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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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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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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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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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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28)

DUMMY

28.



소운과 한동안 환담을 나눈다.


뭐,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서로에게 기본적인 호감이 있기는 했지만, 최소한 아직은 남녀로서의 호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소운을 나를 딱 여동생 친구정도로만 보고 있었다.


나야 뭐... 소운이 워낙 잘생겨서 아예 마음이 없는건 아니긴 한데... 그냥 지나가다가 잘생긴 사람 보면 드는 그 정도지 사랑이니 뭐니 할 만한 감정은 또 아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소운이 퍼뜩 생각난 듯 말한다.


“아, 슬슬 밥먹을 시간인데. 준비하고 있을테니까 가서 소희좀 깨워주라.”

“예.”


나는 먼저 소운의 방을 나와서, 소희 방으로 향한다.


또 의외라고 해야할지, 소운은 요리를 꽤 잘 했다.


밥이나 기본적인 밑반찬은 소희네 어머니가 해두고 나가시지만, 특히 몇몇 요리에 대해서는 소희네 어머니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는 솜씨를 지녔다.


어머니가 해두신 음식을 데우는 것이 기본이지만, 거기서 이래저래 어레인지가 들어간다.


반면 소희는 전혀 요리를 못 한다.


그리고 나도 요리를 못 한다.


‘내가 요리를 못하는 건 당연하긴 해.’


언제 요리를 해봤어야 하지.


통째로 굽거나 끓이거나 육포를 만들거나 하는건 할 수 있지만 무녀 초련으로서는 부엌에 들어갈 일이 없었다.


혼인도 안 했는데 부엌은 무슨 부엌이야...


그렇다고 소영으로서 요리를 할 일이 있냐면 그것도 아닌게, 요리도 최소한 주방이 있는 집에서 요리를 해 먹을 음식재료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짓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여동생과 여동생 친구 주둥이에 들어갈 음식을 아침마다 식탁에 차려 놓는 것은 소운의 일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제가 뭔가 도와드릴까요?’ 하고 권해보긴 했는데, 소희 깨워오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라고 하면서 거절했다.


방으로 돌아가니, 소희는 이불은 어디로 걷어차고 배꼽을 다 드러낸 채 자고 있다.


“...”


매일 아침마다 보는거지만, 비교된다 이 남매.


괜히 내가 소운이 소희의 상위호환이라고 하는게 아니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생긴게 워낙 예뻐서 저러고 자는 것도 그림이라는게 대단하긴 하지만.


일단 소희부터 깨우자.


소운이 말한, 소희를 깨우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라고 했던 것에 납득한 이유이기도 한데 아침에 소희를 깨우는 것은 마냥 쉽기만 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밤새 활동하고 해 뜰 때 즈음 해서 잠드는 초련의 생활패턴 때문에 아침에 약했다면, 소희는 아침에 그냥 약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제 아침에도 곧잘 일어나게 된 나와 달리 소희는...


“슬슬 일어나요.”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런 말을 해봤자, 통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일단 불을 켜는 것부터 시작한다.


“으어아아...”


당연하지만 불을 켜는 정도로는 소희를 깨울 수 없다.


이불 안으로 자연스럽게 더 파고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소운과 나의, 소희를 깨우는 난이도가 갈릴 수밖에 없다.


나는 아무리 소운이 소희와 남매라고 해도, 아무래도 직접 하기는 힘든 방식으로 소희를 깨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빛을 직접적으로 쬐게 되면 잠에서 깨게 되니까.


빛과 소희 사이를 차단하고 있는 장애물을 치우는 것이 속편하다.


확~!


나는 소희의 이불을 치워버렸다.


“호에에에엥............”

“소운 오라버니가 식사 준비를 해 두셨을 거여요. 밥먹으러 가요.”

“5분만.........”

“안 돼요.”


소희는 얼굴을 베게에 파뭍었지만, 나는 그 베게까지 치워버렸다.


몸을 웅크린채 햇살아래 놓인 흡혈귀마냥 꿈틀거리며 괴로워하는 소희....


꽤나 자유로운 모습으로 잠을 자는 소희였기에 가족이라고 해도 어머니가 아니면 직접 깨우러 방에 들어오기는 힘들다.


어머니가 일찍 출근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 대신 내가 소희를 깨울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소희네 부모님이 별 말 하지 않는 것은 그분들이 출근하고나면 소희를 깨울 수 있는 것이 나밖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동안 꿈틀꿈틀거리던 소희였지만, 이내 포기한 듯 축 늘어진다.


“....잔인한 아이...”


이불이 없으면 빛을 막을 수 없지만, 당연히 덮고 있으면 따뜻하다.


발가벗다시피한 모습으로 자고 있다가 이불을 갑자기 뺏기면, 잠이 확 깨는게 당연했다.


나는 죽은 눈을 하고 있는 소희에게 덮을 옷을 휙휙 던져 주었다.


소희는 잠시 애달픈 눈으로 이불을 바라보긴 했지만, 이내 포기한 듯 살짝 한숨지으며 내가 던져준 옷에 팔다리를 대충 꿰었다.


“........아침밥은 뭐야?”

“글쎄요. 뭐가 나오던지 맛있다보니.”

“내일부터는 아침밥이 뭐인지 알아다 줘.....”

“그럴게요. 그 정도 쯤이야.”


소희를 깨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 정도쯤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렇게 소희를 어르고 달래며 밖으로 나와보니, 주방에서는 렌지후드 돌아가는 소리와 뭔가가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소운이 휘익,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생각보다 더 빨리 깨웠는데?”

“.........소영아, 그러니까 나 5분만 더 누워 있는다고 했잖아.”

“그 정도로 오래는 안 걸려. 세수라도 하고 오는게?”

“내가 알아서 할거임.”

“그래그래.”


소운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탁탁, 세 개 깨서 넣었다.


곰돌이가 그려진 귀여운 앞치마에 머리카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요리모자까지 챙겨쓴 소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면 괜찮지 않나?


뭐가 그리 하나하나 불만이야.


잠시 뾰루퉁한 표정의 소희를 바라보는 나였지만, 그냥 어깨 으쓱 하고 말았다.


저게 그 남이 보는거랑 남매 입장에서 보는게 다르다는 거겠지 뭐.



* * *



며칠 후...


조회수가 몇 백... 아니 몇 십 정도면 많이 나오는 거겠다 싶었던 처음과 달리 조회수는 우리가 등교하기 전에는 이미 10만을 넘어 있었다.


외국인들이 먼저 많이 보긴 했지만, 그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도 꽤 많았고...... 우리 학교 사람들도 몇 몇은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몇 명이 보았다면 ‘너 그거 봤어?’ 하면서 퍼져나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화제의 영상이 되면서 며칠만에 조회수는 수십만... 이 정도면 같은 학교 사람들은 대부분 봤다고 여기는게 맞겠지.


‘쟤지?’

‘어 맞는거 같은데.’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등교하고나니, 대충 이런 눈빛들을 마주하게 됐다.


이미 며칠전 각밍아웃을 한 소희였지만 학교 전체에 파급력이 미치지는 않은 상태였다.


‘비밀은 지켜줄게!’ 라면서 별로 필요도 없는 맹세를 한 소희 친구들이, 그 말을 정말로 지켜버렸기 때문이다.


소희도 ‘아냐... 나 유명해지고 싶어 마구 퍼트려줘.’ 라고 차마 하지는 못했던지라...


걔네들 중 누군가 한명이라도 말을 흘렸더라면 불 만드는거 보여달라고 찾아올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을텐데 방과후까지도 소희에게 찾아오는 애들은 없었다.


그러나 소희와 달리 나에게는 그렇게 접근해오는 애들은 없었다.


이미 어느정도 어울리기 시작한 소희 절친들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신기한 뭔가를 갖고 있더라도 어제까지 왕따였던 애한테 냅다 접근하기는 힘든 법이다.


그냥 적당히 신기한거라면 일진인 애가 와서 뒤통수 탁탁 치면서 ‘그거해봐 그거’ 할 수도 있지만 무려 큼지막한 칼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그냥 칼 만드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대로 쿡 찌르면 어쩌려고.


그런 이유로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야, 뽁.”

“........네?”


약간 반응이 늦긴 했는데, 저 뽁인지 하는게 내 별명인 모양이었다.


왜 생겨난 별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별명은 이유없이 생겨나도 다들 그렇게 부르면 그게 별명으로 정착되는 거였다.


참고로 나를 부른 사람은 반장이었다.


당연하게도 별달리 친분은 없었고 소닭보듯하는 사이였지만 반장이라는 직위라는 것은 것만 보더라도 용건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담임이 와보래.”

“알겠어요. 지금 가면 되나요?”

“응.”

“전해줘서 고마워요.”


다른 애들이야 알더라도 말붙이기 자체가 어색하다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알고 있으면 아무래도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도 당연했다.


가봐야겠지.......


나는 몸을 일으켰다.


물론 선생과의 관계도 딱히, 좋은 관계는 아니다.


좋을 건덕지가 없잖아?


어떻게 사이가 좋아.


학생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열혈교사는 창작물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다... 혹은 경제가 활황이었던 과거에나.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이들이 몰리며 성적만으로 선생을 뽑게 된 이래로 왕따 입장에서도 호감을 가질만한 ‘진짜 선생’은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당연히 소영도 다른 학생뿐 아니라 선생들도 진심으로 미워했다.


소영은 학교의 동급생들을 같은학교 학생, 같은반 학생이라고 칭했을 뿐 친구라고 한 적이 없었다.


따돌림 받기 시작한 이래로는, 무의식중에조차 단 한번조차 없다.


소영이 사라지고, 초련으로서의 내가 자리를 차지한 뒤에조차도.


마음속에 철옹성을 세우고 있는, 완벽한 [타인].


소희의 친구들에게 먼저 친해지려 다가갈 수 없었던 진정한 이유이기도 했으며, 같은 학교 학생들이나 선생들이나 감정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비슷했다.


이미 동료로 인식한 소희를 제외한다면, 확실히 그랬다.


초련으로서의 기억이 깨어나며 소영의 인격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 감정은 어디가지 않고 그대로 안에 남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학교 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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