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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46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5.13 13:0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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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목요일

DUMMY

다음날.



“여~~ 우정!”


어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복잡한 심정으로 등굣길을 걷고 있던 중 등 뒤에서 누군가가 상큼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 책가방을 터치했다. 나한테 이렇게 살가운 행동을 할 친구는 너무 많지만 목소리를 들어보며 딱 안다. 어제도 들었기 때문에······.


“뭐냐, 재우냐?”

“같이 가자.”

“그래.”


태연한 척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동행을 허가했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거처럼 나에게 말을 거니 마음속은 더 착잡해졌다.


이재우. 소개를 좀 한다면 못하는 게 없는 엄친아? 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건 다 할 줄 아는 놈이다. 하지만 이 녀석의 장점은 친화력.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귀는 능력이 있다. 소위 노는 애들이랑도 친하고 나 같은 아싸랑도 친하다. 물론, 나는 오랫동안 알고지낸 사이었으니까······.


아무튼 이 자식은 얼마나 발이 넓은지 같이 등하교하기만 해도 오고가는 인사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지금도 계속해서 인사 소리가 들린다. 신기한 점은 재우가 먼저 인사를 거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어쩔 때 먼저 인사를 걸기는 하지만······ 인사를 먼저 받는 저 친화력······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재우의 친화력 중 가장 놀라운 점은 나이에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아랑 선배와 수진이를 빼면 선후배 사이에 교류가 거의 없는 수준인데 재우는 다르다. 과장을 좀 섞는다면 재우는 우리 학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우리 학교에는 모르는 게 있으면 이재우한테 물어봐라, 라는 말까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아랑 선배에게 마음을 뺏겼을 때, 선배의 대해 알고 싶어서 재우를 슬쩍 떠봤는데. 그때 선배가 몇 반인지 무슨 동아리인지 등등 기타 잡다한 정보들을 전부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걱정했다. 얘가 선배를 좋아하면 어떡하지? 기우이길 바랐지만, 몇 년 뒤 내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부러운 자식.


좋은 친구라고 옛날부터 생각했지만 어제부터 바뀌었다. 너는 개자식이다.

얄미운 녀석. 너 좋다는 애도 있는데 그 마음도 안 받아주고 선배랑 사귀다니.

실실 웃고 있는 거 봐. 야, 야. 내 마음 다 알면서 나 골리려는 건 아니지?


“우정아 왜 그렇게 째려봐?”


재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하~ 얄미운 자식. 왜겠냐? 이 개자식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침착하게 대응하자. Calm Down Man.


“아니~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여서······. 좋은 야동이라도 찾았니? 혼자보지 말고 같이 보자 이 개자식아! 라고 생각했어.”


나는 표정을 구기면서 나도 이해 못할 헛소리를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재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상한 표정을 짓고는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빙빙 돌렸다.


너 미쳤니? 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미친 것 같았다. 내가 대체 뭔 헛소리를 한 거지······.


“하~~~~.” 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그런 내가 안타까웠는지 재우가 내 어깨를 토닥토닥해줬다.


“괜찮아 그런 말 할 수도 있지. 야동 안 보는 네가 그런 말해서 깜짝 놀랐다~. 아! 안보는 게 아니라 못 보는 거였나? 수진이랑 같이 지내니까?”


“야!!!”


재우는 흥분한 나를 손으로 막아 세우며 멋쩍게 웃었다.


“미안. 미안~. 비밀로 해야 되는 일이지.”


“알면서 그러냐!”


난 재우를 향해 손을 휘두르며 분노를 표했다.


“뭐, 뭐, 진정하시구요. 네가 걱정하는 건 잘 알아. 여자애랑 동거하는 걸 들켜버리면 다른 애들이 너한테 죽자고 덤벼들 테니까. 꿈의 라이프를 보낸다고 말이야.”


꿈의 라이프는 개뿔~. 선배랑 사귀는 너의 라이프가 나의 꿈의 라이프다 이 나쁜 놈아!


한 숨을 크게 내쉬고 나서 말을 이었다.


“······꿈의 라이프는 뭔 꿈의 라이프야. 우리 사이 잘 알면서. 그건 됐고. 좋은 일 있었냐? 아침부터 왜 그렇게 히죽 히죽거려.


“그렇게 티 나냐?”


드디어 말한다. 재우에게 있어 좋은 일은 단 하나밖에 없다. 심장이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말해봐라 이 자식아! 나한테 한 번 자랑해봐! 여친 생겼다고! 나는 재우의 입술 움직임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140트라이를 해도 못 깬 보스를 어제 드디어 잡았거든~.”


재우는 자기가 말해도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헤, 헤 웃었다.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 녀석은 맨날 이랬다.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 궁금해 하는 것. 말해주길 바라는 것. 나한테 말하지 않는다. 왠지는 잘 모른다.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인가? 아니면 성격이 베베 꼬인 건가? 근데 내가 막상 눈치 채서 물어보면 잘 말해준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재우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그만······.


약간의 실망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꾹 참았다. 선배가 비밀 연애로 하자고 말했을 수도 있으니까. 목소리밖에 못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재우야 나는 아니더라도 걔한테는 꼭 말해줘야 돼······.


“뭐야, 뭐야. 우정아 안색이 왜 그렇게 어두워. 내가 보스 깬 게 그렇게 슬픈 일이냐? 나도 네 도움 없이 깰 수 있다고~.”


재우는 복잡한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게임 플레이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훈훈한 미소를 곁들어서.


“아, 아니야. 네가 보스를 깨는 동안 보스한테 얼마나 당했는지 상상하느라······. 엄청 고생했을 거 아니야······.”


“아, 그런 거였냐? 역시 날 걱정해주는 건 너밖에 없다.”


재우는 호쾌하게 웃어젖혔다.


나밖에 없다니. 다른 애도 있잖아······. 라고 생각하는 동안 뒤쪽에서 활기찬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들아~.”


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봤다.


또래 여성들보다 훨씬 큰 키를 가진 여성이(심지어 우리 보다 큰) 가볍게 뜀박질을 하며 다가왔다. 태평하게 웃으면서.


태평~~하다. 태평해.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는 여자애의 이름은 우선우. 어렸을 때부터 나와 재우, 그리고 수진이와 함께 붙어 다닌 여자애다.


내가 계속 마음속으로 재우한테 걔한테는 말해야한다. 말해야해. 라고 강조하는 당사자가 바로 선우다. 왜냐하면 선우가 재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년에 고백까지 했었다. 재우가 직접 말해줬다.


그때의 재우의 씁쓸한 표정은 지금 생각해봐도 떨떠름하다.


뭔 일이 있었던 거야? 애초에 둘 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안 해주니······.


내가 만약 선배한테 고백하고 차였으면 선배와 예전같이 지낼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없다고 단언할 것이다. 차이고 나서 태연하게 지낼 자신이 없다. 그러니 고백을 안했지. 그럼에도 나는 쥐꼬리만 한 용기를 모으고 또 모아 결사의 각오를 다져 결심한 날(어제)에 이렇게 돼 버리다니······.

암튼 네 양심을 믿는다. 재우야. 내가 있든 없든. 네가 알리고 싶든 알리고 싶지 않던. 선우한테는 말해라 그래야 깔끔하게 포기하지. 어떻게 할 거냐? 지금!


“어, 왔어? 같이 가자.”


재우의 말에 선우는 내 옆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도! 옛날 같았으면 선우는 내가 아니라 재우의 옆에 섰을 텐데······. 이걸로 괜찮은 거냐? 라는 표정으로 선우를 쳐다봤지만 별 반응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금은 이렇게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 재우랑 아랑 선배가 사귄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런 의문과 씁쓸한 마음을 교차하며 잡다한 대화를 나누다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교문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고 “그럼.” 하고 헤어졌다.


나는 “어, 그래.” 라고 받아치고 재우와 함께 반으로 들어갔다. 재우와 나는 같은 반이고 선우와는 다른 반이니까.


“······.”


“뭐야. 왜 또 그렇게 째려봐?”


“흐음······. 글쎄다. 너한테 실망한 게 한 두 번이냐. 널 믿는다. 나중에는 꼭 말해줘라. 이~ 독한 놈아.”


“······뭐라는 거야?”


내 말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했는지 재우는 의아한 태도를 보였다.


“······.”


그렇게 대화를 마친 뒤 각자 자리로가 아침 조례를 기다렸다.

조례와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첫째: 재우와 선아 선배는 사귄다.


물론, 목소리만 들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지만, 내가 그 둘의 목소리를 잘못 들었을 리가 없다.


둘째: 재우는 나한테 선아 선배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물론, 연애에 대해서 나에게 모든 걸 말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실망이다. 내 괜한 욕심인가?


셋째: 재우는 나뿐만 아니라 선우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애한테도 말하지 않다니······. 사실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사귀기 시작하면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다른 사람과 사귀는 사실을 직접 말하지는 않더라도 분위기 상으로 돌려 얘기해야 되는 거 아닌가? 나였으면 말했을 것 같다. 그래야 깔끔하니까.



그리고 넷째: 나는 수진이를 도와야 된다.


이게 지금 상황에서 제일 중요하다. 내가 수진이를 도와준다면 나한테 걸린 초능력도 해제해주고 아랑 선배와 재우와의 관계를 알아봐 주기로 했다. 수진이는 중3이기는 하지만 재우처럼 사교성이 좋으니까 정보 수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오전 수업이 전부 끝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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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7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7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6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7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6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8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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