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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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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최근연재일 :
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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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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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30)

DUMMY

30.



살짝 당혹스럽긴 했지만, 소희도 깊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남이가! 뭉쳐야지.”

“...”

“...그렇게 어이없다는 듯이 보진 마... 없는 말도 아니잖아.”


뾰루퉁하니 볼을 부풀리는 소희.


하기사 이제 20일 가까이 한 방에서 자고 같이 아침밥을 먹던 사이이기도 했으며, 희귀하기 짝이없는 각성자이기도 했다.


자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는 심리도 없잖아 있을 것이고.


“당신, 부모님께는 어떻게 말씀드리게요?”

“있는 그대로 말씀드릴거야. ...그리고 난 어차피 공부 못하니까 어느 학교던지 크게 상관 없다구?”

“그건 그래요.”

“그런건 부정해 줘도 되는데...”

“저랑 성적이 비슷하시니까, 그건 진짜 심각한 거여요.”

“아으으.”


이런게, 친구라는 걸까?


마음속에.... 어느샌부터 응어리져 있던 것들이 조금은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하시게요?”

“학교가 달라진다고 연락도 못하는건 아니잖아. 어디 멀리 전학갈 것도 아닌데. ...멀리 가려는거야?”

“글쎄요... 그건 생각을 안 해봐서.”

“멀리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나 없다고 여기에 있는 친구들이 외톨이가 되지는 않잖아. 하지만 너는...”


인근의 다른 학교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긴 했다.


학교에서야 나를 어딘가 멀리로 보내고 싶겠지만 얼토당토않은 곳이라면 그대로 까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거야 당연한 것이고, 사실 이 가까이에 있는 몇몇 학교를 제외하면 생각 없었다.


왜냐면,


차비가 없으니까!


자전거라도 한 대 사준다면 자전거로 통학할 만한 거리로는 다녀줄 용의가 있긴 있다.


어쨌든 한가지만은 확실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거.


사실 소희의 마음에 약간의 흑심도 끼어 있다는 것은 느껴지긴 했다.


내가 일단 강하긴 강하니까, 붙어다니다보면 무슨 일이 터져도 안전하겠지... 뭐 이런거.


하지만 내가 소희에게 받는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쯤이야 귀여운 수준이다.


나는 헤실 웃음지었다.


“그렇다면 좋아요. 같이 가요.”



* * *



소희와 같이 전학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일단 가장 달라진 점은, 전학갈 학교를 구하는 것에 대해서 선생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조사하고 전화해서 문의하는 것을 소희가 직접 할 수 있었으니까.


“........그냥 가서 그렇게 말했다고?”

“응.”

“어휴...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썽쟁이인지...”

“에헤헤. 나야 엄마 닮았지.”


소희는 주저없이 교무실에 가서 그에 대해 곧바로 선생에게 의사를 전달했고, 집에 와서 부모님들에게도 말씀드렸다.


소희네 어머니는 잠시 한숨을 푹푹 쉬었지만 곧 웃음지었다.


“잘했어.”

“응? 나 잘했어?”

“딸램이 엄마한테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다 사실이야.”

“응. 잘했어. 어차피 공부도 잘 못하는데 그런 학교에 붙어 있어서 뭐하니. 엄마가 볼 때 딸램은 소영이한테 평생 붙어있는게 더 나을 거 같아.”

“고마워 엄마.”

“뭘. 네 판단인데. 아들!”

“네?”

“소희랑 소영이 전학갈 학교 찾아보는 것좀 도와줄래?”

“예.”


소희네 어머니는 지원군까지 붙여 주었다.


솔직히 소희가 전학갈 학교를 찾아보겠다고 하면 조금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소운이 도와준다면 든든하다.


소희가 섭섭해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런쪽 일에 대해서 소희와 소운은 비교하기가 좀 많이 힘들다.


실제로 소운은 오래지 않아 괜찮은 선택지를 하나 들고왔다.


“여기서 거리가 있긴 한데... 제안 자체는 굉장히 좋아.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것보다 공부를 하긴 힘들겠지만 너네는 어차피 공부랑은 거리가 멀잖아?”

“...”


굉장히 심한 말을 듣긴 했지만, 맞는 말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그 학교가 어딘고 하니...


“충북 구주고.”

“.......충북? 구주? 구주우? 오빠 미쳤어?”


소희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충북 구주군(가상의 지역).......


서울로 상경해서 올라와도 모자랄 판에?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게 이상하지 않은 소리였다.


아니 충북이라지만 청주시 정도 된다면 또 몰라... 청주시는 그래도 충북 인구의 반 정도가 몰려살고 있는 대도시니까.


구주군은 충북의 대부분 지역이 그렇듯이 인구 5만 정도의 미니미하기 그지없는 동네였다... 애초에 충북 지역 자체가 개판이기도 했다.


소희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아니, 거기 고등학교가 있기는 해?”


...아니 그것도 또 심한 말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설마 고등학교가 없을까?


“있어. 구주고라고.”


구주고?


소희는 폰을 꺼내 위키에서 검색해보기 시작한다.


“한 학년에 250명 정도 되니까 지역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큰 학교야.”

“학생을 그렇게까지 받을 수가 있어? 그 지역에?”

“일단 기숙학교기도 하고, 대학교 진학률 자체가 워낙 높은 학교기도 해서 꽤 멀리서부터 오는 학생들도 많아.”


그러고나서 해주는 말이 충청남북도를 다 통틀어서 일반고 중에서 4년제 대학진학률 1위, 전국을 통틀어도 일반고 중에서는 4년제 진학률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학교랜다.


“.......그런 학교가 왜 그런 깡촌에 박혀 있어?”

“쯧. 아무렴 내가 아무데나 추천했겠냐? 너만 보내는 것도 아니고 소영이도 가야 하는데?”

“...”


소희가 조용해졌다.


소운이 구주고를 추천한 이유를 추가로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쪽에서 많은 혜택을 약속하기도 했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거기는 인구가 적은 곳이잖아?”


땅이 넓고 적은 인구가 흩어져 사는 곳은 지금의 사태에서 취약하기 그지없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처지인 지역이 여럿이긴 하지만, 구주고 정도의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학교는 다른 곳에는 없었다.


“국방부 통해서 학교측과 연결해서 이야기한 거야. 일단 야간 출입이 자유로운건 당연히 보장해줘야하는 부분이고, 생기부도 꽤나 두툼해질거야. 학생부종합전형 학교라서... 그리고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쉬어도 별말 없을거고 그 외에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충북도 차원에서 수용해 줄거야.”

“.......그건 큰데요?”

“거기서도 목숨 건거지.”


구주군에서 내세울거라고 해봤자 구주고 하나밖에 없는데 괴물사태 때문에 그 기숙학교가 통째로 날아갈랑 말랑하는 상태다.


사실 전 국토를 지키기에는 군인들이 부족했다.


충북만 해도 향토사단 하나만 딱 있는데 그 넓은 땅을 어떻게 다 지켜?


때문에 각지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도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각 거점으로 모여서 급한불을 끄고, 지역제압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식이었다.


군인들만으로 방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대충 그런 식이었고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하는 지점이었다.


군부대가 사방에 널린 서울 경기, 강원도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부지를 넓게잡고 작정하고 건설한 기숙학교라서 읍내에서도 벗어난 위치에 있는 학교였기 때문에 사실은 학생들도 해가 지기전에 읍내로 오는 것이 맞았다.


원칙상 구주고는 군인들이 지역제압을 하면서 지키고 있을만한 지역이 아니다.


거기까지 군인들을 배치해두기에는 너무 인력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학생에 교직원까지 800명인데 그 정도면 지킬만 하지 않나? 할 수도 있지만 각 마을마다 군인들이 나가야 한다.


비교적 가까운 마을들을 두세개씩 묶어서 군인들을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구주 읍내조차 전역을 지키기가 힘든 상태.


아예 멀리 떨어져 있다면 모를까, 읍내에서 살짝 벗어나 있지만 그렇다고 그리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구주고는 애매한 위치였다.


차마 버리지 못했을 뿐 효율로 따져보면 진작 포기했어야 하는 지역인 것이다.


실로 학교 존폐의 위기.


정치인, 군민들,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과 그 학부모 중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사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군인들이 지켜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군에 계속 무리를 주는 것은 누가봐도 좋을게 없었다.


다만 구주고의 일이 구주군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구주고는 충북도내 일반고 중에서 4년제 대학교 진학률 1위에 빛나는 학교라 충북을 넘어 아예 다른 시도에서도 오곤 하는 학교이다보니 충북도 전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국방부를 통해 나와 소희가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듣자 ‘배부른 학교 같으니....... 역시 서울은 달라....’라고 욕하면서 우리에게 곧바로 딜을 걸어 왔다는 이야기였다.


학교 기숙사에 각성자가 두명이나 버티고 있으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이곳에서 군인들이 괴물들을 잡아주면 비석만 쏙쏙 빼먹고 다니는 것에 비하자면 아무래도 피곤하기도 피곤할 것이며, 잃는 것도 많기는 많을 것이다.


얻는 것도 적겠지.


읍내조차 전역을 지키지 못하는 동네니까, 군인들이 제압해놓은 지역에서 던전만 쏙쏙 빼먹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확실했다.


이 곳에 있는 것에 비해, 보람은 있을 거라는 거.


나는 확실히 마음을 정했다.


무녀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으나, 저 괴물들을 상대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왕이면 군인들이 충분히 방어가 가능한 이 곳보다는 자체적으로 방어가 힘든 지역까지 가는 것을 충분히 고려볼 만 했다.


소운이 가져온 제안은, 확실히 좋은 제안이었다.


소희가 나를 바라본다.


“소영아, 어떻게 할까?”


나는 소희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가고 싶어요. 어쩌면, 저를 그 곳으로 보내려고 학교에서의 일이 그렇게 흘러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음... 그렇다면야 뭐. 나도 좋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결정이 내려진 순간, 눈 앞에 네모네모반투명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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