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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님의 서재입니다.

주시자(W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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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작품등록일 :
2020.12.01 20:00
최근연재일 :
2021.01.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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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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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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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3 - 아스트롤라베 [6]

DUMMY

“차원상인······.”


푸른 바다색 머리의 사내가 내 앞으로 걸어왔다.


“···날 알아?”


사내가 신기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나는 이 사내의 정체를 알고 있다.


무기, 방어구 같은 장비, 음식, 온갖 사치품, 영약, 무공비급, 기술서 같은 스킬북, 심지어는 정보까지, 없는 물건이 없는, 말 그대로 모든 차원의 물건을 파는 상인이자 신.


사람들은 이 신을 ‘차원상인’이라고 불렀다.


아스트롤라베는 이 차원상인을 부르는 일종의 호출 벨인 셈이다.


차원상인이 팔짱을 끼고는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 아스트롤라베는 하몬의 것일 텐데?”


역시나 이 아스트롤라베는 하몬이 쓰던 것인 모양이다.


나는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키고는 최대한 당당히 그의 앞에 서기 위해 애썼다.


“이젠 제겁니다.”


“신기하네? 한낱 인간이 어떻게 신이 쓰는 물건의 사용방법을 알아서 이렇게 나를 불러냈을까? 내가 누군지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고.”


차원상인의 눈에는 나라는 존재가 매우 신기한 듯 했다.


“야 인간, 너 이름이 뭐냐?”


“송정안이라고 합니다.”


“송정안? 너 혹시 지구 출신이야?”


그의 말에 나는 크게 놀랐다.


지구를 알고 있다.


아니 그보다, 이름만 듣고 내가 지구에서 온 것을 알아차리다니?


“표정을 보니까 맞나보네? 내랑 친한 애 하나도 지구 출신이거든. 나라는 한국이라 그랬나?”


다른 세계에 떨어진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고?


그것도 우리나라사람?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 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어요!?”


만나야 한다. 만약 그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간절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원상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어디 있긴, 신이니까 당연히 저 위에 있겠지.”


시, 신?


아니, 방금 전에 분명 한국 사람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신이라니···?


차원상인은 혼란스러워 하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너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


차원상인이 주먹 망치로 가볍게 자신의 손바닥을 두드렸다.


“아아, 알겠다! 네가 하몬 그거구나?”


“···그거라니요?”


“그거, 대전사 후보.”


대전사?


차원상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뿐이었다.


“대전사가 뭐죠?”


내 물음에 차원 상인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어···? 그 카테고리의 정보는 좀 비싼데?”


나는 새삼 그가 누군지 기억이 났다.


차원상인은 정보까지 돈을 받고 파는 우주 최강의 장사치다. 이 작자에게 질문은 돈과도 같다.


“······.”


아무런 말도 못하는 나를 보며 차원상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 쫄지 마세요, 고객님! 흐음, 하몬의 아스트롤라베가 네 손에 있는 걸 보니 하몬이 널 선택한 모양인데, 좋아! 앞으로 좋은 거래 해주십사~ 하는 뜻에서 내가 이번엔 특별히 무료로 정보를 제공해드리지.”


차원상인이 거드름을 피우며 생색을 냈다.


“에헴, 대전사란 무엇이냐? 하몬 같은 부류의 신들은 가지고 있는 힘의 양은 방대하지만 창조와 관리를 맡는 신인데다 힘 자체가 거기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싸울 일이 생겨도 스스로 싸울 수가 없어. 때문에 대신 싸워줄 존재를 고용해야 하지.”


그러면서 밤하늘의 별들을 쭈욱- 훑었다.


“그래서 전 우주를 돌고 돌아 자신에게 맞는 존재를 선발해서 직접 키우는 거야. 본인을 대신해서 싸울 챔피언으로. 그걸 대전사라고 하지.”


차원상인이 말한 것은 내가 이곳에 떨어졌을 때 생각했던 ‘하몬이 나를 소환한 이유’중 하나였다.


하몬이 직접 싸울 수 없다는 것과 대전사라는 개념은 몰랐지만 어나더 월드가 하몬의 세계를 구할 사람을 선출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얼추 예상한 바 있다.


“그럼 혹시, 아까 말씀하셨던 지구에서 오셨다는 그분도······.”


차원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대전사야.”


“아까는 신이라고 하셨잖아요.”


“대전사도 부류만 다를 뿐이지, 우리와 같은 신이야.”


맙소사, 그럼 이게 신이 되는 과정이라고···?


나는 줄곧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럼 하몬은 왜 본인이 만든 세계의 인간이 아닌, 저를 이곳으로 데려온 거죠?”


그 질문에 차원상인의 표정에서 잠깐 놀란 티가 나더니 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알면 질문을 할 리가 없잖아······.


차원상인이 싱긋 웃더니 손가락을 좌우로 저었다.


“미안하지만 공짜정보는 여기까지야. 나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니라고. 거기다 하몬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함부로 너한테 그런 걸 가르쳐줄 수는 없지.”


아쉽지만 그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인 듯싶었다.


“궁금한 거 있으면 하몬한테 직접 물어봐. 나한테 이 카테고리로 질문하려면 우주에서도 손에 꼽는 갑부여야 할 테니까.”


“네······.”


만날 수만 있었으면 진즉에 만나서 따졌겠지······.


차원상인이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짜악!


“자, 그럼 이제 일 얘기를 좀 해볼까? 너도 인사나 하자고 날 부른 건 아닐 테고······. 무엇이 필요해서 저를 부르셨습니까, 고객님?”


차원상인은 신이라는 위치에 어울리지 않게 허리를 굽혀 자세를 낮추고는 손을 비비며 내게 굽신거렸다.


고고한 신분과 조각 같은 외모를 가졌으면서도 익살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일단 저희 상품 목록부터 보여드리죠.”


그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튕기자 내 앞으로 창 하나가 생기면서 수많은 물건들이 끝도없이 나열되었다.


나는 무엇을 사야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무당파의 운룡대팔식, 화산파의 자하신공, 소림의 금강불괴와 같은 무림세계의 무공도 있고 토르의 장갑인 야른그레이프나 제우스의 번개 같은 지구의 신화 속 장비도 있었다.


사실, 이것 말고도 사고 싶은 거야 수도 없이 많았다.


다만 돈이 없을 뿐이지······.


여기 오기 전부터 무얼 사야하나 여러 번 고민했지만 쉽게 답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내가 그렇게 뜸을 들이고 있을 때, 차원상인이 한마디 거들었다.


“고객님? 제가 말씀을 안 드렸는데, 제가 시간의 신 출신이라 시간에 굉장히 예민하답니다? 시간 적당히 끄시고 얼른 결정해주시죠?”


존대를 하고 있지만 엄연한 협박.


나는 고민 끝에 무엇을 살지 결정을 내렸다.


“여기 혹시, 블릿 테이블 있어요?”


내 말에 차원상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블릿 테이블이라면······. 탄 제작대를 말하는 건가?”


“네, 맞아요. 총알 제작대.”


“흐음, 있기야 하지?”


차원상인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겨 상점의 아이템목록을 갱신시켰다.


그러자 수많은 형태의 블릿 테이블이 주르륵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살 수만 있다면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샀겠지만 문제는 상점에서 취급하는 화폐였다.


이 세계에서는 게이트의 금속으로 만든 코인을 화폐로 사용하지만 차원상점에서는 오직 스타 더스트만을 화폐로 받는다.


때문에 스타 더스트가 얼마 없는 나는 기껏 사봐야 B급 장비 한 두 개정도 밖에 살 수 없었다.


스타 더스트를 그렇게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그 정도 등급, 품질의 아이템을 살 거라면 차라리 코인을 지불하고 이쪽 세계에서 풀 세팅으로 맞추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반면에 총알을 만들 수 있는 블릿 테이블의 경우는 차원 상점에서 산다면 무기나 방어구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도 있고 이 세계에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고성능의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나는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탄을 만드는 블릿 테이블을 사기로 결정했다.


나는 스크롤을 내리면서 찬찬히 마음에 드는 블릿 테이블을 찾았다.


가지고 있는 스타 더스트의 양은 총 29개.


상점 목록에 나와 있는 블릿 테이블의 가격은 대부분 15~20개 사이였다.


흐음, 용광로는 필수로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아무래도 그라인더가 붙어있는 게 좋겠지?


꼼꼼하게 따져보던 중, 내 눈에 확 들어오는 게 하나 있었다.


금속을 녹일 용광로는 물론 그라인더와 거의 모든 종류의 탄을 제작할 수 있는 거푸집까지 포함된 녀석이었다.


가격이··· 히익···! 이, 이십 오?


무기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싼 편이었지만 그래도 스타 더스트 25개는 부담이 되는 액수였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거니까.


나는 그 블릿 테이블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로 할게요!”


“흐음, 아직 초짜라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나보네?”


좀 더 비싼 것을 사길 원했는지 차원상인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는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손 위로 노란색의 빛을 띠는 완제품 구슬 하나가 생겼다.


“뭐 어쩔 수 없지. 다음엔 좀 더 값나가는 걸 사달라고, 신규 고객님. 자, 여기 주문하신 물건, 스타 더스트 25개.”


나는 값을 치르고는 차원상인의 손에 들린 완제품 구슬을 받아들었다.


스타 더스트를 품속에 받아 챙긴 차원상인이 손가락으로 완제품 구슬을 가리켰다.


“그거 무겁다, 여기서 깨지 말고 집 가서 꺼내라.”


물론 보통 사람 같으면 그래야겠지만 나는 예외다.


나는 곧바로 완제품 구슬에서 블릿 테이블을 꺼낸 뒤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본 차원상인의 눈이 커졌다.


“오!”


훗, 놀랄만도 하지.


“이야, 너도 인벤토리가 있어?”


그 말에 내 눈이 차원상인의 두 배만큼은 더 커졌다.


“인벤토리를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 알긴, 아까 내가 말한 걔 있잖아. 지구 출신. 걔도 인벤토리가 있거든.”


그의 말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이벤토리가 있다는 건 그 사람도 게임에서의 능력이 있다는 말인데······.


그 사람은 나보다도 먼저 지구를 나왔고 이미 신이 되었다고 했다.


대체 그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지?


내가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차원상인은 나타났던 자리로 다시 돌아갔다.


“물건도 샀으니, 이제 볼일 끝난 거지?”


“아, 네.”


그러더니 허공에 손을 휘저어 자신의 주변으로 다시금 영롱한 빛을 일으켰다.


“이곳에 와본지 너무 오래 되다보니 올 때 너무 요란했는데, 다음에 부를 때는 조용하게 내려올 거야. 뭐 살 거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그럼 이만.”


처음부터 끝까지 쾌활한 신이다.


차원상인은 간단하게 작별을 고하고는 손을 하늘로 뻗었다.


그러자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강한 빛이 그를 감싸더니 이내 그 빛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빛이 사그라지더니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산 것이라고는 블릿 테이블 하나가 전부지만 앞으로 그에게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스타 더스트를 모으기만 하면 언제든 최고의 스킬들, 최고의 장비들을 살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더욱 더 강해질 수 있다.


나는 첫 거래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차원상인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몸을 돌리자 영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표정의 숀과, 크게 경악한 듯한 표정의 알렉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나를 응시하던 숀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입맛을 다시더니 다급하게 질문을 퍼부었다.


“혀, 형! 방금 그 사람 누구에요? 어디서 나타난 거예요? 아니, 그보다 형은 저 사람을 어떻게 알아요? 저 사람이 신 어쩌구 하던데, 하몬님도 거론되고?”


심각한 얼굴로 숀의 말을 듣기만 하던 알렉사도 차분하게 한마디 거들었다.


“···이건, 설명이 좀 필요하겠다.”


“하아······.”


사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각오했다.


반응도 딱 예상했던 반응이고.


이제는 동료들에게도 말을 해줄 때가 된 것 같았다.


“일단 내려가자. 가서 얘기해줄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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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6 - 결성, 와치독스! [1] 20.12.28 53 1 17쪽
25 025 - 최악의 둔재(鈍才) [3] 20.12.27 62 1 19쪽
24 024 - 최악의 둔재(鈍才) [2] 20.12.26 53 1 20쪽
23 023 - 최악의 둔재(鈍才) [1] 20.12.25 65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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