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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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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최근연재일 :
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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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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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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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초련初戀 (19)

DUMMY

19.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식으로 발을 들이던간에 그 것이 오늘 당장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일단은 방송할 욕심은 접어놓은 소희는 곧 오늘 저녁에 나갈 준비에 관심을 가졌다.


딱히 할 게 없다는 것을 깨닫곤 이내 바닥에 널부러졌지만.


‘어제도 가고 그제도 갔는데 뭐 딱히 있을리 있나.’


그냥 소운이 갑옷과 방패를 사올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소운이 돌아온 것은... 저녁먹고 나가면 딱 괜찮겠다 싶을 시간이었다.


“이게 그 방패야?”

“어. 총알도 막을 수 있다니까 어지간하면 막을 수 있을걸.”

“방패는 총알에 안뚫려도 오빠는 그냥 나가떨어질거같은데?”

“아무말하기 있기 없기?”

“아야야야!! 귀 떨어져!!”


소운은 운동이 취미쯤 되는지 꽤나 몸이 좋았다.


제대로 자세를 잡아 받아낸다면 소희 말처럼 한방에 나가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방패라는게 팔 힘만으로 막아내는 것도 아니니까.


“꽤 익숙해 보이시네요, 방패가.”

“의경 출신이라서.”

“아하.”


폴리카보네이트 방패하면 의경이지.


그렇다면 어련히 잘 할테니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잠시 소희의 귀에 응징을 가한 소운은 방패 말고 다른 것도 꺼내 놓았다.


이야기했던 방검복이었다.


“한 번 입어봐.”


소희에게 던져준다.


그리고 본인도 꽤나 능숙한 솜씨로 방검복을 착용하더니 그때까지 헤메고 있던 소희를 도와 주었다.


소희가 볼살을 부풀린다.


“불편해!”

“어쩌겠어. 안전이 우선이지.”

“그렇긴 하지만.”


소희는 방검복이 심하게 불편한 듯 이리저리 몸을 뒤틀며 얼굴을 찡그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벗어던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몸통을 확실히 보호해주는 것이 방검복이니까.


팔다리는 만약 잘려나가는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포션]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즉사를 피하는게 중요했다.


“헬멧도 쓰고.”

“으으 그래도 디자인 너무 구린데.”

“얌마, 군대 가보면 다른데는 다 천으로 된 옷 입어도 머리는 방탄 써.”

“우씨.”


투덜투덜거리면서도 방탄헬멧까지 쓰는 소희였다.


인터넷 방송을 하려고 한다면 예쁘게 보이고 싶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단 인터넷 방송은 접어두기로 했으니 소희도 단순히 불편함만 토로할 뿐이었다.


턱끈도 조절하고, 바이저도 내려보고.


이래저래 조절해보더니 소희는 일단 헬멧이랑 방검복을 벗어 둔다.


“가서 입어야지. 생각해보니 입고 갈 필요는 없잖아.”


그야 그렇긴 했다.


그리하여 방검복과 헬멧들은 소희 아버지의 등산배낭을 뺏어와서 거기 통째로 집어넣었다.


방패만은 그대로 들고갈 수밖에 없지만 시커멓고 폴리스 큼지막하게 써진 물건이 아니라 투명한 색에 깔끔한 디자인이다보니 들고다닌다고 그리 흉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소희 부모님들은 일을 나가셨으므로 밥은 우리끼리 먹어야 했다.


“떡튀순?”

“않이 이제 몸 움직일건데 무슨 떡튀순이야. 고기 먹어줘야지.”

“고기? 어떤거 먹을래?”

“아무거나?”

“...”


소운이 소희를 ‘이거 죽일까...’하는 시선으로 잠깐 바라보는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다행히도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우리는 가볍게 순대국밥 한그릇 하고 괴물사냥을 가기로 했다.


아무리 괴물이 나오기 시작했다지만 군인들이 자리잡은 시내는 안전했고 실제로 어제도 도시에서는 희생자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24시간 순대국밥집은 정상영업을 했고, 소희의 부모님들도 평소대로 퇴근할 것이다.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는 첫날과 달리 제대로 요소요소에 자리잡은 군인들의 위력은 충분히 강력했다.


[검은 비석]은 군인들도 제거가 가능했다.


총이나 수류탄 정도로는 힘들지만 공사용 폭약을 설치해서 터트리면 검은 비석도 파괴할 수가 있다.


건물 옥상같은 곳에 생겨난 검은 비석 처리가 곤란하긴 했지만 그런건 주위에 군인들 한 개 분대만 대기하고 있어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차피 도심에서 벌어지는 일인만큼 관련된 영상들도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수두룩빽빽하게 올라왔다.


‘우리가 안에 들어가 있을 때 검은 비석이 파괴되면 어떻게 되려나요...’


살짝 걱정이 되긴 한다.


소운은 던전 안에 같이 들어오는 것보다 차라리 밖에 세워두는 것이 더 나을지도.


어차피 던전 안에 누군가가 들어가면 [검은 비석]이 더 이상 괴물을 소환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누군가가 들어간 검은 비석 주위는 파괴된 검은 비석의 영역 다음으로 안전했다.


입장한 사람들이 당하기라도 하면 다시 괴물이 소환될테니 파괴된 것 만큼 안전하진 않기는 하지만 굳이 그렇게 세세하게 따질 필요는 없다.


몰래? 던전을 깨고 다니는 입장에서는 군인들이 열일하는게 조금 불안한 점도 있지만 멀쩡히 영업하는 이 순대국밥집만 봐도 군인들의 영향이 긍정적임은 분명했다.


“소영이라고 했지?”

“네.”

“쎄다고 듣긴 했는데 얼마나 쎈거야? 음... 그러니까 그리 쎄 보이는 외모는 아니잖아.”


소운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순대국밥을 잠시 물끄럼히 내려다보다가 소운을 바라본다.


오늘의 물주가 바로 소운이다.


본인 알바비인지 방패 사겠다고 부모님한테 받은 돈을 남겨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계산하는 것이 그였다.


사실 밥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꽤 익숙한 일이기도 했고.


무녀가 마을에 방문하면 사람들이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고싶어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밥먹을 때 누군가가 말을 시키는 것은 일상이라 할 만 했다.


어차피 먹지도 않고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건더기를 건져서 밥그릇 위에 올려놓으며,


“피하면서 때리는 거라서요.”


한마디 하고 재빨리 입에 넣는다.


입에 뭐가 들었는데 바로 대답해주지 않는다고 기분나빠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는 딱히 날씬하다고 해서 훨씬 날렵하지는 않잖아.”

“그렇긴 하죠.”


이처럼, 적당히 먹을건 먹어가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나는 입에 든 음식을 우물거리며, 오른손 검지를 뻗어 빙빙 돌리다가 아래로 그었다.


“하지만 느린 것이 꼭 나중에 도착하리라는 법도 없어요. 속도가 두배 빠르더라도 3배쯤 되는 거리를 빙 둘러 간다면 목적지에는 늦게 도착하겠죠. 거기다가 싸울 때 속도 차이가 두배까지 나는 경우도 드물고.”


흔히 후발선제라 불리우는 공부였다.


적의 칼이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지고 있어도, 콕 상대의 손목을 찍어버리면 그 공격은 간단히 제압되어 버린다.


상대가 활이나 총... 소희의 마법같은 원거리 공격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100미터 달리기가 나보다 1.5배쯤 빠르다고 해도 충분히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화접목이라 부르는 공부도 있었다.


상대의 강한 공격을 흘려내는 기술로, 상대가 빠를 뿐만 아니라 강하기까지 하더라도 대항할 수 있는 수법이었다.


물론 후발선제도 이화접목도 여의치 않다면 [소영기습]을 통해 완벽하게 상대의 공격을 무위로 돌릴 수도 있다.


내가 지난 이틀간 괴물들과 계속해서 싸움을 벌이면서도 단 한번의 유효타도 허용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후발선제와 이화접목의 묘리를 뚫고 유효타를 넣으려면 호흡을 완전히 뺏어야 하는데, 괴물이 그럴정도 기술도 없을뿐더러 정말 호흡을 뺏겼더라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순간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켜주는 소영기습까지 있는 것이다.


소영기습은 호흡이 뺐겼을 때 뿐 아니라 이화접목에 실패해 균형이 무너진다던가 하는 상황에서도 순식간에 몸을 빼내어 재정비를 가능하게 해 준다.


심지어 재사용대기시간도 2초 정도에 불과하다보니 이런 정신줄 놓은 사기기술이 다 있나 싶을 정도다.


내가 기본적으로 검술에 조예가 어느정도 있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느끼는 것 수준의 사기기술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랬다.


나는 약간 곤혹스러운 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는 곧 알게 되실텐데, 지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는게 어떨까요? 그게 아니더라도 할 만한 이야기는 여럿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소영으로서 눈을 뜨고나서 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지금의 내가 평범에서 약간 나은 수준 외모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전생이나 지금이나 내 외모 수준은 비슷비슷한데 사람들이 진짜 너무 예뻐졌어...


무녀로서 큰 일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성적으로 호감을 보여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때가 무슨 유교사회도 아니었고, 마땅한 오락거리가 있던 시절도 아니었으므로 그리 흠이 되는 부분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어프로치가 없어진 것이 아쉽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때조차-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가 일 이야기를 해 오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았다.


물론 소운이 물주니까, 이런 이야기가 하고 싶다면 물론 어울려 주겠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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