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날개추적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01 08:59
최근연재일 :
2023.06.17 10:1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96
추천수 :
0
글자수 :
168,303

작성
23.06.13 10:20
조회
8
추천
0
글자
12쪽

23화 - 제 49위 이카루스 – 데트리아 - 2

DUMMY

콰당! 키리의 돌진의 결과는 겉보기로는 상당히 성공적이다. 데트리아의 지근거리까지 돌진한 후 지면을 박차고 데트리아의 오른쪽 어깨 위로 자신의 팔꿈치를 얹으며 그대로 함께 지면 위로 넘어진다.


“휴우... 이제 정신 좀 차리고-”

“결국 다가오는군요. 이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키리의 오른쪽 팔꿈치에 눌린 채 지면에 드러누운 데트리아는 어떠한 당혹감도 느끼지 않은 듯, 담담한 어조의 말을 꺼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키리는 갑작스레 전신이 사슬에 묶이는 듯한 감각과 함께 신체가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느낀다.


"엇!?"

"역시 당신은 다이달로스. 틈을 봐서 저를 죽이려고 하는군요. 솔직히 왜 저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지만, 틈을 보기 위해서일 뿐임을 확실하게 알았어요.“


깜짝 놀라 자신의 신체를 둘러본 키리는 어느새 자신의 어깨에서 다리까지 반투명한 사슬이 옭아매고 있는 것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사슬의 근원이 자신의 시야가 닿지 않았던 데트리아의 왼쪽 손바닥임을 파악했지만, 이미 사지의 움직임이 봉쇄된 키리로서는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데트리아! 정신 차려! 그 애는 네 적이 아니야!“

"어디에서인가 저를 속이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군요. 하지만, 그런 허술한 수단은 통하지 않아요.“

"으, 으으, 으...“


수정구슬에서 들려오는 네리스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한 채로, 데트리아는 키리를 옭아매고 있는 영혼의 사슬을 통해 키리의 영혼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정신의 혼미함을 통해 생생히 느끼고 있는 키리는 짧게 신음소리를 반복해서 내며 고통을 느끼고 있다.


"...“


점차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것을 느끼며 '이거... 위험한데...'라고 생각하는 키리에게 데트리아는 무감정한 표정을 지으며 빤히 바라본다. 그저 적을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현재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분석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데트리아! 당장 멈추지 못해!?“

"!?“


어떤 표정도 없던 데트리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뀐다. 두 눈이 크게 떠지고, 입을 벌린 채 깜짝 놀랐다는 감정을 여실히 표현한 데트리아의 표정이 담긴 시선은 곧 키리의 옆에 떠 있는 수정구슬을 향한다.


"이 목소리... 코렛트 언니인가요?“

"키리에게 무슨 짓이야!? 지금 당장 풀어주지 못해!?“

"아... 하지만 이 남자는 다이달로-"

"헛소리 그만하고 당장 풀어 줘!“


코렛트의 불호령에 데트리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키리를 속박하던 반투명의 사슬을 없애버린다. 그러나 키리는 사슬이 사라졌음에도 지면에 엎드린 채 미동도 없이 두 눈을 감고 있다.


"너, 키리를 죽인 거야...?“

"데트리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키리를 살려내. 그렇지 못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 어, 어떻게 해야... 이미 죽었다면...“


두 명의 언니의 말에 데트리아는 어쩔 줄을 모른 채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 순간-


"안... 죽었거든...? 누굴 시체 취급을 하려고...“


힘이 잔뜩 빠진 채로, 키리가 대답한다. 아주 작고, 힘없는 목소리로. 그러나 그 힘없고 작은 목소리는 데트리아, 네리스, 코렛트 모두에게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죽은 줄 알았잖아!“

"죽기 직전이야...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네.“

"데트리아. 네가 저지른 일이니, 네가 책임져라. 키리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복시켜. 만일 키리가 죽기라도 하면, 내가 널 찾아가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키리의 대답에 네리스는 안도하면서도 소리를 지르며 한껏 짜증을 전달한다. 그 짜증에 키리가 투덜대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코렛트가 데트리아에게 엄중한 목소리로 경고를 전달하고, 살의가 섞인 그 경고에 데트리아는 전신에 짧은 경련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알았다구요... 죽지만 않았다면, 회복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 모두들, 이제 안식해도 좋아요. 내가 엄청난,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


데트리아의 지시에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영혼의 병사들은 서서히 그 모습을 감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혼의 병사들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묘지는 매우 적막해진다.


"미안해요. 제가 당신을 다이달로스의 일원으로 오해했어요... 정말, 미안해요.“

"... 일단 어떻게든 회복시켜줘. 사지를 다 못 움직이겠어. 이런 감각은 처음이야...“


지면에 엎드린 채 목 위, 즉 눈과 입 외에는 움직여지지 않는 감각을 체험하며 부탁의 말을 전하는 키리에게 데트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양손으로 키리의 상체를 들어 올린다. 그 후 키리를 부축한 채, 천천히 묘지의 외곽을 향해 걸어간다.


"데트리아. 너 내가 멈추라고 했던 말, 못 들었던 거야?“

"아... 그게, 멈추라는 말 자체는 들었지만, 다이달로스의 동료가 저를 속이는 것 같은-“

"내 목소리를 잊어버리고 있었어!?“


걸어가는 동안 진지한 투로 묻는 네리스에게 데트리아는 변명조로 대답하지만, 그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네리스의 질문이 돌아온다. 매우 큰 소리로 어이없다는 투로 묻는 네리스의 목소리에 키리는 두 눈을 꾹 감는다.


"귀청 떨어지겠다...“

"미, 미안... 하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내 목소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양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곧바로 귀를 막았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중얼대는 키리의 말에 네리스는 곧바로 사과하는 말을 전한다.


"면목이 없어요... 다행히, 코렛트 언니의 목소리는 확연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지금 그게 할 말이야? 왜 코렛트 언니의 목소리는 기억하고, 내 목소리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해?'라는 의미를 담은 네리스의 질문에 데트리아는 입을 꾹 다문 채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지금 키리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에는 결국 자신이 네리스의 말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그만해 둬. 데트리아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 더 따지지 마. ... 그 이전에 네가 쫑알쫑알대서 귀가 얼얼하기도 하고...“

"으음... 어쨌거나, 데트리아. 네가 책임지고 키리를 회복시켜. 코렛트 언니도 지금 키리가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으니, 확실하게 회복시켜서 티카 마을로 돌려보내. 그러지 못하면 어떤 벌이 기다릴지는 너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네. 물론이죠. 잘 알고 있어요.“


네리스와의 대화가 마무리된 후, 데트리아는 자신이 키리를 부축한 채 도달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누군가를 부축한 채 계단을 걸어가는 것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기에 부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이 자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난 진짜로 죽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부자연스럽거나 힘든 것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


밤이 끝나고, 지상에는 햇빛이 비추어지고 있다.


"...“


그러나, 침대에 누워있는 키리의 시야에 보이는 빛은 자신이 누워있는 공간의 각 끝에 위치한 구체에서 비추는 조그만한 빛 뿐이다. 하지만 키리는 어떤 불만도 품지 않는다. 자신이 누워있는 이 공간은 묘지의 지하이기에 태양의 빛이 비춰지지 않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니까.


"조금, 괜찮아지셨나요?“


하지만 이내, 어두움이 자리잡고 있던 공간은 순식간에 밝아진다. 데트리아가 들어오며 매우 밝은 광원을 생성해 벽의 천장에 띄웠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 질문하는 데트리아를 향해 키리의 시선이 옮겨간다.


"어... 일단,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 복장은 뭐야?“

"예전에, 인간의 마을에 위치한 어느 대저택의 메이드 일을 잠시 할 때 받아둔 옷이에요. 오늘은 사령술의 연구보다는, 키리 씨의 재활을 우선하려고 이 옷을 입었어요.“

"...“


로브를 입고, 모자를 쓴 채 지팡이를 쥐고 있던 어제와는 전혀 다른,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구성된 옷을 입고 있는 데트리아의 행색을 빤히 바라보며 키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저런 옷이 마음에 드는 거야?“

"옷보다는, 마음가짐이랄까... 적어도 다시 공격해오려는 것 같지는 않아서 안도감이 들어.“

"다, 다시는 안 그럴 거예요. 안 그래도, 키리 씨가 주무시는 동안 네리스 언니와 코렛트 언니에게 엄청나게 잔소리를 들었어요.“


자신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수정구슬을 통해 빤히 바라보던 네리스의 질문을 들은 키리는 '안도감'을 주 골자로 한 대답을 전한다. 그 대답에 데트리아가 당황하는 투로 전달하는 말을 듣고서는 '그만하라고 했건만...'이라고 생각하며 수정구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네리스. 계속 잔소리만 하다 보면 없던 원한도 생기니까, 얘한테 더 잔소리하지 마. 나야 이대로 쉬다 보면 다시 쌩쌩해질 테니 걱정도 그만하고.“

"흥... 그래. 뭐, 난 키리를 위해서 잔소리도 하고 걱정도 하는 건데, 키리가 괜찮다면야 더 할 필요도 없겠지.“


삐쳤다는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어오는 네리스의 반응에 키리는 옅게 미소지은 채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갑작스러운 키리의 행동에 데트리아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지만, 자연스레 상체를 일으켜 세워서 바닥 위로 발을 디딘 채 앉는 것이 확인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대로 앉아만 있는 것은 지루한데...“

"최소한 오늘 하루는 움직이지 않으시는 것이 좋아요. 영혼의 상처는 신체의 상처와 달리 안정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회복할 수 있으니까요.“

"...“


데트리아의 말에서 '안정을 취해주세요.'라는 의미를 읽어낸 키리는 곧 다시 침대 위에 몸을 눕힌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 방 밖으로 나가려는 행동을 한다면, 데트리아 뿐만 아니라 네리스와 코렛트, 그리고 시아까지 일제히 말리는 말을 할 것이 뻔하다는 판단이 들었으니까.


"키리 오빠. 이제 다 나았어?“

"거의 다 나은 것 같긴 한데... 오늘은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응. 네리스 언니가 그렇게 말했어. 키리 오빠 오늘 많이 아프니까 쉬어야 한대.“


어린 여동생이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마냥 말하는 시아에게 키리는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리스가 그렇게 전달했다면, 오늘은 하루종일 여기서 쉬어야겠군.'이라는 생각과 함께.


"오늘은 푹 쉬어주세요. 제 날개는 내일까지 준비해 드릴게요.“

"... 그래. 그게 목적이니, 잊지 말고 준비해 줘.“

"물론이죠.“


부탁 어린 키리의 말에 데트리아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대답을 전한다. 자신 역시 이카루스의 일원이기에, 키리가 맡은 일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키리와 함께 티카 마을에 동행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직 자신의 사령에 관한 연구는 끝이 나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이 데트리아의 판단이었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날개추적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 제 71위 이카루스 - 야야 - 1 23.06.17 7 0 11쪽
29 29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終 23.06.17 7 0 11쪽
28 28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3 23.06.16 7 0 11쪽
27 27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2 23.06.16 15 0 12쪽
26 26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1 23.06.14 8 0 11쪽
25 25화 - 다이달로스의 서큐버스 - 2 23.06.14 13 0 13쪽
24 24화 – 다이달로스의 서큐버스 - 1 23.06.13 8 0 14쪽
» 23화 - 제 49위 이카루스 – 데트리아 - 2 23.06.13 9 0 12쪽
22 22화 – 제 49위 이카루스 – 데트리아 - 1 23.06.11 8 0 12쪽
21 21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3 23.06.11 7 0 12쪽
20 20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2 23.06.10 9 0 12쪽
19 19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1 23.06.10 7 0 12쪽
18 18화 - 이변 : 붉은 영기 – 3 23.06.09 9 0 12쪽
17 17화 – 이변 : 붉은 영기 – 2 23.06.09 7 0 12쪽
16 16화 – 이변 : 붉은 영기 - 1 23.06.08 8 0 11쪽
15 15화 – 제 7위 이카루스 – 페이 - 3 23.06.08 7 0 11쪽
14 14화 – 제 7위 이카루스 – 페이 - 2 23.06.07 9 0 15쪽
13 13화 – 제 7위 이카루스 – 페이 - 1 23.06.07 8 0 13쪽
12 12화 – 다시 시작된 모험 23.06.06 9 0 14쪽
11 11화 – 제 65위 이카루스 – 시아 - 2 23.06.06 8 0 13쪽
10 10화 – 제 65위 이카루스 – 시아 - 1 23.06.05 9 0 13쪽
9 9화 – 제 23위 이카루스 – 블레드 - 3 23.06.05 8 0 12쪽
8 8화 – 제 23위 이카루스 – 블레드 - 2 23.06.04 9 0 13쪽
7 7화 – 제 23위 이카루스 – 블레드 - 1 23.06.04 10 0 13쪽
6 6화 – 제 16위 이카루스 – 플렌시 - 2 23.06.03 9 0 13쪽
5 5화 – 제 16위 이카루스 – 플렌시 - 1 23.06.03 7 0 12쪽
4 4화 – 제 18위 이카루스 – 메이 - 2 23.06.02 10 0 13쪽
3 3화 – 제 18위 이카루스 – 메이 - 1 23.06.02 10 0 14쪽
2 2화 – 이카루스 23.06.01 13 0 12쪽
1 1화 - 탈출 23.06.01 42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