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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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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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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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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 이변 : 붉은 영기 - 1

DUMMY

2일 뒤, 아침, 태양이 뜬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그 빛을 강하게 흩뿌리는 시각의 타라타스 마을 내 성당. 바로 전날 저녁에 타라타스의 주민을 통해 호출을 전달받고, 날이 밝기가 무섭게 티카 마을을 나선 키리를 맞이하는 플렌시의 표정에는 미소가 서려 있다.


"급하게 불렀는데도 흔쾌히 와 줘서 고마워.“

"흔쾌히 온 거 아니야. 네리스가 아침 일찍부터 빨리 가라고 재촉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온 거지.“


티카 마을에서 타라타스 마을까지. 다소 먼 길을 걸어온 키리의 표정에는 불만이 서려 있다. 그리고 그 불만이 한가득인 감정은 플렌시의 감사 어린 말에 대한 대답에도 가감없이 표출되어 나온다.


"흥!“

"... 그래서, 무슨 일인 거야? 최대한 빨리 와 달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네리스 언니하고 키리, 둘이 싸운 거야?“

"그건 신경 끄고. 부른 이유나 말해.“


잔뜩 화가 난 듯한 네리스의 짧은 콧방귀에 플렌시는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며 키리에게 질문하지만, 키리는 불만을 담은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무시하라는 대답을 꺼낼 뿐이다.


"으음... 그래, 키리하고 네리스 언니 사이의 문제니까 내가 끼어들면 안되겠지. 잠깐만.“


자신이 나설 일이 아님을 직감한 플렌시는 곧바로 뒤로 돌아선 후 자신의 전방의 벽에 위치한 책상 쪽으로 걸어간다.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걸어가는 것임을 파악한 키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플렌시를 빤히 바라본다.


몇 초 정도 흐른 후, 플렌시는 한 장의 하얀 종이를 책상에서 꺼낸 후 키리에게로 가져온다. 자신에게 내밀어지는 하얀 종이를 받아든 키리의 시선은 곧 하얀 종이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향해 고정된다.


"이게 뭐야?“

"간략하게 그린 지도야. 여기가 타라타스 마을인데, 이쪽 끝, 그러니까 동쪽 초원의 끝자락에서 뭔가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순찰을 나섰던 마을 주민의 보고에 따르면, 희미하게 붉은 영기가 일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고 하더라구.“

"붉은 영기?“


플렌시의 설명이 키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연기'가 아닌 '영기'라고 한다면, 평범한 인간에게 보일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기가 아니라, 영기?“

"응. 불에 뭔가를 태울 때 피어오르는 연기가 아니라, 영혼, 혹은 신성하거나 불길한 느낌을 주는 영기. 희미하게라도 평범한 인간에게 보일 정도면,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여. 그래서 키리가 조사해 주었으면 해.“

"흠...“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확인한 키리는 수정구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네리스가 상당히 화가 나 있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의견의 조율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마음 같아서는 키리가 무엇을 하건 신경도 쓰기 싫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

"공과 사는 구분해 줘. 네리스 언니.“

"그래... 그 전에 하나 물을게. 플렌시. 어제 네가 호출한다는 사실을 전하던 인간은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그저 네가 부른다는 말만을 전하던데, 일부러 지금의 그 용건을 전달하지 않았던 거야?“


감정을 내비치면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네리스의 질문에 플렌시의 반응은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 하나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질문에 긍정하는 반응을 내보였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기에 네리스는 곧바로 플렌시에게 다시금 질문의 말을 꺼낼 준비를 마친다.


"왜 그랬던 거야? 용건을 숨길 이유가 있었어?“

"으응... 지금 키리는 이카루스의 날개를 모으는 것을 최우선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카루스의 날개와 아무 관계도 없는 부탁을 한다면, 네리스 언니와 코렛트 언니가 절대 보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냥, 용건을 숨기기로 한 거야. 다른 의도는 전혀 없어.“


추궁하는 네리스의 질문에 플렌시는 순순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키리의 머릿속에는 '이 마을에는 나처럼 모험을 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가?'라고 생각한다. 굳이 자신을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나처럼, 모험을 하는 사람이 없는 거야? 굳이 내가 조사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

"마법사는 아예 없고, 검이나 창을 다루는 인간은 있지만, 이런 일의 조사를 맡기기에는 부족해. 그리고 키리는 항상 네리스 언니의 보조를 받을 수 있으니 충분히 조사를 맡겨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 그건 맞는 말이긴 하네...“

"흐응...“


플렌시의 대답에 키리와 네리스 모두 수긍하는 반응을 보인다. 적어도 지금, 플렌시에게서 들은 대답의 내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양쪽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니까.


"어떻게 할까? 네리스.“

"흥... 안 해 주면 플렌시가 얼마나 상심하겠어. 다만, 무리하지는 마. 영기가 인간의 시선에까지 보일 정도로 진하게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은 뭔가 위험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어쩌면, 마계의 마족이 수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고. ... 아직 키리는 마족, 그중에서도 다이달로스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으니 너무 자세하게 조사하려고 하지는 마.“


자신과 키리, 두 명 모두를 걱정하는 투로 말하는 네리스에게 플렌시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키리는 플렌시를 마주 보면서도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긴다.


"키리?“

"조사를 해 달라고 해도, 난 그 영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해.“

"그건 걱정할 거 없어. 내가 수정구슬을 통해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간접적으로밖에 볼 수 없는 이상 상세하게 조사하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출발해.“


의아함을 담아 자신을 보는 플렌시가 자신을 부르는 말에 의문을 담아 대답하는 키리를 향해 네리스가 자신에게 맡기라는 요지의 말을 전한다. 그 말을 듣고서야 키리는 천천히 뒤로 돌아선 후 성당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다소의 안도감을 마음 속에 품은 채로.


"...“


그리고 키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플렌시는 '키리와 네리스 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아마 지금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아쉬움을 품는다.


#


"... 아직 화났어?“

"시끄러워.“


타라타스 마을의 동쪽 초원. 멧돼지를 사냥했던 그 초원의 동쪽 끝자락을 향해 걸어가는 도중, 키리는 수정구슬에서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 네리스의 심중을 묻는 질문을 전하지만, 네리스는 무감정한 투로 대답을 거절하는 말로 응수한다.


"... 시아가 겁먹었던 것을 생각해서라도, 마음 좀 가라앉혀.“

"앞이나 봐. ...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으니까.“


질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네리스의 대답에 키리는 안그래도 시선을 향하고 있는 전방으로 정신을 집중하며 시선을 보낸다. 그러자 네리스의 말대로 붉은 영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확실히, 뭔가를 태우면서 나는 연기 같지는 않네.“

"농담할 상황이 아니잖아? 조금 더 가까이 가 봐. 아직, 판단하기에는 거리가 조금 멀어."

걸음을 멈춘 채 중얼대는 자신을 재촉하는 네리스의 말에 키리의 발걸음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발걸음을 멈췄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던 키리이기에, 화들짝 놀란 채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전방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지 십수 초가 더 흐른 후, 키리의 시야에는 하늘로 피어올라가는 영기가 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흡사 하늘의 색마저 가릴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것은 수정구슬을 통해 지켜보고 있는 네리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키리 외의 평범한 인간의 시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진한 영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면, 뭔가 원인이 있을 텐데...“

"영기의 근원을 찾아야겠지? 피어오르고 있는 방향을 역행해서 추적해 본다면, 그 원인이 있을 것 같은데?“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저 정도로 강한 영기가 접촉한 인간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어. 만약 접촉한 인간의 신체를 녹이거나, 신체가 아닌 영혼을 녹여 침식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하려고?“


자신으로서는 생각한 적도 없는 '악영향'을 설명하는 네리스의 말을 들은 키리는 '만일 정말 그렇게 된다면... 곤란하긴 하지.'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멈춘 후 제자리에 선다.


"저 영기에 직접 접촉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어. 이런 상황이라면...“

"그러면 어떻게 해? 그냥 돌아가? 그러면 플렌시에게는 뭐라고 하고?“

"... 오늘 밤에 내가 직접 조사하겠다고 할 거야. ... 운이 나쁘다면 다이달로스에게 추적당할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플렌시의 걱정을 확실하게 풀어주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어.“


곤란함을 담은 키리의 질문에 자기 나름의 방법을 전달한 후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는 네리스에게 키리가 보인 반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이다. 그리고 더 이상 나아가면 안 되는 상황임을 파악한 키리의 발걸음은 곧바로 그의 후방을 향하게 되었다.


#


"... 그래도 괜찮겠어? 네리스 언니?“


타라타스 마을의 성당. 네리스에게서 추후 행동에 대해 전달받은 플렌시는 걱정스러운 투로 질문한다.


"어쩔 수 없어. 키리에게 조사를 맡기고 내가 보조하는 방식을 고수했다간 키리가 저 영기의 영향을 받게 될 거야.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게 할 수는 없어.“

"... 그건 그렇지만...“

"만일 저 영기가 다이달로스에 의해 흘러나오고 있는 거라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겠지. 하지만 그랬다간 플렌시 네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 거 아냐? 그렇다면 다소 도박이 될지 몰라도, 해결을 해 봐야지.“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네리스의 의견에 플렌시와 키리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각자의 생각은 서로 조금 다르지만, 네리스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은 비슷하다.


"일단 키리. 거기에서 쉬고 있어. 괜히 티카 마을까지 돌아오느라 체력을 소모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거야.“

"알았어.“

"아, 그러면 네리스 언니. 혹시 키리하고 네리스 언니가 싸운 이유... 물어봐도-“

"키리. 대답하지 마. 플렌시도 묻지 말고. ... 나하고 키리 사이의 사소한 일일 뿐이니까.“


자신과 키리의 행동 방침이 정해지자마자 '이참에 물어봐야겠어.'라고 생각하며 키리와 네리스 사이의 불화에 관해 묻는 플렌시지만, 그 질문은 네리스에 의해 마무리조차 되지 못하게 되었다. 덕분에 플렌시는 입을 꾹 닫은 채로 일어서서 평소 자신이 하는 일인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 기도하는 일'을 시작한다. 자신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하나의 수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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