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날개추적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01 08:59
최근연재일 :
2023.06.17 10:1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7
추천수 :
0
글자수 :
168,303

작성
23.06.03 10:20
조회
7
추천
0
글자
12쪽

5화 – 제 16위 이카루스 – 플렌시 - 1

DUMMY

다음 날, 아침이 된 지 2시간 정도가 흐른 후의 시각.


"자.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데려다줘서 고마워.“


멀리 높게 솟은 목재 울타리가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이 보이는 위치. 그리고 울타리 바로 옆에 세워져있는 '타라타스'라고 써 있는 팻말이 보이는 그 위치에서 메이는 키리를 지면에 착지시켜준 후 빠른 속도로 반대쪽 방향으로 날아간다.


"... 덕분에 빠르게 도착하기는 했는데...“

"함부로 들어가지 말고, 잠시 상황을 살핀 다음에 행동해. 수상하게 보여서 좋을 것 없어,"


'지금은 빠르게 갈수록 좋으니까 메이가 키리를 바래다줘.'라는 코렛트의 지시 덕분에 메이의 도움을 받아 타라타스 마을에 신속히 도착하게 되었다는 것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키리지만,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수정구슬을 통해 들려오는 네리스의 조언대로 이대로 바로 들어가도 괜찮을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그 이유는 저 멀리에 서 있는 경비병에게 다짜고짜 '플렌시라고 하는 수녀를 만나러 왔는데요.'라고 말하며 들어가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키리.“

"이번에는 내가 알아서 할게."


하지만 다른 수단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키리는 네리스가 자신을 부르는 말에도 불구하고 즉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경비병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딱히 거리낄 것이 없는 만큼, 당당한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한다.


"누구냐? 무슨 일이지?“

"혹시, 이 마을에 플렌시라는 이름의 수녀가 있다고 들었는데, 만나볼 수 있을까요?“


누구인지 묻는 말에는 대답을 생략한 채, 키리는 경비병 중 한 명에게 방문의 이유를 전달한다. 맞은편에 있는 경비병이 자신과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수정구슬을 보고 있긴 하지만, 그것에 대한 반응은 일절 하지 않은 채로.


"플렌시 수녀님을?“

"어디에서 온 누구지? 딱 봐도 수녀님과 관련이 있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 무슨 이유로 만나려는 거냐?“


플렌시를 만나러 왔다는 자신의 말에 따른 경비병들의 경계심 어린 시선에 키리는 '이럴 것 같긴 했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


"플렌시 수녀의 언니의 전언이 있어서 왔어요.“

"수녀님의... 언니라고?“

"수녀님에게 가족이 있었나?“

"...“


두 경비병의 대화에 키리는 '코렛트와 네리스에 관한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털어놓으면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입을 꾹 다문다. 이카루스에 관한 이야기는 해 봐야 믿지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며. 등에 날개가 달린 인간은 자신 역시 눈으로 보았기에 금방 믿은 것이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음... 일단 자네가 함께 동행하는 게 어떤가? 수상하긴 하지만, 수녀님께 꼭 필요한 말을 하기 위해 온 것인지도 모르니, 마냥 내쫓을 수는 없으니 말이네.“

"알겠습니다. 형님. 자, 나를 따라와라.“


경비병 중 한 명이 자신을 안내하겠다는 말을 들은 키리는 즉시 타라타스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경비병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숲속 도시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넓어 보이는 마을을 걸어가면서 키리는 '혼자 들어왔으면 플렌시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도 어려웠겠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비병의 걸음은 상당히 넓어 보이는 건물의 커다란 갈색 목재 문 앞에 멈춰섰고, 키리 역시 그의 바로 뒤에서 멈춰섰다.


"여기다. 플렌시 수녀님. 외지에서 수녀님을 찾는 소년이 왔습니다만, 지금 안에 계십니까?“

"저를요? 외지라니, 수녀회에서 온 건가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모험하는 소년인 것 같습니다만...“

"음... 일단, 들여 보내주세요.“


문 너머로 들려오는 수락의 의미가 담긴 소녀의 목소리에 경비병은 곧바로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연 후 키리를 바라본다. 자신을 보는 시선에 '들어가라.'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을 파악한 키리는 즉시 열려있는 문 너머로 걸음을 옮겨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


성당 안에 있는 수많은 의자 중 하나를 뒤로하며 걸어오는 등 쪽에 갈색의 날개를 단 검은색 수녀복의 갈색 머리카락을 한 두 눈의 색이 서로 다른 여성을 보며 '얘가 플렌시구나. 제 16위라고 했던가? 메이가 그랬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소년인데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 소년이-“

"코렛트와 네리스가 보내서 왔어.‘


경비병의 말을 자르며 꺼낸 키리의 말에 플렌시는 왼쪽의 붉은 눈과 오른쪽의 금색의 눈을 크게 뜬 채 키리를 바라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병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그래? 죄송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겠어요? 아무래도, 고해성사를 하러 온 것 같아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플렌시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며 전달되는 부탁어린 말에 경비병은 곧바로 문을 닫는다. 그 후 플렌시의 걸음은 키리에게로 향한다.


"코렛트 언니와 네리스 언니가 보냈다고?“

"응. 플렌시의 날개 깃털 하나를 가져오라고 했어.“

"... 두 언니들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말한 적은 없는데...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메이-“

"메이에게 들었어. 2달 전에 만났다더라고."


키리가 자신을 찾아온 목적을 들은 플렌시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묻는다. 그 질문에 키리는 '메이가 말해줬어.'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 말이 나오는 것보다 수정구슬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더 빨랐다.


"네리스 언니?“

"오랜만이네. 플렌시. 코렛트 언니가 타라타스 마을 근처에도 갔었다는 것 같은데 몰랐니? 왜 얼굴도 안 비춘 거야?“


수정구슬을 빤히 바라보는 플렌시를 향한 네리스의 불만어린 말에 키리는 '온 줄을 몰랐던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플렌시의 표정에서 코렛트나 네리스에게 악감정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응. 몰랐어. 난 마을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었거든. 이 마을의 성당에서 신을 섬기면서 마을 주민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서.“

"그래? ... 역시 너도 신을 모시는 사제였던 네 일에 충실하구나. 하긴, 언니도 의사 및 약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니 내가 뭐라 따지기도 어렵네. 어쨌든, 네 날개에서 깃털 하나만 뽑아서 키리에게 줘. 그 깃털을 매개체로 감지 마법을 사용해서 주기적으로 네 위치와 상태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어.”

"감시하겠다는 거야?“


다소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네리스의 의견에 플렌시는 기분 나쁘다는 투로 반박의 말을 꺼내며 수정구슬을 흘겨본다.


"감시가 아니야. 다이달로스가 언제 인간계에서 활동을 시작할지 알 수 없어. 그걸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카루스의 현재 위치 및 상태를 주기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어. 위험에 처했다는 판단이 들면 곧바로 지원하러 나서야 하니까.“

"일리는 있지만... 감시하는 건 아니라는 거지?“

"그래. 어차피 깃털을 촉매로 감지 마법을 사용할 뿐이야. 대략적인 위치와 체력, 그리고 마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마법일 뿐, 무엇을 하고 있는지까지 세세하게 감지하는 수준은 아니니까 불필요한 의심은 하지 마.“


의심이 가득한 플렌시에게 설명하는 네리스의 말을 들으며 키리는 '감지'와 '감시'라는 두 단어의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감지라는 말에는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지만, 감시라는 말에는 기분이 확 나빠진다는 것을.


"... 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냥 주는 건 싫어.“

"뭐래니? 그러면, 뭔가 대가를 달라는 거야? 이건 결국 널 위한 것인데도?“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타라타스 마을의 주변 숲에는 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한 가지가 있어. 그 일이 해결되면 그때 줄게.“


수정구슬을 보며 대답하던 플렌시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키리는 '메이와는 다르네...'라고 생각하면서도 플렌시와 시선을 마주한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메이는 그냥 주던데, 넌 대가를 바라는구나?“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마을의 주민들을 위한 거야. 사리사욕을 챙기는 건 아니니까 이해해 줘.“

"그래... 그 해결해야 하는 일이 뭐니?“


불만을 제기하던 네리스는 이내 플렌시의 의견에 수긍하는 반응을 보이며 키리에게 맡길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플렌시는 조금도 신경 쓸 마음이 없는 듯, 키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타라타스 마을의 동쪽 초원에 멧돼지들이 자꾸 출몰하고 있어. 주민들이 쫓아 보내도 잠시 소강될 뿐, 며칠 지나면 다시 출몰해서 농사를 방해하거나 주민들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 곤란해.“

"즉, 내가 그 멧돼지들을 전부 죽여야 한다는 거지?“

"응. 본래 생명을 죽여달라는 말은 신을 모시는 사제로서 쉽게 할 말이 아니지만, 주민들을 해치는 것을 직접 본 이상 그냥 둘 수는 없어. 나에게는 그 멧돼지들보다 마을의 주민이 더 소중해.“


플렌시의 부탁 어린 말에 키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멧돼지를 죽이는 일이라면 숲속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신물이 날 정도로 해 본 일이기에 별다른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 네가 그렇게 믿는 신의 권위를 담아 직접 소탕하는 것은 생각한 적 없니?“


하지만 네리스는 키리와는 대조적으로 아직 불만이 남은 듯, 플렌시에게 비아냥대는 말을 전한다. 심지어 키리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이카루스라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인간과 함께 지낼 거라면, 그 사실은 최대한 숨기는 것이 좋으니까.“

"뭐, 나하고 코렛트 언니도 비슷한 입장이니 수긍은 하는데... 키리, 네가 정해. 플렌시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건 네가 할 일이니까.“


'선택은 네 몫이야.'라는 의미를 담아 전달되어오는 네리스의 말에 키리는 다시 한번 플렌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이미 키리는 받아들이기로 했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봤는걸. 그것도 두 번이나.“

"멧돼지를 처치하는 정도는 숲속 도시에서 지겨울 정도로 해 봤어. 별로 어려울 일도 아닐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 하지만 방심하지는 마. 멧돼지에게 한 번 들이받히면 중상입는 것은 순식간이야.“

"흥, 물론이지. 나도 잘 알아.“


자신을 걱정하는 네리스의 말에 키리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키리의 모습을 플렌시는 밝게 웃으며 바라본다. '이 애라면 믿고 맡겨도 될 것 같아.'라고 생각하면서.


성당에 걸어들어온 허리춤에 단도와 장검을 결속시킨 검집을 고정한 채 들어온 모험가 소년에게서는 '확실한 무력을 갖춘 모험가'라는 느낌이 물씬 전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날개추적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 제 71위 이카루스 - 야야 - 1 23.06.17 7 0 11쪽
29 29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終 23.06.17 7 0 11쪽
28 28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3 23.06.16 7 0 11쪽
27 27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2 23.06.16 15 0 12쪽
26 26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1 23.06.14 8 0 11쪽
25 25화 - 다이달로스의 서큐버스 - 2 23.06.14 13 0 13쪽
24 24화 – 다이달로스의 서큐버스 - 1 23.06.13 9 0 14쪽
23 23화 - 제 49위 이카루스 – 데트리아 - 2 23.06.13 9 0 12쪽
22 22화 – 제 49위 이카루스 – 데트리아 - 1 23.06.11 8 0 12쪽
21 21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3 23.06.11 8 0 12쪽
20 20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2 23.06.10 9 0 12쪽
19 19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1 23.06.10 8 0 12쪽
18 18화 - 이변 : 붉은 영기 – 3 23.06.09 10 0 12쪽
17 17화 – 이변 : 붉은 영기 – 2 23.06.09 7 0 12쪽
16 16화 – 이변 : 붉은 영기 - 1 23.06.08 8 0 11쪽
15 15화 – 제 7위 이카루스 – 페이 - 3 23.06.08 8 0 11쪽
14 14화 – 제 7위 이카루스 – 페이 - 2 23.06.07 9 0 15쪽
13 13화 – 제 7위 이카루스 – 페이 - 1 23.06.07 8 0 13쪽
12 12화 – 다시 시작된 모험 23.06.06 9 0 14쪽
11 11화 – 제 65위 이카루스 – 시아 - 2 23.06.06 9 0 13쪽
10 10화 – 제 65위 이카루스 – 시아 - 1 23.06.05 9 0 13쪽
9 9화 – 제 23위 이카루스 – 블레드 - 3 23.06.05 8 0 12쪽
8 8화 – 제 23위 이카루스 – 블레드 - 2 23.06.04 9 0 13쪽
7 7화 – 제 23위 이카루스 – 블레드 - 1 23.06.04 10 0 13쪽
6 6화 – 제 16위 이카루스 – 플렌시 - 2 23.06.03 10 0 13쪽
» 5화 – 제 16위 이카루스 – 플렌시 - 1 23.06.03 8 0 12쪽
4 4화 – 제 18위 이카루스 – 메이 - 2 23.06.02 11 0 13쪽
3 3화 – 제 18위 이카루스 – 메이 - 1 23.06.02 11 0 14쪽
2 2화 – 이카루스 23.06.01 13 0 12쪽
1 1화 - 탈출 23.06.01 43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