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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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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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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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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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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초련初戀 (2)

DUMMY

2.



어차피 정신도 말똥말똥하겠다, 나는 네모네모반투명창을 이리저리 밀어보며 놀았다.


자시... 아직 열두시도 안된 만큼 원래부터 밤에 활동하는 것이 일상이던 내가 잘 시간이 되려면 좀 멀었기 때문이다.


몸은 수면을 원하며 늘어지고싶어했지만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정신이 말짱한데 무슨 수로 잠이 들겠는가?


어쨌거나...


상태창 자체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게임이라면 있을 법한 힘, 지능 이런 것도 딱히 없었고 그냥 내 것으로 보이는 레벨들과 스킬창이라는 것을 여는 단추가 있을 뿐이었다.


스킬창 단추를 열어보면 지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영력이나 기타 등등... 원래 내가 쓸 수 있던 무당으로서의 기술은 그대로 사용 가능한 것을 보면 내가 원래 쓸 수 있는 기술과 관계없이 이 상태창 녀석을 통해 배울 뭔가가 이곳에 등록되는 것 같았다.


‘애초에 무당도 아니고 왜 무녀로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의미는 통하니...’


정확히는 상태창이라기보다는 그냥 뭔가 스킬창의 터미널같은 느낌이랄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런게 생겨 있으니 확인은 해봐야 하지 싶었다.


내가 뭔가를 해서 얻어낸 것도 아닌지라 미심쩍은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근데 이 스킬창은 어떻게 채우는걸까?


진짜 불친절하네... 뭘 어떻게 하라는 설명도 없어.


나는 ‘Lv.4 무녀’ 옆에 붙어있는 스킬창 버튼과 ‘Lv.1 검사’ 옆에 붙어 있는 스킬창 버튼을 이거 눌렀다가 저거 눌렀다가 하다가 곧 상태창을 닫아버렸다.


아마 멀티클래스인 모양인데 직업별로 스킬창이 따로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고민해봤자 나올 것도 없어 보인다.


‘근데 레벨 1 검사는 또 뭐야... 기준이 뭘까요?’


뭔지 모르겠지만 숫자가 이렇게 작으니 둘다 낮은 레벨이긴 한 것 같다.


그래도 검사 레벨이 1이라는 것은 그래도 어느정도는 납득이 가는 수치였다.


떠돌이로서 혹시 모를 상황에서 호신을 하기 위해 검술을 어느정도 익힌 나였지만 지금의 내 몸은 너무도 연약했다.


몸 쓸일 자체가 없으니 초련으로서의 내게 비할 바는 아니었으며, 기술이야 어느정도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기반이 없으니 1레벨이어도 별 수 없겠지.


대한민국에서 어차피 검술을 활용할 만한 병장기 자체를 구할 방법이 없으니 이쪽은 아무래도 좋긴 했지만.


여튼 지금으로서는 이 상태창이라는 것이 내게 뭔가 이득을 주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아웅!”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곧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그래도 잠이 안온다!


초련으로서의 내쪽이 조금 더 정체성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소영으로서 활동한 기억도 있지만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을 잔 기억‘도’ 존재한다는 느낌일 뿐 밤새 활동하고 동이 터올 무렵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더 익숙하게 느껴졌다.


‘잠이 안 올 때 억지로 누워있는 것만큼 비생산적인 일이 없으니...’


그래봤자 잠이 오는 대신 뒤치닥 엎치락 하다가 시간만 보내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눈감고 누워 있으면 체력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 체력이 부족하면 영력으로도 어찌저찌 할 수 있는지라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다.


물론 앞으로는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는 쪽으로 습관을 들여가야겠지만... 내일부터 하자.


‘차암 녹색이 드물어...’


백제에서는 어딜가도 풀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도시를 제외하면 농경지, 들판, 숲, 산 넷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일부 산들만 남긴 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힌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근린공원은 산을 끼고 조성되어 있었지만 공원 안에 작은 동산이 있는 모습일 뿐 공원 자체는 돌로 되어 있다.


잘 조성되어 있다면 조성되어 있는 것이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는 모습이기도 했다.


나는 공원 옆에 있는 산으로 향했다.


“...”


그냥 경사 좀 있는 산책로라는 느낌일까, 이 시간의 산은 커플이 여럿 보였다.


자취하고 있을 가능성도 낮고 모텔비 같은 것도 부담되는 중고딩 애들이었다.


대학생 정도만 되어도 차라리 알바해서 돈을 벌어 쓰겠지만 그 전에는 아무래도 힘들지.


뭐라 할 생각은 없으니 대충 지나쳐간다.


어차피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이미 결혼해서 애도 있을 나이다, 뭐.


뭔가 배워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지다보니 아직까지도 미성년자, 청소년으로 분류하고 있었지만 고등학생 정도 나이라면 이미 신체의 성장은 거의 끝이게 마련이었다.


더군다나 정신적인 성장은 뭔가 계기가 있으면 어느순간 급성장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면에서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7~8살짜리 꼬맹이조차 외적인 부침을 겪고 어깨에 책임을 지다 보면 정신적으로는 어른이 되게 마련이었으니.


하여튼 서로 물고빨고 하는, 이 시대 기준으로는 발랑 까진 애들이 여럿 보이는 곳을 지나 더 올라가자 그래도 한적한 장소가 나온다.


아무리 남친&여친이랑 노닥거릴 만한 장소가 없어도 굳이 이렇게 높게까지 올라오고 싶지는 않겠지... 대부분은 말이다.


‘밝아...’


물론 지식으로서도 알고, 경험으로서도 알고 있는 일이었으나 가로등이 훤히 밝은 밤길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색하다.


밤이 이렇게 밝고, 별조차 보이지 않게 되다니... 물론 별이 보이지 않는 것에는 환경오염도 일부 지분을 차지하고 있기야 하겠지만.


인류 전체로 보았을 때는 밤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전체적으로 이득이겠지만 밤이 귀신과 요괴들의 시간이던 시절에는 그 경계에 걸쳐 살아가던 나는 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일부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길가 뿐이 아니라 이런 산 위에조차 가로등은 빠진곳 없이 설치되어 있다.


내게 익숙한 밤에 비해 이곳의 밤은 너무도 밝았다.


그런데...


으아아아아!


...비명?


조금 더 조용한 곳을 찾아가던 내 귀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위... 이곳도 인적이 드문데 더 위쪽이라면 아예 다른 사람이 없어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이 정도로 인적이 드물면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백제시절 범죄가 드물었던 것은 사람들이 비교적 순박하고 착했던 덕분도 있지만 귀신의 눈을 피해 범죄를 벌인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이유였다.


지금도 귀신의 눈을 피해 사건을 벌인다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겠지만 귀신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자가 없는 것일터다.


나는 비명이 들려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 그렇다고 서두른건 아니고 그냥 가보았다, 라는 느낌이네.


생과 사에 유의미한 경계를 두지 않는 무당들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건, 심지어 피해자가 죽건 살건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다.


본인의 생명조차도 심지어는 별 고민의 대상은 아니었는데, 무당의 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영력은 영혼의 힘이므로 죽는다고 해도 여전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신을 입고 있다 없다 정도의 차이였다.


더구나 평소 어울리던 사람들은 대부분 귀신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보고 듣고 대화가 가능하다보니 죽었다고 해도 답답한게 그리 클 일도 없었다.


‘아, 이 시대에는 조금 느낌이 달라지긴 하겠는걸요.’


평소 지인들 중에 귀신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이상한 시대지만-그 전에 친구 자체가 하나도 없지만- 대신 귀신의 절대적인 숫자 자체가 많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어차피 답답할거 같지는 않긴 했다.


그렇게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 나는,


꺄아아아아!


또다른 비명이 터질 때 즈음에서야 사건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요괴?”


사건 현장에 도착한 내가 본 것은 그림자로 이루어진 것만 같은 외형을 하고 있는 짐승이 교복을 입은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녀를 덮쳐 쓰러뜨리는 모습이었다.


으음, 밤에 나다니면 귀신이나 요괴에게 얼마든지 횡액을 당할 수도 있는 법이지... 그런데 요괴라기에는 느껴지는 기운이 요기랑은 살짝 다른 느낌이기도 했고, 생사의 경계를 그리 크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치더라도 눈앞에서 생사람이 당하는 것을 굳이 방관할 이유도 없다보니 일단 개입하기로 했다.


적당히 골탕만 먹이려는거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입을 쩍 벌리고 목을 물어뜯으려는 것을 보니 척 보기에도 죽일 작정인 것 같고.


“에잇!”


나는 영력을 모아 화살처럼 쏘아보냈다.


무당의 영력화살은 생신에는 즉각적인 효과가 없었지만 귀신이나 요괴에게는 유효한 수단이었다.


깨갱!!


살상력이라 해야 할 만한 것이 높은 기술은 아니었지만 대상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는 있는 방법이었다.


그림자의 짐승이 맞고 뭔가 개소리를 내긴 했지만 그렇게 아프진 않았을거다.


상대를 쓰러뜨릴 생각이라면 영력 중에서도 파마의 기운을 중심으로 활용하겠지만 왜 이러고 있는건지도 모르는 상황이잖아.


한쪽에 이 소녀의 남친으로 보이는 소년이 피를 흩뿌린채 죽어있긴 했지만 대화가 가능하다면 시도해 보는 것이 먼저라 보았다.


살인을 저질러도 사정에 따라서는 정상참작이 이루어지기도 하잖은가.


인간이 자연에 한 짓을 생각해보면 어지간한 살인은 정당방위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인간을 공격해 죽음에 이르르게 한 동물은 재발방치를 위해 살처분이 이루어지긴 하는데 내가 볼 때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백인과 흑인 차이와 별 다를게 없다.


백인이 흑인이나 아메리카 원주민을 노예로 삼고 심지어 죽여도 상황에 따라 별다른 처벌이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는 과거의 사실이 야만적으로 느껴지는가?


지금 내가 느끼는게 딱 그거다.


아니 사회생활 하다보면 격차가 날 수도 있고 귀족이나 평민으로 나뉠수도 있고, 차별 그까짓 정도야 있을 수도 있긴 한데... 똑같이 세상 살아가는 처지에 아예 다른 뭔가로 보는건 좀 심하지 않아?


어쨌든 그림자의 짐승이 내 영력화살을 맞고 뒤로 데굴데굴 굴러간 사이 나는 어느새가 까무룩 기절해버린 소녀와 그림자의 짐승 사이에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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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초련初戀 (8) 19.09.05 4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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