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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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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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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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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23)

DUMMY

23.



대부분 회사들이 퇴근시간이 빨라진 만큼 출근시간도 빨라졌지만, 고등학교는 딱히 변화가 없었다.


어차피 9시에 시작해도 서너시면 정규수업이 다 끝나니까 커리큘럼 면에서는 변화가 없는 것도 당연했다.


하나씩 강제로 들어야 하는 클럽활동까지 다 하고 난 뒤에도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은 넉넉하게 남으니 말 다했지.


많은 학원들의 영업시간이 등교 전으로 옮겨진 바람에 새벽 일찍 나서야 하는 애들도 많긴 많았지만 나와 소희는 일단 해당 없었다.


다음날, 우리는 느긋하게 집을 나서서 학교로 향했다.


“오늘 바로 등록은 안 할 거라고 했지?”

“네. 아무래도.”


나와 소희의 이야깃거리는 여전히 각성자 등록법이었다.


소희에게 크게 의미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한가지 더 기대할 수 있는 변경점이 있었는데,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았다.


아이템은 일반인에게도 효과가 있으니까 [보호의 반지]같은 아이템은 꽤나 잘 팔릴 거다.


그렇게 아이템을 팔 수 있게 되면 밥값 정도는 낼 수 있으리라.


소희네 부모님이 뭔가 눈치를 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불편한 감이 있었다.


잠이야 소희 방에서 같이 자니까 그렇다 치지만, 소희네도 마냥 넉넉하지는 않은 거다.


먹고살 걱정까지는 안하는 중산층이라고는 하지만 난데없이 애가 하나 더 생긴셈 아닌가?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나는 딱히 각성자라고 관심을 끌고 싶은 것은 아니었기에, 등록을 한다고 해도 어느정도는 열기가 식고 언론의 관심이 식은 다음에나 슬쩍 등록할 생각이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우리는 곧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우리가 각성자라는 것을 아직 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왕따에서는 벗어나게 되었는데, 꽤나 인싸인 소희와 친하게 지내면서 소희의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 덕분이었다.


매우 심하게 왕따를 당할 때는, 그 왕따와 어울린다는 것 만으로 같이 따돌림을 당하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예전의 나는 충분히 그런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왕따를 당하고 있긴 했지만, 소희의 인싸력이 그걸 이겨냈다.


‘피차 다행인 일이랄까...’


그게 사실 소희 친구들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학교 입장에서도 다행이었다.


소희는 나와 친하다는 이유로 같이 왕따 취급을 당했다가는 곧바로 불덩어리를 집어던지고도 남을 성격이기 때문이다.


학교 친구들과 아무리 친해봤자 같이 괴물과 싸우고, 같이 목욕하고, 같은 방에서 자는 사이보다 친하기는 힘들었으므로 소희는 같이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고 해서 내쪽을 버릴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힘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내 입장에서는 그래도 여전히 다른 애들과는 서먹하긴 했다.


소영으로서의 현생에서야 친구라는 것을 가져본 적도 없었고, 무녀 초련으로서 벗이라 할 만한 이들을 여럿 사귀긴 했으나 시대와 직업 특성상 평생 몇 번 보기도 힘들었다.


학교친구, 라는 개념은 내게 어색했다.


전생의 경우 뒷골목에서 고아를 모아 키우던 시설에서 비슷한 처지의 애들이 여럿 있긴 했지만 그 경우도 순수하게 친구가 되기에는...


근데 생각해보면 그 때도 친구가 적었던 것은 그냥 내 문제인 것 같기도 했다.


소희처럼 넉살도 좋고 친화력도 좋고 발도 넓으면 가정사정이 어렵다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래야 당하기도 힘들 것이고, 아무리 떠돌아다니는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가는 곳마다 친구가 생겨날 테니까.


그래도 다행히 그 서먹함은 오래지 않아 개선될 예정이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지만 어쨌든 나는 각성자로 등록할 작정을 굳힌 상태였고, 뭔가를 가졌다는 것은 호감을 갖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영이 따돌림을 당한 이유는 정말 가진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물질적인 것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소희같은 종류의 인기는 아니겠지만, 무녀 초련으로서 가는 곳마다 받던 호감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내가 가만히 있어도 친해지려고 다가오는 이들이 생겨나겠지.


그걸 혹자는 유명해지니까 사람들이 접근해온다고 삐딱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기회주의자라 욕할 일은 아니다.


미모가 뛰어나건 유머가 뛰어나건 인간적인 끌림이 있건, 매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상대가 먼저 다가오는 것을 경험하고 있을 테니까.


본인이 매력이 없었던걸 가지고 그렇게 삐딱하게 받아들이면 안된다.


재력? 능력?


그 역시 어떤 인간이 지닌 매력의 일종이지 어떻게 떼어놓고 생각하겠는가.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각성자의 숫자가 적은 편이라면, 더더욱 큰 매력이 될 것이다.


친해지려면 둘 중 누군가는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그 전까지는 다가가야 하는 사람이 나였지만 성격상 그걸 힘들어 했다면, 앞으로는 상대쪽에서 먼저 다가와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 * *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당연하게도 각성자에 대한 것이었고, 대중의 관심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지 언론의 시선도 아침부터 이번에 만들어진 [각성자 협회]에 관심이 쏠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협회라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원래 취지는 좋았다.


세세한 모든 것을 관공서에서 처리하기에는 인력도 문제고 전문성도 문제니까, 현장과 공공기관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해 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여겨져 만든 것이 협회였다.


물론 어설픈 협회들이 난립해서 간판만 걸어놓고 있는 경우도 적잖아 있지만 뉴스에까지 설립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각성자 협회가 그런 어중이떠중이같은 협회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물론 일을 제대로 하는 협회인지 낙하산이 내려와서 단물만 빨아먹는 협회일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겠지만.


어차피 그대로 시작해도 별 문제없는 학교와 달리, 공기관들은 4시 퇴근을 맞추기 위해 출근시간을 당겼고, 그것은 공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협회들도 마찬가지였다.


각성자 협회는 오늘 오전 7시부터 정상업무에 들어간 상태였고 현장에 자리한 기자들에 의해 뉴스들도 여럿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관련이 되어있는 처지이다보니 그런 뉴스에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했다.


나는 폰이 없었으므로, 점심 시간에 소희와 같이 뉴스를 살폈다.


소희와 나는 다른 반이었기 때문에 쉬는시간과 점심시간이 아니면 학교에서는 얼굴보기가 힘들었으며, 나는 쉬는 시간마다 다른 반까지 찾아갈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않았다.


우리 반에도 소희 친구들이 많았고 그 덕분에 괴롭힘은 다 사라졌지만 말했다시피 아직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망한 분위기네요.”


각성자 협회는 시작부터, 그리 좋게 흘러가는 것 같지 않았다.


방금 본 기사는 협회를 찾아온 관심종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각성자도 아니면서 자신이 각성자라고 주장하는 이들 처리에 협회가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거였다.


당연하지만 각성자로서 얻은 스킬을 한 번 보여주면 자신이 각성자라는 인증을 깔끔하게 할 수 있지만 그 목소리만 큰 자들은 자신이 각성자라고 우기면서도 그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


촌극이라면 촌극이긴 한데 그런 숫자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저런건 일단 어떻게 하기가 힘들다.


협회라면 반쯤은 공기관이기 때문에 민간인을 함부로 대했다는 이유로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 불합리하기 짝이 없었다.


각성자라는 것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렸던 연예인이 우리나라 1호 등록 각성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기사는 있었지만 그 외에는 막상 각성자가 등록한 것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도 힘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가십에 더 가 있는 것도 있는 것이지만 등록하는 각성자 자체가 적다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 거였다.


‘사실 각성자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도 있고 말이죠.’


각성자는 신기한 존재이기는 했지만, 대체불가의 자원은 아니다.


괴물은 군인들도 쏴죽일 수 있고, 비석은 폭탄으로 파괴할 수도 있다.


앞으로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그랬다.


만약 괴물을 각성자만 쓰러뜨릴 수 있다거나 그랬다면, 지금과는 각성자에 대한 관심이 차원이 달라졌겠지.


던전에 진입해 아이템을 얻어오는 것은 각성자만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 아이템이 꼭 필요하냐고 하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다.


하나의 던전을 클리어해도 딱 하나 나올 뿐인 아이템은 최소한 일반인들의 생활에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 뉴스를 확인하는 소희의 동공이 흔들린다.


“이 협회 믿어도 되는걸까?”


일단 법이 나왔으니 각성자로 확실히 활동할 것이라면 등록을 하긴 해야될 것 같긴 했지만 진상들에게 시달리는 협회의 모습은 신뢰도를 팍팍 깎아먹기에 충분해 보였다.


애초에 그런 모습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협회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바닥을 파고들어가는 수준이기도 했고.


나는 헤실 웃었다.


“협회는 힘이 있던 없던 크게 상관 없어요. 둘다 장단점이 있어서.”

“...응? 왜?”


소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보세요?”


기본적으로 협회가 힘이 쎄야 현장의 목소리를 상부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협회가 힘이 강할 경우, 정부부처와 교감이 있다면 회원들에게 강하게 압박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협회가 약하다면 정부의 의지에 이리저리 흔들리겠지만, 막상 정부에서 협회를 이용해 뭔가를 해보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협회를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만약 얻는 아이템에 협회를 통해 수작을 부리려고 한다고 쳐.


빼돌린 다음에 ‘포션 나왔긴 한데, 기존에 갖고 있던 포션을 던전 안에서 써서 그거 채웠음’ 이런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하겠는가?


협회가 힘이 하나도 없는데.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었다.


사실 협회는 현장보다는 상부에 친화적인 단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상부로 전달하는 것 보다는 상부의 의지대로 현장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


법으로 가입을 강제하려 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오히려 협회가 약한 것이 나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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