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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님의 서재입니다.

주시자(W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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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작품등록일 :
2020.12.01 20:00
최근연재일 :
2021.01.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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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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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수 :
30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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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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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8 - 아스트롤라베 [1]

DUMMY

나, 숀 그리고 알렉사까지 이렇게 와치독스의 멤버들은 로비 구석에서 편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소곤소곤 속닥이며 남들 모르게 작당모의를 하고 있었다.


“잊지 마. 내가 들어가서 검사를 받는 순간, 길드 건물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할 거야. 그러면 너희는 소란이 일어나는 즉시, 그 신청서를 내고 튀어. 알았지?”


알렉사는 계속 걱정이 되는지 했던 말을 반복하며 우리에게 신신당부했다.


“명심해. 소란이 일어나는 그 순간이야.”


내가 미간을 좁히며 팔꿈치로 가볍게 알렉사를 밀었다.


“거 참, 알겠다니까~ 누굴 진짜 바보로 아나.”


하긴, 적성 카시아스가 나타난 것도 엄청난데 주신인 하몬까지 수호성으로 두고 있다는 건 길드 전체가 뒤집힐··· 아니, 스텔란 전체가 뒤집힐 만한 사건이다.


사실, 이것 때문에 내가 함께 올 수 있었던 거기도 했다.


알렉사의 출현으로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알렉사에게 쏠리면 자연스레 나를 찾으려던 이들의 시선이 분산될 테니까.


“우리 걱정 말고 너나 잘 도망쳐.”


자신감 넘치는 내 태도에 알렉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호성 검사실로 들어갔다.


숀과 나는 다시 로비로 돌아왔고 알렉사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길드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분주해진 길드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오류 아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져?”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 얼마 전에는 모든 수호성의 불이 밝혀지더니 이번에는 카시아스와 하몬님이라니······.”


“그러니까 말이야, 요즘 너무 이상해. 검사실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


검사를 마쳤나보다.


직원들이 분주해지고 이상한 기류가 흐르자 그것을 감지한 길드 내의 조사관들이 지나가던 직원들을 잡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고 혼란은 금세 확산되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나직이 말을 꺼냈다.


“숀, 지금인 것 같다.”


숀과 나는 알렉사의 당부대로 소란스러워진 틈을 타 안내 데스크에 서류를 제출하고 서둘러 길드 건물을 빠져나왔다.






알렉사는 검사를 마치자마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빠르게 검사실을 빠져 나왔다.


그러나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로비가 사람들로 가득했다.


분주한 직원들, 신입 조사관을 스카우트하는 스카우터, 볼일을 보러 왔다가 소란스러운 길드의 상황을 보고는 무슨 일인가 싶어 머무는 사람들까지······.


생각보다 소문이 너무 빨리 퍼졌다.


아무래도 정문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무리일 듯했다.


알렉사는 복도 끝 창문을 통해 빠져나갈 생각으로 복도를 걸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눈에 익은 문양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왔다.


포효하는 사자문양.


레온하르트 가의 사람들이었다.


알렉사는 그걸 보는 순간, 곧바로 몸을 틀어 계단으로 올라갔다.


1층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


어쩔 수 없이 2층 창문으로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오는 순간, 한 사내가 자신의 앞을 막았다.


알렉사는 그 사내의 얼굴을 보았다.


“······!”


자신의 앞을 막은 사내는 다름 아닌 이 지부의 지부장 오벤 튝스베리었다.


알렉사가 황급히 그를 피해 지나가려는데 오벤이 팔을 들어 그녀를 막고는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알렉산드리아 아가씨.”


“!!!!!”


오벤의 입에서 자신의 진짜 이름이 나오자 알렉사는 크게 놀랐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써서 완전히 가렸는데 자신의 정체를 어떻게 알았을까?


알렉사가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바라보니 오벤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갯짓을 했다.


“따라오시죠.”


“······.”


이미 들킨 상황, 더군다나 그 상대가 오벤이라면 일단은 그의 말을 따르는 게 상책이다.


길드의 지부장인 오벤이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이 탈출하는 것쯤은 쉽게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알렉사는 하는 수 없이 오벤의 뒤를 따랐다.







조사관 길드의 지부장실 안.


테이블 하나를 가운데에 두고 오벤과 알렉사가 마주앉아 있었다.


알렉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리를 꼬고 앉아 팔짱을 끼고 있었고 오벤은 찻잔을 들어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시던 오벤이 찻잔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놓인 서류 뭉치를 집어 들었다.


서류를 찬찬히 읽던 오벤이 평온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알렉사 레니 멜로’라······. 레온하르트라는 성은 어디에 버려두고 왜 이런 가짜 신분을 만드셨습니까? 아가씨께서 신분 위조가 중죄라는 걸 모르실리는 없을 텐데······.”


“······.”


오벤의 물음에도 알렉사는 그를 노려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알렉사의 날이 선 태도에 오벤이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가 아가씨께서 14살 때였으니, 벌써 12년이나 흘렀군요. 그런데 이곳에 계시면 안 될 분께서 여기 계시는 이유를 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오벤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지만 알렉사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긴 침묵 끝에 알렉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말 하실 건가요?”

“무얼 말입니까?”


알렉사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오벤은 능청스럽게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제발 말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알렉사가 오벤에게 고개를 숙였다.


알렉사의 간청에 오벤이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가씨께선 제가 아가씨를 왜 이곳으로 불렀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당연히 레온하르트 가에 자신을 넘기기 위해 데려왔다고 생각했다.


“카시아스와 하몬님을 수호성으로 둔 사람은 전 대륙에서 아가씨가 유일합니다. 그 말은, 어차피 소문은 퍼지고 결국에는 레온하르트 가문도 알게 된다는 소리지요. 그런데 굳이 제가 알려야 할까요?”


그의 말에 알렉사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절 넘기지 않으실 건가요?”


오벤이 어깨를 으쓱하며 양손을 펴보였다.


“제게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딱히 그럴 이유는 없다.


물론, 알렉사를 잡아 넘긴다면 레온하르트 가에 생색정도는 낼 수 있겠지만 알렉사가 기억하는 오벤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기에 ‘혹시나 넘기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럼 저를 이곳에 불러온 이유가 뭔가요?”


알렉사의 물음에 오벤이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확인을 해보니 그 서류는 와치독스의 조사단 등록서류와 결투대회 참가신청서였다.


“로비에서 정안님과 함께 계시는 것을 봤습니다. 갑자기 조사단을 만들겠다고 하시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신규 조사단 결투대회까지 나가신다니······.”


알렉사가 급하게 오벤의 말을 제지했다.


“자, 잠시만요. 정안을 알고 계세요?”


그 말에 오벤의 눈매가 좁아졌다.


“···모르고 계셨습니까?”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안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정안을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거죠? 말씀해주세요.”


알렉사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을 촉구했지만 오벤은 시선을 거두고 차를 들이킬 뿐이었다.


“함께 조사단을 만드신다고 하기에 알고 계시는 줄로 알았는데······. 아직 모르셨군요. 제가 실언을 했나봅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알렉사가 보기엔 너무나도 이상했다.


그저 아는 사이라고 치부하기엔 오벤이 과하게 정안을 높여 부르는 듯했다.


알렉사의 물음에도 오벤은 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당사자께서 말을 안 하셨으니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피차 아가씨께서도 정체를 숨기셨을 테니, 서로 주고받았다고 생각하시죠.”


“······.”


정곡을 찌르는 오벤의 말에 알렉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오벤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머지않아 곧 알게 되실 테니 기다려보십시오. 참, 아가씨 서류의 이름은 제가 본명으로 바꾸었으니 그리 알고 계시면 됩니다. 제 얘기는 여기까집니다.”


나가라는 소리였다.


“어느 정도 설명은······.”


“이제 곧 레온하르트 가문에서 저를 찾아 올 겁니다.”


정안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오벤과 정안이 무슨 사이인지 조금이라도 알고자 다시 한 번 물었지만 오벤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어버렸다.


그러더니 뒤편에 있는 책장으로가 책을 한 권 빼냈다.


드르르륵.


책을 빼내자 책장이 움직이며 숨겨져 있던 문이 나타났다.


“상업지구로 통하는 문입니다. 그들이 오기 전에 어서 나가시지요.”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지부장님, 레온하르트 가에서 지부장님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그 소리에 오벤이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알렉사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오벤이 문을 닫기 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 자주 보시게 될 겁니다. 이번 일은 제가 어떻게든 넘겨볼 테니 아가씨께서는 대회준비에 열중해주십시오.”


오벤의 작별인사에도 알렉사는 그냥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할 뿐,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 모습을 본 오벤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오벤이 출구의 문을 닫았다.







빠르게 길드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주문했던 총알을 챙겨 스텔란 제 1게이트로 갔다.


제 1게이트.


스텔란에서 가장 처음으로 점령한 게이트로 주로 동물 형태의 괴수들이 출몰하는 게이트였다.


나와 함께 게이트를 바라보던 숀이 물었다.


“형, 근데 왜 하필 1게이트로 오신 거예요? 여기는 점령이 끝나서 괴수도 별로 없잖아요. 게다가 정기토벌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더 없을 텐데?”


숀의 말이 맞다.


이곳에는 괴수가 많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은 순전히 이쪽 세계의 사람들이 다녀간 곳에만 국한되는 말이다.


우리가 가야할 곳에는 아직 많은 괴수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괴수잡고 레벨 업이나 하자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그렇게 게이트 앞에 서있는 사이, 알렉사가 게이트로 도착했다.


도망치자 알렉사를 쫓는 무리에게 걸리기라도 했으면 싸움이 일어났을 텐데 싸운 흔적은커녕 뛰면서 숨도 안찼는지 호흡도 가지런했다.


생각보다 너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와 굉장히 놀랐다.


“오올, 진짜 안 걸리고 왔네?”


내 말에 알렉사가 잠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알렉사의 태도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그래? 길드에서 무슨 일 있었어?”


도착하고 줄곧 표정이 굳을 채로 있던 알렉사가 표정을 풀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뭐지?


아무래도 이상하다. 분명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것 같은데,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지?


궁금하긴 했지만 알렉사가 말하고 싶지 않는 눈치니 굳이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배낭을 고쳐 멘 알렉사가 입을 열었다.


“찾을 거라는 게 뭐야? 이미 다 정리된 곳에 찾을 게 뭐가 있다고 여기로 왔어?”


숀이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이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중요한 거!”


그 말을 들은 알렉사가 미간을 좁혔다.


“죽을래? 그니까 그 중요한 게 대체 뭐냐고.”


그녀의 위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살기에 기겁한 나는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크흠, 우리는 지금부터 최강의 무기를 찾으러 간다.”


숀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최, 최강의 무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아는 한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지.”


알렉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 최강의 무기가 1게이트에 있다고? 그런데 왜 아직까지 아무도 못 찾았지?”


못 찾을 만하지. 그냥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 전에, 너는 그게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


왜 모르겠는가.


어나더 월드에서 초반 스토리 진행에 등장하는 것인데.


가치를 따지고 보자면 이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유물보다 비싸고.


잠재력으로 따지자면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큰 잠재력을 가진 유물.



아스트롤라베.


우리는 지금 그것을 찾으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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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041 - 결투대회 [2] 21.01.13 70 0 14쪽
40 040 - 결투대회 [1] 21.01.12 42 0 13쪽
39 039 - 괴 물 [3] +1 21.01.11 61 0 17쪽
38 038 - 괴 물 [2] 21.01.10 33 1 15쪽
37 037 - 괴 물 [1] 21.01.09 48 1 15쪽
36 036 - 신 안 (神 眼) [1] 21.01.07 54 1 12쪽
35 035 - 그녀의 속사정 [2] 21.01.06 36 1 15쪽
34 034 - 그녀의 속사정 [1] 21.01.05 61 1 20쪽
33 033 - 아스트롤라베 [6] 21.01.04 57 2 12쪽
32 032 - 아스트롤라베 [5] 21.01.03 50 1 16쪽
31 031 - 아스트롤라베 [4] 21.01.02 46 2 18쪽
30 030 - 아스트롤라베 [3] 21.01.01 43 1 15쪽
29 029 - 아스트롤라베 [2] 20.12.31 63 1 13쪽
» 028 - 아스트롤라베 [1] 20.12.30 112 1 12쪽
27 027 - 결성, 와치독스! [2] 20.12.29 58 1 15쪽
26 026 - 결성, 와치독스! [1] 20.12.28 53 1 17쪽
25 025 - 최악의 둔재(鈍才) [3] 20.12.27 62 1 19쪽
24 024 - 최악의 둔재(鈍才) [2] 20.12.26 53 1 20쪽
23 023 - 최악의 둔재(鈍才) [1] 20.12.25 65 1 20쪽
22 022 - 토 벌 [3] 20.12.24 90 1 13쪽
21 021 - 토 벌 [2] 20.12.23 58 1 12쪽
20 020 - 토벌 [1] 20.12.22 83 1 14쪽
19 019 - 주시자 [2] 20.12.21 63 1 18쪽
18 018 - 주시자 [2] 20.12.20 71 1 14쪽
17 017 - 주시자 [1] 20.12.19 6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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