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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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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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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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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수 :
134,297

작성
19.08.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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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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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초련初戀 (3)

DUMMY

3.



“흠?”


몸을 일으키며 그르렁 거리는 그림자의 짐승.


그 옆쪽으로 네모네모 반투명판이 떠오른다.


척 봐도 내 상태창과 비슷한 느낌의 창인데...



$#^#^!@#

Lv. 1



아무래도 이름으로 보이는 것은 전혀 알아볼 수가 없는 글씨였다.


깨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뭔가 심플하게 이름과 레벨을 알려주는 모양인데... 1레벨이라, 만만하기 그지없는 상대로군.


지금으로서는 꼴랑 무녀레벨4, 검술레벨1인 나로서는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이야기 가능한가요?”


나는 그림자의 짐승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냥 말만 거는 것이 아니라 영력을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서 혼이 있는 존재라면 언어를 무시하고 의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살기 뿐이었다.


조금 전 영력 화살에 얻어맞은게 있어서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긴 한데 그와 별개로 대화가 통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무생물이 아니라면 언어를 무시하고 의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상대가 들을 생각이 전혀 없다면 무의미하다.


그 좋은 예가 악령 아니겠는가?


악령으로 발전한 원혼은 이미 ‘그냥 세상 다 미워!’를 시전하는 중이기 때문에 말을 해도 통하지 않으므로 이런 방식으로는 답도 없다.


그러고보니... 마귀랑 요괴가 적당히 섞인 듯한 기운인데?


요괴가 악령처럼 타락한 존재인건가?


악령과도 같은 존재라면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았다.


아니,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건 확정인가.


“지금이라도 물러난다면 쫓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덤벼온다면 저로서도 자비는 없어요.”


그르르르....


흠, 최후 통첩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


슬슬 공격할 자세를 잡는 그림자의 짐승을 보며 나는 가방 안에서 식칼을 꺼내들었다.


쟤도 레벨 1이고, 내 검술레벨도 1이니까 검술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뜻이겠지?


경험치를 충분히 얻으면 레벨업을 할 수도 있으리라.


도대체 몇이 만렙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1레벨은 내가 다 마음이 아플 정도니까 얼른 탈출해야겠다.


“그렇게 결정됐다면, 얼른 싸우고 끝내죠.”


내가 먼저 보법을 밟으며 그림자의 괴수에게 접근해 간다.


맹수 류를 상대하려 한다면, 그 대상이 선호하는 거리를 주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었다.


몸무게를 실어 돌진해오는 공격을 감당하는 것은 어지간히 힘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피하는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잡는 거리보다 접근해서 충격량을 낮추는 것도, 더 거리를 벌려서 아예 회피할 각을 잡는 것도 둘 다 유효한 방법.


그러나 장기전으로 끌고갈 생각이 없다면 근접전이 아무래도 유효하겠지... 식칼의 사정거리가 짧기도 하고.


먼저 가볍게 접근해 인사 겸 칼을 찔러본다.


그림자의 짐승은 가볍게 뒤로 피했다가 돌진하며 공격해 왔지만 애초부터 칼이 휘두를 때마다 맞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던터라... 재빨리 칼을 회수하고 옆으로 피하며, 내가 회피한 자리를 스쳐지나가는 옆구리에 칼빵을 놨다.


컁!


공격은 제대로 들어가는군.


요괴같은 거라면 눈에는 보이더라도 일반적인 물리공격은 통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상대의 공격은 통하고 심지어 요술까지 부리는데 이쪽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면 그처럼 불공평한일은 없는데, 다행히 잘 통했다.


식칼이 잘 안박히더라도 영력을 실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테지만 괜히 무녀 기술을 썼다가 경험치가 나뉘는 바람에 검술레벨이 안오르면 어떻게 해.


‘처음에 영력화살 던졌다고 레벨이 안오르는건 아니겠죠?’


어쨌든 그림자의 짐승도 저기서 무력하게 당한 소년이나, 저 뒤에 있는 소녀와 달리 내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인식했겠지.


이대로 도망가버리면 난감하겠지만 영적 대화도 통하지 않는 대상이라면 전략적인 후퇴를 선택할 리가 없었다.


제정신이 없어서 후퇴할 판단을 못하거나, 혹은 죽으면 죽었지 후퇴란 없거나 둘중 하나.


사실 겉보기로는 내가 딱히 강해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도 단련된 육체도 아니다보니 제대로 판단이 가능한 개체라 할지라도 해볼만 하다고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높았고.


‘어디보자...’


이 식칼로 저것의 생명력을 0으로 만들어주려면 어딜 어떻게 공격하는게 나을까?


일단 적당히 공격이 박히긴 하는 것 같지만 식칼로 치명타를 넣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허약한 육체를 지닌 인간에게도 마냥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나마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 망정이지... 전투에 익숙치 않은 현대인에게는 어려운 상대겠지만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도 제대로 된 무기가 없어서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 없기 때문에 하고 있는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시야 한쪽에서 NEW! 라는 글씨가 점멸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흠?


그림자의 짐승을 경계하며 나는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무녀레벨과 검술레벨 옆쪽으로 표시되어 있는 스킬창 버튼에 둘다 느낌표가 떠 있는데... 나는 일단 검술 스킬창을 열어 보았다.


“흐응...”


그리고 그곳에 새로운 스킬이 생겨있는 것을 발견한다.



검 소환 Lv.1

원하는 형태의 검을 소환할 수 있다.



이런게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검이 얼마나 튼튼한지, 얼마나 날카로운지 그런 것은 모르겠지만 동네 대장장이가 대충 만든 날붙이만 있다고 해도 저 정도를 상대로는 지는게 더 힘들다.


내 신체가 전혀 단련이 되어있지 않다보니 검술레벨1이라는 처참한 레벨에 승복하긴 했지만 기술 자체는 쓸만한 편이었고 싸움에도 익숙한 덕분이었다.


무당 자체가 싸움을 피하는 직종도 아니었는데, 생사의 경계 자체를 흐릿하게 인식하는 탓에 적으로 판정할 경우 목숨을 거두는 데에도 거부감이 없는 것도 있었다.


아니, 애초에 신비성의 영향력이 그토록 컸던 이유가 무당들이 전쟁에서도 활약을 했기 때문이었으며, 그렇지 않았으면 고려의 고수들과 신라의 도술사들을 상대로 백제가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승려들도 싸움이 일어나면 피하던 부류는 또 아닌걸로 알고 있지만...’


불교가 워낙 퇴마에 특화되어 있던 터라 귀신과 요괴를 부리는 것이 가장 큰 힘이던 무당으로서는 불교를 국교로 삼고 퇴마사들을 대량으로 양성한 신라를 상대로는 점점 힘을 쓰지 못하게 되었긴 한데 그건 내가 살던 시대에서도 한참이나 더 뒷 시대 이야기고.


어쨌든 어지간한 칼잡이를 상대로는 검술만 가지고도 한 몸 지키는데 큰 지장이 없었던 수준이 되고, 영력이 더해지면 고려 무림의 고수들을 상대로도 승산을 논할 정도였던 것이 내 칼솜씨였다.


‘그런데도 검술레벨 1이라니, 너무 박하긴 한데요.’


뭐 됐나.


애초에 순수한 검술이 아니라 영검술을 썼으니 검술레벨 자체는 낮을 법도 하지.


“액티브-검 소환!”


어떻게 돌아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생겨난 기술이니 감사히 써주자.


나는 식칼을 내려놓고 곧바로 검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상상한 것은 내가 전생에 가지고 다니던 검이었다... 아주 강하고 튼튼하지는 않았지만 날렵하고 날카로웠으며, 무엇보다도 내 손에 익숙했었지.


그리고,


뭔가가 빛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뭔가 반짝이거나 하는 일 없이, 어느 순간엔가 내 손에 한자루의 칼이 들려 있었다.


검 소환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한쪽 면에만 날이 달려 있는 도였지만, 이 정도는 허용범위 안쪽인 모양이었다.


“오랫만이네요... 가짜지만.”


나는 생글 웃으며 칼을 들어올렸다.


요도 후소妖刀 吼燒


타락한 구미호의 오염된 요기를 뽑아 봉인한 도는 평범한 외형이었지만 칼침을 맞는 입장에서는 결코 평범한 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을거다.


그렇게 오염된 요기를 뽑아냄으로 인해 정화된 구미호는 그 뒤로 나와 동행하며 내 일을 도와주게 되었었다.


검 소환으로 소환된 후소는 봉인된 구미호의 오염된 요기가 없는 겉모양 뿐이었다.


이걸로 충분하지만.


나는 그림자의 짐승을 바라보았다.


“이제 큰일나셨어요, 이 칼에 맞으면 엄청 아플텐데... 그러게 보내줄 생각이 있었을 때 고이 물러나셨어야죠.”


크와아아앙!


그림자의 짐승이 마지막 발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돌진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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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초련初戀 (8) 19.09.05 4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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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련初戀 (3) 19.08.28 4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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