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 프롤로그
지평선까지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괴수들.
아직도 더 나올 게 남았는지 저 멀리 수십 개의 게이트에서는 끊임없이 괴수들을 게워내고 있었다.
지상을 가득 채우도고 넘쳐나는 괴수들을 마주한 인류의 군대는 하나같이 긴장으로 얼어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농담이 오고가는 이상한 무리가 있었다.
“혀, 형님? 쟤들 너무 많은데요?”
나는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커다란 금테 안경을 쓴 소녀가 몽키스패너를 든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마도 공학자 로라 로즈웰.
여자임에도 날 형님이라 부르는 이상한 녀석.
동시에 내가 이 세계에서 만난 최고의 천재.
“단장, 우리 여기서 이기면 라면 한 그릇씩 돌리나?”
고개를 돌리자, 긴 은발을 묶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보였다.
내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동료.
전신(戰神) 성녀(聖女) 스텔란의 악녀(惡女)
반대되는 칭호를 모두 가진 최강의 여인.
알렉산드리아 레온하르트.
“어우, 한 그릇이 뭐야, 물리도록 먹게 해줄게.”
“아니, 쟤들 너무 많다니까~!”
나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울상을 짓고 있는 로라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형 믿냐?”
“아······.”
내 한 마디에 당황하던 로라의 눈빛에 결의가 깃들었다.
“미, 믿습니다!”
“형······. 정말 괜찮을까요?”
내 왼편에서 단창을 쥔 채 나를 바라보는 어린 청년.
내가 만난 최악의 둔재(鈍才).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큰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녀석.
마창사 숀 핸드릭스.
나는 숀의 어깨를 주먹으로 쳤다.
“하던 대로만 하자.”
나는 흔히 볼 수 없는 하얀색 저격 총에 총검을 장착하고는 어깨에 얹으면서 외쳤다.
“와치독스 전원 전투 준비.”
나의 명령에 와치독스 조사단의 모든 조사관들이 각자의 무기를 빼어들었다.
나는 내 오른쪽에 서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용이 그려진 검은 갑주를 입고 은발을 휘날리는 미남자.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강의 남자.
용기사 아서 레온하르트.
그가 검을 빼어든 채 아무런 동요 없는 눈빛으로 괴수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야, 쫄았냐?”
내 말에 아서가 괴수를 바라볼 때보다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괴수보다 먼저 썰리고 싶은 건가?”
그의 정색에 나는 웃으며 그의 등을 한 대 쳤다.
“에이, 그럴 리가. 끝나고 술 한 잔 콜?”
“···오늘은 소주가 걸 맞는 날이군. 참고하도록.”
“크크큭, 미친 놈.”
“네놈 무덤에 술 뿌려주긴 싫으니 죽지나 마라······.”
전혀 웃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자, 그럼 가볼까?”
나는 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단장 뜻대로.”
아서가 깊은 신뢰가 담긴 눈빛으로 답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었다.
나는 무수히 많은 괴수들 향해 앞으로 한걸음을 내딛으며 외쳤다.
“자, 와치독스! 일하자!!!”
내 말과 함께 와치독스의 모든 인원들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끝도 보이지 않는 괴수의 무리를 향해서.
이 전투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때는 하자투성이였던 우리가.
한때는 세상의 멸시를 받던 우리가.
한때는 좌절감과 무력감에 허덕였던 우리가.
오늘, 이 망가진 세상을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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