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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35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5.3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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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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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곡별연자

DUMMY

“······죄송합니다. 표가 전부 매진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미안해할 일도 아닌데 영화관 직원은 송구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 서비스 정신인가?


“어떻게 할래? 수진아?”


그런 말을 하며 수진이를 얼굴을 쳐다봤는데······.


“······.”


오리역 근처 영화관에 도착해 의기양양하게 영화의 프롤로그를 설명해주던 수진이는 온데간데없고, 죽은 생선과 같은 눈을 하며 정신줄을 놓고 있는 수진이가 내 옆에 서있었다.


매진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순식간에 변해버린 이 표정을 보고 직원도 안절부절 못하는 건가?


“자, 자. 일단은······.”


나는 수진이의 어깨를 밀어 한산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수진이 눈앞에서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튕겼다. 탁~


“앗!”


그 소리에 반응해 수진이는 입을 살짝 벌리며 깜짝 놀라더니 이내 안색을 낮췄다.


“······죄송해요.”


나는 그런 수진이의 반응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귀엽다. 귀여워~ 역시 우리 동생이야~.


“미안할 거까지야~. 내가 늦게 일어나서 이렇게 된 건데. 영화는 나중에 보면 되니까 다른 거 하면서 놀자. 뭐하고 싶은 거 있어?”


“밥······.”


수진이는 뭔가 분한 거처럼 주먹을 꽉 쥐며 그렇게 말했다.


“밥?”


“······밥 먹으면서 생각하려고 했어요.”


밥이라······. 지금 몇 시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 12시 40분······. 나쁜 시간은 아니네.


“그럼 밥이라도······.”


밥 먼저 먹자. 라는 말을 마치기전에 이상한 순간에만 비상해지는 내 머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지금 영화를 봤다면 분명 영화는 2시나 3시 사이에 끝났을 테니까 점심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 돼버린다. 아마, 수진이의 계획은 영화를 10시쯤에 보고 영화가 끝나는 12시쯤에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겠지? ······처음부터 내가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틀어진 것이다.


“미안하다······.”


나는 작게 읊조렸다.


“뭐가요?”


나의 미안함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수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아무튼······ 밥이나 먹으면서 생각해보자.”


“네······.”


수진이는 힘없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수진아! 내가 더 미안해.



※※※



“어때요? 맛있죠?”


“어······. 오리고기 맛이 꽤 안정적이네······. 탄천에서 뛰어노는 오리가 생각날 정도로······.”


“선배······. 이상한 말 하시지 마시고요~. 경비는 제가 다 낸다고 했잖아요.”


내 좌불안석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수진이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어쩔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있는 식사를 하고 있는 뷔페의 비용을 수진이가 전부 내줬기 때문이다. 동생한테 얻어먹다니······ 정우정, 어디까지 추락할 셈이냐.


“이 건물 식당들은 가격대가 세서 가기 싫었단 말이야.”


“그래서······ 제가 내드린다고 한 거잖아요.”


수진이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대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 당당함이 오히려 나에게 해가 되었다.


“그래도······ 동생한테 얻어먹는 건······.”


······싫단 말이야. 라는 말을 끝까지 하기 전에 수진이가 내 입술에 집게손가락을 갖다 댔다.

“선배는 항상 맛있는 밥을 해주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보답해드리고 싶었어요. 그. 러. 니. 까. 즐기자구요~.”


명랑하게 웃는 수진이에 얼굴에 더 이상의 불평불만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래······.”


동생 이기는 오빠 없다더니······ 그래도 다음 달 용돈이 들어오는 대로 수진이 계좌에 몰래 넣도록 하자. 일명 소매넣기 대작전~.



※※※



“그런데 사진은 왜 그렇게 많이 찍어?”


“네? 아······하하.”


수진이는 뭔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뭐, 음식사진 찍는 여자애들의 마음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니까······. 여기서는 오빠로서 도와주도록 할까?


“줘봐.” 라고 말하며 나는 손을 내밀었다.


“네······?”


“찍어 줄 테니까.”


“아, 아. 여기요.”


수진이는 약간 떨떠름하며 내게 스마트폰을 건네줬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받아 그대로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에······. 이전에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는 칸에 내 사진이 찍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내 사진이 왜 있는 거지? 나는 그런 의문을 가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수진아 내 사진은 왜 찍었어?”


나도 모르게 사진 찍힌 것에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수진이는 내 질문에 얼굴을 확 붉히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혼자보기 아까운 광경이군. 사진이라도 찍어 놓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거렸을 때 수진이가 조심스럽게 이쪽으로 와달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그 손짓을 따라 수진이를 향해 몸을 젖혔다. 그리고 수진이는 내 귓가에······.


“저희 지금 염탐당하고 있어요.”


······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뭐? 염탐?”


수진이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단어에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선배 뒤쪽 구석에 있는 테이블 보이시죠?”


수진이의 말에 따라 뒤쪽을 살며시 돌아봤지만 별 다른 점은 없는 거처럼 보이는······ 아니다!


저번에 재우와 수진이를 염탐하러 갔을 때 봤던 수진이의 친구들이 몸을 최대한 수그리며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금발 당고머리 여자애······ 눈에 확 들어온다.


“어떻게 된 거야?”


“예전에 진실게임할 때 애들한테 선배를 좋아한다고 둘러댔더니 선배랑 데이트하는 줄 알고 몰래 따라왔나 봐요. 제가 사진만 찍어서 보여준다고 했는데······. 죄송해요. 뭐처럼 놀러 나오신 건데······ 화나셨죠?”


수진이는 고개를 숙인 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니, 화날 거까지야. 너는 생각이 깊은 거 같으면서도 안 깊단 말이야.”


나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 친구들이 걱정한 거겠지. 이상한 사람이랑 어울리는 게 아닐까? 하고. 좋은 친구들이네~.”


“그런 게 아니에요. 친구들이 같이 영화보자고 했는데 선배랑 같이 보려고 거절해서······.”


수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수진아 너무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진실게임도 뭐, 대충 넘기려면 둘러댈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내가 희정 누나라고 말한 거처럼. 오히려 재우가 아니라 나라고 말해서 다행인걸. 재우는 후배들한테도 인기가 많으니까 다른 애들을 적으로 만드는 건 좋지 않지. 그런데······ 사전 준비라는 게 이런 거였어? 나랑 그러니까······ 데이트 하는 거?”


수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 사진도 찍었구나?”


“······.”


수진이는 아무 말도 안했지만 얼굴에는 죄송하다는 말이 써있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나는 수진이한테 받은 스마트폰을 들고 수진이의 곁으로 다가가 연속 사진을 찍었다.


“뭐, 뭐하시는 거예요?”



수진이는 내 쪽을 바라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애들한테 남자 친구랑 찍은 사진 보여줄 거 아니야? 나중에 진짜 남친이랑 같이 사진 찍을 때도 이렇게 부끄러워 할 거야?”


“저, 저는 원래 부끄러움 많이 타요!”


하긴······ 그런데 나랑 있을 땐 왜 그러냐?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해. 그래야 친구들을 속이지.”


“······네.”


수진이도 수긍하더니 이내 표정을 밝히고 같이 사진을 찍고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자! 내가 음식 먹는 것도 더 찍고.”


“네!”



※※※



사진을 왕창 찍고 나서 우리는 식사를 재개했다.


“······웬일이세요? 사진을 다 찍어주시고. 사진 찍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잖아요.”


“가족이 곤란을 겪고 있으면 도와줘야지. 그리고 사진 찍는 거 옛날만큼 안 좋아하지 않아. 애들한테 사진 보냈어?”


“지금 단톡에 올리고 있어요.”


수진이는 스마트폰에서 손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적당히 검열해서 보내. 지금 생각하니까 연기 티 나는 것도 있고 부끄럽네.”


“부끄러운 줄 아셔서 다행이네요. 저는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려요.”


“에이~. 너도 처음에 좀 부끄러워하더니 기분 좋게 사진 찍었잖아.”


“그렇기는 한데······.”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이 수진이는 고개를 숙였다.


“선배랑 사진 찍는 거 오랜만이니까······.”


뭐라고 중얼거리기는 한 거 같은데 별로 신경은 안 쓰였다.


“그래서 내 뒤쪽에 있는 염탐꾼들 정세는 어때?”


“깜짝 놀란 거 같아요.”


수진이는 자신의 친구들의 당황함을 즐기는 거처럼 피식, 피식 웃었다.


나도 한 번 보고 싶지만,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큰일 나겠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다 먹고 더 놀 거야?”


“저야······ 이왕 나온 김에 더 놀고 싶기는 한데. 오히려 선배가 더 부담스러우실까 봐.”


나는 손사래를 쳤다.


“부담스러울 거까지야. 우리가 뭐 켕기는 관계도 아니고, 켕기는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더 놀자. 애들 있든 말든 별로 신경 안 써,”


“그럼······ 밥 먹고 쇼핑하러 가죠.”


“그래.”


나는 담담한 어조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상황을 요약해보니까 수진이가 자신들과의 약속도 거절한 채 진실게임에서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하고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걸 알고 쫓아온 거 같은데······. 어림없지. 이 중 분명이 수진이를 좋아하는 진우라는 애도 있을 것이다.


보여주지 수진이에게 걸맞은 신사의 품격을!


“선배, 표정이 왜 그러세요?”


“아냐. 재밌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싱긋 웃어보였다.


그런 나를 수진이는 떨떠름하게 쳐다봤다.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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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7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7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8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0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3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6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7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6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5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6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6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8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1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6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1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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