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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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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최근연재일 :
2019.10.10 06:3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44
추천수 :
11
글자수 :
134,297

작성
19.08.29 16:40
조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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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초련初戀 (4)

DUMMY

4.



승부는 곧 났다.


당연히 나의 승리다.


“흠.”


날카로운 검기劍技에 의해 두조각이 난 그림자의 짐승은 곧 허물어지더니 그림자로 이루어진 웅덩이 같은 것이 생겨났다.


‘일반적인 요괴는 확실히 아니네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단련되지 않은 몸으로 짐승의 몸을 일도양단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려의 고수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단언컨대 나는 무리다.


그런데도 그림자의 짐승은 간단히도 양분되어 버렸는데, 베는 느낌이 있긴 했으나 골격같은 것이 있지는 않은 모양새였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몸이었으니 어련할까마는... 요괴들은 바탕이 되었던 짐승이 되었건 신이 깃든 물건이 되었건 본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처럼 쉽게 베어지는 대상은 아니었다.


귀신이라면 이처럼 쉽게 흩어지기야 하겠지만 사람을 저주해서 죽일 수 있을지언정 물리력으로 피해를 주기는 힘들텐데... 대체 이거는 뭐하는 녀석인거지?


그보다 경험치같은 것을 분명 얻었을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태창을 보니까 검술레벨은 여전히 1이었다.


정말로 처음에 영력화살 날린거 때문에 경험치가 갈려서 검술레벨이 안오른건 아니겠지?


너무나도 불친절하다보니 영문을 알 수가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고민하기로 했다.


후소는 전투가 끝나자 곧 사라졌으므로, 일단 바닥에 던져놨던 식칼을 다시 주워서 챙기고 이내 기절한 소녀에게 다가가 본다.


“분명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그야 그렇겠지.


같은 교복이니까.


하지만 예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만 있고 명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걸 보니 같은 반은 아닌 모양이었다.


사실 같은 반이라고 해도 친할 리도 없지만 말이지?


남친이랑 밤에 놀러다닐 정도 인싸와 친했으면 애초에 학교 전체의 왕따도 아니었을거다.


그래도 아무리 안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냥 여기 내버려두고 가는 것도 할 짓은 못되는 것 같긴 한데...


119에 신고라도 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것 같긴 한데.


‘슬슬 이 시대 문물에 대한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머리 속에 분명 있지만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던 [초련]과 [임소영]의 기억이 슬슬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할까-


애초에 워낙 서로 이질감이 강해서 그렇지 딱히 배척하는 느낌도 아니었긴 했다만.


처음 깨어났을 때 정도만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119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었지 않은가?


물론 내게는 폰이 없었다.


“흠.”


하지만 이 자리에는 다른 폰이 있거든.


나는 일단 소녀의 주머니 속에서 폰을 꺼내들었는데, 아주 당연하게도 잠금패턴이 들어가 있었으므로 내가 열 수는 없었다.


별 수 없이 죽어있는 소년의 시체를 뒤져서 폰을 집어들었다.


다행히 상태는 멀쩡했다.


마찬가지로 비밀번호로 잠겨 있었지만 기절한 소녀와 달리, 본인한테 물어보면 그만이다.


“저기요.”


나는 한쪽에서 얼타고 있는 소년의 귀신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나요?”

-지금 무슨...?


혼란스럽겠지.


이처럼 뜬금없이 살해당한 귀신의 경우 아주 흔한 일이었다.


나는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당신은 죽었고, 아직 살아있는 니 여자친구 데려가라고 119를 부르기 위해 이 전화기가 필요하다고.


이 정도 설명만으로 간단히 납득할 정도라면 이미 일반인이라고 하기 힘들겠지만 나는 딱히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죽음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내 성향도 있었지만, 소영의 기억과 감정이 녹아들며 이제는 그 감정조차도 내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한 탓도 어느정도는 있었다.


그것도 겨우 고등학생의 나이로 자살해버린 애가... 세상을 아름답다고 여길 리도 없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리도 없었다.


특히 하하호호 웃으며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미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당 초련]으로서의 의식이 깨어나며 자살이 반쯤 실패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분명 원귀가 되고도 남았을 정도의 절망과 증오가 내 안에 있었다.


나는 폰을 든 손을 소년의 귀신을 향해 쭉 내밀며 다시 말했다.


“비밀번호.”

-갑자기 그게 무슨...!

“비밀번호. 이번에도 말 안하면 그냥 버려두고 갈거예요.”

-8009...

“잘 했어요.”


나는 소년의 폰 비밀번호를 열고, 119를 눌렀다.


...


“...연결이 안되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말할 것도 없이, 소방관은 공무원 중에서 인식이 좋은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좋을 분야였고, 119에 전화를 걸면서 연결이 안될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당직자가 잠들었다거나 뭐 그런건 아니고... 지금 이 시간인데 통화량이 폭주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 늦은 시간에 뭐이리 소방서에 전화를 많이 걸어?


...라고 생각하던 내 시선이 쓰려져 있는 소녀와, 소년의 시체, 그리고 소년의 귀신을 순서대로 훑었다.


그리고 납득했다.


‘여기서만 일어난 일이 아닌 모양인데?’


정체는 알 수 없다.


어디서 온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인간들을 기준으로 보자면, [적]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내게는 칼 한자루만 쥐어주면 넉넉하게 퇴치가 가능했지만 직접적인 전투와 거리가 먼 일반인이 마주친다면 저기 널부러져 있는 소년처렴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강적.


직접 잡으려 드는 자들도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경찰이나 소방서 같은 곳으로 연락할 생각을 먼저 할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는지 소년이 내게 물어온다.


근데 나라고 해서 뭐 알 리가 있나... 애초에 나는 이 시대 자체가 안 익숙하다.


소영의 기억과 감정까지 거의 다 받아들이긴 했지만, 애초에 소영의 세계 자체가 좁았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TV도 없고 친구마저 없는 소영의 세계는 협소 그 자체였으니까.


“나라고 알겠어요?”


당연히 해줄 말도 딱히 없는거고.


나는 어깨를 으쓱, 해 보이곤 옆에 벤치에 가서 앉는다.


이제와서 버리고 가기에도 좀 그러니까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보자.


사실 애초에 이 위에서 노숙할 생각으로 온 것이기도 했고, 난리가 나도 단단히 난 것 같은 저 아래로 굳이 돌아갈 이유도 없었다.


피냄새가 나긴 했지만 어차피 현대의 뒷동산에 피냄새를 맡고 올 맹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랬는데...


-뭔가가 오는데.

“...알아요.”


나는 혀를 찼다.


그러고보니 뭔가 난리가 난 상태였지?


‘저것’이 과연 피냄새를 맡고 온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세 마리가 되는 그림자의 짐승이 날랜 몸놀림으로 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에잉...’


나는 곧바로 [액티브-검 소환]을 사용해 요도 후소의 레플리카를 소환해 냈다.


사실은 정말 맹수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짐승이 영력을 지닌 무당을 해하려 할 확률 자체도 희박했다.


대화로 물러가게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영력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강적이라는 뜻이고, 야생은 작은 상처가 계기가 되어 도태될 수도 있기에 굳이 강적을 건드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그림자의 짐승들은 달랐다.


전투를 회피할 수 없는 상대였다.


나는 전투를 겁내지는 않았지만, 좋아하지도 않았다.


-칼을 갑자기 만들어내다니! 대체 뭐야?

“글쎄요... 오늘 갑자기 생긴 능력이라서.”


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마악 도착해 달려드는 그림자의 짐승들을 맞이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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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초련初戀 (8) 19.09.05 40 0 10쪽
8 초련初戀 (7) 19.09.03 31 0 9쪽
7 초련初戀 (6) 19.08.31 32 1 7쪽
6 초련初戀 (5) 19.08.30 53 1 9쪽
» 초련初戀 (4) 19.08.29 5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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