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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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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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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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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20)

DUMMY

20.



“아, 미안. 밥먹으면서 하긴 좀 그런 얘기지?”


소운은 그제야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눈치챈 모양이다.


“으응.”


나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그런건 아니여요. 하지만 좋던 싫던 한동안 같이할 동료인데 서로 이름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대학생이라는 것은 알지만 몇 살인지, 몇 학년인지도 모른다.


의경으로 갔다왔다는 것을 아까 들었으니 아예 신입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지만.


물론 소운에게 내 등을 맡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위험할 경우에도 소영기습을 통한 기동력으로 해결하는 나였기에, 누군가와 등을 맞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다리를 다쳐서 기동력을 잃었다는 소리밖에 안된다.


그건 이미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도 빠져나가기 힘든 위기였다.


소운이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


일단... 알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부터 좀 물어볼까?


“전역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몸이 아직 괜찮을걸 보니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저녁시간은 이처럼 시시콜콜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필요한 대화를 나누며 흘려보냈다.



* * *



“생각해보면 수상한 일이죠.”


나는 요도 후소(가짜)를 되돌려보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부터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소운과, 그런 소운을 비웃는 소희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 봐도 사이놓은 남매였다.


“뭐가 수상한데?”


소희가 나를 바라본다.


“괴물들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잖아요?”

“그게 뭐.”

“왜 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따로 주냐는 거죠.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리 저라도 [소영기습]이 없었으면 오늘같은 상대는 힘들었어요.”


일곱 마리나 되는 녹색 괴물, [고블린]은 절대 강하지 않았지만 머릿수가 많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마냥 손쉬운 상대라고 할 수 없었다.


이것은 마치 누군가가, 사람들이 강해지는 것을 조금씩 유도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 확실하지.’


단순히 적을 던져주는 것이 목표라면 네모네모반투명창같은 것을 줄 이유도 없었고, 던전을 클리어할 때마다 아이템을 던져줄 필요도 없었다.


레벨업과 아이템을 미끼로 사람들이 싸우고 강해져 가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었다.


소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보다는 조금씩 더 괴물이 강해지고 있다는게 신경쓰여.”

“어떤 점에서요?”

“만약 괴물이 끝도 없이 강해지면 어떻게 해?”


우리는 [검은 비석]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끝도 없이 강해진다...라.”

“너는 강해져서 대항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게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너도 말했잖아. 이틀전에 지금처럼 괴물들이 나왔으면 힘들었을 거라고.”

“그랬죠.”

“만약 이틀만 무슨 일이 생겨서 쉰다면, 더 이상 괴물을 상대할 수 없게 되어버려. 사실 그것도 니 입장에서지 나같은 스킬이면 첫날부터도 혼자서는 무리였지만.”


그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는 바가 있었다.


“이건 동료를 구하라는 뜻이었을 거여요.”

“동료?”

“사실 제가 아니면 이렇게 둘이서 잡는 것은 불가능한 상대잖아요.”

“그건 그렇지.”

“아마도 첫날은 혼자서나 둘이서 어떻게던 버티고... 둘째 날엔 그렇게 버틴 다른 일행을 하나 정도만 만나도 적당했겠죠.”


네모네모반투명창이 제공하는 파티의 최대인원은 6명이었다.


탱커와 근접딜러, 도적, 원거리딜러, 마법사, 성직자 이런 식으로 조합을 구성해 머릿수를 늘리도록 하는 것일 터다.


괴물의 강함이 아니라, 머릿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만 해도 동료를 늘리는 쪽으로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파티원 숫자가 늘어나면 경험치가 나뉘긴 하지만, 여섯으로 나뉜다고 해도 하루에 던전 한둘만 깨면 풀경험치였다.


아이템에서 분쟁이 생길 수는 있지만.


“...하긴, 지금 이야기해봤자 뭐가 답인지 알 방법도 없어요.”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정답을 말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일단 할 수 있는걸 해야지.


일단 확실한 것은, 나와 소희의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레벨이야 열심히 괴물을 토벌하면 똑같이 오르는 것이라지만 아이템을 둘이 나눠먹는 것과 여섯이 나눠먹는 것은 같을 수가 없었다.


물론 가장 빠르다는 생각은 안 한다.


예를 들어 군인이나 용병을 동원해 괴물을 처리하고 비석까지 미리 탐색하게 한 다음에 던전만 순서대로 열심히 클리어하는 재력가 출신 능력자도 있을 수 있잖아?


세상은 넓었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빨리 가는 길을 선택한 것도 아니었다.


빨리가는 길이 아니라고 해서 그게 딱히 느린 길이라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네모네모반투명창에서 새로운 변경점이 있다는 듯 반짝반짝거리는 +표시를 발견했다.


“레벨이 올랐네요.”


그에 더해서, 새로운 스킬이 생겼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검 소환 Lv.10

원하는 형태의 검을 소환할 수 있다.



어느 새 10이 되어버린 검 소환 스킬.


소영기습과 소영검의를 이어 새로이 생겨난 스킬을 확인한다.



소영무흔消影無痕 Lv.1

피해를 대신 받아주는 그림자를 현재 위치에 남기고 순간이동한다.



“...”


또 소영이냐...


순간 말줄임표를 연사하긴 했지만 이것도 굉장히 좋은 스킬이었다.


비교적 초반에 이런 식으로 좋은 스킬들을 퍼줘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할까?


말은 그림자라고 했지만 분신에 가깝다.


피격판정이 있는 분신이기 때문에 적은 순간적으로 공격이 명중했다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피격판정이 있는 분신이 소환되어 대신 피해를 받아주니까 아주 당연하게도 본인은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고 해도 손해가 없는 최상급 회피기였다.


NINJA들이 통나무를 남기고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딱 비슷하다.


‘어째 공격기술이랑은 영 인연이 없는데?’


소영무흔의 판정을 보아하니 [보호의 반지]의 보호막 발동보다 판정이 앞섰다.


처음 타격을 받으면 소영무흔이 먼저 발동하고, 다시 타격을 받을 때 보호의 반지가 발동하는 거니까 연달아 두 번의 공격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셈이었다.


소영무흔은 상시 발동하는 패시브 스킬이었고, 발동시 스킬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감소하는 재사용 대기시간이 적용 되었다.


상당히 긴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괴물과의 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는 다시 돌아와 있을 정도 재사용 대기시간이었다.


공격스킬이 전혀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차피 요도 후소(가짜)로 콕콕 찍어주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는 공격이 온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이동되지만, 원한다면 적의 등뒤로 이동도 할 수 있으니 공격적으로 써먹을 구석도 있긴 있었고.


“패시브 스킬이네.”


새로생긴 스킬을 확인한 소희가 말했다.


10레벨에는 원래 패시브 스킬이 생기는 것 같았다.


“[점화]가 재사용 대기시간일 때 점화가 [화분火粉]으로 변경되는 스킬이야.”


화분... 그러니까 불가루는 일종의 평타같은 스킬이었다.


비교적 약하지만 쿨타임이 없이 계속 사용이 가능한 그런 스킬.


하지만 점화가 변경되는 스킬이니까, 평타로서는 반토막밖에 되지 않는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점화는 [발화]에 의해 피격된 적에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니까.


어디서 생겨난 스킬이 아닌 점화의 다른 형태인 화분은, 점화와 마찬가지로 발화에 피격된 적에게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잡스럽게 튀어나오는 괴물들은 어차피 발화-점화면 죽어버린다.


점화대신 쓸 수 있는 스킬도 아니고 점화를 써야만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니까 발화와 점화를 맞고도 견뎌내는 보스가 아니면 사용할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내게 주구장창 회피기가 생겨나는 것처럼 소희에게는 주구장창 보스킬에 특화된 스킬들만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이건 파티를 짜라는 뜻인거죠.’


한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곳에 약점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전문분야가 다른 여럿이 모여서 서로를 보완하라고 하는 거였다.


누가, 왜 그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사람들을 강하게 만들고, 또한 뭉치게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노력보다 대가가 큰 일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꿍꿍이가 숨어 있다.’

‘달콤한 이야기는 최후의 최후까지, 항상 의심하라.’


나는 예로부터 내려온 금언들을 떠올렸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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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초련初戀 (21) 19.09.19 26 1 8쪽
» 초련初戀 (20) 19.09.18 2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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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련初戀 (3) 19.08.28 4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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