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63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5.11 13:01
조회
52
추천
0
글자
9쪽

계약

DUMMY

“꺄아아아아아악!!!”

예상치 못한 격한 반응.


“왜, 왜 그래 수진아? 아, 확실히 내가 이런 말하는 게 이상하기는 하지. 하지만 말이야. 약속은 약속. 계약은 계약이잖아. 겸허하게 받아들일게.”


“뭔 헛소리세요! 옷이나 입고 다시 와요!”


수진이는 양손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소리 질렀다.


“음? 왜 그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설마?


“너 설마 내가 수건만 걸치고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지?”


“맞거든요! 완전 맞거든요! 빨리 뭐 좀 걸치세요!”


“내가 여름에 속옷만 입고 있었을 때도 잘만 놀러왔······”


“수건이랑 속옷을 다른 거잖아요! 빨리 나가요!!!”


수진이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 나에게 베개를 집어 던졌다. 그 베게는 그대로 포물선을 그려 내 아랫도리를 맞췄다.

아프지는 않았다. 푹신푹신한 배게였기에······. 하지만 우리 둘 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괴성을 지른 나는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줍고 수진이의 방을 도망치듯이 뛰쳐나왔다.



※※※



“죄송합니다······.”


상태가 진정 되고나서 나는 옷을 입고 수진이의 방에 다시 들어가 석고대죄를 하며 미안함을 어필했다. 그리고 수진이는 그런 내 위에 앉아있는 상태다.


“괘, 괜찮아요. 선배도 문제가 있었지만, 제가 베개를 이상한 곳으로 던져서 그렇게 된 거니까요.”


차분하게 말함에도 불구하고 수진이는 내 위에서 내 몸을 압박하거나 꼬집거나했다.


“그럼 왜 나한테 스트레스를 푸는 거야.”


“선배가 저한테 한 말이 너무 느닷없어서 그래요. 뭐예요? 그 고백은? 선배는 아랑 선배 일편단심 아니었어요?”


“그렇긴 한데······ 계약건도 있으니까······.”


말끝을 흐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선! 배!” 하면서 수진이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 고개를 들어올렸다.


“뭐하는 거야. 이러다 머리카락 손상돼서 탈모 오면 여자도 못 만나다고!”


그런 내말은 듣지도 않은 채 수진이는 내 머리를 더 세게 잡아 올렸다.


아야야······.


“선배, 딴 사람을 좋아하면서 좋아하지도 않는 다른 사람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건 엄청난 실례라고요! 심지어 그 마음을 알고 있는 당사자한테는!”


맞는 말이다. 반박할 말이 없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강제로 사귀게 된다면 상대방한테 잘해줄 자신이 없다.


“그러네······ 미안하다. 너한테 너무했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왜 저한테 사귀자고 하는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이해가 안 되거든요?”


“너······ 나 좋아하잖아.”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속마음을 들키는 건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겠지?


“[편지]”


[편지]라는 단어 한마디에 순식간에 왼팔에 열쇠 모양 낙인이 올라옴과 동시에 무거워졌다. 바닥을 뚫고 밑으로 내려갈 것만 같은 기세였다.


“아아아아아아악!”


나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겨우겨우 오른손을 움직여 왼팔을 부여잡아 들어 올리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당연하다.


이것이 진수진의 초능력이니까.



※※※



“그래서 제가 선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제 초능력으로 선배랑 한 계약을 강제해서 저랑 사귀자고 협박할 테니까, 선배 쪽에서 먼저 사귀자고 말한 거다. 이 말이죠?”


“네.”


나는 전후사정을 전부 말한 뒤 수진이의 표정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아 얼굴을 바닥에 내리 꽂은 채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호라~.”


수진이는 냉소적인 어조로 읊조렸다.


“제발 [편지]라고 말하지 마!”


나는 애원하는 목소리로 목청 높여 말했다.


“편지······.”


······라는 단어가 수진이의 입속에서 튀어나왔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초능력의 온오프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나는 아마 수진이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수진이가 편지, 편지 할 때마다 왼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고통에 몸부림쳤을 것이다.


“용서해주는 거야······?”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내 눈동자에 비친 수진이의 얼굴은 수라의 얼굴이었다.


“아니구나······.” 하고 고개를 다시 숙였다.


고개를 숙인 지 몇 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라는 의문이든 시점에 수진이가 먼저 말문을 틀었다.


“······계속해서 계약, 계약, 하신 것도 이거 때문이었나요?”


수진이의 한마디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상한 걸요? 선배와 제가 한 계약은 선배가 아랑 선배를 좋아하는 걸 퍼트리지 않는 대신에 만약 고백에 실패하면 제 소원을 들어주는 거였잖아요. 눈 씻고 쳐다봐도 선배와 제가 사귀는 내용이 아닌걸요.”


“그러니까 너의 그 소원이 나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갸우뚱거렸다.


“제가 선배를 왜 좋아해요!!!” 라고 격하게 외친 뒤 나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야, 야. 그만 때려! 아파!”


그럼에도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나도 이런 수진이의 분노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조용히 쳐 맞았다.


어느 정도 발길질을 얻어맞은 뒤 나는 널브러졌다.


“화 다 풀렸냐?”


수진이는 거친 호흡을 내쉬면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제가 선배를 좋아하는 이유를 3가지만 대보세요.”

“······.”


막상 이렇게 물어보니까 생각나는 게 딱히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분명 더 얻어터질 것이다. 뭐라고 말해야 살 수 있을까? 아······ 그래! 이렇게 말해보자.


“잘 모르겠어. 솔직히 딱 튀는 특징이 없잖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게 된 거야.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저도 모르게 좋아하게 된 사람한테 이유를 물어보는 건 이상한 일이잖아!”


“뭔 궤변이에요!!!”


수진이는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하며 다시 한 번 나를 차기 시작했다.


나는 맞으면서 말했다.


“그럼 나한테 부탁하려고한 건 뭐야? 나를 좋아하는 건 너뿐이냐! 라고 생각했는데.”


“절 좀 도와달라고 말하려고 했죠······.”


수줍게 말했지만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뭔데?”


“선배의 초능력으로 제 친구를 막아주세요.”


“뭐?”


나는 그대로 발길질을 하던 수진이의 다리를 붙잡고 일어나 침대 위로 넘어트렸다.


“다시 한 번 말해볼래?”


나는 끓어오르는 어이없음을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참으며 최대한 친절하게 싱긋 웃어보였다. 수진이의 말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수진이는 침대위에서 작은 동물처럼 몸을 움츠리면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선. 배. 의. 능. 력. 으. 로. 절. 도. 와. 달. 라. 구. 요.”


이때는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닌데······. 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휘청거리는 내 몸을 침대에 겨우 지탱했다. 그리고 내 밑에 있는 수진이를 보며 똑똑히 말했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선배 이 상황 조금 부끄럽거든요······.”


“어쩌라고! 부끄럽고 뭐고 할 문제가 아니잖아! 잘못하다 들키면 어떻게!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알 거 아냐?”


“북으로 잡혀가겠죠. 북에 있는 초능력자의 도시. 일명 미미르의 샘으로.”


수진이는 침착한 어조로 답했다.


“그래! 그럼 어떻게 나한테 능력을 쓰라고 부탁하는 거야. 나는 미미르의 샘으로 끌려가서 인체실험 당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더 좋아!”


······미미르의 샘, 누가 이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네이밍 센스가 구리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초중요한 시설의 이름이 내 중학교 시절 교내 도서관 이름과 같을 수 있을까······.


“선배, 그렇게 치면 저도 다른 사람한테 능력을 쓰면 잡혀갈 수도 있다구요. 선배의 능력이나 제 능력이나 별다를 바 없잖아요.”


“후~~~.”


얘는 왜 이렇게 태평한 거야.


“내 초능력은 예민한 사람이면 눈치 챌 수도 있어.”


“아~ 그래서 선배는 들킬 수도 있는데 아랑 선배한테 능력을 사용했다~. 이 말이죠?”


수진이는 몸을 일으키면서 눈을 얇게 떠 놀리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아니, 그거는! 아, 아니다. 그만할래. 너한테 놀아나는 거 같아.”


“아무튼! 선배 걱정 마세요. 제 친구는 그렇게 세심하고 예민한 얘가 아니라구요. 선배가 능력을 써도 아마 모를 거예요.”


······라고 말하면서 싱긋 웃어보였다.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능력을 써버릴 거라는 뜻이었다.


그래 침착하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안 걸리면 장땡이라고. 어차피 수진이의 말에 거역 못한다. 계약을 한 이상. 그냥 이것도 경험이다 하고 겸허히 받아들이자.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들어주시게요!”


수진이는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180도 다르게 활짝 웃으면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 환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8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8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2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3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3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8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2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2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1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1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2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 계약 19.05.11 53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