 똑같아.


누나는 서글픈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숙였다.


나도 모르게 뭉클했다. 아마도 이 감정을 수진이도 느끼겠지?


“왜 세상은! 직업을 정해주는 시스템이 있으면서 배우자를 정해주는 시스템은 없는 거야!”


누나는 식탁을 탕, 탕 내리치며 세상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누나 긍정적으로 생각해. 누나가 진로 적성 검사 1기니까 배우자 매칭 시스템이 생기면 그것도 1기로 받을 수도 있을 거야.”


“그럴까?”


누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희망에 찬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모습을 보니 이제 와서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 그럼 초능력은 인간의 상식 밖이니까 생각해봐 누군들 예상했겠어?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분석해주는 시스템이 생길지?”


“확실히······ 나도 그때는 놀랐지 나같은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연구해서 그런 시스템이 생길 줄이야······. 그래 언젠가 배우자 매칭 시스템이 생기길 기다리면서 술이나 마셔야지!”


“나가!”

“나가세요!”


두 사람의 확고한 의지가 식탁에서 퍼져나갔다.



※※※



“그럼, 밥도 잘 얻어먹었으니. 가볼게~.”


현관에서 누나를 배웅하며 말했다.


“그래도 술 달라고 끝까지 뗑깡 부리지는 않네.”


“어제, 그런 일도 있고 매칭 시스템 얘기를 들으니까 맘이 편해져서.”


“누나······ 누나만 생각하면 내 마음이 아파.”


“알았어, 알았어. 그럼 수진이도 우정이도 다음에 보자. 그래도 마시고 싶어지면 또 올게~. 다음에는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대족장 치킨 준비해줘~ 안주로 먹게. 아, 그리고! 나 없다고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 없네요. 없어. 빨리 가!”


누나는 내 말에 싱긋 웃어 보이며 문을 열고 나갔다.


“······저렇게만 보면 진짜 좋은 누난데, 나이랑 술만 빼면.”


“사람이 완벽할 순 없잖아요.”


수진이가 소파로 자리를 옮기며 말했다.


나는 맞는 말이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제부터 계속 궁금했던 점을 수진이에게 물었다.


“그런데 수진아. 널 좋아한다는 그 손목시계 찬 남자애. 넌 어떻게 눈치 챈 거야?”


“아, 그거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의 감은 농담이고, 소문으로 얼핏 들었거든요~.”


“소문?”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소문이 나는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그런 내 의아함을 눈치 챘는지 수진이는 부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왜, 진실게임 같은 거 있잖아요. 애들끼리 하는. 어떤 멍청하고 양심 없는 녀석이 비밀로 하기로 한 걸 유출한 거죠.”


“아~ 확실히 그럴 수 있겠네. 나는 진실게임만 하면 좋아하는 사람, 희정 누나라고 말해서 넘어가는데.”


“네? 그래도 친구 분들이 넘어가줘요? 거의 엄마 좋아해. 라고 말하는 급이잖아요.”


“아니지~. 오히려 더 잘 먹히는 걸. 학교에서 나랑 누나가 가족인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애들도 놀라면서 선생님을 좋아하다니 대단해~. 라는 반응이야. 게다가 희정 누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으니까.”


“······그럼 재우 선배는요? 그 선배라면 절대 안 말할 거 같은데?”


“아······ 걔는 자기 사촌누나 좋아하다고 말하고 대충 넘겨.”


“대충 넘기는 건 거짓말이니까?”


“그렇지. 애초에 나한테도 말한 적 없는 걸 다른 애들 있는 자리에서 말할 리가 없잖아. 그런데 이 화상들은 선생님에다가 사촌누나라니 너희들 허들 높다~ 하고 바보같이 넘어가고······. 솔직히 말해서! 진실게임에서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 말하는 바보가 어디 있어! 물론, 그럼 바보들이 많기는 하지만······ 여자애들은 어떠냐?”


“저희요?”


“그래, 너희.”


수진이는 깊은 고민이라도 하듯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다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남자애들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니라. 불을 완전히 꺼놓고 촛불만 켜져 있는 분위기를 잡아서 만약 우리들의 비밀이 새나가면 유출한 사람은 매장한다. 라는 식으로 해요.”


“뭐냐? 마녀들의 집회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수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진실게임과 다른 건, 이성에 대한 얘기만 주구장창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 친구가 진우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오호라~ 그 손목시계 찬 애 이름이 진우라고 하는구나. 수진이는 별 신경 안 쓰고 말한 거 같지만, 나는 기억 속에 그 이름을 때려 넣었다.


“음······ 그럼 너는 나한테 네 친구의 비밀을 말해준 거네?”


“이름은 말 안했잖아요. 그리고 선배가 그렇게 가벼운 사람도 아니고.”


“그건 아니지~.”


손가락을 저으면서 혀를 찼다.


“입이 무겁건 가볍건 비밀이라는 건 한 번 다른 사람의 입에 들어가면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거라고! 다음부터 조심하도록 해~.”


“아, 예~.”


수진이는 내 말에 별 감흥이 없었는지 눈을 반쯤 감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진실게임에서 뭐라고 말했냐?”


“궁금하세요?”


수진이는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밝게 미소 짓기 시작했다.


“아니~. 어차피 나 아니며 재우 이름 말했을 거 아니야. 대충 넘겨야 하니까. 네 성격상. 아니면 애초에 좋아하는 사람은 있냐?”


수진이는 쀼루퉁하게 볼을 부풀려 다리를 끌어안았다.


“맞아요~. 없어서 대충 말했어요.”


“아니, 맞으면 맞는 거지 볼은 왜 부풀려?”


······하고 수진이의 볼을 콕 눌러 바람을 빼줬다.


“흠······ 선배는 궁금하지 않으세요? 제가 선배와 재우 선배 중에 누구의 이름을 말했는지?”

“아니, 전혀.”


나는 손을 저으며 부정했다.


궁금하지 않다. 누구의 이름을 말하든 그것은 거짓이니까 신경 안 쓴다. 물론, 수진이에게 거짓된 고백을 하기는 했지만······.


생각을 환기시키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연신 돌린 뒤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런데 네 친구도 너처럼 소문을 들었으면 이미 그 진우라는 애가 널 좋아한다는 걸 알 수도 있지 않나?”


“······어, 어떻게 아셨어요? 진우가 절 좋아한다는 걸?”


수진이는 놀랍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아니, 아까 전에 네 입으로 말했잖아.”


나는 오히려 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수진이를 바라봤다. 역시 별 생각 없이 말했구만······.


수진이는 언제 말했지? 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눈치를 봤다.


“안 말하실 거죠?”


“안 말해. 관심도 없고. 아무튼! 네 친구가 진우가 널 좋아한다는 걸 알면 어떻게?”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부터 빌어야죠. 제 친구가 눈치 못 채기를.”


“그게 말이나 되냐?”


“말 되죠. 제 친구는 그렇게 눈치 빠른 애가 아니라구요~.”


수진이는 자신 있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럼 진우라는 애가 티를 많이 내면?”


“그것도 걱정 안하셔도 돼요. 진우는 그렇게 좋아하는 거 티내는 친구가 아니니까요.”


그럼 너는 소문만으로 어떻게 눈치 챈 건데! 라고 묻고 싶었지만 말만 길어질 거 같아서 참고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앗! 지금 어떻게 눈치 챈 건데! 라고 말하고 싶으셨죠?”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수진이를 쳐다봤다.


“뭐야? 너 진짜 궁예였냐?”


“그럴 리가요~”


수진이는 부정하듯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선배랑은 너무 오랫동안 알고 지내서 속이 훤히 들어다 보인다구요. 선배가 아랑 선배 좋아하는 것도 맞췄잖아요. 그렇게 숨기셨는데. 편지쓰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구요~. 아마 재우 선배도 그건 눈치 못 챘을 걸요?”


“나는 그 정도로 네 손바닥 위에 있냐?”


“그럼요~.”


수진이는 기분 좋다는 듯이 내 앞에서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그럼 나는 왜 네 마음을 모를까?”


“······.”


수진이는 순간 침묵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는 듯한 한 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그건······ 선배가 눈치가 없어서 그래요! 선우 언니가 재우 선배 좋아하는 것도 재우 선배가 말해줘서 알게 된 거잖아요! 전 예전부터 눈치 챘는데······.”


확실히······.


“나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지?”


“중1때 선배가 초능력자가 된 이후로 그렇게 된 거 같아요. 그때는 정말 위태, 위태했어요. 선배.”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후천적으로 초능력자가 된 케이스여서 미미르의 샘으로 끌려가지도 않고 애매해진 케이스니까. 그리고 그때는 내가 초능력에 적응을 못해서······.”


“······저는 아랑 선배한테 고마워요. 선배한테 여유를 되찾아줬으니까. 그래도······ 아랑 선배만 보지 마시고 다른 것도 좀 보세요. 그럼 더 많은 게 볼 수 있으실 거예요.”


나는 피식 웃었다.


“고맙다. 걱정해줘서. 낼 보자.”


“네~. 좋은 꿈······ 꾸시기 전에!”


수진이는 말하는 도중에 말을 바꿔 나를 멈춰 세웠다.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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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방과 후 20.03.06 8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6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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