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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님의 서재입니다.

주시자(W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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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작품등록일 :
2020.12.01 20:00
최근연재일 :
2021.01.18 18:42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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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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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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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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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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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46 - 태생의 한계 [2]

DUMMY

“죽어라아! 이 벌레 새끼야아아아!!!!”


노마가 고함을 내지르며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떨어졌고 나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크윽!”


콰아아앙!!


거신의 주먹이 꽂히자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땅이 폭발했고 사방으로 잔해가 튀었다.


꼴사납게 바닥을 굴러 겨우 공격을 피한 나는 괴랄하기 그지없는 파괴력에 혀를 내둘렀다.


두부를 으깨듯 손쉽게 바닥을 부숴버린 거신의 주먹이 과자 부스러기를 털 듯 돌무더기를 털어내며 깊게 박혀있던 땅에서 꺼내졌다.


노마가 한쪽무릎을 꿇고 있는 내게 비릿한 코웃음을 쳤다.


“흥, 고작 그따위 잔재주에 내가 당할 줄 알았냐?”


대체 왜 멀쩡한 거지?


분명 정확하게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노마의 위로 떠오른 거신에 팔에 시선이 갔다.


거신의 팔에는 손등과 손목부근에 전에는 없던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저 팔로···!


노마는 그 찰나의 순간에 저 거신의 팔로 원죄의 화살을 막아낸 것이었다.


인성은 형편없는 놈이지만 실력하나는 인정해야했다.


저놈은 확실히 강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자라나려하던 절망감은 오히려 조금 사그라들었다.


노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지만 분명 적지 않은 대미지가 들어갔다.


거신의 팔을 뒤덮고 있는 저 스파크가 그 증거였다.


거기다 어째서인지 저 허공에 떠있는 거신의 팔의 크기가 처음보다 조금 작아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거신의 힘을 빙의 시켜 발현시키는 거라지만 결국 저 형상을 이루고 있는 것은 녀석의 마나.


만약, 유지하는 것 말고도 공격을 할 때나 방어를 할 때까지 녀석의 마나를 소모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저 팔의 크기가 줄어든 것이라면?


그게 맞다면, 저 거신의 팔은 녀석의 잔여 마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충분히 확인해 볼 가치가 있다.


노마가 다시 거신의 팔을 거세게 휘둘렀고 그때부터 나는 달리기만 했다.


주먹이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들면 나는 어김없이 주먹을 피해 몸을 날렸고, 주먹은 애꿎은 바닥만 부쉈다.


콰앙! 콰아앙!!


궤적안으로 녀석의 공격로와 공격 범위가 훤히 보였기 때문에 쉽지는 않아도 집중만 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내가 계속 도망만 다니자 노마가 화를 터트렸다.


“이익,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셈이냐! 좀생이처럼 도망만 다니지 말고 남자답게 싸워라!”


절대 안 되지, 괜히 맞붙었다가 호떡 될 일 있냐?


내가 주먹을 피하는 모습은 전혀 멋지지 않았다. 오히려 처절하고 꼴사나운 모습에 가까웠다.


노마의 입장에서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통쾌해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오히려 화를 냈고 심지어는 조금 조급해보이기까지 했다.


슬슬 마나 소모가 걱정이 되나 보네?


내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대략 열 번의 공격을 더 피하고 보니 거신의 팔은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 크기가 작아져 있었다.


이대로 녀석의 마나를 고갈시킬 수 있다면 좋겠는데, 과연 내가 한 대도 안 맞고 저걸 다 피할 수 있을까···?


문제는 녀석의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 내 체력이 버텨 주냐는 거였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피하고 있지만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가능한 일이지, 절대 쉽게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언젠간 체력이 떨어질 것이다.


지금만 보더라도 서서히 숨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 싸움은 술래잡기와도 같았다.


술래에게 잡히면 게임이 끝나듯, 내가 녀석에게 단 한 대라도 맞는 순간, 이 싸움은 녀석의 승리가 된다.


아니, 분명 그걸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이다. 녀석이라면 쓰러진 나를 죽을 때까지 주먹으로 내려칠 것이다.


결국, 단 한 대로 내 목숨이 결정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정신이 더더욱 번쩍 들었다.


조금만, 조금이라도 더 녀석의 힘을 빼놔야 한다.


“그만 도망치고 좀 죽어라! 이 새꺄!!”


콰앙!! 콰앙!! 콰앙!!


노마가 연달아 분노의 주먹을 내질렀고 나는 죽을힘을 다해 그 주먹질을 피했다.


말이 주먹이지, 폭탄을 피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수십 번의 주먹을 피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툭!


“억···!!”


뭔가에 발이 걸려 넘어져버린 것이다.


나는 넘어지는 순간, 내 발을 붙잡은 작은 바위 덩어리를 볼 수 있었다.


한참을 피하는 것에만 집중에서 몰랐는데 이제 보니 경기장 전체가 정상적인 부분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부서져 돌과 바위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나는 다급하게 노마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내가 넘어지자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노마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곧바로 거신의 팔이 파공음을 만들어내며 내게로 떨어졌다.


“젠장!”


피할 수도 없고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하얀 사신을 역수로 들어 나를 향해 떨어지는 주먹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 파워어택!


콰아앙!!


“크악!”


하얀 사신의 개머리판과 주먹이 맞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고 그 반발력으로 내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바닥에 세게 부딪혔지만 등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신음할 새도 없이,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일어선 나는 빠르게 내 몸을 확인했다.


저릿저릿한 손이 방금 전 충돌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지만 그것만 빼면 내 몸은 괜찮았다.


상쇄···! 파워어택으로 녀석의 공격을 상쇄 했어!


노마 역시 방금 일어난 일에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어, 어떻게 이런···.”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다.


나는 곧바로 총을 들어 노마를 조준했다.


- 원죄의 화살!


순식간에 총구에서 푸른 섬광이 쏘아졌다.


“이익!”


콰아아앙!!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푸른 섬광을 본 노마가 거신의 팔로 다시 한 번 원죄의 화살을 막아냈다.


노마가 거신의 팔을 이용해 신경질적으로 먼지구름을 걷어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을린 것 말고는 별다른 외상이 없어보였지만 거신의 팔은 달랐다.


손등, 손목에만 있었던 스파크가 어느 새, 팔 전체로 전이되어 있었고 크기도 처음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


최대 마나의 10%밖에 들어가지 않아서 위력은 처음만 못했지만 분명 피해가 있었다.


노마가 광기어린 눈으로 날 쳐다봤다.


“가, 감히···. 감히 너 따위가···!”


노마의 감정이 내게로 흘러들었다.


분노, 미움, 수치심.


격한 감정에 휩싸인 채 노마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으아아!! 개자식! 찢어 죽여주마!!”


노마가 대뜸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눈이 뒤집힌 채 내게 달려들었다.


노마의 속도는 전보다 빨라졌고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처절하게 바닥을 굴러서야 겨우 녀석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냉철했다.


노마가 공격을 실패하고 거신의 주먹이 땅에 박히자, 한 바퀴를 구른 나는 저절로 노마의 옆을 점하게 되었다.


이때다 싶었던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하얀 사신을 휘둘렀다.


- 파워어택!!


콰아앙!!


“꾸억···!!”


파워어택의 힘이 실린 개머리판이 정확하게 노마의 복부에 꽂혔고 폭발음과 함께 입에서 노마가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나는 곧바로 총을 다시 견착하고 원죄의 화살을 사용했다.


- 원죄의 화살!


쿠아아아!!


남아있던 마나를 마지막 한줌까지 모두 끌어온 마지막 공격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노마에게로 쏟아졌다.


콰과과광!!


거센 폭방과 함께 다시 한 번 마나의 폭풍이 그 자리를 휩쓸고, 뇌기(牢氣)를 머금은 뭉게구름이 한참동안 그 자리를 채웠다.


그 순간.


구름을 뚫고 노마가 그곳에서 뛰쳐나왔다.


입가에 피가 흐르는 그의 얼굴은 완벽하게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녀석이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 벌레새끼가 귀찮게 깔짝깔짝!! 뒈져 이 새끼야!!”


하아, 괴물 같은 새끼······.


그 모습을 본 나는 기가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내 수준으로는 이정도 스펙의 차이는 뛰어넘을 수 없는 건가?


내 모든 걸 쏟아 부었지만 녀석을 쓰러트릴 순 없었다.


나는 결국 체념하고는 우렁차게 외쳤다.


“기권!!”


이미 마나며 체력이며, 모든 것이 바닥이었다. 지금상태로는 녀석을 상대하기는커녕 도망칠 수도 없었다.


녀석의 힘을 조금만 더 뺐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내가 기권을 선언했는데도 노마 녀석이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죽어어어!!!”


미, 미친···!


저 놈은 나를 진짜 죽일 심산인 듯 했다.


“으아아아!!”


내가 당황해하는 사이, 녀석은 내 지척까지 다다랐고 그렇게 꼼짝없이 거신의 주먹에 맞게 된 그 순간.


틱-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옆으로 전투복 차림의 심판이 나타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노마의 공격을 막아버렸다.


그것도 아주 가볍게.


거세게 휘둘러진 주먹과 맞닿았다고 하기에는 그 충돌 음이 어이가 없을 만큼 너무 가벼웠다.


이윽고 낮은 심판의 음성이 들려왔다.


“경기 종료됐습니다. 물러나세요.”


어···!?


그 목소리에 나는 흠칫했다.


분명 내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비켜, 새꺄! 너도 죽여 버리기 전에!”


노마가 앞뒤분간 못하고 심판에게 욕을 하며 으르렁거렸다.


심판이 짧게 한숨을 쉬더니 노마를 노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기권한 상대에게 무력을 행사하면 그대로 실격처리 됩니다.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물러나세요.”


실격이라는 말에 노마가 이를 빠득 갈았다.


“크윽···!”


그러더니 주먹을 거두고는 애꿎은 땅을 후려치며 나를 가리켰다.


“젠장!! 너, 운 좋은 줄 알아! 지금은 살려두겠지만 밖에서 만나면 진짜 죽여 버리겠어!”


“흥, 두고 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 무섭네.”


협박을 했는데도 겁은커녕 오히려 비아냥대는 나를 노마가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이···이익!! 으아아!!”


콰앙!!


노마가 분통을 터트리며 몸을 돌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소를 흘렸다.


비록 기권했지만 이 싸움은 내가 이긴 듯 했다.


결국 빡이 친 것은 저 녀석이니까.


그렇게 내가 정신승리를 하는 사이, 심판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복면을 쓰고 있는 사내.


분명 시작할 때 올라왔던 심판이 아니었다.


“대결에서 진 주제에 뭘 그렇게 실실 웃고 있지?”


뭐?


황당한 말을 내뱉은 심판이 복면을 벗었다.


그러자 내가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워, 월터!?”


나를 구해준 심판은 다름 아닌 경비대의 제 1경비대장 월터 린드버그였다.


“네, 네가 여길 어떻게 왔어?”


이 시점에서의 월터의 등장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월터는 놀란 내가 민망할 정도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를 데려다주고 복귀했는데 네가 걱정이 되신다고 수호대장님께서 나를 보내셨다.”


그건, 그렇다 치자.


“아니, 근데 네가 왜 심판복을 입고 있는 건데?”


“나도 심판 면허를 가지고 있다.”


너무나 간단명료한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말문이 막힌 내 표정에 월터가 무료한 시선으로 나를 훑었다.


“흐음, 그래도 나름 기대하고 왔는데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다니, 실망이군.”


정말이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신경을 긁었다.


“이, 이번만 그런 거야! 이전 경기들을 내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이겼···!”


내가 뭐라 항변을 다 하기도 전에 월터가 손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됐고. 경기 끝났으니 얼른 아래로 꺼져라.”


어쩜 하는 말마다 이리도 재수가 없을 수 있을까?


뭔가, 노마를 빡치게 만들어서 내가 이긴 것 같았는데 월터에게는 진 기분이 들었다.


나는 등을 돌리고 태연하게 서있는 월터를 째려봐주고는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비무대에서 내려왔다.


내려오자 숀과 알렉사의 얼굴이 보였다.


알렉사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착잡한 마음에 머리를 긁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조금 더 녀석의 힘을 뺐어야 했는데.”


내 말에 웬일로 알렉사가 미소를 지으며 답해주었다.


“괜찮아, 정말 잘했어. 이정도만 해줘도 고마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알렉사의 몸 상태는 전혀 괜찮지 않아보였다.


노마 녀석은 이미 충분히 힘이 빠진 상태였기에 수월하게 상대 한다고 쳐도,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알렉사의 다음 상대는 루크 오코넬.


혜안으로 확인해본 바로는 등급이 태생 5성인 검사였다.


알렉사의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무조건 알렉사가 이길 상대였겠지만 말 그대로 그건 알렉사의 컨디션이 좋을 때의 얘기다.


태생 5성인만큼 기본적인 신체 스펙과 수호성의 능력도 뛰어날 테고, 황야의 들개라는 네임 밸류가 있는 만큼 전투 경험도 풍부할 것이다.


노마와 싸운 직후, 최악의 컨디션으로 최적의 상태인 루크와 싸우는 것은 누가 봐도 불리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암담한 상황에 내가 걱정을 하는 사이, 숀이 내 팔을 잡았다.


“형.”


나는 고개를 들어 숀을 보았다.


그런데 표정이 어딘가 조금 비장해보였다.


왜 이렇게 결연한 눈으로 바라보나 했는데, 곧이어 들려온 숀의 말은 나와 알렉사를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제가 나갈게요.”


“뭐?”


지금 이게 무슨 말이지?


“네가 저기 올라가겠다고?”


숀이 확고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버럭 화를 냈다.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 너 이게 무슨 애들 장난인줄 알아?”


내 다그침에도 숀은 눈빛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러는 형도 그 말 듣고서는 나갔잖아요.”


“인마! 난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그랬지! 이거 목숨 걸고 하는 싸움이야! 몰라?”


“우리가 언제 목숨 안 걸고 싸운 적 있어요?”


그 말에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비무대 위에서 이를 갈며 우리를 노려보는 노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아, 쟤는 우리가 상대하던 칼립이나 토블론이랑은 달라. 아예 궤가 다르다고!”


“저도 위험하다는 거 충분히 알고 있어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 놈 입에서 그딴 소리가 나와?”


아무리 겁이 없어도 그렇지, 이렇게나 철없는 소리를······.


“형은 알렉사 누님이 지금 몸 상태로 저 둘을 다 상대할 수 있다고 보세요?”


그의 말에 나는 잠깐 멈칫했다.


“그렇다고 네가 저놈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내 냉정한 말에도 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알아요, 제가 무슨 발악을 해도 이길 수 없다는 거. 그래도 조금이지만 힘을 더 뺄 수는 있잖아요. 그럼 알렉사 누님은 좀 더 쉴 수 있고, 힘이 빠진 녀석을 쉽게 상대할 수 있어요. 그거면 해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아요?”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숀을 사지로 내몰 수는 없었다.


노마 저 자식은 절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다. 저 사이코패스 새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숀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내가 고개를 젓자 숀이 급하게 내 어깨를 잡았다.


“약속할게요. 위험할 것 같으면 반드시 기권할게요. 그러니 올라가게 해주세요.”


숀의 간청에 나는 크게 갈등했다.


보다 못한 알렉사가 나를 잡고 있던 숀의 손을 떼어내고는 그 손을 두 손으로 감싸주었다.


그러면서 편안한 목소리로 숀을 다독였다.


“네 마음은 잘 알았어. 그런데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 없어. 나 믿어. 이 누님이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알렉사가 처음으로 자신을 누님이라고 칭했다.


그때, 비무대 위에 있던 월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치독스 조사단, 어서 다음 선수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월터의 말에 알렉사가 비무대 위로 올라가려 하자 내가 그녀를 막았다.


그리고 끝까지 고심의 고심을 거듭하던 나는 결심을 하고는 격하게 숀의 멱살을 잡았다.


내 돌발 행동에 깜짝 놀란 숀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나의 시선과 마주쳤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자, 한자 힘주어 말을 꺼냈다.


“명심해. 무슨 일이 있어도 공격하지 마. 반격도 하지 마. 무조건 피하는 데만 집중해. 알았어?”


내 말에 숀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 어느 때보다 당차게 대답했다.


“넵!!”


“와치독스 조사단, 지금 즉시 다음 선수 올려 보내지 않으면 실격처리 됩니다.”


나는 숀의 등을 강하게 두드려주었다.


“가!”


숀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기합을 넣어 외쳤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몸을 돌린 숀이 굳건한 얼굴로 비무대에 올랐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바라보는 숀의 눈에서 강한 의지가 보였다.


너무나 절실히 올라가고 싶어 했다.


그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했다.


그래서 결국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숀이 원해서 보내긴 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는 쉽지 않았다.


“제발 다치지만 마라······.”


나는 비무대에 오르는 숀의 뒷모습을 걱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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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 - 태생의 한계 [1] 21.01.17 45 0 16쪽
44 044 - 결투대회 [5] 21.01.16 24 0 15쪽
43 043 - 결투대회 [4] 21.01.15 25 0 13쪽
42 042 - 결투대회 [3] 21.01.14 40 1 13쪽
41 041 - 결투대회 [2] 21.01.13 69 0 14쪽
40 040 - 결투대회 [1] 21.01.12 41 0 13쪽
39 039 - 괴 물 [3] +1 21.01.11 60 0 17쪽
38 038 - 괴 물 [2] 21.01.10 32 1 15쪽
37 037 - 괴 물 [1] 21.01.09 47 1 15쪽
36 036 - 신 안 (神 眼) [1] 21.01.07 53 1 12쪽
35 035 - 그녀의 속사정 [2] 21.01.06 36 1 15쪽
34 034 - 그녀의 속사정 [1] 21.01.05 60 1 20쪽
33 033 - 아스트롤라베 [6] 21.01.04 57 2 12쪽
32 032 - 아스트롤라베 [5] 21.01.03 49 1 16쪽
31 031 - 아스트롤라베 [4] 21.01.02 46 2 18쪽
30 030 - 아스트롤라베 [3] 21.01.01 43 1 15쪽
29 029 - 아스트롤라베 [2] 20.12.31 62 1 13쪽
28 028 - 아스트롤라베 [1] 20.12.30 111 1 12쪽
27 027 - 결성, 와치독스! [2] 20.12.29 57 1 15쪽
26 026 - 결성, 와치독스! [1] 20.12.28 52 1 17쪽
25 025 - 최악의 둔재(鈍才) [3] 20.12.27 62 1 19쪽
24 024 - 최악의 둔재(鈍才) [2] 20.12.26 52 1 20쪽
23 023 - 최악의 둔재(鈍才) [1] 20.12.25 64 1 20쪽
22 022 - 토 벌 [3] 20.12.24 90 1 13쪽
21 021 - 토 벌 [2] 20.12.23 58 1 12쪽
20 020 - 토벌 [1] 20.12.22 83 1 14쪽
19 019 - 주시자 [2] 20.12.21 62 1 18쪽
18 018 - 주시자 [2] 20.12.20 71 1 14쪽
17 017 - 주시자 [1] 20.12.19 6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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