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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럿거라! 안평대군 행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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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명천
작품등록일 :
2024.07.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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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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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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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단종 즉위. 1

DUMMY

전균은 강산포를 들고 밖으로 나와 동쪽 지붕 처마로 올라가 마룻대 위를 밟았다. 펄럭이는 강산포를 흔들며 북쪽을 향해 크게 외쳤다.


“상위복(上爲復)”


상위는 임금을 말하며 복은 죽음의 길로 가지 말고 돌아오라는 뜻이었다.


모든 대신이 부복하며 크게 외쳤다.


“전하. 돌아오소서.”


두 번째 상위복을 외친 전균을 바라보며 강상포의 펄럭이는 것을 지켜봤다.


“전하. 전하. 어찌하여 이리 떠나십니까? 다시 돌아와 주소서.”


영의정 황보인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문무백관은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하늘을 쳐다봤다.


마지막 세 번째 상위복을 외치고, 전균은 옷을 앞으로 던졌다.


“전하, 나라의 안위를 지키고자 하신 그 마음을 이제 누구에게 맡기고 가십니까? 어찌하여 이렇게 갑작스레 떠나시나이까!”


우의정 김종서의 외침에 궁궐 전체에 슬픔의 물결이 퍼지고, 하늘을 우러르며 통곡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두 번째 형님전하를 보내드렸다.


가슴 아프고 슬픈 마음에 목이 메었다.


하지만 울음을 쏟아내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지켜보며 형님전하께서 염원하시던 계획과 세자 저하를 보필할 생각으로 복잡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머리를 풀고, 소복으로 갈아입고 베로 만든 버선과 짚신을 신었다. 절차에 따라 3일 동안 금식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였다.


의정부에서는 국장을 관리하는 총관으로 황보인으로 삼고, 빈전도감을 설치하였다.


문무백관이 곡림(哭臨)하였다.


4일째 황보인과 김종서가 나를 찾았고, 그들이 있는곳으로 가서 자리를 함께했다.


“내일 세자께서 즉위식이 있습니다. 안평대군께서는 교서 반포에 대해서 생각하고 계심이 있습니까?”


영의정 황보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의정부당상(議政府堂上)과 대간(臺諫)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대간인 사헌부(司憲府), 간관은 사간원(司諫院)에서는 의정부와 종친의 분경(奔競)하는 것을 금하라는 청을 넣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황보인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문제가 있겠습니까? 조선 법도에 따른 당연한 처사입니다. 이 일로 큰소리를 내는 자가 있다면 개새끼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우의정 김종서는 나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서 사람을 제대로 보시는 혜안이 있으셨나 봅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세자께서 보위에 오르시면 이 사람은 간산(看山))을 하러 돌아다녀 볼 생각입니다.”


“안평께서는 풍수까지 보심입니까?”


황보인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현로를 대동하여 살펴볼 요량입니다. 그 친구가 지금 쉬고 있습니다.”


“그 친구의 능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나 풍수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김종서 대감께서 현로를 이리 믿어주시니 복권(復權)하는것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김종서 대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이 사람이 전하의 명으로 산림도감으로 정해졌으니, 그와 관련된 일을 맡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현로는 김종서 부인의 묘를 정하고, 장례를 치르는 것을 도움으로 신뢰가 있었다. 김종서 대감이 이현로의 능력을 의심치 않고, 믿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김종서 대감과 소통은 이현로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더 하실 말씀이 있겠습니까? 이 사람이 잠을 자지 못하고 음식을 먹지 못해 기운이 없습니다. 잠시 쉬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그러시지요. 힘든 분을 잡고 길게 이야기했습니다.”


황보인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살아오면서 가죽신을 신어봤지, 짚신을 신어본 적이 몇 번 없어 앉아서 짚신을 들어 발에 맞추어 신고 있었다.


“전하께서 수양대군이 아닌 안평대군을 높게 보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안평대군은 천성적으로 게으르며 좋은 것만 찾으러 다니는 인물입니다. 기질이 사나운 수양보다는 종친의 세력을 억누르며 의정부의 권한을 높이신 전하의 뜻을 헤아리셔야 합니다. 앞으로 보위에 오르실 세자 저하를 잘 모시는 것만 생각하시지요.”


황보인의 말에 김종서의 대답을 들었다.


나는 짚신을 제대로 신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지금의 생각을 잊지 마십시오. 김종서 대감. 그리하면 그날 제가 구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무시하는 태도에 한번 그를 눌러줄 생각을 가졌다.



****



5일째


종친과 문무백관이 조복으로 갈아입었고, 근정문(勤政門)에서 세자의 즉위식이 열렸다.


왕가의 장례 절차에 따라 의식을 행했다.


왼손을 오른손 위에 올려 마주 잡고 기다렸다.


“산호(山呼)”


“천세(千歲)”


공수((拱手)하며 이마에 대고 종친과 문무백관들이 외쳤다.


다시 산호를 외치고 천세를 두 번째 하였고, 마지막 산호를 외치자, 천천세(千千歲)라 외치며 의식이 끝났다.


이제 마지막으로 교서(敎書)를 반포하였다.


“···내가 어리고 어떤 일을 베풀어 성취하기 어려울 듯하니 무릇 조치하는 것을 모두 의정부, 6조와 더불어 의논하여 행하겠다.”


첫 내용부터 의정부를 거론했고, 마지막까지 의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일반적 경우를 제외하고 무릇 특별히 사면할 일이 있으면 비록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의정부에 의논한 뒤에 행하도록 하겠다.”


어린 왕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으드득!


내 옆으로 이가 부서져라 갈고있는 개새끼 한 마리가 있었다.


즉위식과 교지까지 발표하며 예식이 끝났고, 종친이 모인 자리에서 수양의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의정부의 모든 권한을 넘기다니요. 또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분경을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종친을 의심한다는 처사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종친의 사람들도 그리 생각했는지 분노하는 모습들을 보였고, 나는 그들에게 한마디 했다.


“종친과 의정부 대신들까지 분경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불어 의정부가 아닌 대간의 요청이었습니다.”


“안평 아우는 답답한 소리를 하시는가? 의정부의 분경 금지는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종친의 분경 금지를 말하고 있네.”


흥분한 수양은 소매를 펄럭이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자네는 진정하게.”


종친의 가장 큰 어른인 양녕 백부의 말에도 수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백부께서는 이 일을 그냥 넘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열성조(列聖朝)께서 세우신 나라입니다. 어찌 신하들이 왕권을 넘보는 짓들을 할 수가 있습니까?”


“맞습니다. 형님.”


임영대군, 영응대군은 수양의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했고, 금성은 입을 다물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리신 전하께 종친이 성심을 다해 난국을 구제하여야 하네.”


양녕 백부의 말에 자신들이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을 둘러보며 나중에 살아남을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지 고민하며 밖으로 나왔다.


역모를 꾸미는 수양,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력하는 인간들까지 답답한 종친들이었다. 현재 혼란스러운 전하의 마음이 걱정스러웠다. 고명을 내려 의정부의 권한을 강화해 의정부의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고립무원 상태의 전하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안평아우 어찌 이대로 나가는가?”


“답답하여 잠깐 바람 좀 쐬고 있었습니다.”


“안평아우께서 이번 일로 마음이 많이 쓰인 것 같군. 내가 자네 집으로 삼을 보낼 터이니 먹고 보신하시게.”


“감사합니다.”


“자네도 알잖는가. 지금, 이 시국에 자네와 내가 힘을 합쳐 종묘사직을 지켜야 하네.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오직 그 하나만 생각하세.”


정당한 말이었고, 나는 수양의 이런 말들에 속아 의정부에 찾아가서 종친의 분경을 금하는 것을 폐지해달라며 강력한 요청을 했었다.


물론 이번에도 함께 가겠지만, 챙겨야할것이 있었다.


“어찌하려 하십니까?”


“분경 금지를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말없이 먼 하늘을 바라봤다.


애가 타는 수양은 함께 의정부에 가자는 말들을 하고 있었고, 나는 고민을 끝낸 척을 하고 수양을 바라봤다.


“형수님 가문 재산중에 정수사 부근의 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람이 값을 치를 터이니 넘겨주십시오.”


“갑자기. 그 땅이 필요한 건가?”


“정자를 짓고 휴식을 하며 불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알겠네. 자네와 나 사이에 재물이 오고가겠는가? 땅문서를 보내겠네. 지금 이런 것을 말할 것이 아니라. 어서 자네와 내가 의정부 대신들에게 분경 금지를 말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시지요. 다만 오늘은 안 될 것 같고, 내일 함께 가시지요.”


“그러하게. 내가 도승지 강맹경에게 이 사실을 전해놓겠네.”


“알겠습니다.”


나는 궐을 나오면서 전하께서 있는 곳을 멀리서 쳐다봤고, 금성대군이 전하를 찾아뵈러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자네까지 그러지 말게.”



****



무계정사로 돌아오니 이현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화도에 있을 자네가 여기에는 무슨 일인가?”


“나라에 큰일이 있는데 어찌 강화도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목효지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어 제가 그다지 필요 없었습니다.”


“잘 진행되고 있는가?”


“목효지가 3개월 이내 완성하겠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네 혹시 착호갑사장을 아는가?”


“천수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자를 데리고 오게.”


“필요한 인물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이현로가 무계정사를 나가는 것을 보고는 망울이를 불러 목욕물을 준비하라 시켰다.


목욕을 끝내고 사랑방에 들어서자. 이현로와 함께 곰 같은 사내가 앉아 있었다.


“자네가 천수달인가?”


“맞습니다. 저를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무슨 연유입니까?”


“어허. 이보게 이분이 누구신지 알고 그리 행동하는가? 어서 일어나 예를 갖추시게.”


이현로는 눈썹이 꿈틀거리며 버럭 화를 내었다.


“괜찮네.”


나는 손을 들어 만류했고, 상석에 자리했다.


찻주전자를 들어 찻잔을 채우고, 이현로와 천수달에 앞으로 내려놓았다.


나는 목욕을 끝내고 들어와 목이 말라 찻물을 입에 적셨다.


“괜찮은 차일세 들어보게.”


천수달은 뜨거운 차를 한 번에 들이키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저같이 천한 것은 차의 맛을 모릅니다. 차라리 술 한 잔을 주셨으면 더 반가웠을 겁니다.”


“미안하네. 다음에는 그리하지.”


“저를 찾으신 용건을 말씀하시지요.”


나는 오른손의 검지를 하늘을 왼손의 검지를 땅을 가리켰고, 그 다음의 동작은 오른손바닥이 공간을 갈랐다.


“하늘과 땅을 가르고 조선과 백성을 위해 북벌을 하겠다.”


천수달은 눈이 커지고 끔벅거리더니 다급하게 몸을 고쳐잡았고, 일어나 절을 올렸다.


“착호갑사장 천수달이 주인을 뵙습니다.”


이현로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눈을 크게 뜨고 나와 천수달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말을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북벌을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나는 이현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천수달을 바라봤다.


“자네와 내가 할 일이 많을걸세.”


“언제든 말씀만 하시면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차를 물리고 술을 들였다.


“한잔하시게.”


천수달은 두 손으로 술을 받고는 고개를 돌려 술을 마셨다.


“지금 착호갑사들이 몇 명이나 되는가?”


“50명 정도 됩니다. 한양에 10명 정도 남아 있고, 전국에 산군을 잡기 위해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훈련을 하고 있는가?”


“착호갑사로 뽑히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들이 있기에 각자 개인 훈련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러한가? 자네는 몇 마리의 산군을 잡았는가?”


“소인은 6마리를 잡았습니다.”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믿을 수 있겠는가?”


“선왕들께서는 북벌의 의지를 다지고 착호갑사를 만드셨습니다. 지금은 산군을 잡고 있지만 여진의 머리를 베는 것을 언제나 꿈꾸고 있습니다. 절대로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나는 천수달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계획을 가지고 있네. 자네들을 훈련하고, 가장 먼저 여진을 섬멸하는 임무를 내릴 것이네. 할 수 있겠는가?”


“주인의 명이 떨어진다면 목숨을 바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좋네.”


나는 밤새 천수달, 이현로와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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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고명 사은사. 8 +3 24.09.10 801 29 13쪽
34 고명 사은사. 7 +4 24.09.09 835 37 13쪽
33 고명 사은사. 6 +5 24.09.06 937 36 13쪽
32 고명 사은사. 5 +2 24.09.05 893 34 13쪽
31 고명 사은사. 4 +2 24.09.04 957 32 13쪽
30 고명 사은사. 3 +4 24.09.03 972 34 13쪽
29 고명 사은사. 2 +11 24.09.02 1,012 38 13쪽
28 고명 사은사. 1 +9 24.08.30 1,146 40 12쪽
27 황표정사. 12 +4 24.08.29 1,085 34 13쪽
26 황표정사. 11 +8 24.08.28 1,055 36 13쪽
25 황표정사. 10 +3 24.08.27 1,048 35 13쪽
24 황표정사. 9 +1 24.08.26 1,108 35 12쪽
23 황표정사. 8 +8 24.08.23 1,143 38 12쪽
22 황표정사. 7 +7 24.08.22 1,099 39 13쪽
21 황표정사. 6 +5 24.08.21 1,154 38 13쪽
20 황표정사. 5 +3 24.08.20 1,172 37 13쪽
19 황표정사. 4 +2 24.08.19 1,184 39 13쪽
18 황표정사. 3 +6 24.08.16 1,308 41 13쪽
17 황표정사. 2 +5 24.08.15 1,332 38 14쪽
16 황표정사. 1 +3 24.08.14 1,418 36 12쪽
15 단종 즉위. 11 +6 24.08.13 1,535 42 13쪽
14 단종 즉위. 10 +4 24.08.12 1,568 42 13쪽
13 단종 즉위. 9 +4 24.08.06 1,771 51 12쪽
12 단종 즉위. 8 +5 24.08.05 1,706 53 12쪽
11 단종 즉위. 7 +5 24.08.02 1,861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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