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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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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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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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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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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추적(Pursuit) (2-2)

DUMMY

한편, 같은 시각 경기도 강화군 월곶면, 학두산 인근(강화도 북부).


9국 현장지원과의 볼리셔니스트들 역시 북한 측 볼리셔니스트들과 접촉했다. 하지만 사냥꾼들과 달리 철저히 관측 중심으로 작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적들은 보란 듯 3km 넓이의 한강 하류를 두 다리로 걸어서 내려왔다.(물 위를 걷는 건 볼리셔니스트들에게 일반적인 능력이었다) 그리고 강화도에 상륙하여 천천히 남하하고 있었다.


현장지원과는 상륙지 근처 학두산에 진을 쳤다. 저지선을 위로 끌어올린 이유는, 가급적 시가지에서의 접촉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최전방이기에 피할 눈이 많긴 해도 차라리 이게 나았다.


“......”


나머지 인원들은 몸을 숨긴 채로 있었다. 이때 정은정 과장이 훌쩍 뛰어오르며 나무 위에 올라섰다. 그녀의 모습을 본 북한 측 볼리셔니스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살의」는 있었지만 강하지 않다... 그 말 그대로네.’


정은정 과장은 멀리 점처럼 보이는 상대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쌍안경을 든 그녀는 점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보란 듯 들고 있는 칼과 특징적인 걸음걸이는 그들이 볼리셔니스트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동시에 강(江)에서 제공한 예지의 정확성에도 놀라고 있었다. 민혜림 대리가 뛰어난 예지가라고 해도, 그녀는 전국을 커버해야 했기에 지역적인 정확성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샛별 작전 당시 작전지역 추정을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강에서 제공한 예지는 대단히 높은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반적인 볼리셔니스트를 상대로 할 경우 원형공산오차(CEP)는 1~1.5km 정도라고 했다. 이 정도면 거의 핀포인트로 목표를 집어낼 수 있을 수준이었다.


‘대단하긴 하군.’


사실 이곳을 통과할 것이라고 지목해 왔을 때 지녔던 의심은, 지금 눈앞의 적들의 모습과 함께 완전히 녹아버린 상태였다. 예지망이 발달했다고 하는 유럽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정도였다.


다만 상어 관련 예지가 없는 것은 불안요소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저럴 생각이지?’


적들의 느릿한 움직임에는 여유가 있었다. 이건 이쪽에서 예측했던 예상과도 같았다. 상대의 진짜 목표는 이쪽의 섬멸이 아닌 의중이나 전력을 살펴보기 위함이 분명했다.


“이대로 돌아가 주면 좋을 텐데.”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그녀가 혼잣말을 했다. 전력이 완벽했다면 이런 기분은 덜 했겠지만, 상황은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었다.


먼저 그릇 탐색을 위해 이성진 대리가 빠진 상태였다. 거기에 윤민서 대리도 부상으로 병원에 있었다. 화력에 1/4의 구멍이 난 것이었다. 거기에 윤민서 대리는 의료 계열 볼리셔니스트. 이는 작전상의 한계를 만들었다.


물론 상대는 세 명이었고 이쪽은 여섯 명이었다. 맞붙는다 해도 꿀릴 리는 없었다. 만약 적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면 곧바로 반격할 태세도 갖춘 상태였다. 이때 허리의 무전기에서 잡음과 함께 말소리가 들려왔다.


서창민 대리 목소리였다.


[여기는 당나귀 다섯. 적들은?]

“당나귀 하나. 서성이고 있음. 큰 반응 없음.”

[공격 준비?]

“거리가 멀다. 대기.”

[알겠다. 이상.]


그들이 이쪽과 싸우고 싶어 하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적들은 접근하지 않았다. 혹시나 모를 상어를 대비하여 정은정 과장 자신이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적들은 그저 서성일 뿐 다가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대치 아닌 대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상대의 모습이 배경에 녹아들 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


정은정 과장이 급하게 쌍안경을 들었다. 바라본 그곳에는 풍경이라는 장막 뒤로 몸을 숨기는 적들의 모습이 있었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 광학위장 걸 깨달은 그녀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무전기를 들며 말했다.


“당나귀 하나. 적들이 사라지고 있다.”

[당나귀 다섯. 다시 설명 해 달라.]

“광학위장... 광학위장 법칙이다!”

[...!!]

“당나귀 셋은?”


정은정 과장이 민혜림 대리를 불렀다. 적들이 몸을 숨기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예지였다. 예지가 어떻게 바뀌었느냐에 따라, 다음 행동을 준비해야만 했다.


잠시 대화가 끊겼다. 그 와중에 적들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황량한 해안가는 아까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다급해진 정은정 과장은 나무에서 내려와 나머지 인원들이 대기 중인 장소로 뛰어갔다. 산 뒤쪽 나무 밑에 모습을 감춘 승합차였다.


“혜림아!”

“아... 과장님.”


민혜림 대리가 초췌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은정 과장은 피곤한 그녀에게 다그친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미안함을 느끼며 사과했다.


“피곤하지... 미안해.”

“괜찮아요. 근데 「살의」는 더 옅어졌어요. 여전히 있긴 한데... 대신 「이동」의 느낌이 강해졌어요.”

“움직인다 이건가?”

“네.”

“강원도 쪽은 어때?”

“그쪽도 비슷해요. 교전 여부는 모르겠지만, 살의는 있지만 이동할 거 같아요.”


옆에서 듣고 있던 서창민 대리가 물었다.


“과장님, 어떻게 하죠?”

“......”


상대는 사라졌고, 특별히 공격적인 행동을 할 거라는 예지는 없었다. 행동의 목적은 그대로 둔 채로 장소를 바꾸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굳이 여기 있을 필요는 없겠죠. 남한에서의 작전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해 지는 건 저쪽일 테니까요. 일단 철수하는 걸로 하죠.”

“알겠습니다.”

“이동 위치는 강(江)에서 받아야 할 거 같긴 하군요...”


정은정 과장의 말에 민혜림 대리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제가 좀 더 잘 해야 되는데...”

“아니야, 괜찮아.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으면 좋지.”


9국의 유일한 예지가로써, 그녀가 받는 중압감은 엄청났다. 언제나 남한 전체를 커버하며 발생 가능한 주요 사건들을 예지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랬기에 지금 같이 ‘특정한 목표를 정확하게 추적’하는 상황은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현재의 상황에 미안함을 느끼는 그녀를 보며, 정은정 과장이 걱정을 삼켰다. 한 명이라도 예지가가 더 있었다면 부담을 덜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예지가를 보충하는 건 쉽지 않았다. 볼리셔니스트도 수급이 안 되는 상황에서 예지가는 언감생심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차라리 교전해서 「목표한정」으로 바꿔볼 걸 그랬나? 그러면 강(江)에 손 벌릴 일도 줄어들 텐데...”


「목표한정」이란 예지망을 운영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사실 ‘볼리셔니스트의 의지를 읽어내는’ 예지 시스템은 여전히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운영 경험이 축적되면서 점차 체계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특히 상황에 맞춰 예지망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중요했는데, 보통은 두 가지로 구분되었다.


먼저 일상적으로 행하는 「지역예지」 형태였다.


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요한 몇 가지 활동의 예지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의지선에 대한 공격이라던가, 살인, 테러 등 반드시 예방해야 하는 활동 등이 그 대상이었다.


예를 들면 샛별 작전 당시 일본의 의지선 교란에 대한 민혜림 대리의 예지가 이에 속했다. 하지만 이 경우 예지의 추상성이 높아지고 정확성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범위가 넓으면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졌다.


사실 적당한 추상성과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전국을 커버하는 민혜림 대리가 대단한 것일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예지와는 반대로, 특정한 목표나 목적에 집중하는 「목표한정」 형태가 있었다. 이는 특정한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목표는 물건이 될 수도, 사람이 될 수도, 어떤 행사나 좀 더 추상적인 개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와 관련된 볼리셔니스트의 행동」을 읽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목표와 예지가가 ‘일정 이상의 관계성을 형성’하지 않으면 목표한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 번 붙을 걸 그랬나...“


정은정 과장이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교전이든 뭐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성이 높아졌다면, 위험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목표한정 형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필요는 없었어요. 잘 하신 거예요.”


민혜림 대리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목표한정은 조건이 확실하다면(목표가 특정되어있고, 관계성이 충분한 경우) 낮은 추상성과 높은 정확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꼭 필요할 경우에만 사용하곤 했다. 지역예지의 광범위함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목표한정의 예는 대전에서 강(江)의 지휘부 회합 당시 있었던 예지를 들 수 있었다. 당시 미림(美林)의 예지가는 회합 자체를 목표로 두고 있었고, 회합을 엿듣고 참가자였던 반채림에게 분노를 가졌던 상어는 이 예지망에 걸려들고 말았었다.


“철수합시다.”


정은정 과장이 차에 올라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패턴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어쩐지 장기전이 될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입술을 적셨다.


* * * *


다음날, 1988년 1월 3일 일요일 21시 15분.

강원도 고성군, 가진리 인근.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시고 관심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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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5화 : 추적(Pursuit) (2-3) 20.05.10 50 0 10쪽
» 5화 : 추적(Pursuit) (2-2) 20.05.08 54 1 10쪽
78 5화 : 추적(Pursuit) (2-1) 20.05.04 56 0 12쪽
77 5화 : 추적(Pursuit) (1-4) 20.05.03 61 0 12쪽
76 5화 : 추적(Pursuit) (1-3) 20.05.02 61 0 11쪽
75 5화 : 추적(Pursuit) (1-2) 20.04.27 53 0 12쪽
74 5화 : 추적(Pursuit) (1-1) 20.04.26 54 0 10쪽
73 4화 : 그릇(Vessel) (6-3) 20.04.25 66 0 13쪽
72 4화 : 그릇(Vessel) (6-2) 20.04.24 51 0 12쪽
71 4화 : 그릇(Vessel) (6-1) 20.04.21 61 0 13쪽
70 4화 : 그릇(Vessel) (5-4) 20.04.20 55 0 8쪽
69 4화 : 그릇(Vessel) (5-3) 20.04.16 57 0 15쪽
68 4화 : 그릇(Vessel) (5-2) 20.04.13 55 1 11쪽
67 4화 : 그릇(Vessel) (5-1) 20.04.12 55 0 11쪽
66 4화 : 그릇(Vessel) (4-3) 20.04.11 56 0 9쪽
65 4화 : 그릇(Vessel) (4-2) 20.04.10 60 0 10쪽
64 4화 : 그릇(Vessel) (4-1) 20.04.09 59 0 17쪽
63 4화 : 그릇(Vessel) (3-4) 20.04.08 51 0 15쪽
62 4화 : 그릇(Vessel) (3-3) 20.04.06 58 0 11쪽
61 4화 : 그릇(Vessel) (3-2) 20.04.05 61 0 10쪽
60 4화 : 그릇(Vessel) (3-1) 20.04.04 68 0 12쪽
59 4화 : 그릇(Vessel) (2-3) 20.04.03 70 0 14쪽
58 4화 : 그릇(Vessel) (2-2) 20.04.02 72 0 14쪽
57 4화 : 그릇(Vessel) (2-1) 20.04.01 73 0 13쪽
56 4화 : 그릇(Vessel) (1-4) 20.03.30 72 0 9쪽
55 4화 : 그릇(Vessel) (1-3) 20.03.29 82 0 13쪽
54 4화 : 그릇(Vessel) (1-2) 20.03.28 72 0 16쪽
53 4화 : 그릇(Vessel) (1-1) 20.03.27 72 0 13쪽
52 3화 : 상어(Agent Shark) (6-5) 20.03.25 69 0 18쪽
51 3화 : 상어(Agent Shark) (6-4) 20.03.24 6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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