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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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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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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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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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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11)

DUMMY

11.



세상은 난리가 났다.


뉴스를 보면, 지금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일인 모양이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났을 때 즈음 해서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일이 되어 있었다.


나는 화장대 의자에 앉아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 머리카락은 무척 긴 편이었다.


머리를 기르기 위해 길렀다기보다는 미용실 갈 돈이 아까워서 그냥 놔뒀더니 점점 길어진거였다.


그 때문에 대개 지저분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머리 상태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왕따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애들이 머리카락으로 괴롭히는 일은 적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할지.


소영으로서는 평소에 머리털이야 뭐 아무렴 어때...라는 마인드로 놔뒀지만 내가 덩달아 그럴 이유도 없는 거였다.


뭣보다 일단 머리카락에 물이 닿기도 했고.


공원에서 노숙한다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남의 집에 와서 이불을 빌리는 주제에 보름씩 안씻은 몸으로 그대로 쏙 들어갈 수도 없잖아.


참고로, 우리가 씻는 동안 소희네 오빠는 방에 갖혀 있었다.


휴교령이 우리 학교만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밖으로 쫓아낼 수는 없었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랄까...


속옷도 소희 것을 빌려 입었다.


이 즈음에는 소희 어머니의 눈이 살짝 짜게 식기는 했는데-어디서 거지를 주워왔니...라는 눈빛이었다- 밤에 딸내미가 위험할 때 구해준 애한테 그럴 거냐고 뭐라고 뭐라고 하더라.


‘여기 얹혀 지내는 건 또 다른 문제일 것 같긴 하지만...’


솔직히 나는 어떻게 되던 별 상관 없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은 마음에 들긴 했지만 지금은 따뜻한 날씨라서 공원에서 노숙해도 정말 문제 없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마음 편하게 머리카락이나 정리하고 있는데 소희가 인상을 쓰며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표정 왜 그래요?”

“않이.. 이상하잖아.”

“뭐가요?”

“우리같은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하나도 없는데.”

“...크게 상관 없지 않아요?”


소희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나는 내가 그렇게 특별한 애라고 생각 안 해. 분명 우리같은 사람이 꽤 많을 거라고?”

“그럴 수 있죠.”

“누군가는 나서서 자랑을 할 법도 한데 관련 뉴스가 하나도 없다는건... 아마도 정부의 정보통제!?”

“...”


사서 걱정하는 타입이라는건 잘 알 것 같았다.


“정부가 뭐 때문에 정보통제를 하는데요?”

“...인체실험?”

“흠.”


하긴 친분도 없는 불특정한 인간을 신뢰하는 것은 있기 힘든 일이었다.


애초에 어떤 울타리 안에 있지 않은 개체의 고통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인간이기도 했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신뢰해도 좋을 생물이었다면 제 3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내전이나 인종차별에서 시작해 밀렵, 동물보호같은 이슈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도 능력자라는 것을 숨기는게 좋을 것 같아.”

“...뭐, 그러세요.”


내 생각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소희처럼 생각해버린 바람에 아무도 밝히지 않는 것 같았지만 굳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소희는 지금 생각 못하는거 같았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어쩌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칼 휘두르고 불을 쏘는데 뭔소리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게임 그래픽처럼 뭔가 화려하게 팡팡 터지는게 아닌거다.


[소영기습]만 해도 엄청난 기술이기는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그냥 몸이 날래구나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고, 소희가 불을 던지는 것도 겉보기로는 부탄가스로 벌집 태우려고 화염방사하는거랑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야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 소희가 원하는대로 맞춰주기로 했다.


어쨌든 세상이 난리가 난 부분은 인간에게 적대적인 괴물의 등장 그 자체였다.


내가 얼핏 생각한 것보다 괴물에 의한 피해는 더 컸다.


인터넷 뉴스 헤드라인만 대충 훑어봐도 알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대규모 참사...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은 피해. 초동대처 미흡...


기레기들이 얼마나 많은 팩트를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의 그 [검은 비석]은 그냥 일정 범위에 하나씩 생겨난 것이었다.


검은 비석이 만들어낸 괴물의 숫자에도 한계가 있는데다가 약하기도 약하니까 도시에서는 비석 하나가 아무리 열일해봤자 한계는 있었다.


비율로 따지자면 생채기 수준?


그러나 시골에서는 달랐다.


비석 하나의 범위 안에 집이 몇 채 있지도 않은 경우가 많을 정도로 흩어져 지내는 곳에서는 인구수로 생각해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명 피해가 났다.


어떤 식으로 초동대처를 해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그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기레기들의 의견은 그런 모양이었다.


“머리 빗겨줄까?”

“괜찮아요. 이미 거의 끝나서.”


머리카락은 앞머리도 귀 뒤로 넘긴뒤에 모조리 모아서 중간부분을 리본으로 한번 묶었고, 그것을 그대로 어깨위로 넘겨 몸 앞쪽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다.


딱히 다듬은게 아니다보니, 앞머리도 만만찮게 길어서 말이다.


앞으로 그대로 늘어뜨리면 그대로 시야를 가릴테니 어쨌든 앞머리도 모아서 묶어야 하는 거였다.


소희가 아쉬운 표정을 한다.


“반만 묶으면 이쁠텐데.”

“이렇게 해두는게 움직이기가 편해서요.”

“아,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지.”


정확히는 짧게 자르는게 제일 유리하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좀 그렇지.


머리카락이 있을 경우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이 머리채를 잡히는건데, 그럴 경우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리는 셈이었다.


이렇게 하나로 모아 앞으로 넘겨버리면 그 취약점을 어느정도 보완이 가능했고 멋대로 팔랑거리면서 방해가 되는 것도 덜할 거였다.


물론 잡으려고 마음먹으면 잡히긴 할텐데 그건 솔직히 스포츠머리 정도로 깎는게 아니면 불가항력이다.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등 뒤로 늘어뜨리는 것만 피하면 어느정도는 괜찮다.


‘최소한 포니테일이나 양갈래머리 같은 것 보다는 낫죠.’


딱 잡기 좋게 생겼잖아?


무슨 손잡이도 아니고.


“그런데 어떻게 할거야?”

“네?”

“그 괴물들. 해가 지고 나면 다시 나올 거 같은데.”

“아마도 그렇겠죠.”


누가 그럴 것이라고 알려준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네모네모반투명창과 관련이 있는 느낌일 것 같은데... 그것은 사냥감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사냥꾼의 감과도 닮아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무래도 처리해야겠죠.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러나 검은 비석을 부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해가 밝자 사라진 것은 괴물들 뿐이 아니라, 검은 비석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해가 뜨기 전에 던전에 입장한 검은 비석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다른 비석들은 괴물들과 마찬가지로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밤이 되면 그 역시 괴물들과 같이 나타나리라.


소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명백히 섭리에서 벗어나는 그 괴물들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을뿐더러, 던전을 돌파하면 유용한 [아이템]도 손에 넣을 수 있다.


우리는 던전 두 개를 같이 돌파하면서 두 개의 아이템을 더 입수해 하나씩 나눠가졌었다.


나는 일단 혼자 돌아서 손에 넣은 [보호의 반지] 외에 귀걸이 하나를 더 얻었다.



습격방지의 귀걸이(매직)

매 전투 시작시 1초간 유지되는 전투감각을 시전한다.



전투감각은 주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주는 보조주문으로 강력한 주문이었지만 고작 1초라면 어디 써먹냐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템 이름에도 나와 있잖아?


[습격 방지]의 귀걸이라고.


누군가가 나를 노리고 공격을 시도할 때 내가 그것을 인식했는지 아닌지 여부에 관계없이 발동하는 주문이므로 갑자기 시간이 느려진다 싶으면 일단 피하고 보라고 있는 물건이었다.


[매직 등급]의 아이템이라는 것은 이처럼 한정적인 상황에 유효한 것들이라고 짐작이 가능하였다.



상처 회복의 물약(매직)

복용시 상처가 회복된다.

신체 일부가 절단되었더라도 잘려나간 부분이 남아있다면 재생이 가능하지만, 상처회복에 에너지가 소모되어 피로해진다.



그리고 소희가 챙긴 것은 소모품이었다.


소모품이지만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물건이었고, 여분의 생명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소희의 기여도는 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전리품을 분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괴물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확실히 없앤다는 것은 전투시간이 3분의 1 정도로 줄어드는 것과 다름 없었으며, 그것은 보스를 상대로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소희의 남친이었던 소년이 소희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귀신이 된 상태로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으니 절반 정도 지분은 있는 셈이었다.


날아다니며 검은 비석의 위치를 찾아온 소년이 아니었다면 그만큼 발품을 팔았어야 하는 부분이었고.


스스로 검은 비석을 찾아야 했을 경우를 생각하면 확실히 절반 정도 지분은 된다.


애초에 보상은 생각도 못 했을 때에도, 같이 싸우겠다고 따라왔던 애였다.


적당한 전리품 분배까지 약속된다면 아마 중요한 동료가 되어 줄 거였다.


“맞아. 다 쓸어버릴거야.”


예상대로, 이를 갈며 주먹을 꾸욱 쥐어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


정부에서 정보를 통제하고, 능력자들을 잡아다가 인체실험을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던 소심한 모습은... 최소한 지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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