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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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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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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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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24)

DUMMY

24.



협회가 실세인지 낙하산인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아직 가입을 한 것도 아니긴 했지만 방과후 우리의 활동에는 어느정도 변화를 주기로 소희와 의견을 맞추었다.


“그러니까, 군인 오빠들한테 영업 뛰자고?”

“네. 영업이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시점 자체는 미루었지만 각성자 협회에 가입하는 것은 일단 확정적이었다.


나도 그렇고, 소희도 협회의 갑질이나 이런 것을 우려해서 그렇지 가입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예기간도 꽤 남아 있어서 아직 가입하지 않은 것이 불법도 아닌만큼 영업을 뛴다고 해서 문제될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군인들에게 뭔가 뜯어내려는 것도 아니니까.


“당신도 같이 다니면서 봤겠지만, 군인들이 검은 비석을 실질적으로 파괴하기는 힘들어요.”


폭약을 사용해 비석을 파괴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파괴할 ‘수는’ 있다.


근데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폭약을 통해 비석을 파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걸 잘 몰랐지만 보름정도 되니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디 건물 옥상에 박혀있는 경우 그것을 폭탄으로 날리려다가 건물이 부서질 수도 있으니 파괴하기 힘들겠지, 그 정도가 아니다.


땅속에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놓은 현대의 도시에서는 운동장 같은 공간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제거가 힘들었다.


예를 들어, 도로에 있는 비석 터트렸다가 하수도까지 구멍 뻥 뚫리면 어떻게 해?


상수도나 전기선이 끊겨서 일대에 단수가 되거나 정전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군인들이 주위에서 경계를 서며 해가 뜨고 비석이 사라질때까지 지키고 있었고, 그 즈음 되면 비석 주위 몇미터 정도만 딱 위험한 수준이기 때문에 각성자의 필요성이 지금은 별로 없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군인들 입장에서 각성자가 와서 비석을 부숴주고 가면 당연히 편했다.


각성자는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므로 다른 대가를 바랄 필요도 없다.


군인들은 비석을 지키고 있는 수고를 덜고, 각성자는 비석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윈윈인 셈이다.


각성자에 대한 것이 어쨌든 수면위로 올라온만큼, 대놓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은 생겼다.


곧 각성자 협회에 가입하긴 해야한다는 조건 하나만 떠안는다면.


소희는 어디 체육협회가 선수들에게 갑질하는 것을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모양이었는데, 사실 협회에서 마음먹으면 인생을 조져놓을 수 있는 선수들과 각성자들은 상황이 달라서 그렇게 불안해할 일은 아니었다.


소희도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부술 수도 있는 것과, 부술 수 있는 것은 다른거니까.”

“그런거여요.”


이렇게 쑥덕쑥덕 이야기하고 있자니 소희의 친구들이 다가온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


나와 소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에 대해서도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


이제 군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시작할 생각인데, 소희 친구들에게 숨길 이유가 없다는 거다.


각성자로서 관련된 이야기는 이제까지 비밀로 할 수밖에 없다보니 알게모르게 서먹서먹함이 생겨나고 있었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원래 발도 넓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소희 입장에서 친구들 대부분에게 비밀로 해야 하는 일이 생겨난다는 것은 조금 괴로웠을 수도 있다.


소희가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있잖아, 얘들아. 사실 너희들에게 알려줄 비밀이 하나 있어!”


아마도,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먼저 다가가야만 했던 내게... 다른 사람들이 먼저 다가오기 시작하게 된 계기일 수도 있는, 그런 것이었다.



* * *



가까워지는 이들이 있으면, 떠나는 이도 있다.


-이제 나도 갈 길 가야지.


그날 밤, 지난 보름동안 우리를 도와주던 소년이 결별을 선언했다.


소희는 그동안 상황이 문제였던 어쨌던간에 소년의 존재를 마음속에서 거의 덜어내는데 성공한 상태였다.


주위에 여전히 소년이 맴돌고 있음을 굳이 소희에게 말해주지 않은 이유도 거기 있다.


죽은 자는 죽은자고, 산자는 살아야 하니까.


“어디로 가실 거여요?”

-전에 말해줬던대로, 가보고 싶었데나 다녀볼 생각이야.

“잘 생각했어요.”

-가족들도 모두 무사하니까 걱정 안해도 될 거 같고.


소년은 ‘여탕... 여아이돌 숙소...’ 등등을 중얼거리며 사라져 간다.


“...”


이제 그를 볼 일은 없으리라.


이쪽에서는 미련 비슷한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고, 어차피 평범한 귀신이라 49일.. 앞으로 한달 정도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저승으로 떠나게 될 테니까.


무녀로서 그와 계약을 한다면 계속 이 세상에 머물게 할 수 있겠지만 특별한 힘을 지닌 것도 아닌 귀신과 굳이 계약까지 맺어가며 이 세상에 묶어둘 이유도 없었고 소년 본인에게도 좋을게 하나도 없었다.


이제 [검은 비석]을 탐색해 줄 소년이 사라진만큼 새로운 일행도 받았다.



요괴 소환 Lv.1

요괴를 최대 1 계약소환 한다.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특별한 요괴를 불러올 수 있다.



영은을 소환할 생각으로 직업 퀘스트를 받았지만, [무녀의 방울]은 아직도 드랍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게임에서 퀘스트를 받으면 바로 다음 몬스터가 퀘스트템을 떨구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나는 영은을 소환하기 위해 요괴소환을 남겨둘 생각이었지만 무녀의 방울이 잘 나오지 않기도 했고, 소년이 떠나기도 한 만큼 검은 비석의 탐색을 맡아줄 요괴를 소환하기로 한다.


소환 과정은... 솔직히 별 거 없었다.


스킬을 쓰고, 조금 뒤... 내 조금 앞쪽으로 작고 파르스름한 불꽃이 떠오르는 것으로 끝.



-[도깨비불]이 소환되었습니다!

-계약하시겠습니까?



도깨비불.


척 보기에도 전투와는 영 거리가 멀어보이는 녀석이었지만, 애초에 전투력 쪽으로 기대를 했던 것도 아닌만큼 그냥 계약을 했다.


“잘 부탁해요.”


이제 이 도깨비불은 소년 대신 검은 비석을 탐색하고 그 위치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일을 할 것이었다.


군인들에게 영업을 해서, 그들이 괴물을 잡아놓으면 던전을 파괴하는 식의 활동을 할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은 비석의 위치를 누가 알려주는건 아니었다.


괴물들을 토벌하고 검은 비석을 포위하면, 직접 찾아는 가야 하는 것이다.


나중이 되면 여기 검은 비석만 남았다고 군인들이 먼저 연락을 주게 될지도 몰랐지만 최소한 아직은 아니었다.


“자, [검은 비석]을 찾아 주세요.”


나는 [도깨비불]을 날려 보냈다.


계약소환된 요괴이므로 나와는 교감이 있었고,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소희의 시선이 하늘로 날아올라 나풀거리며 멀어져 가는 도깨비불을 향했다.


도깨비불은 소희의 눈에도 보이는 모양이다.


“...저건 뭐야?”

“[도깨비불]이여요. 새로 검은 비석을 찾는데 힘을 보태 줄 거여요.”

“전에 그분은?”

“뭔가 보수를 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일만 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떠나셨어요.”

“아하...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아뇨.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를 허물 생각을 않는 편이 이롭지요.”


산자에게나 죽은 자에게나, 마찬가지였다.


소희와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오래지 않아 도깨비불이 신호를 보내왔다.


사람의 말로 이루어진 연락은 아니었지만 영력을 이용한 대화에 익숙한 무녀로서는 어렵잖게 실려있는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신호였다.


아무래도 귀신에 비해 속도 자체는 느린 편이었지만 움직임 자체가 효율적이라는 느낌.


사실 요괴의 정보에서부터 그런 내용이 써져 있었다.



도깨비불

밤에 까닭없이 저절로 일어나는 푸른색의 불꽃

특정한 장소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특정한 장소.


특정 장소를 탐색하는데 특화되어 있는 요괴인 셈이다.


특정한 물건을 잘 찾아내거나, 특정한 대상(사람이라던가?)을 잘 찾아내는 등 세세한 전문분야는 다른 요괴들이 몇몇 있었지만, 일단은 특정 장소를 잘 찾아내는 도깨비불이 우리에게는 유용했다.


이전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던가, 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주어서인지 소희는 내가 다른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귀신이야 내 원래 능력이라지만 요괴 소환은 내 원래 능력만으로는 못하는 건데...


숨기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어차피 이 정도 말고는 내 원래 능력이 맞으니까 그러려니 하기로 한다.


내 능력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것... 그러니까 무녀의 방울을 먹고 영은을 소환하게 된다던가 하면 그 즈음에는 확실히 밝힐 마음을 먹는다.


그 때까지도 이 정도로,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자, 가죠.”


도깨비불이 보내온 신호를 향해 움직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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