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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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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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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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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22)

DUMMY

22.



각성자는 어떻게 생각하면, 위험하기 짝이없는 무력을 소유한 자들이었다.


나와 소희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데서 칼을 만들어내거나, 불덩어리를 쏘기도 한다.


긴급법안으로 [각성자 등록법]같은 것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사실 근본없는 악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도검이던 총기던 소지하려면 당연히 허가가 필요하니까.


근데 소희가 고민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놈의 나라를 과연 믿을 수 있는가?


“분명 온갖 불이익을 받을거 같은데...”


이놈의 나라는 뭐가 상식적으로 돌아가는걸 본 적이 없어.


오, 각성자 등록법이라는 것 자체에는 사실 소희도 꽤나 긍정적이었다.


어디서 납치해서 인체실험이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잖아.


국가기관에 정식으로 등록하면 아무래도 그런 일을 당하지는 않게 될테니 그 자체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근데 그게 다라는게 문제지.


뭐,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높으신 분들은 사고방식이 민초들과는 많이 달랐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는 다른 뭔가가 일어날 확률이 백프로였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일단 민주주의라 국민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는 쓰는 지금이, 과거 그 어느 시대보다도 낫기는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어깨만 으쓱, 했다.


“전 등록해도 나쁘지는 않을거 같아요.”


소희의 생각대로 여러모로, 혼자 활동할 때보다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무조건 손해만 날 것 같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지금 저 멀리서 군인들이 제압한 것 같은 검은 비석의 위치를 전달받아서 비석만 클리어 할 수 있게 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세금으로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세금에 엄청난 반감을 가지는게 뜯기는 입장에서 당연하긴 하다.


온갖 도둑놈들이 빨대를 꽂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제 주머니를 불린다는 인식까지 있으니 세금에 대한 반감이 더 큰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우리나라 정도면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민생을 위해 쓰이는 돈이 있긴 하잖아.


옛날의 세금은 민생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일부가 엄한놈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모조리] 가진자의 창고에 쌓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진자가 있다면 그 중 일부를 민초들에게 베푼다는 개념인 것이고.


북한에 이런저런 지원을 해줘봤자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 없이 모조리 윗선에서 사라져버리는 것과도 같은 일이 보통이었다.


그런거에 비교하면 일부나마 다시 아래로 내려온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소영이 넌 안 불안해?”

“뭐가요?”

“막 이용을 당할 수도 있잖아. 위험한데에 억지로 끌려갈 수도 있고.”

“예. 전 그건 괜찮아요.”


신원이 확인되어 있으면 혹시나 위험한 곳에 차출되어 갈 수도 있지만(물론 완전히 강제는 아니겠지만) 그 쪽은 오히려 나로서는 크게 상관없었다.


아무런 책임없이 권리만 가진 자는 없다.


무언가 사건이 벌어졌을 때 힘을 지닌 자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행사였다.


힘을 지녔다는 것은 어딘가 쓰일 곳이 있기 때문이리라.


“의무없는 권리는 없으니까요.”


비록 현생에서는 누리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들도 있을 수 있으나 내게는 보인다.


의무를 외면하고 권리만을 누리는 동안 영혼에 쌓인 업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이.


몰랐다면 모를까, 뻔히 그것이 보이는데 어찌 외면하리?


그리고 얼핏 희생처럼 보이는 삶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증명됐잖은가.


천오백년이라는 시간을 넘은 지금도, 나는 [인간]이었다.


몇 번의 환생을 거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도 인간으로 환생해 있었다.


많은 불운을 겪고 자살조차 시도했던 불운한 삶일지언정... 인간으로 다시 환생했다는 그 자체만 하더라도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퍼주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


호구처럼 보일 수도 있고 어리석게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대신... 이 삶이 다하는 시간이 왔을 때,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그 순간이 오면 한 점 후회도 남아있지 않으리라.


소희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나도 너처럼 딱 정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괜찮아요. 당신처럼 고민하는 것이 보통일 테니까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이들이기에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으리라.


자신의 희생이 엉뚱한 놈들의 배들만 불려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민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세요. 언젠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구도 그 선택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어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볼 수 있는 이들이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은 분명 다를 테니까.


내 눈을 떼어주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해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가 없으니까.


공기관에 대한 불신은 전세계 어딜 가나 비슷하지만-미국을 예로 들자면 경찰을 생각해보자- 소희는 일단 관망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단 나는 각성자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봐야겠어.”

“각성자 숫자요?”

“응. 각성자가 적다면 그만큼 대우도 좋을거 아냐.”

“인력이 적으면 그만큼 업무강도가 올라갈 수도 있는데요.”

“.......그런가?”


소희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린다.


“그런거 관계없이 본인 의지에 따라서 선택하시는게 좋아요. 고민 끝에 스스로 내린 결론이라면 후회는 없을 테니까.”

“......그래도 일이 잘 안풀리면 후회할 거 같은데?”

“자기결정을 한 사람들은 일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후회하지 않아요. 어차피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테니까.”

“으으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등록할 예정이긴 한데요, 제가 등록한다고 따라서 등록하려고 하지 마시고 스스로 고민해 보세요.”

“알았어.”


각성자라는 것을 등록하라는 것이 사실은 그리 잘못된 법인 것 같지도 않았다.


그걸 악용하려는 추가적인 법인 생긴다면 그건 또 생각해볼 일이었지만 지금으로서 각성자 등록법은 총화기나 도검류를 자격이 있는 자만 보유하게 함으로서 범죄에 사용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통제받는 느낌이 들 수 있긴 한데... 총화기나 도검류 면허가 있다고 해서 범죄사건이 일어날 때 와서 도우라고 동원하거나 하지는 않잖아.


이 정도 선을 지킨다면 당연히 등록하고 어느정도는 통제에 따르는게 맞았다.


그것조차 싫다면 그 힘을 어딘가 악용할 것이기 때문에 파악되고싶지 않다는 뜻이 된다.


‘소희가 그런 심성은 아니죠.’


그랬다면 내가 이처럼 같이 다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정부가 그 정도 선을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망설이는 거지.


일단 소희 집으로 돌아온다.


아직 자정 언저리인 시간이었고, 소희 부모님들도 아직 깨어 있다가 맞이해 주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소운의 증언에 따라 괴물을 잡는 것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인식하게 되신 것 같았다.


괴물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과, 소운이 던전 안에 들어가본 적이 없다보니 마냥 정확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괜히 걱정만 살텐데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도 좀 그랬다.


이 정도는 삶의 지혜라고 해야되겠지.


솨아아아-


나와 소희는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지난 며칠동안 나와 소희는 목욕 정도는 같이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나는 물끄럼히 소희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숫자가 얼마 많지는 않을 거여요.”

“응? 뭐가?”

“각성자요. 지난 며칠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이겠죠.”


우리가 지난 보름동안 활동하며, 다른 각성자와 필드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


물론 우리는 맨날 거의 같은 루트로 움직였고, 다른 각성자들도 자기들 편한 동선으로 계속 움직였다면 마주치지 않을 수도 있긴 있다.


각성자가 되었더라도 괴물과 싸워야 한다는 것에 겁을 먹고 숨어만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 근방에서 밤에 다른 각성자를 본 적이 없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방송을 통해 던전을 클리어하면 유용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일반인에게도 옵션이 적용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아주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활동하는 각성자가 적다는 것.


더군다나 여기는 시골도 아니었고, 외곽지역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울인데.


어쩌면 각성자를 전부 합해도 우리나라에서 천명도 되지 않을지도 몰랐다.


자신이 각성자라는 것은 인증하고 인지도 폭발한 연예인 한명, 그리고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한 몇 명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각성자를 본 적 자체가 없다.


“등록하면 일거리가 쏟아질거라는 뜻이네.”

“아마 그렇겠죠.”


물론 우리는 학생이었다.


등교를 위해서라도, 어느정도 시간이 늦어지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이대로 괴물들이 계속해서 강해지고 다른 일이 생긴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던전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등록하고 일거리를 받는 것이 이득일 수밖에 없다.


밖에 나와있는 괴물들을 잡는 것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데, 우리에게 일이 떨어진다면 군인들이 괴물을 다 정리한 상황에서 비석을 철거하는 일이 될 테니까.


검은 비석은 채굴용 폭약 같은 것으로 파괴할 수 있었지만, 사실은 파괴할 수도 있다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었다.


바윗덩어리를 부술 정도의 폭약이라면 건물 위 같은 곳에 비석이 생겼을 때는 물론이고 멀쩡한 땅에 생겨도 파괴하기 껄끄러운 경우가 많았다.


상하수도라던가 전기선이라던가... 지하도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비석 주위를 제압하고, 괴물이 튀어나올 때마다 처리하면서 해가 뜰 때까지 버티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도움을 거절할 리도 없으니 평소에 튀어나오는 괴물들을 잡지 않더라도, 하루에 세 개의 던전 정도는 가볍게 돌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돈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에 어떤 세금같은걸 붙일지 모르니까 그게 문제긴 한데.”

“예. 고민해 보세요.”


분명 정답은 없는 일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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