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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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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01 08:59
최근연재일 :
2023.06.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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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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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3

DUMMY

늦은 밤을 넘어 새벽이라고 칭해야 될 시각. 어두컴컴한 병원의 바깥과 달리 병원 안은 코렛트가 자신의 마력으로 광원을 만들어 비춘 덕분에 사물의 구분은 조금도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코렛트는 새로운 시약을 시험하기 위해 시험관을 가볍게 흔들어서 약물을 혼합하고 있다.


“다녀왔어.”

“수고했다. 데이지. 준비는 되었겠지?”

“...”


약물의 혼합을 시작한 지 2분 만에 병원의 문을 열고 들어온 소년, 그리고 소녀. 키리와 데이지라고 하는 이름을 가진 상당히 익숙한 외모의 두 명을 보며 코렛트는 무심한 어투로 맞이하는 말을 전한다.


"흐음... 코렛트. 데이지에게 벌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 보면 안 될까?“

"어째서지?“


자신을 말리려 하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키리의 말에 코렛트의 시선은 데이지에게서 키리로 향한다. 그러나 데이지는 계속 코렛트만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키리가 이런 말을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게, 얘가 도둑질을 한 것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 봤거든. 단순하게 도둑질을 한 것만을 가지고 그런 벌을 주는 것은... 심한 것 같아.“

"천계에서의 법도였다. 도둑질을 한 경우 발가벗긴 채 1일간 방치한다는 것이었지.“

"응. 데이지에게서 들어서 알아. 그렇지만, 도둑질이라고 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물론,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것이 이해받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데이지가 지금껏 해 온 도둑질도 이해받기 어렵다는 것은 아는데, 도둑질이라는 것도 때로는 이해받고, 권장받을 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어.“


타인의 개입을 거부하기 위해 다소 빠르게 긴 말을 꺼내는 키리를 코렛트는 어떤 방해도 하지 않은 채 말없이 경청한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났을 때, 데이지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어떤 말을 하면서 키리를 구워삶았지?“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냥, 도와달라고만... 했을 뿐이야.“

"... 이어서 말할게. 지금도, 코렛트는 그, 뭐랬더라... 다이 뭐? 그쪽하고 적대하고 있는 상황이잖아? 당장 눈앞에 그 악마, 마족? 그런 놈들하고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도둑질 역시 이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아, 물론. 지금까지 데이지가 해 온 도둑질에 대해서는 감싸 줄 여지가 없는 것이 맞지만, 한 번쯤은 봐 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다소 급하게, 정리조차 되지 않는 말을 늘어놓는 키리를 향해 냉정한 시선을 보내던 코렛트는 곧 다시 데이지를 흘겨본다. 자신을 향하는 코렛트의 시선에 데이지는 울상을 지은 채로 코렛트와 마주본다.


"... 하아...“


두 번에 걸쳐 재차 키리와 데이지를 번갈아 보던 코렛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데이지의 표정에는 화색이 돋아나고, 키리 역시 안도감이 든다는 듯 옅게 미소짓는다.


"알았다. 데이지. 키리가 변호해주는 것을 봐서,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겠다. 다만, 다시 한번 더 도둑질을 했다는 것이 내 귀에 들어온다면, 그때는 봐주고 말고 없다. 알았지?“

"응. 절대 안 할게. 절대로!“

"그리고 키리. 하나 묻지.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데이지를 변호하는 거지? 너하고는 상관도 없는 일 아닌가? 데이지가 벌을 받거나 말거나, 너는 네가 할 일을 하면 될 뿐일 텐데?“


코렛트가 데이지의 대답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자 키리는 그 말에 수긍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 후,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 코렛트가 데이지에게 벌을 주게 되면 데이지와 코렛트의 사이가 나빠질 것은 뻔하잖아? 심지어 원한까지 품을 수도 있어.“

"원한을 품지 않게 하기 위해 변호를 자청한 건가?“

"응. 서로에 대한 원한이라는 감정은 최대한 없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 그냥, 그뿐이야.“


말을 마치면서 '둘 사이에 원한이 생기면 그 불똥이 나에게 튈 수도 있다고...'라고 생각하는 키리지만, 그 말을 꺼냈다가 코렛트가 불필요한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지금의 말은 마음속에 담아두기로 한다.


키리의 말이 끝나자 코렛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납득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고 나서야 데이지, 키리 모두 안도감을 담아 한숨을 내쉰다.


"수고 많았다. 둘 다 목욕을 마친 후 2층으로 올라가서 자라. 시간이 많이 늦었다.“

"그래. 가자. 데이지.“

"응.“


자신의 당부가 끝나자마자 앞장서서 걷는 키리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 데이지를 바라보던 코렛트는 벽에 걸린 시계로 시선을 돌린 후 '나도 이제 곧 자야겠군. 벌써... 새벽 2시인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혼합하던 시험관을 책상 위 한쪽 구석에 위치한 고정대에 끼워둔 후 일어서서 벽 쪽으로 걸어간다. 자는 순간에는 잠옷을 입는 것이 그녀의 습관이었으니까.


#


달이 지고, 태양이 떠올랐다. 그리고 코렛트의 병원의 1층은 언제나처럼 조용하다.


"뭐, 코렛트 언니가 그냥 넘어가겠다고 한 이상, 내가 뭐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겠지.“

"이미 끝난 일이야. 그리고 얘도 앞으로는 그런 짓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말하지 말자구.“

"... 이번에는 믿어도 되려나 모르겠어.“


하지만 병원의 2층, 그중에서도 네리스의 방에서는 도란도란 대화가 오가는 소리가 들린다.


"믿어보라구...“

"벌 받으면서도 계속 도둑질을 반복하던 네가 할 말은 아니거든?“

"치이...“

"이번에는 달라질지도 모르지... 그것보다, 메이에게서 별다른 정보는 안 왔어?“


'이대로 두면 대화가 안 끝나겠어.'라고 생각한 키리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메이에 관한 질문을 꺼낸다. 데이지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역시 화제를 돌리기 위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응. 하지만 걔도 이유가 있겠지. 도둑질도 이유가 있어서 했을 텐데 걔라고 이유 없이 안 올려고.“

"야.“


하지만 아직도 뒤끝이 남았다는 듯이 말하는 네리스에게 키리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째려본다. 기껏 마무리지으려고 하는 자신의 시도를 틀어 막아버리는 말이었으니 당연하다.


"... 응? 코렛트 언니가 부르는 것 같은데? 그치? 시아?“

"웅? 그래? 난 못 들었는데...“

"책에 열중하는 시아가 어떻게 들었겠어? 무슨 일이람...“


코렛트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는 데이지의 말에 네리스는 반신반의하는 투로 중얼대면서도 곧장 일어서서 복도로 나간다. 그 뒤를 따라 시아를 제외한 두 명, 키리와 데이지 역시 복도로 나간다.


"언니. 불렀어?“

"데이지 오라고 해.“

"나?"


1층을 향해 다소 큰 소리로 묻는 네리스에게 무뚝뚝한 코렛트의 대답이 돌아온다. 자신을 부르는 것임을 파악한 데이지는 곧바로 1층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응. 데이지. 언니가 오래.“

"나도 들었어.“

"...“


즉시 1층을 향해 걸어가는 데이지를 보며 키리는 '같이 가서 듣는 것이 좋으려나?'라고 생각하며 뒤따라가려고 하지만, 그 행동을 네리스가 가로막는다.


"가서 뭐 하려고?“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들으려는건데... 안 되냐?“

"끼어들어 뭐하겠니? 적어도 언니가 혼내려는 것은 아닐 테니 걱정 말고 다시 들어가자.“


'방해하지 말고 들어가자.'라는 의미를 담아 말하는 네리스에게 키리는 별다른 반박을 할 근거를 떠올리지 못한다. 덕분에 그대로 네리스와 함께 그녀의 방으로 돌아간다.


#


"이히히히~“

"야, 왜 그래?"

"뭐야, 데이지. 좋은 일이라도 있어?“

"...?"


키득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데이지의 행동에 키리와 네리스, 시아 모두 기겁하는 반응을 보이며 시선을 집중한다. 세 명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도 데이지는 미소를 조금도 숨기지 않는다.


"언니가 자금을 대 줄 테니 다른 이카루스의 위치 정보를 수집해오래.“

"메이에게 맡긴 일하고 비슷한 일이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키득거리면서 들어올 일이야?“

"여기에만 갇혀 지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게다가 자금도 준다고 했으니~ 도둑질을 더 할 이유도 없어졌고~“


상당히 홀가분하다는 투로 말하는 데이지를 네리스는 뚱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바로 옆에서 다행이라는 듯이 미소짓는 키리, 그리고 보고 있던 책에서 살짝 고개를 들어 표정 없는 얼굴로 시선을 보낼 뿐인 시아와는 대조적이다.


"그렇게 쉽게 도둑질을 포기할 수 있었으면 천계에서부터 안 했으면 좋았을 거야.“

"지난 일에 대해 더 말하지 말자고 했지? 네리스.“

"흐응... 그래서, 정보 수집은 언제부터 하기로 한 거야?“


키리의 지적에 네리스는 '더 말하면 또 잔소리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질문의 주제를 바꾼다.


"원래는 내일부터 하려고 했는데, 키리가 모험하러 나가는 날에 맞춰서 같이 나가기로 했어.“

"그걸 왜 내가 나가는 날하고 맞춘 건데...“

"그냥. 우리 왕자님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밝게 웃으며 말하는 데이지에게 키리가 흘겨보는 시선을 보낸다. '누가 왕자님이야?'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데이지는 그런 시선 따위 안중에도 없는 듯, 계속 키리와 마주 보고 있다.


"응? 누가 온 것 같아.“

"이번엔 잘 들리네. 종소리니까 당연하겠지만.“


뎅뎅뎅... 여운을 남기며 울려퍼지는 종소리. 그 소리를 들은 시아가 곧바로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손님이 온 것 같다는 것을 언급하지만, 종소리는 너무도 선명하게 울려 퍼졌기에 시아 혼자뿐이 아닌 네리스, 키리, 데이지. 모두 순식간에 파악했다.


"안 나가봐도 돼?“

"마을의 주민일 거야. 대개 그랬어.“

"아항...“


파악을 마쳤음에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현 상황에 데이지가 의문을 표하지만, 그 의문에 대한 네리스의 대답을 듣고 곧바로 수긍한다. 마을의 주민을 응대하는 것에는 코렛트 혼자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의미를 파악했고, 납득했으니까.


그러나 그 납득을 깨는 코렛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데에는 2초도 걸리지 않았다. 키리를 부르는 의미를 담은 코렛트의 목소리가 '메이가 왔으니 1층으로 와.'라는 내용을 담아 순식간에 방 내부로 침투해 온 것이다.


"지금, 메이가 왔다고 한 거지?“

"메이 언니!"

"꽤 오랜만에 온 것 같네. 시아. 가만히 있어. 코렛트 언니가 부른 건 어디까지나 키리 혼자뿐이야."


반가움을 담은 표정을 지으며 일어서는 키리와 시아의 행동에 네리스는 시아에게 앉아있을 것을 지시하는 말을 전한 후 방 밖으로 나가는 키리를 바라본다.


"나도 가서 메이 언니 볼래~“

"지금 당장 가는 것은 방해밖에 되지 않아. 코렛트 언니와 키리 둘에게 정보의 전달을 마친 후에는 알아서 이 방으로 올 테니,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부우...“


네리스가 시키는 대로 자리에 앉으면서도 양 뺨을 부풀리는 시아에게 데이지는 '풋'하고 웃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자신 역시 가만히 앉은 채 메이가 이 방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기로 마음먹는다. 한때는 만나기를 회피했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맞이할 준비가 되었기에, 오랜 시간만의 회포를 풀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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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3 23.06.16 7 0 11쪽
27 27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2 23.06.16 15 0 12쪽
26 26화 – 조사 : 광산 내의 마녀 - 1 23.06.14 8 0 11쪽
25 25화 - 다이달로스의 서큐버스 - 2 23.06.14 13 0 13쪽
24 24화 – 다이달로스의 서큐버스 - 1 23.06.13 9 0 14쪽
23 23화 - 제 49위 이카루스 – 데트리아 - 2 23.06.13 9 0 12쪽
22 22화 – 제 49위 이카루스 – 데트리아 - 1 23.06.11 8 0 12쪽
» 21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3 23.06.11 8 0 12쪽
20 20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2 23.06.10 9 0 12쪽
19 19화 – 제 57위 이카루스, 데이지 - 1 23.06.10 8 0 12쪽
18 18화 - 이변 : 붉은 영기 – 3 23.06.09 10 0 12쪽
17 17화 – 이변 : 붉은 영기 – 2 23.06.09 7 0 12쪽
16 16화 – 이변 : 붉은 영기 - 1 23.06.08 8 0 11쪽
15 15화 – 제 7위 이카루스 – 페이 - 3 23.06.08 8 0 11쪽
14 14화 – 제 7위 이카루스 – 페이 - 2 23.06.07 9 0 15쪽
13 13화 – 제 7위 이카루스 – 페이 - 1 23.06.07 8 0 13쪽
12 12화 – 다시 시작된 모험 23.06.06 9 0 14쪽
11 11화 – 제 65위 이카루스 – 시아 - 2 23.06.06 8 0 13쪽
10 10화 – 제 65위 이카루스 – 시아 - 1 23.06.05 9 0 13쪽
9 9화 – 제 23위 이카루스 – 블레드 - 3 23.06.05 8 0 12쪽
8 8화 – 제 23위 이카루스 – 블레드 - 2 23.06.04 9 0 13쪽
7 7화 – 제 23위 이카루스 – 블레드 - 1 23.06.04 10 0 13쪽
6 6화 – 제 16위 이카루스 – 플렌시 - 2 23.06.03 10 0 13쪽
5 5화 – 제 16위 이카루스 – 플렌시 - 1 23.06.03 7 0 12쪽
4 4화 – 제 18위 이카루스 – 메이 - 2 23.06.02 10 0 13쪽
3 3화 – 제 18위 이카루스 – 메이 - 1 23.06.02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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