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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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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65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5.12 10:44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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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부탁

DUMMY

“······그래서 외국으로 이민 가게 된 친구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너한테 고백하려고 하니까, 그걸 막아 달라?”


“네.”


수진이는 내가 귀기울여가며 집중해서 들은 게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 미쳤니?”


차마 동생한테 할 말은 아니었지만 오빠로서 할 말은 해야겠다.


“네?”


수진이는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생각해봐~ 널 좋아한다는 친구가 진짜로 널 좋아할지 어떻게 알아? 너 혹시 궁예니? 관심법이라도 배웠어?”


나는 속사포로 수진이한테 어서 정신 차리라고 얘기했다.

중3이면 사춘기 다 끝날 때 아닌가?


“그렇게 치면 선배는 제가 왜 선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제가 더 어이없거든요?”


수진이는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


“······뭐, 뭐. 진정하고. 아닌 걸로 판명 났잖아. 많이 맞기는 했지만······ 그래서 너는 뭐야? 근거라도 있다는 거야?”


“······여자의 감이에요.”


응??? 내가 잘못 들었나? 다시 한 번 물어보자.


“내가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다시 한 번 말해줄래?”


“여자의 감이라고요! 다시 한 번 말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부끄러우니까······”


“그래~ 부끄러울만하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니까! 내가 너한테 사귀자고 했을 때도 이렇게 어이없지는 않았겠다!”


“능력 쓸까요?”


“아뇨.”


즉답했다. 나도 이렇게 상대방한테 협박할 수 있는 류의 초능력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 내가 백번 양보해서 그 친구가 너를 좋아한다고 치면,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고백 타이밍에 내가 깜짝 등장해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면 되는 거야?”


“아뇨.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선배의 능력으로 제 친구의 몸에 들어가서 하루 동안 조종해주세요. 분명 마지막 날에 고백할 테니까, 단 하루만 그렇게 해주시면 돼요.”


수진이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내 능력의 사용을 강조했다.


“수진아 네가 까먹어서 그럴까봐 말하는 건데 내 능력은 상대방의 몸에 빙의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기억과 마음을 읽게 돼. 그렇게 되면 내가 내 몸으로 돌아오게 되면 정신적으로 피곤해져! 너도 알잖아. 내가 우리 아빠 몸에 빙의하게 돼서 어떻게 됐는지. 그런데도······ 이 불쌍한 사람한테 능력의 사용을 강요하고 싶어? 그냥 네 능력으로 강제로 계약을 걸어서 너한테 다가오지 못하게 하면 안 돼?”


“······.”


수진이의 침묵이 방안을 울렸다. 그리고 잠시 뒤 수진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 능력은 상대방에게 사용하면 제가 계약을 건 부위에 열쇠자국이 떠오르잖아요. 이상하다고 여길게 뻔해요. 부탁드릴게요, 선배. 저는 제 친구들과의 관계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


흐으음······.


“그냥 손절해버리면 안 돼? 어차피 외국으로 떠난다는데?”


나는 담백한 어조로 수진이의 고민에 끝을 맺고자했다.


“선배는 재우 선배가 외국으로 이민 가신다고 하면 저한테 말하신 거처럼 하실 거예요?”


“······그건 아니지.”


수진이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이렇게 말한 정도면 진짜 친한가보네?”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애랑 그 정도의 사이라니······. 오빠로서 주시를 할 필요가 있겠는 걸~.


“물론, 선배랑 재우 선배정도는 아니더라도 좀 복잡한 관계가 더 얽혀있어요.”


“뭔데?”


“제 또 다른 친구가 그 친구가 떠나기 전에 고백하려고해요.”


“······소위 삼관관계라는 거야?”


수진이는 고개를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뭔 중학교 3학년 애송이들이 사랑놀음이야~. 나 때는 말이야. 그런 거 없이 공부만 했어!”


회심의 일침을 날렸다고 생각한 찰나에 수진이가 날카롭게 쏘아봤다.


“그러는 선배는 아랑 선배한테 반해서 고등학교도 따라갔잖아요!”


“으······ 그래도 너네처럼 고백한다. 뭐란다······ 그런 거 안 했거든. 가만히 곁에 있으면서 동경했단 말이야! 내 사랑은 좀 더 퓨어하다고!”


“그러니까 사랑을 쟁취 못하죠!!! 선배가 왜 재우 선배한테 아랑 선배를 뺏겼는지 아세요? 아무것도 안하니까! 곁에서 가만히 동경하기에는 요즘 사랑의 템포가 빨라졌다구요! 선배가 예전에 말씀하셨잖아요! 츤데레······ 였나? 결국에 말을 안 하면 츤데레는 패배하게 된다고. 선배도 아랑 선배한테 아무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사귀······ 선, 선배?”


······그만해 내 라이프는 이미 제로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안 떨어졌다. 다 맞는 말이니까. 내가 아무것도 안한 게 사실이니까. 그래서 용기를 내서 오늘 고백하려고 한 건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고백에 실패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지?


“······모.”

“모?”


“몰라! 너 안 도와줄 거야!” 하고 수진이의 방을 박차고 나와 내 방으로 돌아갔다. 문까지 잠가서.


뭔가 선배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수진이의 일침이 너무 뼈아팠다.

침대위에 다이빙을 하고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불속에서 선배와 재우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밍기적 거리기를 몇 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선, 선배!”


“뭐야! 저리가 이 팩폭러야. 네 사랑은 잘되나 보자!”


“선배가 제가 잘못했어요! 네? 부탁이에요. 제 친구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지키고 싶어요······.”


수진이의 그 한마디에 화가 치밀어 올라 거친 발걸음으로 문 앞으로 다가갔다. 수진이의 말에서 모순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웃기지마! 그건 결국 네 자기만족일 뿐이잖아! 고백을 막게 되면 너를 좋아하는 그 친구의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건데! 결국 너는 그 마음을 알면서 회피할 생각뿐이잖아! 네 친구가 외국으로 가버리고 나서 남겨진 너네들의 관계는 정말 진실 될 거라고 생각해?”


고백도 못한 채. 마음도 전하지 못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 와 닿았는지 나도 모르게 속사포를 말을 토해냈다.


“모르겠어요······.”


수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놓았다.


“선배가 아랑선배한테 무명으로 러브레터를 보내려고 했던 것도 선배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게 걱정되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서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인드셨잖아요. 물론, 저한테 걸리셔서 불발됐지만······. 재우 선배와 아랑 선배가 사귀게 된다고 해서 선배가 두 분하고 거리를 두실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태연한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계속 같이 지내실 거잖아요!”


순간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 맞는 말이었다. 나 같은 새가슴이 뭘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냥 곁에서 웃을 때 실 없이 같이 웃어주고, 만약 연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면 상담도 해주고. 난 그런 놈이다.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저는 선배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선배는 그만큼 아랑 선배를 좋아하고 재우 선배도 좋아하시니까. 저도 선배만큼 제 친구들이 좋아요. 부탁드려요. 도와주세요. 능력을 안 쓰셔도 되니까. 어떤 형태여도 되니까. 선배의 말대로 그것이 진실하지 않더라도 저는 웃으면서 즐길래요. 굳세게! 저는 제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떤 형태가 되던 좋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문을 확 당겨 버렸다.


“아아아아!” 하고 수진이는 기대고 있던 문 안쪽으로 자빠졌다.


“울지 마.”

낮게 읊조렸다.


“안 울었어요.”


삐치기라도 했는지 수진이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렇게 말했다. 애써 운 것을 가리고자 한 행동이었겠지만 소용없었다. 눈가가 붉고 촉촉했기 때문에······.


“나도 오늘 엄청 울었는데······ 너마저 울 필요는 없지. 거실로 가자. 작전을 생각해 봐야지.”


“고맙습니다······.” 하고 싱긋 웃으며 수진이는 바닥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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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8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8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2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4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3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3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8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2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2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1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1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2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 부탁 19.05.12 72 0 8쪽
3 계약 19.05.11 53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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