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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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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최근연재일 :
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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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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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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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13)

DUMMY

13.



아주 오래 전 인연을 맺었던 강력한 요괴를 불러낼 수 있는 실마리를 잡긴 했지만, 그러나 일단은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해후하더라도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을 테니까.


일단 오늘의 일은 끝나고, 여유가 있을 때...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서둘러서 먹어야겠네요.”

“그러게.”


슬슬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 달이 뜨지는 않았을 시간이다.


보름이었고, 산속에 있기도 하니 해가 완전히 지고나서도 조금 지난 뒤에나 떠오를테지.


정자에 앉아 사온 먹거리들을 풀었다.


햄버거에 감자튀김, 콜라까지...


감튀는 눅눅해졌고 콜라는 김이 꽤 빠졌지만,


“...맛있네요.”

“하얀마늘이 역시 최고라니깐.”

“근데 당신은 왜 다른걸 먹나요?”

“...칼로리가 맛의 단위라는걸 알려주는 녀석이기도 하거든... 그 패스트푸드점은 칼로리가 높을수록 맛있어...”

“...”


소희가 애달픈 눈으로 내 손에 들린 하얀마늘버거를 쳐다보는 일이 있긴 했지만, 딱히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소희는 마지막으로 뉴스를 조금 뒤적거리더니 폰의 전원을 완전히 꺼서 넣었다.


햄버거를 먹어 없애고, 감튀도 모조리 먹어없애고, 콜라까지 모조리 마셔 없애는 것에 딱 맞추기라도 하듯 그 순간 해가 떨어진다.


그리고...


-푸하! 답답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온 소년의 귀신이 대략 하나.


“오셨군요.”

-어!

“...? 어제 그 비석 열심히 찾아주신 분?”

“예. 오늘도 열일해 주실 거예요.”

“그렇구나... 오늘도 잘 부탁해요.”

-...


소년이 약간 침울해지긴 했지만, 살짝 격려해서 일을 하라고 보냈다.


뭔가 계약을 한 것도 아니니까 떠나려면 얼마든지 떠날 수 있는데 또다시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소희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일 거다.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레벨업하고 스킬을 얻는 것도 그렇지만, 아이템들을 하나씩 얻어가는 것도 소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제는 소모품 하나를 얻었을 뿐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굉장히 비싸게 팔 수 있을 아이템이자 여분의 생명이었고, 오늘은 쓸만한 장비 하나 얻을 수도 있는거 아니겠는가.


소년이 비석을 찾아내서 돌아올 때 까지는 일단 대기다.


방심하고 있기는 조금 그렇지만, 괴물이 우리를 찾아내는 것보다는 소년이 비석을 찾아내는 것이 더 빠를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괴물보다 귀신의 이동속도가 월등하니까.


운이 좋으면 검은 비석이 만들어낸 괴물이 우리 반대쪽으로 가버려서, 그냥 던전 하나를 공짜로 입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우리는 나란히 앉아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앉아만 있었다.


괴물이 우리쪽으로 달려온다면, 괴물이 온 방향을 향해 가보는 것이 낫지만 그게 아니라면 소년에게 탐색을 맡겨놓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어제 이미 깨달았다.


가만히 앉아 있자, 소희의 어색함이 내게까지 물씬물씬 전해져 온다.


뭐 납득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지나다니다 얼굴만 몇 번 보았던 옆반 왕따와 이러고 있는 거니까.


나도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나(초련)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나(소영)는 괴롭히던 애들 뿐만이 아니라... 도와주지 않는 평범한 다른 애들도 미워했으니까.


그것은 탁 잘라서 뭐는 뭐라고 하며 넘어갈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소희가 조심스레 말했다.


“근데 그런 실력을 갖고 왜 그러고 다녔어?”


네모네모반투명창이 나타나고, 능력을 얻게 되었다고 해서 신체능력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것을 알고 있는 소희 입장에서는 그런 말을 할 법 했다.


검 소환이나 소영기습은 그렇다쳐도, 그 외의 것은 내가 원래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더구나 괴물사태가 터지고 첫 만남부터가, 그림자 짐승에게 습격당하는 상황에서 구출해주면서 만나게 된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힘든 부분이었고, 굳이 그럴 이유도 없었다.


같은 학교의 동급생이긴 했지만, 친구라 할 만한 사이도 아니었다.


애초에 친구라 부를 사람 자체가 없는 인생이었다.


“싸워보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쉽게 하겠어요? 이런 상황이니까 해보게 된 거죠.”

“그건 그렇긴 하지.”

“억지로 뭔가 말 걸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전 뭔가 어색하거나 그러지 않으니까요.”

“내가 어색해!”

“이야기할 거리도 없는데 억지로 말하려고 하면 더 어색해질걸요?”

“.......그것도 그렇지만.”


애초에 전혀 접점이 없는 사이였으니 별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만한 사이도 아닐뿐더러, 해봤자 유쾌하지도 않을거고.


무녀 초련으로서의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이상 임소영일 수밖에 없는데... 소영으로서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해봤자 우울하고 분위기만 가라앉힐 뿐이다.


내가 딱히 옆구리찔러서 사과받고 싶은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집에 TV도 없는 내가 연예인 누구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드라마를 보는 것도 아니잖아?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역시나 별은 보이지 않는다.



* * *



분위기는 돌이킬 수단이 없을 정도로 가라앉아버렸지만, 그와 별개로 던전 탐색격멸은 꽤나 순조로웠다.


어제와 딱히 다를바 없는 수준의 괴물들이 튀어나왔고, 여전히 경험치는 1도 안 올랐다.


지금 나오는 괴물들을 상대로는 지금도 이미 적정레벨을 넘어섰다는 뜻이겠지.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되겠지만 말이다.


“후우. 건강해지는 느낌이네요.”

“........그건 그래.”


산을 오르고, 전투를 위해 몸을 움직이면서 평생 안하던 운동을 몰아서 하는 기분이다.


네모네모반투명창에 나타나는 레벨은 요지부동이었지만 그거랑 별개로 몸 자체가 단련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마법사]라서 이리뛰고 저리뛰며 전투를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단 산을 같이 타고 있는 소희도 비슷한 느낌인 모양이었다.


남자애들이야 축구같은거 하면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애들은 뛰어다닌다 치지만, 평범한 여자애들이 얼마나 운동을 하느냐면 절망적인 수준일 수밖에 없다.


여중 여고라면 쒼나게 이리저리 뛰어다닐지도 모르지만, 우리 학교는 남녀 공학이었다.


...


나는 마악 쓰러져, 대기중으로 녹아들 듯 사라져가는 보스를 물끄럼히 바라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던전 토벌을 하는데 가장 많이 드는 시간은 다름이 아니라 탐색과 이동시간이었다.


아무리 소년이 빠르게 탐색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수로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면 꽤나 꼼꼼하게 지역을 훑어봐야 하니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거기에 평범한 소녀 둘이니까, 만약 3킬로미터만 이동한다고 쳐도 한시간은 고스란히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


소년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하루에 3개 혹은 4개... 던전 클리어에 걸리는 시간과 별개로 그게 한계일 수밖에 없다.


나는 보스가 쓰러져서 사라져버린 뒤, 공중에 나타난 [검은 빛무리]를 향해 요도 후소(가짜)를 휘둘렀다.


빛무리가 깨어져 사라지면서 아이템이 튀어나온다.


“이걸로 오늘은 두 개 째네.”

“네. 하나만 더 깨고 쉬러 가죠.”

“좋아.”


튀어나온 아이템은 옵션만 봐도 내 것인 장비였다.



바람정령의 귀걸이(매직)

사용시 특정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준다.

장소에 따라 범위 제한이 있으며, 두 시간에 한 번만 발동한다.



여전히 미묘한 성능이긴 하긴 했다...


내게는 [습격 방지의 귀걸이]도 있긴 했지만, 한쌍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한 개씩 나왔으므로 양쪽 귀에 하나씩 끼면 된다.


효과는 심플했는데, 예를 들어 이 근처 어딘가에 적이 은신한 것이 확실할 때, 그 숨소리나 심장박동 소리를 찾아낼 수 있는 식이었다.


혹은 저 앞에 있는 커플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엿듣는다거나?


물론 소희도 써먹자면 써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지만, 소희는 이미 오늘 아이템을 하나 챙겼기 때문에 이 귀걸이는 자연히 내 것이 되었다.



무영창의 반지(매직)

사용시 다음 1회의 일반스킬이 준비시간을 생략하고 곧바로 시전된다.

하루에 한 번 사용 가능하며, 같은 종류의 사용효과는 재사용 대기시간을 공유한다.



소희의 마법의 단점은 긴 준비시간이었는데, 그것을 한 번 생략해 주는 반지다.


나는 아무래도 검을 사용하니까, 준비시간이 있는 스킬도 없었고 앞으로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당연히 소희의 아이템이었다.


“남는 아이템은 어떻게 해야 할지 슬슬 고민해보긴 해야겠네요.”

“확실히.”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핵]이 파괴된 던전에서 나와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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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초련初戀 (9) 19.09.07 30 0 11쪽
9 초련初戀 (8) 19.09.05 4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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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련初戀 (3) 19.08.28 4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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