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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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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40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10.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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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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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기억 상실

DUMMY

“흠······. 일단 뇌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이상이 없는데! 애가 기억을 왜 잊어요!”


격분하는 누나의 어조에 연로하신 의사 선생님은 몸을 살짝 뒤로 젖혔다.


“누나······. 일단 진정해. 난 괜찮으니까.”


나는 그런 누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타일렀다.


“너는 괜찮아? 3월 달 기억이 전부 날아갔는데?”


누나는 나의 어깨를 붙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누나의 이 표정······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완전히 다 까먹은 것도 아니잖아. 부분, 부분 기억나는 것도 있고.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기억할 수도 있다고 하시잖아.”


“······맞습니다. 말씀드렸듯이 검사 결과에도 이상이 없고 눈에 뛰는 외상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적인 측면에서 학생이 무의식적으로 기억에 락을 걸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애가 일부로 기억하기 싫어한다는 거예요!”


누나는 쾅하고 책상을 내려치며 벌떡 일어섰다.


“무의식의 측면이기에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방아쇠 역할을 한다면 충분히 다시 기억을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정말인가요!”


누나는 무서울 정도로 눈을 부릅뜨며 의사 선생님을 쏘아봤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그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누나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 내 손을 붙잡아 진료실을 나왔다.


“누나······.”


내 손을 마구잡이로 붙잡고 나가는 누나를 나는 조심스럽게 멈춰 세웠다. 누나는 나를 끌고가던 발걸음을 점점 멈추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누나······.” 라고 말을 이으려던 찰나에 누나는 나를 꼭 껴안았다.


“미안해. 우정아. 누나가 미안해. 그때도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지금도······.”


희정 누나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한 채 나를 위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누나······ 그때일은 다 잊자고 했잖아. 게다가 그때 누나가 없었으면 난 진짜로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어. 그러니까 너무 죄책감 갖지 마. 내가 더 미안해. 그리고 의사 선생님도 말했잖아. 기억을 조금씩 조금씩 회상하다보면 기억날 거라고. 내가 재우랑 선우랑 아랑 선배랑 수진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누나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도······.”


“누~~나.”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누나의 눈을 주시했다.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고 말이 아닌 마음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누나는 옛날부터 나를 신경써주었다. 그 점에는 항상 감사하고 있으나 이런 마음을 항상 받을 수는 없다. 그러니 누나가 나 때문에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저기요 지상최강의 누나가 여기 있어요! 누가 좀 데려가주세요!


“알았어. 그럼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아니면 게임이라던가. 누나가 뭐든 해줄게.”


누나는 눈물을 쓱 닦으며 그렇게 말했다.


“게임은 뭐······ 3월 달에 깼던 거 다 까먹었으니까 괜찮다고!”


나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3월은 보통 게임계에 있어 대작에 계절, 분명 3월의 나는 그걸 빠른 속도로 소화했겠지? 하지만 이왕 잊은 거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그리고 2회차 요소나 뉴 게임 플러스 같은 요소로 더 어렵게 즐기면 되니까.


“그래. 그럼 맛있는 거나 먹자.”


누나는 그제야 웃음을 되찾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누나의 그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아직 나는 아직 애다 충분히 이럴 수 있겠지? 하며 누나를 따라갔다.



※※※



그렇게 누나를 따라갔는데······. 조금씩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 왜 누나가 여기로 향하고 있지?


누나는 “도착!” 이라고 말하며 양팔을 크게 벌렸다.


그래 도착이기는 하지······. 도착이기는······.


“누나······ 여기는 우리 집이잖아. 맛있는 건?”


“누나는 말이지······. 우정이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해.”


“······.”


당당한 누나의 표정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게 누나의 장점이지.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왜 남자를 못 만나는 거냐고! 누가 제발 데려가줘! 진짜 좋은 누나란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흠······ 그럼 솜씨 좀 발휘해볼까?”


누나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 부엌에 걸려있는 앞치마를 둘러매며 나는 달걀 볶음밥을 만들기로 했다.



※※※



“자~ 누나. 잡숴봐.”


나는 자신 있게 만든 볶음밥이 담긴 접시를 누나의 앞과 내 자리에 내려놨다.


“유명 쉐프가 만든 걸 전에 동영상으로 본적이 있거든~ 그걸 따라서 해봤어.”


“오~ 그런 영상 많이 보나봐?”


누나는 의외네? 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취미야. 취미. 별 다른 뜻 없어. 어차피 진로검사하고 나면 다 정해지잖아.”


초능력 연구의 발전을 통해 개발된 진로검사 시스템으로 사람들은 평소에는 알 수 없었던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누나도 그 검사를 통해 교사의 재능을 찾아내 선생님이 된 케이스다.


“굳이 적성검사 따라갈 필요 없어~. 중요한 것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지.”


누나는 예의 없게 숟가락을 빙빙 돌리며 그렇게 말했다.


“기왕 하는 거 재능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그러는 편이 더 즐거울 거 아니야? 잘하니까.”


“잘하는 일을 한다고 다 즐거운 건 아니야~.”


“그럼 누나는? 교사생활 하는 거 안 즐거워?”


나는 꽤 노골적으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뭐?”


내 예상대로 누나의 얼굴에 당황함이 역력했다.


“난 누나가 꽤 잘한다고 생각해. 물론, 누나는 학교에서 가면 쓰고 다녀서 인기 많은 거겠지만.”


“푸······ 푸, 흐훕.”


“뭐야? 갑자기 왜 웃어? 태클 맞을 각오를 하고 한 말인데?”


누나는 피식 피식거리며 깔깔거리더니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너, 그 말 예전에 나한테 한 거 알아?”


“내가? 그런 말 한적 없는데?”


곰곰이 내가 한말을 회상해봤지만, 누나한테 이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내가 기억 잃기 전에 그런 말을 했었어?”


“맞아. 맞아. 역시 기억을 조금 잃더라도 넌 너구나······. 내 동생.”


“뭐야 기분 나쁘게······.”


부끄러움을 무마하기위해 표정을 억지로 찡그리며 질색하는 척을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누나의 다른 동생은 어디 있어? 수진이랑 나 같이 지내는 거 아니었나?”


“아······.”


뭔가 이상하기는 했다. 2월 달부터 계속 동거해 왔는데, 물론 동거 전에도 주말이면 밥을 얻어먹으려고 오는 그 수진이가 우리 집에 없다니······ 뭔가 텅비어버린 느낌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수진이 얘기를 꺼내자 내 시선을 회피하던 누나의 눈동자를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흑, 흑. 맛있었다. 오늘 밥은······.”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누나?”


누나는 그렇게 이상한 말을 하더니 내 눈치를 살피다 엄청난 속도로 볶음밥을 흡입했다.


“아~ 진짜로 맛있었다. 우정아, 수진이랑 있던 일은 네가 직접 해결하고. 내일 방과 후에 사고 낸 사람하고 만나게 될 테니까 준비해.”

······라고 빠르게 말하더니 이것저것 챙기다 재빠르게 거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바이, 바이.”


“어, 어. 잘······ 가?”


손을 흔들며 사라져가는 누나를 나는 그렇게 얼렁뚱땅 배웅했다. 모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흠······.”


나는 팔짱을 끼며 이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기억을 잃은 3월 달에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 수진이가 우리 집에서 나갈 정도로 큰 일이······.


“무슨 짓을 한 거냐? 3월에 나.”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화나네? 자전거로 날 친 사람, 대체 누구야? 병원에서는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내일 보자고하고······.


흠······ 내일 학교에서 물어보면 되겠지. 오늘은 게임이나 하자~.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접시를 모아 설거지를 했다.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오늘은 맘 편히 게임이나 하자~.”


한 달분의 기억을 잃은 사람치고는 태평한 말이었지만, 입학식같이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은 대충 기억 나기도하고 내가 몇 반인지 그리고 새로운 반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름도 까먹지는 안았으니 학교생활에 딱히 문제가 있을 거 같지는 않다. 그러니까 초조해지지 말자 내가 초조하면 초초해할수록 누나가 더 걱정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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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7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7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3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6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7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6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6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6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8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6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1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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