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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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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최근연재일 :
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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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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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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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27)

DUMMY

27.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역으로, 계속 얼굴 보면서 지내면 그만큼 친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교실이 다른만큼 수업시간에는 갈라질 수밖에 없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항상 붙어 있는 나와 소희였기에 친해지는 속도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잠까지 같이 자니까 말 다했다.


“...”

“음냐음냐.”


나는 내 몸 위에 올려진 소희의 팔다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옆을 보자, 자기 이불은 어쩌고 내 이불 안으로 파고들고 곰돌이 인형 끌어안는마냥 나를 안고, 흉기나 다름없는 기세를 밀어붙이고 있는 소희가 보였다.


“.......하아. 그래도 너무 무방비한거 아니여요?”


음... 생각해보니 상관없나?


어차피 소희야 여자애들이랑 같이 자는거 아니면 애인이랑이나 같이 잘텐데.


나는 소희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거실로 나왔다.


뭐 소희 때문에 깼다...는 느낌은 아니고 깰때가 되어서 깼다는 느낌이다.


아직 밖이 어둑어둑하긴 하지만 소희네 부모님은 이미 출근하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새벽 대여섯시면 출근하는 것이 보통이니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오후 4시 칼퇴근이라고 치면 점심시간 한시간을 고려해서 7시에 업무 시작이니 말이다.


어차피 한시간 정도 지나면 우리도 일어났어야 할 시간이다.


‘뭐 먹을거 없나... 해두고 가셨을 텐데요.’


소희에 집에 얹혀 지내는게 너무 익숙해지면서, 뭔가를 할때도 꼭 3인분씩 해두고 가시곤 했으니 내가 먹을 것도 있을 거였다.


...! ...!!!


그런데 한쪽에서 빛과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보니까 소운의 방에 불이 켜져 있고, 스피커에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벌써부터 일어나서 뭔가를 뚝딱뚝뚝 하고 있는 모양이다.


“으음~”


친해진 것은 비단 소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소운과 같이하는 시간도 절대 짧지 않으니까.


똑똑.


나는 주방에서 먹을 것을 찾아보는 대신, 소운의 방으로 다가가 노크했다.


“누구세요?”


소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머리카락 눌린데가 없는지 살짝 확인해보곤, 휘휘 정리하며 대답했다.


“저여요. 소영.”

“응? 들어와도 돼.”

“실례할게요.”


어차피 컴퓨터가 소운의 방밖에 없으니까, 특히 촬영을 시작한 며칠 전부터는 괴물을 잡고 돌아오면 소운의 방에 일단 모이는 것이 익숙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소운이 보였다.


척 봐도 동영상을 이리저리 뭔가 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뭐 하세요?”

“편집.”

“그거 해줄 다른 분 구해보는거 아니었어요? 저는 그렇게 들었는데.”

“그렇긴 한데 기본으로 깔려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잠깐 건드려 본다는게.”

“오라버니도 잘 쉬셔야 이따 또 던전 가죠.”

“하하. 괜찮아. 오늘은 공강이 길어서 동방 가서 자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나는 어깨 너머로 소운이 편집중인 영상을 보았다.


무슨 전문 편집자처럼 자막넣고 효과넣고 하는 것은 아니고 적당히 정리해서 모아보는 중인 것 같았는데...


소운이 어깨를 으쓱, 했다.


“여튼 포기야 포기. 이걸 대체 어떻게 하는거지? 난 못하겠는데.”

“사람마다 특기는 다르니 그럴 수 있어요.”


아니... 애초에 한 사람이 다 잘하면 너무 불공평하잖아.


저 외모에, 저 사교력에, 명문대 들어갈 정도 머리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


“...”


그러고보면 잘 생기긴 진짜 잘생겼다.


집이라 그런지 약간 어벙하고 다 내려놓은 모습을 보일때가 자주 있긴 했지만 집에서야 원래 그럴 수 있는 거고.


굳이 말하자면 우유같은 부드러운 느낌?


그러면서도 일단 병역을 마친지 오래지 않아서 그런지 알게모르게 굳은 느낌도 숨어있다.


말년이 되면 군기 그게 뭐더라.....하게 된다는 것 정도는 듣긴 들었지만 그래도 강제운동을 하게 되는 시기이긴 하니까.


아앗... 이런 얘기 하고 있을게 아닌데.


나는 고개를 휘휘 저어 잡생각을 털어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쩐 일로 갑자기 편집에 관심이 생기셨었나요?”


공강시간에 쉬면 된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당장 이불의 따뜻함을 포기하기 힘든게 당연한 일이었다.


취미생활은 시간이 나서하는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거라지만 저게 취미도 아니잖아.


원래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긴 했지만.


소운이 말했다.


“너네 조회수 상당히 나오더라고. 아침에 보니까. 그러니까 뭔가 손을 대보고 싶어진거지.”

“...?”


생각도 못했던 말에 나는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그게... 조회수가 나온다고요?”

“그렇던데? 아직 몇만 정도지만.”

“엄청 붙었네요?”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조회수 몇 만이라고 하면 얼핏 별거 아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인지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갓 만든 소희 계정에 영상 몇 개, 통으로 올렸을 뿐인데 몇 만의 조회수라면 절대 낮은게 아니다.


애초에 자막같은 것도 넣고 보기좋게 편집도 하고 그런 영상이 아니니까.


소운이 인터넷을 열어 소희가 올린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의 말대로 어느새 조회수는 무려 7~8만 정도였다.


“어... 그새 두배 넘게 늘었네.”

“...음. 대체 왜 이렇게 된걸까요?”


우리가 돌아와서 영상을 올린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조회수가 빠르게 늘어날 이유가 없을텐데...


각성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기는 했지만 그것도 이 동네를 기준으로 생각해서 그런거지, 전국이나 전세계로 보면 절대적인 숫자 자체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동영상 공유사이트에는 이미 그렇게 각성자들이 올린 영상들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소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신기하잖아. 너네 영상.”

“네?”

“각성자들이 많은건 사실이지만 어린 여자애 둘이잖아. 그것도 거의 너 혼자 다 하고.”

“어라.......”

“댓글 봐봐.”


소운이 보여준 댓글란은 꽤 글로벌한 언어들이 보였고, 나는 곧바로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나는 한글이랑 한자밖에 못 읽는단 말이야.........


그걸 봤는지 소운이 피식 웃었다.


“대부분 네가 대단하다는 말들이야.”

“그래요?”

“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놀라운 반응은 아니지. 여기저기 링크가 퍼져서, 그걸 타고 사람들이 보러 오는건가봐. 우리나라에선 밤이었지만 지구 반대편은 낮이었잖아.”


이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는 온갖 신기한 영상들이 올라오곤 했다.


그런 영상들에 비하자면 편집도 제대로 안된 우리 영상은 뭍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운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았다.


“보니까 입소문을 타고나면 방문자들이 더 늘어날거 같아서.”

“그래서 편집에 욕심이 나신 거군요.”

“응. 지금은 포기해 버렸지만.”


그리고 소운이 좋은 점이라며 추가로 말해 주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입소문을 타는 영상이면 편집자 구하는게 어렵지 않을거야.”

“하루이틀이지 화제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은데....”

“컨텐츠는 생각해 봐야지. 그래도 소희가 인터넷 방송 하고 싶어하잖아. 대박영상 하나라도 있으면 인지도 쌓기 좋을거고. ...너한테 큰 장점이 있는건 아니겠지만.”

“아뇨. 소희가 좋으면 저도 좋아요.”


내가 잘 아는 부분이 아니다보니 방송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대박 영상...은 이런 주제로는 조금 무리지 않을까요? 그리 화려한 것도 아니고.”


컴퓨터 그래픽처럼 화려하게 팡팡 터지는게 아니란 말이야.


거기다가 내 전투방식 자체가 볼거리가 너무 없다.


피하고, 그 다음에 베거나 찌르는 것의 반복이기 때문에 괴물의 종류가 달라지더라도 원패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조건이더라도 순간적으로 화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긴 하지만...


“거기다가 제가 별로 잘 안생겨서.”


이 시대 기준으로도 평균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딱 그정도였다.


피사체가 소희였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내가 피사체여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어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소희보다는 훨씬 낫지.”

“........아니, 오라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고요.....”


좋게 말해주는게 고맙긴 한데 아무래도 그건 좀...


나는 곤혹스런 웃음을 띄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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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초련初戀 (21) 19.09.19 2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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