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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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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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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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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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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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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9)

DUMMY

9.



도착한 건물에서 발견한 것은 키가 1미터 조금 넘기는 정도의... 작은 녹색 괴물들이었다.


‘척 봐도 괴물처럼 생겼네요.’



&*@!@#

Lv.1



그림자 짐승 수준의 강함이라면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한데...


오래지 않아 [식별명-고블린]이라고 불리게 될 녹색 괴물은 크기가 작긴 했지만 왠지 만만히보면 큰코다칠 것 같은 외형을 하고 있다.


몸이 작고 왜소한 것과 별개로 척 보기에도 근육이 잘 발달해 있어서 힘 자체가 딱히 인간보다 약할 것 같지는 않았다.


체격이 작은데 힘까지 비슷하다면 그만큼 날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하기야 그림자 짐승들도 신체능력이 후진건 아니었지만.


다행히 소녀는 아직 무사한 것 같다.


“여기도 셋인가...”


그림자 짐승들도 세 마리씩 다니더니.


뭐 더 큰 무리가 아니라면 나야 편하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일단 녹색 괴물들과 정면으로 붙어보기로 했다.


자만심이 아니라 객관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이었다.


설마 쟤네가 뭔가 광역공격이라도 하겠어?


눈 똑바로 뜨고 공격해 오는 것을 보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소영기습]을 통해 회피가 가능하니까 진짜 방심만 안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으면 되는 거다.


“저 괴물들이 어디서 오는지 확인해 주시겠어요? 아까 찾아낸 검은 비석처럼요. 이번에도 비석 모양일지는 모르겠지만...”

-알았어.


일단 소년에게는 새로운 던전을 찾아내도록 시켜 둔다.


나는 [검 소환]을 이용해 요도 후소(가짜)를 소환하며 녹색 괴물들에게 다가갔다.


“당신들도 대화에는 취미 없나요?”


끼긱!


녹색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것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어쩌면 다른 규칙 아래 있는 생물이라 무언가 의지가 있어도 전달이 되지 않는 것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게는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무녀가 짐승들에게 공격당하지 않는 것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의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영력이 꽤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게 통하지 않는다고 치면 다른 인간과 특별히 다를게 없었다.


인간들을 주저없이 공격하던 이 괴물들에게 의지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싸움은 필연이다.


‘하긴 직접 대화가 통해도 싸우는 판에...’


설령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평화롭게 흘러갈 수 없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니.


나는 검을 들었다.



* * *



“지능 비슷한게 있긴 한가보네요.”


예상했듯, 녹색 괴물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영력으로 육신을 강화했을 때의 나보다-20대 초반 청년 평균치쯤- 힘도 민첩성도 오히려 뛰어난 괴물이었지만 내 검기도 나름 쓸만하단 말씀이지.


그림자 짐승과 달리 그들은 협공의 기본을 알았고 실천할 수 있었다.


만약 처음으로 만난 괴물이 이들이었다면 굉장히 위험했을지도 모르지만 소영기습을 익힌 지금의 내 상대는 아니었다.


사실 신체능력만으로 따지면 그림자 짐승보다 떨어지기도 했고.


나는 녹색 괴물 셋을 쓰러뜨린 뒤 상태창을 열어보았지만 [경험치] 바는 미동도 안했다.


경험치를 조금 얻었다, 수준이 아니라 아예 경험치를 얻지 못한 것 같은데...


‘주는게 없다고 해서 그냥 놔둘 수도 없지만...’


이게 무슨 게임도 아니고, 괴물을 처리한다고 해서 아이템이 팡팡 떨어지는 일은 없다.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반지를 하나 얻긴 했는데 일단 괴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아이템이 튀어나올 일은 아마 앞으로도 없지 싶었다.


그러나 경험치도, 아이템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방치하기에 이 괴물들이 너무도 위험했다.


내가 그렇게 녹색 괴물들을 처리하자, 옥상에 올라가 문을 닫고 버티던 소녀가 내려왔다.


“....구해줘서 고마워.”

“어차피 놔둘 수는 없는 괴물들이었어요.”


무녀가 유유자적해 보이는 것은 대부분의 상대에게서, 선공당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점이 컸다.


슥삭 하고 뭍어버리면 찾을 길 없는 과거에는 마냥 착한 사람은 있기 힘들었다.


나 역시 필요한 적을 상대로는... 충분히 호전적일 수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그나저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시라고 했었는데 상황이 이럴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보아하니 괴물들이 약해서 집 안에 들어가서 문 잠그고 있으면 안전할거 같긴 했다.


사실 지금도 각 집에서 창문 너머로 이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몇 몇 느껴지고 있기도 했다.


나는 그녀에게 제안했다.


“집이 가까우시면 데려다 드릴게요. 만약 이동하기에 마땅찮은 거리라면 저를 따라오셔도 되고요.”


지금으로서는 딱히 호감이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녀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소년의 조력을 확실히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날아다닐 수도 있는 귀신만큼 무언가를 찾아내는데 도움되는 존재도 있기 힘들거고.


실제로 녹색 괴물과 싸우기 전에 탐색을 보냈던 소년은 애저녁에 돌아와 있는 참이었다.


소녀가 조심스레 물어온다.


“따라다녀도 돼?”

“예. 그렇게 하세요. 괴물들이 단순해서 아마 위험하지는 않을 거여요.”


더 강한 괴물이 나온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근처에 있는건 그 녹색 괴물이고, 녹색 괴물이 있는 던전을 찾으러 가는거니 말이다.


그 녹색 괴물이 세 마리 정도 모여서 나오는 것이라면, 내 뒤에 있는 소녀가 위험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소년을 보았다.


“그럼 안내 부탁해요.”

“...거기에 뭔가 있어?”


소년이 대답하기도 전에 소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본다.


나는, 소년이 잠시 괴로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네. 당신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세상에는 숨기는 것이 더 좋은 사실도 있는 법이었다.


소녀는 적당히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무것도 없는 빈 손에서 갑자기 칼이 튀어나오는 것도 봤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다시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그리곤 앞장서서 이동해 간다.


나는 우리의 속도에 맞춰 느릿느릿하게 부유해 움직이는 소년을 뒤따라 걸었다.


“그런데 어디 가는거야?”

“이 녹색 괴물들이 튀어나온 곳으로요. 일정 시간마다 괴물들이 계속 튀어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그 구멍을 막지 않는다면요.”

“...대단하네.”

“뭐가요?”

“누구는 무서워 죽을거 같은데, 괴물들과 싸우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

“딱히 위험한 상대도 아니니까요.”


커다란 곰 같은 짐승과 싸우라고 하면 나 미워하냐면서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봐 주겠지만 말이지.


소녀는 한숨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젓는다.


“그런 얘기가 아니야. 아마 나도... 너처럼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누구나 그런 가능성이야 있죠.”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야.”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곧 오른손을 들어올렸고, 손을 펼쳐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했다.


설마...?


“[액티브-발화]”


화르륵-!


소녀의 손 위로 그녀의 머리통만한 불꽃이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주먹을 꾹 쥐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내게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다면...”


그녀가 넋두리하듯 이야기를 꺼낸다.


며칠 전 갑자기 나타난 상태창과 함께 얻게 된 기묘한 능력.


저 불꽃이 얼마만한 파괴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그림자 짐승에게 습격당할 당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면 반격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그런 후회의 감정이었다.


심지어 옥상에서 버티고 있는 동안에는 녹색 괴물들을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는데도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던 거니까.


그런데 같은 학교 학생인 내가 칼을 들고 괴물에게 대항하는 것을 보고 깊은 곳에 숨어있던 용기가 고개를 약간 내밀었다는 그런 이야기.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네모네모반투명창이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났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냥 따라다니는 것 만이 아니라, 같이 싸우고 싶어. 너무 늦게 마음을 먹긴 했지만... 연우 복수도 해줘야 하니까.”


저 앞에 둥실둥실 떠 있는 소년의 이름이 아마도 연우인 것이리라.


흠, 솔직히 지금 당장 동료가 필요하지는 않고 오히려 저 불을 잘못 쏴서 내 등판으로 날아오는 것이 더 껄끄럽기는 하다.


그리도 용기있는 자의 도움은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수 있었다.


“좋아요. 일단 불은 저한테 안맞출 자신이 없으면 일단 아껴두시는게 좋겠지만요.”

“그래서 말인데.”


소녀는 겁먹어서 내색은 못했지만 이래저래 조사는 해봤다고 말하며 내 눈 앞에 네모네모반투명창을 띄워올린다.



-[김소희] 님께서 파티를 신청하셨습니다.

-파티는 던전에 함께 입장할 수 있으며, 파티원끼리는 공격이 불가능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or No



아무래도 내 등판에 불이 꽂힐 위험은 없는 모양이네.


그렇다면야 머릿수는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아마도 경험치가 나뉘게 될 것 같긴 한데... 어차피 레벨이 조금만 오르면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경험치 나눠먹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


“수락할게요.”



-파티에 가입되었습니다!


:


:


소희의 불꽃은 확실히 강력했다.


내 [소영기습]과 달리 상당한 쿨타임과 준비시간이 필요했지만 괴물 한 마리를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괴물들은 세 마리씩 모여다니는데 소희가 먼저 한 마리를 태워없앨 수 있으니 내 일도 굉장히 수월해졌다.


아무리 쉬운 적이라고 하더라도 두 마리와 세 마리는 느낌이 달랐으니까.


던전의 방 안에서는 더 많은 괴물이 나오기 때문에 기여도가 뚝 떨어졌지만, 보스를 상대할때는 또 다시 보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전투를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둘이서 녹색 괴물의 던전을 파괴하고, 또 다시 한 개의 던전을 찾아 파괴했을 무렵에는... 동쪽 하늘이 천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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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초련初戀 (7) 19.09.03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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