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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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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53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7.13 17:49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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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부 에필로그

DUMMY

“이제는 말할 수 있어, 나 너네들 곁에 계속 있고 싶어.”

“······물론이야. 물론이지. 나도 너네들 곁에 계속 있고 싶어.”

그 한 마디를 하며 재우는 달리기 시작한다.




“선배, 우······정이 도착······했어요?”


숨이 먹먹해 질정도로 뛰어온 재우였지만, 숨도 고르지 않은 채 아랑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직 안 왔으니까. 숨 좀 고르고 있어. 그리고 자······.”


아랑은 그렇게 말하며 생수와 손수건을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손수건은 왜? 땀 닦을 용도가 아닌 거 같은데요?”


재우는 생수와 손수건을 건네받으며 그렇게 물었다.


부드러운 실크 손수건, 땀을 닦을 용도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울고······ 있잖아.”


“네? 네에?”


아랑은 담담하게 말했고 그 말에 재우는 자신의 뺨에 눈물이 흐르는 걸 눈치 챘다.


“어, 어?”


재우는 자신의 반응에 당황하며 아랑이 건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추한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선배. 세탁해서 돌려 드릴까요?”


재우는 잠시 동안 흘러내린 눈물을 다 닦아내고 아랑에게 물었다.


“됐어. 그럴 필요까지야.”


아랑은 고개를 저으며 재우에게서 손수건을 돌려받았다.


“오는 동안 슬픈 일이라도 있었어?”


“아뇨, 오히려 기쁜 일이었어요.”


재우는 그렇게 말하며 아랑에게 받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한동안 물을 못 마신 사람처럼. 눈물을 흘려 체내에서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려는 것처럼.


“기쁜 일인데 왜 울고 그래?”


아랑은 선배다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우를 위로했다.


“선배가 저번 주 토요일에 수진이를 통해서 우정이의 능력이 선배한테 안 먹혔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운거랑 같은 맥락이에요.”


그 말에 아랑은 삐딱한 눈웃음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일단은 나······ 위로해주려고 한 거거든?”


“죄송해요.”


재우는 그렇게 말하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선배의 작전에 동참하고 나서 계속 생각했어요. 우리들에게 해피엔딩은 있는가? 하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거 같아요. 애초에 선배의 계획은 선배가 저한테 고백하는 장면을 우정이에게 일부로 보여줘서 우정이가 선배한테 고백할 생각은 꿈도 못 꾸게 하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됐죠?”


재우는 양손을 살짝 벌리며 예상을 뛰어넘어버린 이 상황에 대해 한탄했다.


그런 재우를 보고 아랑은 관자놀이에 집게손가락을 갖다 대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끼리 싸우자는 거야?”


“그럴 리가요. 앞으로 좀 더 조심하자는 거예요. 우정이를 위해서.”


재우는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친구를 위한 일이니까.


“애초에 네가 저번 주에 우정이랑 게임만 같이 안했으면 보험은 더 들어놓을 수 있었다고!”


기분 나쁜 이 상황에 아랑을 바닥을 툭툭 건드렸다. 그 말에 재우는 안색을 낮췄다.


“그건······.”


변명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욕심이 자초한 일이니까.


“그건······ 감사합니다. 제가 못미더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선배가 그 일을 지워주지 않았으면······.”


재우는 다음에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한숨을 내쉬다 간결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어차피 이 사람한테 미사여구는 소용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생각이 먹혔는지 아랑도 한층 풀어진 얼굴로 피식 웃기 시작했다.


“애초에~ 우정이 주변에는 왜 너 같은 애들밖에 없는 거야~.”


“······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관계를 아낀다. 그게 우정이의 매력이잖아요~. 선배도 그런 우정이의 매력에 빠진 저희 같은 애들이구요. 저라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제 친한 친구한테 고백하는 걸 목격했으면 눈 돌아가서 바로 물었을 거예요. 너희 사귀고 있냐고. 물론, 우정이 성격상 절대 그렇게 못하겠지만······. 뭐, 그래도 우정이가 그런 성격이 아니었으면 선배의 작전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았겠지만요.”


재우는 담담한 어조로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저는 걱정돼요. 이 작전이 들켜서 우정이가 저희들한테 실망할까 봐요. 앞서 말했듯이 지금 선배의 계획이 잘 먹히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이 계획은 무조건 먹힐 거야.”


아랑은 그렇게 말하며 허리에 손을 갖다 대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그 작전이 키스신인가요?”


키스신이라는 단어를 태평하게 꺼내는 재우에게 아랑은 “쉿!” 하며 자신의 입에 집게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런 모습을 재우는 담담하게 바라봤다.


“저한테는 고된 일이라고요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하고 그런 신을 찍어야한다니······.”


재우는 아랑에 태도에 아랑곳 않고 자기 할 말을 했다.


그런 재우의 태도에 아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롭게 입을 열었다.


“나라고 그런 신을 너랑 찍고 싶겠니? 연기잖아! 연기! 지금은 해도 지고 어두워서 대충 껴안는 시늉만 해도 우정이는 넘어 갈 거야.”


“확실히 우정이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하고 키스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죠.”


그 상황에 놓일 우정이의 마음에 동감하는 거처럼 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정이의 머릿속에는 제 이미지가 인간쓰레기로 박히겠지만요~.”


“아니, 너 인간쓰레기 맞잖아.”


아랑은 재우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의문을 표했다.


“네?”


재우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더니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너랑 선우랑 있었던 일 잊지 않았겠지?”


아랑은 작년에 선우가 재우에게 고백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알고 있다. 쓰레기 그 자체. 절대로 좋아해서는 안 될 나쁜 남자 1순위. 온갖 궤변으로 선우의 고백을 무마시킨 뒤 친구로 남고 싶다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도망쳤다. 선우가 안 운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론, 친구로 남고 싶다고 말한 거 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의 궤변을 생각만 하면 왜 이런 쓰레기가 인기가 많은 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선배······ 사람을 면전에 두고 쓰레기라뇨······. 저도 저만의 고민이 있다구요~.”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웃어넘기는 재우를 아랑은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 후배의 정신머리를 어떻게 고쳐줘야하나······. 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런데 우정이 너무 늦는 거 아니에요? 선배한테 연락 온지 꽤 된 거 같은데?”


“그러네······.”


아랑은 턱을 당기며 고심하기 시작했다.


“혹시 오는 길에 사고라도 당했으면 어떡하지?”


“네?”


재우는 잘못 들었나 싶어 의아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연락받은 곳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횡단보도가 몇 개나 된다고. 그리고 우정이가 바보도 아니고. 아무리 선배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도 무당횡단 같은 걸 하겠어요?”


재우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랑은 안절부절 못하더니 이내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재우는 그런 모습을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선배, 선배가 우정이랑 관련된 일만 되면 좌불안석이 되는 건 알겠는데, 진정 좀 하세요. 우정이의 모습이 대충 보이기 시작하면 곧 바로 연기 시작해야 되니까요.”


“그, 그렇지······.


아랑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을 했다.


‘이런, 이런. 이렇게 심약한 사람하고 같이 일할 수 있을까?’


재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랑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힘든 건 저희들이라고요~. 이 작전을 성공시키려면 우정이랑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하잖아요. 그게 얼마나 심심한 일인 지 아세요?”


그런 재우를 아랑은 다시 한 번 삐딱하게 바라봤다.


“나는 그 일을 몇 년째 하고 있는 지 알아?”


“아~ 그렇긴 하네요.”


건성으로 대답하는 후배가 아니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정이를 속이기 위해 이 작전에 참여한 모두가 우정이와 적당한 거리를 둬야하는 건 필수조건이고. 작전에 참여한 모두가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다. 단지, 우정이와 거리를 두기 싫을 뿐······.


우정이는 그렇게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한테 어떤 형태로든 사랑받으며 일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수진이한테 연락 받았어?”


“······네.”


재우는 볼을 긁적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 나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될 줄이야.”


아랑은 이마에 손을 갖다 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각은 있으신 가 봐요?”


“너 말이야~.”


아랑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담담한 태도의 후배를 째려봤다.


“우정이랑 수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아? 우정이가 아랑의 속마음을 알아버렸으니까.”


아랑은 착잡한 심정으로 귀여운 두 후배의 앞일을 걱정했다.


“저야 모르죠~.”


그런 아랑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우는 설렁설렁 대답했다. 물론, 그렇게 대답하기는 했어도 걱정이 안 되는 것은 또 아니었다.


“하지만 우정이한테 음성 메시지가 왔었어요. 한 번 들어보세요.”


재우는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폰에 저장된 메시지를 틀어줬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우정이가 모두에게 내놓은 답은 하나다.


“이제는 말할 수 있어, 나 너네들 곁에 계속 있고 싶어.”


재우는 그 말을 들으며 아랑에게 손을 내밀었다, 답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아랑은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네 곁에 계속 있고 싶어······.”


재우는 그 말을 하는 아랑을 흐뭇하게 바라봤고 말을 붙였다.


“저랑 비슷하시네요.”


“······.”


아랑은 아무 말 없이 아무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띠었다.


“선배, 고개 들으셔도 돼요.”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그 말에 재우는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넣고 벽에 기대었다.


‘이 사람은 얼마나 우정이를 좋아하고 있는 걸까?’



잠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침묵이 계속되다. 삐리리리리······.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아니야.”


아랑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재우에게 말했다.


그 말에 재우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저한테 온 전화네요.”


“누구한테 온 거야?”


“수진이한테서요. 잠시만요.”


재우는 화면을 슬라이드해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했어? ······응, 그래서? ······뭐?! 알았어! 바로 갈게······.”


재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손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스마트폰을 떨어트릴 뻔했다.


“무, 무슨 일이야?”


수진이와의 통화를 마치고 분위기가 변해버린 재우의 얼굴을 보며 아랑은 그렇게 물었다,

설마 싶었다. 그 표정을 보고 아랑은 설마 싶었다.


“우정이가 여기 오는 길에······ 치였대요.”



재우의 그 말에 아랑은 맥없이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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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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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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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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