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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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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최근연재일 :
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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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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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32)

DUMMY

32.



다음날.


소희야 물론 학교의 인기인이었지만, 그것은 나와는 관련없는 일이다.


전학수속을 알아서 처리해주겠다는데 굳이 학교까지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집에 머물러 있기로 한다.


집에는 오늘 공강인 소운이 남아 있었다.


“짐은 다 챙겼어?”


소운의 방으로 가보자,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소운이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뭐 없으니까요.”


소희네 들어올 때에도 책가방 하나 메고 들어왔고.


물론 짐이 조금 늘어나긴 했다.


소희가 사준 옷이라던가, 선물해준 화장품 약간... 그리고 던전 보상으로 나온 아이템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여전히 내 책가방에는 자리가 남았다.


가지고 나온 것 중에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모포와 냄비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도.


‘뭐 교과서가 안 들어 있긴 해.’


교과서는 가지고 와야 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살짝 들긴 했지만 어차피 공부는 안했을 거니까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안 할거고.


애초에 서울에서 충청도 정도로 지역이 달라지면 교과서도 호환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래도 덕분에, 나는 여전히 전재산을 책가방 하나에 넣고 다닐 수가 있었다.


“뭐 하고 계세요?”


어차피 시간이 시간이니까... 무슨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있다거나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집 안에 단 둘이..... 하지만 소운이 나를 그냥 여동생 친구 정도로만 보고 있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었다.


“뉴스 좀 찾아보고 있었어.”

“뭐 새로운 뉴스, 있나요?”

“딱히.”


오늘도 정재계건 연예계건 새로운 뉴스가 나오고야 있을테지만 딱히 신경 쓸 만한 뉴스는 없는 모양이었다.


챙겨보는 드라마와 예능이 여럿인 소희라면 그 안에서도 눈을 빛낼 만한 뉴스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소운은 아무래도 관심분야가 소희와는 다르니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소운은 정치나 스포츠쪽에 관심이 많았고, 나는 각성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별 관심이 없었다.


프로스포츠도 괴물의 출현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종목 중 하나였다.


퇴근한 사람들이 경기장에 와서 봐줘야 하는데, 4시에 퇴근하더라도 해지기 전까지 경기를 끝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왠만한 경기장은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기 때문에 경기장 안에 검은 비석이 생겨나는 것은 꽤나 흔한 일이었다.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관중석 같은데 검은 비석이 생겨나기라도 한다면 대참사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축구같은건 부득이하게 모든 경기를 주말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야구같은건 꽤 곤란한 모양이다.


‘축구도 마냥 멀쩡한건 아니긴 해.’


토요일 일요일 연달아 경기가 잡힌다고 치면, 토요일에 출전한 인원은 일요일에 제대로 뛸 수 있을 리가 없다.


더블스쿼드라도 갖추지 않는다면 라인업 심리전이 매우 중요해졌고, 확실히 전력이 부족한 팀이라고 하더라도 전략에 따라 한 경기는 비벼볼 수도 있게 되었다고 할까?


뭐 어찌 되었던 간에 나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소운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심심해?”


나, 심심한가?


잠시 생각해 본 나는 곧 ‘그렇다’는 결론을 얻었다.


학교에서는 시각적, 청각적인 자극이 계속 주어지니까 멍하니 있어도 마냥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시간은 그렇지 않았다.


무녀 초련도 마냥 혼자인 것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동행하는 요괴, 그 지역의 귀신 등 말상대 될 이들은 거의 항상 있었으니 말이다.


첫날 이래로는 항상 소희와 함께 있었던 나였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네요, 할 것도 없고. 그렇게 티가 나나요?”

“그런 느낌이 조금 있긴 했어.”

“...”


소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컴퓨터를 끈다.


“그럼, 잠깐 나갈까? 한바퀴 돌고오면 심심하지는 않겠지.”

“저 때문에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밥도 먹어야 하잖아. 시켜먹는 것보다는 나가서 사먹는게 더 싸니 말이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기꺼이.”


집을 나선다.


“오라버니는 무슨 일 하세요?”


소운은 대학생이었지만, 뭔가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된다.


용돈을 받아서 쓴다기에는 소운의 씀씀이가 꽤 컸던 것이다.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자,


“주식 조금?”

“......하다보면 패가망신 한다는?”

“조금씩 굴리다보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조금씩.”

“후응...”

“용돈 받은걸로 조금씩 굴리다보니 액수가 조금씩 커졌다고 해야 할까... 교양과목 듣다가 가상주식투자 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꽤 잘 맞길래 소액으로 시작해 봤거든. 지금은 의경 간 동안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다고 연습하는 정도지만.”

“그렇군요...”


잘 모르는 분야이다보니 뭐라 할 말이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잘난 사람 걱정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빈털터리가 되어도 소운 정도로 잘 생기고 성격좋은 사람이면 데리고 산다는 여자가 수도없이 튀어나올게 뻔했다.


예쁘고 착한 여자라면 무직이어도 데리고 살고 싶은 사람 많을거 아냐?


여자라고 다를거 하나도 없어....


거기다가 머리가 나빠, 인맥이 없어?


전혀 걱정없이 사준다는거 얻어먹기로 했다.


우리는 시내까지 나섰다.


“점심 먹기 조금 이르긴 한데... 어쩔래?”

“뭐를요?”

“점심시간 될 때가지 그냥 걸어다니기만 할 수도 없잖아. 카페 가 있는다던가 영화라도 보고 나온다던가. 뭐 하고 싶은거 있어?”


지금 시간은 대략 10시 정도... 확실히 점심시간까지 마냥 돌아다니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카페에 가서 앉아있을 거 같으면 그냥 집에 있는게 나았고, 영화관이라... 영화는 잘 모르는데.


“오라버니는 뭐 보고 싶은 영화 있으세요?”

“글세...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가봐야 알겠는데.”


이 시간이면 조조할인도 받을 수 있고, 곧바로 상영을 시작하는 영화도 있을 거고 뭐 그런 얘기가 잠시 오간다.


어차피 시간 때울겸 가려는 거니까 가서 끌리는게 있으면 그냥 보자는 것이 소운의 의견이었고, 나도 딱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점심먹을 때까지 시내를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소운은 그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데이트라면 그게 맞기도 하다.


돌아다녀서 땀난 모습 보이는 것을 좋아할 여자가 드물기도 했고, 굽이라도 있는 신발을 신었다가는 걸어다닌다는 일 자체가 곤혹스러운 일이었으니까.


습관성 친절함이랄까?


내게는 그리 필요없는 배려였지만, 영화 보러 가서 나쁠 것도 없었으니까.


시내에서 조금 더 걸어 전철역이 있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영화관이 나온다.


“영화는 자주 보러 다니세요?”

“응. 그런 편이지. 좋아하기도 하고, 데이트하다보면 만만한게 영화관이기도 하고.”

“여친 있으신가봐요.”

“지금은 없어.”


당연하다는 듯이 ‘지금은’ 이라는 말이 붙는데서 넘치는 여유가 느껴진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한주에 한편은 영화를 보러 다닌다는 소운.


반면에 나는...


“진짜? 영화관 처음이라고?”


영화관 자체가 처음이었다.


일단 경제적인 사정이 문제였으니까.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지원이 꽤 이루어지고 있긴 했지만, 그것도 받아먹을 수 있는 사람에게나 주어지는 혜택이다.


폰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판에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하는 문화혜택은 그림의 떡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 그런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 기회에 가보면 되겠네. 영화가 집에서 TV로 보는거랑 영화관에서 보는건 확실히 다르단 말이지. 영화관에 맛들리면 불법다운로드같은건 왜 하나 싶어져.”

“그런가요...”


나는 희미하게 웃음지었다.


영화관도 영화관이지만, 불법다운로드한 영화도 본 적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TV에서 하는 영화도 다를거 없었고.


다만 소희 드라마 볼 때 옆에서 재밌게 같이 봤으니까, 영화도 재밌게 볼 수 있겠지? 정도 생각은 들었다.


충북으로 떠나는 날 마지막 오전은 이처럼 느긋하게 흘러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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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초련初戀 (31) 19.10.09 20 0 10쪽
31 초련初戀 (30) 19.10.08 58 0 10쪽
30 초련初戀 (29) 19.10.07 10 0 8쪽
29 초련初戀 (28) 19.09.28 33 0 10쪽
28 초련初戀 (27) 19.09.26 29 0 9쪽
27 초련初戀 (26) 19.09.25 37 0 10쪽
26 초련初戀 (25) 19.09.24 25 0 9쪽
25 초련初戀 (24) 19.09.22 23 0 9쪽
24 초련初戀 (23) 19.09.21 46 0 11쪽
23 초련初戀 (22) 19.09.20 26 0 11쪽
22 초련初戀 (21) 19.09.19 25 1 8쪽
21 초련初戀 (20) 19.09.18 24 1 9쪽
20 초련初戀 (19) 19.09.17 24 1 9쪽
19 초련初戀 (18) 19.09.16 27 0 9쪽
18 초련初戀 (17) 19.09.16 42 0 8쪽
17 초련初戀 (16) 19.09.15 33 0 8쪽
16 초련初戀 (15) 19.09.14 32 0 9쪽
15 초련初戀 (14) 19.09.13 27 0 9쪽
14 초련初戀 (13) 19.09.12 21 0 9쪽
13 초련初戀 (12) 19.09.11 33 0 9쪽
12 초련初戀 (11) 19.09.10 34 0 10쪽
11 초련初戀 (10) 19.09.09 29 0 7쪽
10 초련初戀 (9) 19.09.07 30 0 11쪽
9 초련初戀 (8) 19.09.05 41 0 10쪽
8 초련初戀 (7) 19.09.03 31 0 9쪽
7 초련初戀 (6) 19.08.31 32 1 7쪽
6 초련初戀 (5) 19.08.30 53 1 9쪽
5 초련初戀 (4) 19.08.29 50 1 8쪽
4 초련初戀 (3) 19.08.28 4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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