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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님의 서재입니다.

주시자(Wat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랭폴
작품등록일 :
2020.12.01 20:00
최근연재일 :
2021.01.18 18:42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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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8
추천수 :
60
글자수 :
308,281

작성
20.12.2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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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019 - 주시자 [2]

DUMMY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내가 주시자라면 죽을 수도 있는데 주시자가 아니라면 죽일 거라고?


이건 무슨 궤변이야?


뭐가 됐든 날 죽이겠다는 말 아냐?


“그러니 뭐가 됐든 말을 해보게. 자네가 진실만을 얘기한다면 열린 마음으로 무슨 말이든 다 들어주겠네.”


어차피 죽일 거라며?


대체 나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무슨 대답을 어떤 식으로 해야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짧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테이블을 내려다보며 말을 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다니?”


에드워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제가 여기 온 첫날, 제가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다고 했던 말···. 기억 하십니까?”


“기억하지.”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자의로 넘어온 것이 아니라는 건 저번에 말씀드려서 이미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제 의지가 아닌 타의라면, 누가 저를 이곳에 던져 넣었을까요?”


“사람 하나를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차원이동을 시킬 정도의 존재라······.”


내 물음에 에드워드가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절 이곳에 보낸 존재는 다름 아닌 이 세계의 주신 하몬입니다.”


지금 이걸 말하는 게 내게는 독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으로선 이것 말고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내 말을 들은 에드워드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그거 지금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는 거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잘못될 경우 신성모독으로 처형당할 수 도 있다.


“지금 당장 그걸 증명할 방법은 없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진실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던 에드워드가 벽에 걸린 큰 거울을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좋아, 좋다고. 주신께서 자네를 이곳에 보내주셨다 치세. 하지만 왜? 무엇 때문에 자네를 이곳에 보내신 거지? 이렇다 할 힘도 없는 자네가 뭐가 특별해서?”


다행히 에드워드는 정말 하몬이 나를 보냈다고 가정을 하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이유는······.”


나는 잠깐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다.


이제는 진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때인 듯 했다.


“제가 이 세계의 끝을 봤기 때문입니다.”


내 말에 에드워드의 눈이 살짝 커졌다.


“끝을 봤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가 있던 곳에서는 게임을 통해서 이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어요.”


“···게임?”


에드워드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당시 사람들은 그저 유희거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하몬이 이 세계에 보낼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 같아도 황당할 것 같다.


자신의 세계를 본 뜬 게임이라니.


누군가에게는 처절한 삶이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즐길 유희거리라니.


심지어 그걸 만든 존재가 자신의 세계의 주신이라니······.


도저히 그대로 받아드리기는 힘든 얘기다.


“그래서 끝을 봤다는 얘기는 뭔가?”


에드워드는 부쩍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물었다.


“그 안에서 제 조사단이 게이트를 연 원흉을 죽였습니다.”


“뭐!?”


에드워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게이트를 연 존재를 찾았어? 심지어 그걸 죽였다고? 그럼 자네는 그가 누구인지 아는 건가!?”


누가 봐도 몹시 흥분한 모습이었다.


누구라도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자신의 세계를 이렇게 멸망직전까지 몰아넣은 존재. 지금껏 이 세계의 누구도 보지 못했던 존재를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인간이 봤다는데, 심지어 죽였다는데 누구라도 흥분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름도 정체도 모릅니다. 다만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도 알죠.”


“어딘가 거기가! 어떻게 해야 그 찢어죽일 놈에게 갈 수 있는가?”


에드워드는 당장이라도 녀석을 잡으러 갈 기세였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갈 수도 없고 간다고 해도 녀석을 절대 이길 수 없어요. 스텔란···. 아니, 전 인류가 달려들어도 지금은 그녀석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가 없죠.”


내 말을 들은 에드워드는 어차구니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대범람이 일어나고 70년이네. 자그마치 70년! 그 동안 별의 가호를 받은 인류는 점점 더 강해졌어. 그런데도 그녀석의 털끝하나도 건드릴 수가 없다고?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그건 나도 궁금해 하는 점이다.


70년이나 됐는데 어째서인지 이 세계의 사람들은 초월을 하는 방법도 모르고 각성을 하는 방법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스타 더스트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물론, 세계관 설정집을 보면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며 초월 및 각성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그건 거의 전설처럼 내려올 만큼 희귀한 경우였다.


이들이 성장을 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등장을 하고 나서부터다.


그렇다면 하몬은 왜 아직까지 이들에게 더 큰 힘을 주지 않은 것일까?


에드워드는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 질문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왜 신께서는 우리에게 맡기지 않으시고 다른 세계의 사람을 데려오신 거지? 결국 자네도 아무런 힘이 없는, 그저 게임을 즐긴 사람일 뿐이지 않나. 그냥 우리에게 더 큰 힘을 주면 된 텐데?”


백퍼센트 동의하는 말이다.


“그건 저도 궁금합니다. 제가 왜 이곳까지 끌려와야했는지. 이곳에 훨씬 더 강한 인간들이 많은데 왜 굳이 남의 손까지 빌려야했던 것인지. 지금 제 앞에 하몬이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네. 왜 하필 자네의 세계지? 자네 세계를 뭐라고 부르나?”


에드워드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지구라고 부릅니다.”


“그래, 지구. 신께서는 왜 지구의 인간을 택한 건가? 대체 뭐가 특별해서?”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도 아직은 모릅니다. 단지, 지금 생각하기로는 지구에서만 선발을 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딱히 저도 지구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저 각자의 세계의 맞는 방식으로 여러 세계에서 선발을 하던 도중 제가 가장 먼저 이 세계에 끝을 보아서는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답은 거의 다했다.


내 대답을 들은 에드워드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허탈해보였다.


잠시 손으로 테이블을 짚은 채 한 숨을 쉬던 에드워드가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머리를 뒤로 쓸어 올렸다.


“후우. 일단 알겠네. 조금 이따 올 테니 잠시 쉬고 있게.”


에드워드는 그 말을 남기고 취조실을 나갔고 나는 갑자기 풀리는 긴장감에 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도감을 열었다.


아직 에드워드에게서 내 생사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했다.


주시자가 아니라면 나는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주시자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으니 반대로 살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에드워드가 나를 그 예언 속 주시자로 생각하기를 바라며 그에게 하몬의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일단 시간을 벌었으니 어떻게든 다음 수를 생각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했다.


그게 내가 도감을 연 이유였다.


나는 도감에서 에드워드 웰스와 월터 린드버그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검색··· 월터 린드버그.”


월터의 이름을 검색하자 그의 대한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 월터 린드버그 ]

등급 : ☆☆☆☆☆

수호성 : 아스트리아

별자리 : 천칭자리

클래스 : 폴터가이스터(Poltergeister)


클래스가 폴터가이스터였구나?


도감에는 월터가 상대방의 말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과 염력으로 사물을 움직일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렇다면 에드워드와 월터도 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을 테고 지금 쯤 혼란에 빠져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아 짧은 한 숨을 내뱉고는 세부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보다보니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었다.


월터가 전직 수도방위사령부 작전 참모장이었다는 것이다.


어쩐지, 태생 5성인 그가 일개 경비대장이나 하고 있다는 게 좀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좌천된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상하다, 능력은 꽤 있어보였는데 무슨 잘못을 해서 이런 한직으로 내몰렸을까?


나는 얼른 에드워드의 정보를 확인 했다.


“에드워드 웰스 백작···. 현직 스텔란 수도방위사령부 수도방위대장······. 전직 수도방위사령부 ···총사령관!?”


에드워드 웰스가 총사령관이었어!?


스텔란에서 수도방위사령부의 총사령관이라면 모든 병사를 총괄 지휘하는 군인의 최고봉이었다.


그러고 보니 에드워드 웰스의 별명은 군신(軍神).


전쟁터에서 만큼은 조사관 랭킹 3위인 전신(戰神) 발터 로드리게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그런데 그런 그가 왜 수도방위사령부 산하의 일개 부대의 대장이 되었을까?


“에드워드와 월터······. 총사령관과 작전 참모장이 그 자리를 놔두고 내려왔다? 그것도 동시에?”


많이 이상했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세부정보를 읽어 정보를 수집했고 어렴풋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방법이.


그때, 에드워드가 다시 취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취조실로 들어온 에드워드는 다시금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는 한참을 침묵을 지키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믿기 힘든 이야기더군. 그런데 놀랍게도 전부 사실이었어. 나는 자네가 확실하게 이계에서 넘어온 존재라고 믿네.”


이렇게 쉽게 믿어줄 줄이야.


사실, 월터의 능력으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했다고 하지만 믿고 안 믿고는 별개의 문제다. 누가 들어도 내 이야기 자체가 워낙 황당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에드워드 본인이 믿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 후의 말이 더 놀라웠다.


“더불어 자네가 마야 체드윅의 예언에 나오는 그 주시자라는 사실도 믿겠네.”


믿으라고 한 이야기였지만 막상 정말로 믿어주니 꽤나 놀라웠다.


“다른 부분들은 전혀 맞지 않지만 신께서 보내고 모든 수호성의 불을 밝혔는데 못 믿는 것이 더 이상하지. 하지만 나는 그래서 더 걱정이네.”


“무엇이 말입니까?”


“자네는 스텔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고 있나?”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카발 제국의 전신인 카발로스 제국이 게이트로 인해 멸망하고 변방으로 피난을 왔던 사람들이 카발로스의 귀족들을 중심으로 뭉쳐 만들어진 것이 스텔란이다.


“그럼 카발제국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고 있나?”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역시 알고 있는 부분이다.


카발로스의 황제가 죽고 수도인 카발이 파괴되어 멸망한 뒤 다시 사람들이 카발에 모여 만든 곳이 카발 제국이다.


나는 내가 아는 대로 간략하게 설명을 했고 이야기를 듣던 에드워드가 고개를 저었다.


“딱 반만 알고 있군.”


반만 알다니?


“카발 제국이 그렇게 생겨난 것은 맞네. 하지만 카발 제국이 처음부터 그 이름을 쓴 것은 아니라네. 황제가 죽고 폐허가 된 도시에 다시 사람이 모여들고 그렇게 도시가 만들어졌네. 그때만 해도 그냥 수도에서 이름을 따서 카발이라는 이름을 썼지. 그런데 한참이 지난 후, 그 도시의 몇몇 수뇌부가 황제의 먼 친척뻘 되는 사내아이 하나를 찾았다며 카발로스의 적통을 잇겠다고 나서는 일이 발생했네.”


이것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였다.


설정집에는 나와 있겠지만 내 기억에는 없었다.


“카발은 그 소년을 내세워 다시 카발로스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제국을 선포했고 그렇게 카발 제국이 되었지.”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그런데 에드워드는 왜 굳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네.”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게 제국을 선포한 카발은 곧바로 카발로스의 백성이었던 스텔란에게 충성을 강요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스텔란 내부를 뒤흔들기 충분했지.”


“아아······.”


이제야 에드워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감이 왔다.


그것은 내가 유추한 에드워드와 월터가 이 곳에 있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했다.


“카발 제국의 압박으로 스텔란 내부에 파가 갈린 거군요. 다시 카발로스로 돌아가자고 하는 친 카발파와 그럴 수는 없다고 하는 반 카발파. 그리고······.”


나는 에드워드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도파.”


내 말에 에드워드가 옅은 미소를 흘렸다.


“머리는 꽤 있는 친구구만.”


나는 그 뒤로 에드워드의 말을 예상해서 이어나갔다.


“친 카발파는 황실의 후계가 나타났으니 다시 카발로스에 충성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고 반대파는 그 아이가 황실의 자손인지 어떻게 아냐며 믿을 수 없다고 반대를 했을 겁니다. 물론, 자신들이 어렵게 쌓아온 권력이 빼앗길까봐 걱정도 되었겠죠.”


“정확하네.”


“그 와중에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대장님께 양쪽에서 계속 압력이 들어왔겠지요? 자신들의 세력에 동참하라고.”


에드워드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해보게.”


“당연히 대장님께서는 그 손길들을 모두 거절 하셨을 테죠. 대장님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안전이지 이 사람들이 스텔란 사람인지 카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친 카발파, 반 카발파 할 것 없이 대장님이 요직에 앉아 있는 것을 많이 불편해 했을 겁니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안하거든요. 언제 상대편에 붙을지 모르니까. 그래서 대장님을 향해서 공격을 시작했을 테고 결국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이곳까지 밀려나신 거죠.”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결국 에드워드와 월터가 이곳까지 내려오게 된 것은 결국 알력다툼의 결과였던 것이다.


내 이야기를 전부 들은 에드워드가 박수를 쳤다.


“대단하구만, 거기까지 생각을 하다니. 그래도 사람 면전에서 그렇게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할 줄이야. 너무 뼈아픈데?”


하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진짜 얘기는 지금부터니까.


“그럼 내가 왜 자네를 죽여야한다고 했는지도 알겠나?”


“네, 대충 짐작하고 있습니다.”


“왜일 것 같나?”


“대장님은 그렇게 자리에서 밀려나셨어도 그 자리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됐는데도 스텔란의 안전만 생각하고 계시죠.”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그의 말에 속으론 잔득 긴장을 한 주제에 괜히 너스레를 떨었다.


“저도 눈칫밥 먹고 살아온 인생이라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는 편입니다.”


내 말에 에드워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저를 처음 봤을 때, 카발 제국의 첩자인지 의심을 하셨던 것도 반 카발파여서가 아니라 더 이상의 분란 없이 지금의 균형을 유지하고 싶어서 그렇게 반응을 보이셨던 거겠죠.”


내 말이 맞는지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나타나면서 문제가 생겨버린 겁니다.”


여기서부터가 핵심이었다.


“오라클 마야 체드윅이 예언한 전설 속 주시자가 나타나면 지금까지 서로 으르렁 거리기만 했던 두 세력은 그 주시자를 포섭해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하려고 하겠죠.”


나는 의자에 기대어 있던 몸을 앞으로 빼 에드워드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나타난 주시자가 예언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약하다는 겁니다. 두 세력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죠. 자신들의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으니까요. 어느 쪽이든 주시자를 손에 넣기만 한다면 그 이름을 내세워 패악을 부릴 테고 그렇게 되면 대장님께서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균형은 깨지고 최악의 경우 스텔란에 피바람이 불게 되겠죠.”


여기까지가 내가 유추한 결론이다.


“훌륭하네. 그게 바로 자네가 주시자이건 아니건 내가 자네를 죽여야 하는 이유일세.”


에드워드는 왠지 모르게 우울함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죄 없는 누군가를 살해할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지켜야한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정의감 넘치는 기사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사람들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나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오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겐 자네가 진짜 주시자이건 아니건 아무런 상관이 없네. 그저 그 이름을 가질만한 허수아비가 필요할 뿐. 때문에 자네가 주시자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청년 하나로 인해 도시에 피바람이 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자넬 죽여야 하네. 나 역시도 이게 아주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어. 분명 나중에 후회를 하겠지.”


에드워드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네가 주시자여도 문제라네. 만약 자네를 죽였는데 자네가 정말 주시자라면······. 이 고통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자라면······. 나는 내 손으로 그 구원자를 죽인 셈이 되겠지.”


이렇게 어두운 에드워드의 얼굴을 처음 봤다.


이렇게까지 갈등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에드워드는 누가 보기에도 본인이 하는 말에 자신이 없어보였다.


지금이다.


바로 지금이 내가 승부수를 던져야할 때였다.


“저를 도와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뭐?”


“제가 주시자가 되겠습니다.”


나는 확신에 찬 눈으로 놀란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강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에드워드 웰스, 당신이 저를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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