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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님의 서재입니다.

주시자(W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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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작품등록일 :
2020.12.01 20:00
최근연재일 :
2021.01.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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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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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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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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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031 - 아스트롤라베 [4]

DUMMY

“뭐긴, 5층까지 프리패스라는 얘기지.”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숀이 물었다.


“프, 프리···패스? 그게 뭐예요? 아니, 얘네가 이렇게 쓰러진 거 보면 분명 마법진이 파괴됐다는 건데 대체 그 위치를 어떻게 아신 거예요?”


숀의 물음에 내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내 눈을 가리켰다.


“이 눈이 좀 특별한 눈이거든.”


“눈이요?”


“그런 게 있어.”


모호한 내 대답에 숀과 알렉사가 더욱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둘을 뒤로하고 분해된 아머드 나이트의 잔해를 뒤지기 시작했다.


녀석들도 괴수이니 분명 스타 더스트 같은 템을 떨어트릴 테니까.


그런데 한참을 뒤져도 스타 더스트가 나오지 않았다.


탑에 들어오기 전 토블론무리를 사냥했을 때도 수 십개의 스타 더스트와 많은 부산물을 얻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아머드 나이트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분명 칼립이나 토블론 보다 훨씬 높은 등급의 괴수인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다니······.


“그냥 쉽게 잡은 걸로 만족해야하나?”


아무런 소득이 없어 낙담하던 그때, 바닥에 덩그러니 놓아져 있는 아머드 나이트의 투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무심코 그 철 투구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거······.”


순간, 내게 엄청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투구란 무엇인가.


쇠로 만든 머리 보호구다.


그럼 갑옷이란 무엇인가.


역시, 쇠로 만든 신체 보호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갑옷이 ‘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 갑옷의 주인은 ‘게이트’의 괴수.


“아, 알렉사, 이리 좀 와봐.”


나는 다급하게 알렉사를 불렀다.


“왜 불러?”


나는 내게로 다가온 알렉사에게 잡고 있던 투구를 내밀었다.


“이, 이거······. 게이트 금속 맞지?”


투구를 받아든 알렉사가 슬쩍 살펴보고는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이며 말을 꺼냈다.


“이거 아틸리움이네?”


“아, 아틸리움!?”


이게 아틸리움이라고?


아틸리움.


게이트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금속 중, 철과 가장 비슷한 성질을 지닌 금속으로 게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금속 가운데에 가장 강도가 높은 세 가지 금속 중 하나다.


내가 하던 게임 어나더 월드에서도 아틸리움으로 만들어진 비싼 무기들이 제법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그 특유의 훌륭한 내구성 때문에 비싸긴 해도 아틸리움으로 만든 장비들을 몇 개 가지고 있었다.


아틸리움이라는 것을 확인한 알렉사가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말을 덧붙였다.


“원래는 무광에 더 검은 색을 띠는데 불순물이 많이 섞였는지 약간 회색빛이 도네. 아무튼 확실하게 아틸리움이 맞아.”


그래서 내 총알에도 뚫렸던 거구나?


불순물이 섞이긴 했다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전신 갑옷을 만들 정도의 양, 그런데 아직 우리가 처치해야할 아머드 나이트의 숫자는 못해도 100기가 넘는다.


만약 그 모든 아머드 나이트의 갑옷을 회수한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이거 완전 노다지였잖아!?”


아틸리움은 공방에 의뢰해서 맞춘 내 총알 같은 잡금과는 차원이 다른 금속이다.


당연히 가치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제련해서 다른 금속과 불순물을 걸러낸다면 양이야 줄겠지만 원 재료가 되는 갑옷이 100개가 넘게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양의 순도 높은 아틸리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양이 이 갑옷 전체에 반만 되어도 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갑자기 샘솟는 의욕에 투지가 불타올랐다.


“좋아! 5일이 뭐야! 까짓 거, 하루 만에 돌파해버리자!”


“예에에!!”


“어휴, 하여튼 저 속물······.”


숀은 내가 활기차게 기합을 넣자 뭔지도 모르면서 나를 따라 소리를 질렀고 알렉사는 내가 단순하다고 생각했는지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런 알렉사를 무시한 채 바닥에 떨어진 갑옷 조각들을 모조리 인벤토리에 넣고는 바로 힘차게 다음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탑에 들어 온지 4시간정도가 지나자 우리는 탑의 4층까지 클리어할 수 있었다.


4층의 마지막 방에서는 총 20기의 아머드나이트와 20기의 석상이 지키고 있었는데, 석상역시 아머드 나이트의 마법진과 마찬가지로 몸 안에 핵을 지니고 있었다.


약점을 쉽게 알게 된 덕분에 우리는 그 핵을 공략해 손쉽게 녀석들을 처리할 수 있었고 지금은 열심히 부산물을 챙기는 중이었다.


아머드 나이트의 갑옷을 인벤토리에 넣는 내 모습을 보던 숀이 신기한 듯 감탄을 터트렸다.


“와······. 이건, 보고 또 봐도 신기한 거 같아요. 아공간주머니가 얼마나 크기에 이 많은 게 다 들어가요?”


“이 정도는 껌이지!”


당연한 말이었다.


내 인벤토리는 아이템의 가짓수에 영향을 받지, 템의 무게와 부피에는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덕분에 나는 총 150기에 달하는 아머드 나이트의 갑옷과 무기를 모두 수거 할 수 있었다.


인벤토리에 들어찬 쇳덩이들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마음이 풍족해지는 것 같았다.


아틸리움도 아틸리움이지만 이것들을 용해시켜서 분리해낼 다른 금속들도 버릴 게 없었다. 이것들이 전부 내 탄환의 재료가 되어줄 테니까.


한마디로 총알의 재료값도 굳은 셈이었다.


4층에서의 모든 수거를 마친 우리는 마지막 5층을 향해 올라갔다.


5층은 하나의 석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5층으로 진입하기 전에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여기 보스가 뭐더라······.


내 기억으로는 기존에 보았던 것보다 조금 큰 아머드 나이트가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름이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였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여기에 오기 전에도 이곳을 떠올리면서 수십 번은 생각했는데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그런지 이곳의 공략법이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뭐, 별 문제는 없겠지. 어차피 마법진만 부수면 끝나는데.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동료들을 데리고 5층의 석실로 발을 들였다.


그그그극- 쿠웅!


그런데 우리가 발을 들이자마자 석설의 문이 닫혀버렸다.


놀란 숀이 뒤 늦게 문을 더듬거렸지만, 이미 문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뭐, 뭐죠? 왜 갑자기 문이 닫혀요?”


1층에서부터 그 많은 방들을 거치면서도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나는 이내 상념을 떨치고 앞을 주시했다.


“집중해, 놈이 온다.”


내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저 멀리 끝에 거대한 옥좌에 앉아 있던 아머드 나이트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키만 보면 보통 아머드 나이트보다 반은 더 커보였다.


녀석은 완벽한 검은색 갑옷을 입고 한손에는 그와 똑같은 색의 철퇴를 들고 있었는데 영화 속에서나 보던 흑기사의 모습과 비슷했다.


녀석은 일어남과 동시에 우리를 향해 저벅저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의 움직임을 본 나는 바로 하얀 사신을 들어 녀석의 약점을 찾았다.


머리.


녀석의 이마에서 붉은 빛이 감돌았다.


저곳이 마법진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지체 없이 녀석의 머리를 향해 조준을 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까앙!


내가 쏜 총알은 정확하게 녀석의 이마에 적중했다.


그런데···.


“혀, 형? 방금 빗맞은 거예요?”


···아니다, 정확히 명중했다.


분명 맞췄는데도 녀석은 멈추지 않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머, 뭐지?


나는 다시 한 번 정확히 조준해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까앙!


미, 미친···!


“···쟤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숀의 말대로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나는 보았다. 녀석의 몸에 맞는 순간, 흠집하나 내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는 총알을······.


“조, 조졌다···!”


내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게이트의 금속으로 만든 탄환이 녀석에게 흠집하나 내지 못한다.


나는 그제야 녀석의 몸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다른 아머드 나이트와는 다른 완전한 검은색, 거기에 빛이 반사되지 않는 완벽한 무광······.


녀석의 몸은 순도 높은 아틸리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말은, 우리가 녀석을 잡을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나는 재빨리 뒤를 돌아 석실의 문을 밀었다.


“도망쳐야 돼! 우린 저거 못 잡아!”


내 말에 알렉사와 숀도 같이 달라붙어 문을 밀어내려 애썼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동안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는 벌써 우리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우리의 앞으로 온 녀석이 자신의 철퇴는 높게 치켜들었다.


그 모습을 본 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피, 피해!!”


그렇게 우리가 몸을 날림과 동시에 우리가 있던 자리로 아틸리움으로 만들어진 철퇴가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


콰아앙!


단순한 철퇴질 한 번일 뿐인데도 폭발이 일 듯, 돌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나는 대리석 바닥이 과자부스러기처럼 부서져 가루가 되는 것을 보며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녀석은 바닥에 반 이상 박힌 철퇴를 가볍게 뽑아 다시 우리에게로 걸어왔다.


“일단 흩어져! 놈은 속도가 느리니까 우리가 달리는 속도는 못 따라잡을 거야.”


내 말대로 녀석의 공격은 위협적이었지만 육중한 무게 탓인지 민첩하게 움직이지는 못했다.


콰아앙! 콰아앙!


계속 도망치던 알렉사가 소리쳤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렇게 도망치자고!? 저놈은 지치지 않는 쇳덩어리지만 우리는 인간이야! 결국 체력이 떨어질 거라고!”


“그럼 어떡해, 방법이 없는데!”


나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순수하게 아틸리움으로만 이루어진 몸체.


녀석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물리 면역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녀석을 잡기 위해서는 마법사나 화염플라스크와 냉각플라스크 같은 소모품이 필요했다.


젠장, 마법사 하나가 이렇게 클 줄이야······.


어나더 월드에서 녀석을 처음 봤을 때는 분명 이렇게 어렵지 않았었다.


그래서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이제야 공략법이 떠올랐다는 사실에 나는 크게 자책했다.


좀 더 생각을 했었어야 했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기억을 해낸 뒤, 확실한 공략법을 갖추고 왔어야했다.


5층까지 다이렉트로 너무 쉽게 올라와 느슨해져버린 내 자만심이 불러온 폐단이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하려던 그때, 숀의 비명이 들려왔다.


“크아악!”


비명이 들린 곳으로 눈을 돌리니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의 건틀릿이 몸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숀의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취이익- 철컥!


숀의 목을 붙잡은 컨틀릿은 곧바로 다시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의 몸으로 날아가 붙었고 목을 붙잡힌 숀 역시 덩달아 녀석에게 끌려갔다.


“컥···! 커헉···!”


숀의 목을 틀어진 아머드 나이트의 손 때문인지 숀은 눈과 얼굴이 뻘게져서는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녀석의 팔을 향해 총을 쐈다.


“그 손 놔 이 새끼야! 놓으라고!!”


타앙!

까앙!


척- 철컥!


타앙!

까앙!


쉬지 않고 총을 쏴댔지만 총알은 녀석의 몸에 흠집하나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내 공격이 거슬렸는지 숀을 끝장내려던 녀석의 움직임이 멈추고 손에 틀어쥐고 있던 숀을 옆으로 던져버렸다.


녀석이 던진 힘에 날아간 숀은 큰소리와 함께 벽에 충돌하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고,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는 우리를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숀이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눈앞의 녀석을 쓰러트리는 게 먼저였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저 무지막지한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그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묘수가 떠올랐다.


녀석의 몸은 아틸리움으로 만들어졌다.


그 말은 아틸리움보다 강한 금속이거나 같은 아틸리움으로 공격을 해야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아틸리움보다 단단한 무기가 없다.


그러나······.


그런 무기가, 우리에게는 없지만 이 방에는 존재했다.


내 시선이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의 철퇴에 꽂혔다.


나는 시선을 계속 유지한 채 알렉사에게 물었다.


“알렉사! 너 저 새끼가 들고 있는 철퇴 휘두를 수 있냐!?”


내 황당한 물음에 알렉사가 격한 짜증을 냈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너 진짜 죽고 싶어? 집중 안 할래!?”


나는 알렉사의 어깨를 세게 흔들었다.


“빨리 대답해, 저거 휘두를 수 있어, 없어!”


“장난해!? 내가 숀이야? 저것도 못 휘두르게!?”


꽤나 큰 크기의 철퇴.


문제는 크기가 아니라 무게였다.


철퇴 전체가 통짜 아틸리움이라면 무게가 어마어마할 텐데 역시나 내 예상대로 알렉사는 그걸 들 수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우리의 지척까지 다가온 녀석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잘 들어! 녀석이 공격하는 순간에 맞춰서 내가 저 철퇴를 놓게 할 거야!”


내 진지한 태도에 알렉사가 나의 작전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사실 작전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네가 제일 잘하는 거!”


나는 눈앞에 서서 철퇴를 들어 올리려고 하는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저 놈이 철퇴를 놓치는 순간, 넌 그 철퇴 들고 저 새끼를 죽도록 패!”


그 순간, 우리의 머리를 향해 철퇴가 파공음을 내며 떨어졌다.


“지금이야!!”


내 신호와 동시에 우리는 간발의 차로 철퇴를 피했고 바닥을 강타한 철퇴는 사방으로 살벌하게 돌을 뿌렸다.


수류탄 파편처럼 튀어 오른 돌들이 내 몸을 사정없이 때렸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것도 아닌, 내가 녀석의 손에서 철퇴를 놓게 하는 것이었으니까.


놈의 몸에 상처를 낼 순 없지만 몸과 붙어있지 않은 철퇴 정도는 놓게 할 수 있다.


나는 하얀 사신을 역수로 들고 철퇴를 들고 있는 놈의 손을 향해 그대로 개머리판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파워어택!!”


콰아앙!!


그리고는 타자가 야구공을 쳐내듯 곧바로 놈의 얼굴을 더 강한 힘으로 힘껏 후려쳤다.


“파워어태액!!”


콰아아앙!!


개머리판이 연달아 녀석의 손과 얼굴을 강타하자, 녀석이 철퇴를 놓치고 그 육중한 몸이 뒤로 기울었다.


나는 다급하게 알렉사의 이름을 불렀다.


“알렉사!!”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언제 왔는지 이미 알렉사의 손이 철퇴의 손잡이로 가 있었다.


“안 그래도 지금 하고 있거든!”


재빨리 손으로 철퇴를 낚아챈 알렉사가 엄청난 기합을 넣으며 철퇴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힘껏 올려쳤다.


“으아아아아!!”


콰아아앙!!


알렉사의 철퇴에 맞은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의 턱이 그대로 찌그러져버렸고 곧이어 그 육중한 몸이 허공에 떠오르는 마법이 펼쳐지더니 이내 커다란 굉음을 내며 땅으로 처박혔다.


콰콰콰앙!


알렉사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녀석에게 달려가 쉬지 않고 철퇴를 내리쳤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눈 깜짝할 사이에 온몸의 관절이 알아보기도 힘들 만큼 찌그러졌고 놈이 어떻게든 저항해보려 했지만 이미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는 알렉사의 움직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들어 올렸던 팔은 다시 철퇴를 맞고 처참하게 뜯겨져 나갔으며 로켓펀치처럼 따로 움직이는 컨틀릿도 철퇴질 몇 번에 매끈한 철판으로 변해버렸다.


알렉사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손속에는 광기가 깃들어 있었고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거친 숨을 몰아쉬는데도 이상하게 그녀는 입가에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 계속 철퇴를 후려쳤다.


그렇게 한동안 멈추지 않는 알렉사의 매질에 부들부들 떨던 마스터 아머드 나이트의 미동마저 멎더니, 어느 순간 녀석의 안광이 빛을 잃고 사라져버렸다.


녀석의 몸이 완전히 정지하자 알렉사가 녀석의 흉갑에 철퇴를 꽂아 넣고는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고 후련한 듯,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하아······.”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내 시선을 의식한 듯, 알렉사가 내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말을 꺼냈다.


“···근데 이게, 하아, 내가 제일 잘하는 거야?”


어마어마한 장면을 보고 난 후여서 인지 별것 아닌 그녀의 말에도 소름이 돋았다.


“아하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아 맞다 숀! 숀!”


그제야 숀이 생각난 나는 곧바로 숀을 향해 달려가 녀석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단순히 기절한 것이었는지 숨은 제대로 쉬고 있었다.


“후우······.”


덕분에 한시름 놓은 나는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언제 왔는지, 알렉사 역시 땀으로 홀딱 젖은 상의를 벗어버리고는 민소매 차림으로 바닥에 몸을 뉘었다.


숨을 고르던 알렉사가 입을 열었다.


“하아, 찾는 거···. 후우, 여기 있다며······. ···안 찾아?”


그녀의 말에 힘없이 손을 내저었다.


“나중에······. 지금은 좀 쉬어야 될 것 같아.”


알렉사도 기력이 다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동감···.”


저 무거운 철퇴를 그렇게 사정없이 내리쳤으니 지칠 만도 했다.


나는 그렇게 내 옆자리에 누운 알렉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내 손과 얼굴을 번갈아 보던 알렉사가 떫은 표정으로 물었다.


“어쩌라고.”


그녀의 시크한 반응에 머쓱해진 내가 반문했다.


“하, 하이파이브 몰라?”


“그게 뭔데?”


“아······. 이거는 또 없나보네.”


그녀의 말에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내 손과 마주쳤다.


“이렇게 손바닥끼리 부딪히는 거야. 내가 살던 곳에서 ‘잘했다.’ ‘수고했다.’ 뭐, ‘믿는다.’ ‘우리가 해냈다.’ 이런 말 할 때 쓰던 제스처야.”


내 설명을 들은 알렉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괜찮네. 마음에 들어.”


그리고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거, 학습능력 되게 빠르네.


나는 가볍게 웃어주고는 알렉사의 손바닥에 내 손을 부딪쳤다.


그리고는 천장을 향해 눕고는 팔로 눈을 가렸다.


“일단 좀 자자. 뭘 하던 자고 생각하자.”


내 말에 알렉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감았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 우리 셋은 그대로 잠에 들었고, 한참 후에 그런 우리를 깨운 것은 먼저 기절했던 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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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 최악의 둔재(鈍才) [3] 20.12.27 63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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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 - 최악의 둔재(鈍才) [1] 20.12.25 65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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