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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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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최근연재일 :
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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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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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
추천수 :
11
글자수 :
134,297

작성
19.09.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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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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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초련初戀 (10)

DUMMY

10.



“...괴물이 없어졌네요.”


던전을 파괴하고 나온 뒤, 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소희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네.”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느 순간엔가, 괴물들이 동시에 사라져 있었다.


환한 빛을 내거나 뭔가 기운을 풍기거나 하는 현상은 없었다.


포토샵에서 괴물그림이 그려진 레이어를 보이지 않게 해버린 것처럼, 전조도 없고 이펙트도 없이 어느순간 괴물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난 밤의 일이 꿈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그럴 리는 없지만.’


나는 어쨌든 일단 요도 후소(가짜)를 되돌려 보낸다.


덧으로, 소년의 귀신도 낮이 되자 내게도 감지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요괴나 강력한 힘을 지닌 특별한 귀신이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귀신들은 낮에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끝난 거 같아요.”

“그러게.”


소희도 한껏 힘이 들어가 있던 몸의 긴장을 풀고 살짝 한숨짓는다.


그러더니 곧 눈썹을 역팔자로 만들었다.


“이거 학교 가야되나?”


오늘은 평일이었다.


“글쎄요. 솔직히 저는 학교 가는게 더 낫긴 해요.”

“학교는 왜?”

“밥을 주니까요.”

“...”


지금 당장은 소년의 지갑을 털어 가지고 온 돈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빈털터리였다.


학교에서 주는 무료 급식이 없으면 곤란하다.


소희가 제안했다.


“그냥 학교 제끼자. 밥은 내가 줄게.”

“흠... 그렇다면야 거부할 이유가 없겠죠.”


일단 소희네 가족은 확실히 무사했다.


사실 집에서 세상 모르고 쿨쿨 자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무사하기는 했다.


괴물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사람들을 해친 경우도 있었지만 고작 셋이 뭉쳐다니는 괴물들이 털어봐야 얼마나 털었겠는가.


일단 소희네 집에 초대받아 가기로 했다.


나는 학교에서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한 편이었고, 다른 반인 소희였지만 내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천애고아.


자살시도.


한 학교에 하나만 있어도 많은 캐릭터였다.


“근데 아까부터 생각한건데.”

“...?”

“왠 존댓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런가?


동급생끼리 존대말이 어딨어.


일진한테 왕따가 두들겨 맞을때도 존대말은 안 할거다.


그러나 이 것은 내(초련) 오랜 습관이기도 했다.


방랑무녀로서 활동하면서 내가 반말을 깔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었고 아예 없는셈 쳐도 될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아무리 밑바닥같은 삶을 살아왔더라도, 소영은 동급생에게까지 존대말을 쓰는 일이 없었다.


소영보다 초련의 인격이 주도권에서 앞서고 있다는 증거 그 자체이기도 했다.


나는 흐릿하게 웃음지었다.


“신경쓰지 마세요. 전 이게 편해요.”


일단 소희네 집으로 향한다.


“갈데가 없으면 우리 집에서 지내도 괜찮아. 너 정도로 강한 애가 같이 있어주면 아무래도 든든하기도 하고.”

“고마운 제안이긴 한데, 혼자 결정하셔도 되겠어요?”

“충분히 설득 가능한 거시야!”


...랄까, 꼭 설득해내고야 말겠다는 느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네.


야밤에 남친과 공원에서 뭔가를 하려고 했던 애인 것 치고는 날라리보다는 범생이의 느낌에 더 가까운 것이 소희이기는 했다.


부모에게 말이 안 통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친구네서 같이 숙제하다가 자겠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전화해서 확인할지도 모르지만, 적당히 둘러대 줄 친구... 남친도 있는 인싸라면 충분히 있을 법 한 일이었다.


나는 상상이 안되긴 했지만.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머지 않은 곳에 있는 주택가.


이 근방은 우리나라 어느 도시를 가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주택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었다.


3층으로 지어지고 옥탑방이 있는, 수십년 전에 엄청나게 지어진 그런 건물들 말이다.


몇 억을 기본으로 깔고가는 아파트에는 안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원에서 노숙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훌륭한 지붕이 있었다.


집으로 들어간다.


“다녀왔습니다~”


해가 뜨긴 했지만 꽤나 이른 시간.


그래도 소희네 가족은 이미 다 일어나 있었다.


아버지에 어머니, 그리고 오빠 까지도.


특별한 사건이 일어난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 출근하고 학교가고 하려면 이 시간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소희의 오빠는 대학생이었지만, 수강신청을 잘못했거나... 혹은 공강일을 만들기 위해 수업들을 몰아넣다가 1교시에 수업이 생기면 대학생이라고 해도 얄짤 없었다.


소희네 어머니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다.


“왜 왔어? 바로 학교 간다고 안했니? 거기다 친구까지?”

“않이... 엄마 뉴스좀 봐. 일단 얘랑 방에 가 있을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쿨쿨 잘 자는 것을 넘어, 아직까지도 뭔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모르고 계신 것 같았다.


소희가 내 손을 잡아끌었고, 나는 소희 가족들에게 고개를 꾸벅 하며 방으로 따라갔다.


“안 씻어도 되겠어요?”

“씻긴 해야지....... 근데 아무리 바보 오빠라지만 밖 상황이 이런데 내보내긴 좀 그런가...”


밤새 열심히 뛰어다니며 척 봐도 씻어야 할 것 같은 모습의 소희였지만 아무래도 오빠가 있어서 씻기가 꺼려지는 모양이다.


남매나 형제나 그게 그거라는 사람들도 많긴 하지만, 그것도 다 개인차였다.


오빠가 등교를 한 다음에나 씻고 싶은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 상황에 나가라고 하긴 좀 애매한 것 같았다.


“낮에는 괜찮을 거 같긴 한데...”

“학교 가면 해 진 다음에나 돌아온단 말야.”

“수업을 하루에 다 몰아넣었나보네요.”

“웅.”


뭐 본인이 그렇다면 나로서도 상관없는 일이긴 했다.


어차피 나는 씻어야 할 정도로 몸이 더럽혀지지도 않았고.


처음에 그림자 짐승 관련해서 산을 탈 때를 제외하면 사실 땀도 안 났다.


그건 땀 난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방랑무녀 초련으로서나, 집에 샤워기도 없던 임소영으로서나 사실 청결이랑은 거리가 좀 멀었다...


이 정도는 양반이라고 할 수 있지.


“바닥에서 잘 수 있지?”


소희는 수면각을 잡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요새야 침대가 기본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소희네 집은 침대 대신 바닥에 담요깔고 이불 덮고 자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공원에서 노숙도 할 수 있는 여자였기 때문에 푹신한 침대가 아니라 바닥에 요 깔고는 못자겠다, 전혀 그럴 일은 없었다.


나도 슬슬 피곤하긴 했다.


뭐, 밤새 돌아다녔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어디서 놀고만 있었더라도 날밤 샜으면 피곤했을건데 여기저기 돌아다니기까지 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리.


-띵동!


그 때 소희의 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요 두 개를 나란히 깔던 소희가 폰을 확인하곤 피식 웃었다.


“야, 우리 학교 땡땡이 안쳐도 되겠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휴교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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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초련初戀 (22) 19.09.20 26 0 11쪽
22 초련初戀 (21) 19.09.19 2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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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초련初戀 (14) 19.09.13 27 0 9쪽
14 초련初戀 (13) 19.09.12 21 0 9쪽
13 초련初戀 (12) 19.09.11 33 0 9쪽
12 초련初戀 (11) 19.09.10 34 0 10쪽
» 초련初戀 (10) 19.09.09 29 0 7쪽
10 초련初戀 (9) 19.09.07 29 0 11쪽
9 초련初戀 (8) 19.09.05 40 0 10쪽
8 초련初戀 (7) 19.09.03 31 0 9쪽
7 초련初戀 (6) 19.08.31 32 1 7쪽
6 초련初戀 (5) 19.08.30 53 1 9쪽
5 초련初戀 (4) 19.08.29 49 1 8쪽
4 초련初戀 (3) 19.08.28 4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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