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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님의 서재입니다.

주시자(W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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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작품등록일 :
2020.12.01 20:00
최근연재일 :
2021.01.18 18:42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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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수 :
308,281

작성
20.12.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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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1 - 토 벌 [2]

DUMMY

화살, 총알, 마법이 난무하는 전장.


아니, 학살의 현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80명에 달하는 원거리 딜러들이 쏘아대는 집중포화는 순식간에 괴수들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압도적인 숫자 때문인지 금세 죽은 괴수의 자리를 새로운 괴수가 채우며 토벌대와 괴수들의 사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기다려!!”


토벌대장의 외침에 보병들과 근접계열 조사관들이 무기를 움켜지고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기다려어어!!”


괴수들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이제 괴수들과의 거리가 30m쯤 남았을 즈음.


토벌대장의 포효와도 같은 외침이 전장을 울렸다.


“전군!! 공겨어어억!!!”


와아아아아아아!!


토벌대장의 신호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일제히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때부터는 난전의 시작이었다.


진형과 진형은 섞일 대로 섞였고 괴수와의 전투가 아니었다면 피아구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마법사는 방어마법 위주로! 궁수와 사수는 아군을 피해 최대한 멀리 사격 하라! 위급 시에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군을 엄호하라!”


하지만 토벌대장은 잔뼈가 굵은 사람인지 능숙하게 전장을 지휘해나갔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곧바로 힘과 마력에 각각 두 개씩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사용했다.


물론 괴수와 근접전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기초근력을 위한 힘과 파워어택을 사용하고 마나고갈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 마력에 투자를 한 것이었다.


스텟을 올린 나는 내게 달려들 가능성이 있는 가장 가까운 괴수를 향해 총을 쐈다.


아군과 괴수가 뒤섞여있기 때문에 원래 이런 상황에서는 지근거리 사격이 매우 위험했지만 내게는 신의 눈이 있었다.


신의 눈은 아군의 움직임까지 계산해 쏴야할 궤적을 알려주었고 그대로만 쏜다면 단 한 발로 괴수를 죽일 수 있었다.


타앙!


척- 철컥!


타앙!


척- 철컥!


그렇게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녀석부터 하나 둘 괴수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타앙!


“가, 감사합니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쏜 총으로 인해 목숨을 구한 사람까지 생겼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이지만 착실하게 경험치를 쌓아갔다.






괴수와의 전투에는 조사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사관들보다 더 많은 수의 용병들이 대여섯 명씩 팀으로 합을 맞춰 괴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다만 조사관 길드 소속 용병들은 조사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조사관들보다 더 처절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거기 뭐야! 뚫리면 안 돼! 지금 뚫리면 우리 다 죽어!”


용병 무리 안에서 대장 격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아슬아슬하게 깨지려고 하는 진형을 보며 소리쳤다.


그의 다급한 외침에 용병하나가 그가 가리킨 곳으로 달려가 아등바등 괴수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소년을 구했다.


“야, 숀!! 너 이 새끼 똑바로 안 해!?”


소년을 구한 남자가 소년에게 윽박을 질렀다.


아무래도 소년의 이름이 숀인 듯했다.


옆에 있던 다른 용병들도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너 때문에 다 뒤지게 생겼잖아!”


“어휴, 저딴 새끼를 왜 데리고 와서는!”


용병들의 힐난에 숀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큰 고함이었다.


“지금이 사과할 때야!? 빨리 괴수 안 막냐!!”


용병의 위협에 잔뜩 기가 죽은 숀은 다시 괴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힘이 빠진 건지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이 약한 것인지 그가 찌르는 창은 토블론의 가죽을 뚫지 못했고 역으로 성난 토블론이 뿔로 그의 몸을 들이 받아버렸다.


“크아악!”


토블론에 들이받힌 숀이 공중에 떴다가 바닥으로 세게 떨어졌다.


“아, 안 돼!!”


한쪽이 뚫리자 진형은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고 숀이 속해있던 용병무리 전체가 위험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동료들이 위험에 처한 만큼 숀 역시 쓰러진 상태로 괴수들에게 둘러싸이게 되었다.


토블론은 뜨거운 콧김을 내뿜고는 숀을 향해 육중한 몸을 일으키며 거대한 앞발굽을 들어올렸다.


‘나, 여, 여기서 죽는 거야? 이렇게?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다고 생각한 그 찰나의 순간.


타앙!


단 한발의 총성이 들리더니 태산같이 커보이던 토블론의 몸이 힘을 잃고 굉음을 내며 옆으로 쓰러졌다.


쿠우웅!


숀은 자신의 앞에서 눈이 꿰뚫려 죽어버린 토블론을 보며 가쁜 숨을 헐떡였다.


“하아, 하아, 하아.”


‘대체 누가?’


자신은 상처하나 내지 못했던 토블론이 총알 한방에 죽었다.


숀은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후드 티와 항공점퍼 차림에, 이곳에는 흔하지 않은 흑발을 가진 사내가 낡아 보이는 나무총을 들고 자신이 있는 곳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타앙!


척- 철컥!


타앙!


척- 철컥!


무표정한 얼굴로 침착하게 사격과 장전을 반복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누가 보면 마구잡이로 쏜다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내가 총을 쏠 때마다 한 발에 한 놈씩, 괴수들의 몸이 땅으로 쓰러지고 있었고 몰살당할 위기에 쳐해 있었던 전장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숀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숀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숀이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조사관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 순간만큼은 저 남자가 최고의 조사관이라고 불리는 아서 레온하르트보다 멋있었다.


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가 들을 수 있게 힘껏 외쳤다.


“가, 감사합니다!!”







두 시간 가까이를 치열하게 싸운 결과 승리는 토벌대에게 돌아갔다.


게이트 주변 괴수들을 모조리 처치하고 나니 인부들이 전초기지를 짓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고 한바탕 전투를 치른 전투 인원들은 흙바닥에 앉아 보급용 전투식량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아무렇게나 뒤섞여 앉아 전투식량의 포장을 뜯었다.


보급으로 나온 전투식량은 C-레이션(C-ration)이었다.


알렉사에게 얻어먹었던 맛있는 전투식량이다.


포장을 뜯던 나는 분말형태의 감자스프를 발견하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혹시 뜨거운 물을 나눠주나 싶어서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조사관들은 각자가 가져온 캠핑용품을 꺼내 물을 끓이고 있었다.


물은 주지만 끓이는 건 각자가 해야 하나 보다.


하지만 나도 아무런 준비 없이 온 것은 아니다.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있던 뜨거운 물이 담긴 반합을 꺼냈다.


혹시나 이런 일이 생길까봐 만약을 대비해서 챙겨왔는데 역시나 쓸모가 있다.


인벤토리는 여러모로 편리했다.


아공간에 넣는 거라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일단 물건을 넣기만 하면 넣을 당시의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때문에 물은 방금 끓인 것처럼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고 있었다.


나는 뜨거운 물에 감자스프를 풀어 수저로 휘저었다.


스프는 금방 완성이 되었고 맛도 짭짤하니 나쁘지 않았다.


나는 마른 빵을 찢어 스프를 살짝 찍고는 호호 불어 입으로 가져갔다.


“스으- 허어~”


뜨거운 입김을 뿜으며 빵을 하나 입에 문 나는 전에 확인 하지 못한 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 창을 열었다.



[ 상 태 창 ]

이름 : 송 정안

등급 : ☆☆☆

레벨 : 8

수호성 : 유니버스(Universe)

별자리 : 유니버스(Universe)

클래스 : 거너(Gunner)

힘:2 민첩:0 체력:0 지능:0 마력:2

보너스 스텟 : 4



어느새 레벨이 8로 올라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레벨이 아닌 수호성과 별자리 항목에 쓰여진 '유니버스'라는 글자였다.


수호성 검사 때는 너무 경황이 없었고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까 상태 창을 열 때보니 수호성과 별자리 란에 ‘유니버스’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확실히 수호성 검사를 받을 때 시스템 창으로 보았던 것과 같은 단어였다.


유니버스?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나?


나는 곰곰이 생각을 했다.


많은 뜻이 있지만 대표적인 뜻이라면 역시 하나다.


‘우주’


모든 천체를 포함하는 공간.


그런 뜻을 품은 단어가 내 수호성과 별자리 란에 적혀 있다는 것은 단 한 가지를 의미한다.


“마, 맙소사······. 그럼 전 우주가 내 수호성이고 내 별자리라는 뜻이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특성 창을 열었다.


“으악! 미, 미친!?”


특성 창을 보는 순간 육성으로 욕이 터져 나왔고 나는 황급히 입을 막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고개를 돌리니 내 근처에서 식사를 하던 조사관들의 이목이 내게 쏠려 있었다.


밥 먹다 말고 욕을 하니 이상할 만도 했다.


나는 눈이 마주친 조사관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는 다시 특성 창을 살펴보았다.


처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수호성 카테고리였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빼곡하게 나열되어있는 특성들. 아직 열지 않아 회색빛을 띠고 있는 특성들이었지만 그 수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나는 스크롤을 계속 내렸지만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어나더 월드에서 봤던 수호성의 수만 해도 5천은 넘을 텐데 각 수호성이 부여하는 특성이 많게는 10개까지 되니 그 숫자가 적을 리가 없었다.


나는 미소가 피어나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수호성이 부여하는 특성에는 모두 등급이 있다.


F급부터 SSS급까지.


그런데 수호성은 한 번 선택을 하면 바꿀 수 없다.


때문에 어나더 월드의 유저들은 좋은 특성을 얻기 위해 최대한 좋은 수호성과 계약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모든 수호성을 다 가졌으니까.


그저 내 입맛대로 원하는 특성을 골라 배우면 된다.


물론 그만큼 많은 스타 더스트가 필요하다는 말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스타 더스트만 충분하다면 어떤 특성이든 배울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어나더 월드를 오래한 나로서는 이게 얼마나 사기 적인지 뼛속 깊게 체감이 됐다.


너무 가지고 싶은 특성이 있어도 수호성이 달라 가질 수 없을 때의 그 아쉬움······.


엄청난 능력을 가진 수호성을 찾았는데 이미 수호성이 있어서 그 수호성과 계약할 수 없는 박탈감······.


나는 이제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 샘이었다.


나는 그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수호성 카테고리 옆에 있는 별자리 카테고리를 바라보았다.


수호성을 전부 갖게 됐다면 분명 별자리도 전부 적용이 됐을 것이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별자리 카테고리를 눌렀다.


그러자 수호성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별자리들이 주르륵 하고 스크롤을 만들어내며 생겨났다.


“역시···!”


원래는 110개의 별자리중 하나의 별자리와 그에 맞는 효과가 나타나있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내 특성 창에는 110개의 별자리 전부와 그 효과들이 다 적혀 있었다.


사수자리의 원거리 공격력 20%상승은 물론이고 황소자리의 근접 공격력 20%상승, 방패자리의 방어력 20% 상승 등등······.


존재하는 모든 별자리의 효과가 적용되어 있었다.


드디어 이 암담한 인생에 빛이 비추는 순간이 왔다.


감격에 겨워 눈물마저 흘릴 것 같았다.


사실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주시자로 오해받아 많은 인간들이 나를 노리고 그것 때문에 에드워드에게 죽임을 당할 뻔 하기도 했다.


언변으로 어찌어찌 겨우 살아나오기는 했지만 사실 자신은 없었다.


‘그들이 내 존재를 알아채기까지 강해진다.’


‘누구도 무시 못 할 만큼 강해진다.’


말만 쉽지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좋은 무기가 생겼다는 자신감으로 일단 시작은 했지만 앞은 막막하기만 했다.


내가 안다. 나는 그 예언 속 주시자가 아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그만큼 강해질 수 없었다.


아니, 어나더 월드에서의 내 캐릭터만큼 강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확실하게 길이 생겼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앞으로의 계획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나는······.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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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044 - 결투대회 [5] 21.01.16 25 0 15쪽
43 043 - 결투대회 [4] 21.01.15 26 0 13쪽
42 042 - 결투대회 [3] 21.01.14 41 1 13쪽
41 041 - 결투대회 [2] 21.01.13 70 0 14쪽
40 040 - 결투대회 [1] 21.01.12 42 0 13쪽
39 039 - 괴 물 [3] +1 21.01.11 61 0 17쪽
38 038 - 괴 물 [2] 21.01.10 33 1 15쪽
37 037 - 괴 물 [1] 21.01.09 48 1 15쪽
36 036 - 신 안 (神 眼) [1] 21.01.07 54 1 12쪽
35 035 - 그녀의 속사정 [2] 21.01.06 36 1 15쪽
34 034 - 그녀의 속사정 [1] 21.01.05 61 1 20쪽
33 033 - 아스트롤라베 [6] 21.01.04 57 2 12쪽
32 032 - 아스트롤라베 [5] 21.01.03 50 1 16쪽
31 031 - 아스트롤라베 [4] 21.01.02 46 2 18쪽
30 030 - 아스트롤라베 [3] 21.01.01 43 1 15쪽
29 029 - 아스트롤라베 [2] 20.12.31 63 1 13쪽
28 028 - 아스트롤라베 [1] 20.12.30 112 1 12쪽
27 027 - 결성, 와치독스! [2] 20.12.29 58 1 15쪽
26 026 - 결성, 와치독스! [1] 20.12.28 53 1 17쪽
25 025 - 최악의 둔재(鈍才) [3] 20.12.27 62 1 19쪽
24 024 - 최악의 둔재(鈍才) [2] 20.12.26 53 1 20쪽
23 023 - 최악의 둔재(鈍才) [1] 20.12.25 65 1 20쪽
22 022 - 토 벌 [3] 20.12.24 91 1 13쪽
» 021 - 토 벌 [2] 20.12.23 59 1 12쪽
20 020 - 토벌 [1] 20.12.22 83 1 14쪽
19 019 - 주시자 [2] 20.12.21 63 1 18쪽
18 018 - 주시자 [2] 20.12.20 71 1 14쪽
17 017 - 주시자 [1] 20.12.19 6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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