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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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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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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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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그릇(Vessel) (4-1)

DUMMY

-4-


다음날, 1987년 12월 21일 월요일 16시 39분.

경기도 성남, 「한국고속선공사」 본사 1층 기획조정실 회의실.


9국 인원들이 연락 받은 당일 찾아온 것은, 그 내용의 위중함을 반증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헐레벌떡 뛰어온 수준이었다. 그리고 윤준석 부장은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에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오래간만입니다. 부장님.”

“네. 국장님도 잘 계셨죠?”

“물론입니다.”


한강진 국장이었다.


대략 2년 전, 측정기 설치 초기 때 본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온 몸에서 풍기는 강인한 인상은 여전했다. 하지만 기억을 감안해도 얼굴에는 피로가 보였다. 그간 고생 꽤나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실 국장이 온다는 얘기는 없었기에, 윤준석 부장 위쪽 결재라인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소란스러운 걸 싫어하는 한강진 국장은 짧게 인사만 하고 회의실로 돌아왔다.


회의실은 어떠한 것의 발표를 위해 잘 정리된 상태였다. 9국 5명, 고공 측 3명이 자리를 차지하자 회의실이 꽉 찼다. 괘도, OHP, 프린트 된 자료 등등이 가지런히 자리하며 책상을 비롯한 각종 공간도 번잡함이 가득했다.


오늘을 위해서 별도로 만든 거대한 패널이 등장했다. H 형태의 바퀴달린 금속 프레임에 얹혀 온 패널은 전국 지도와 각종 현황, 측정기 설치 현황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한강진 국장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정은정 과장과 최문식 과장이 앉았다. 뒤로는 이성진 대리와 윤재하 대리가 위치했다.


그리고 그 앞쪽으로 발표 자료와 함께, 윤준석 부장이 가느다란 막대기를 들고 섰다. 허진 과장은 괘도를 넘기기 위해 구석에 서 있었다.


달큰한 커피향이 흐르며 회의실 문이 닫혔다. 잠금 소리가 들리며 문이 잠기고, 두꺼운 커튼이 창문을 가로막았다. 잠시 뒤 형광등이 빛을 내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금방 가라앉았다.


윤준석 부장이 정면을 향해 인사를 꾸벅 하였다.


이제 시작할 시간이었다.


“먼저 오늘 먼 길을 찾아와주신 국가안전기획부 9국 한강진 국장님 이하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번 의지흐름 측정기 오류 및 이상현상과 관련하여 발표를 맡은, 한국고속선공사 예산부 부장 윤준석이라고 합니다.”


먼저 일반현황이었다.


“85년부터 설치를 시작한 의지흐름 측정기는 이달 초에 개통한 중부고속도로 6개 영업소를 포함, 1987년 12월 21일 현재 전국 영업소 56곳에 설치되어 운영 중에 있습니다. 아직 설치가 되지 않은 영업소가 27개소이며, 현재는 신규 개통하는 영업소 외에 1년에 3개소 정도를 추가 설치하는 중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의지흐름 측정기는 전국 단위의 의지선과 그 위에 흐르는 의지흐름을 측정함으로써, 의지선 기능 저하 및 의지흐름 문제 발생 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의지흐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가적 역량의 집결이 불가능해지고, 개인을 비롯한 각종 조직의 목표 달성에도 어려움이 발생하며, 좌절이 누적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문제들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작은 문제가 연쇄적으로 커져 종극에는 커다란 난제가 되어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일제강점기 당시 쇠말뚝 등에 의한 의지선 훼손으로 인해 국가 기능과 국민 역량의 급격한 저하, 나아가 독립운동이 큰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있을지 모르는 의지선 훼손을 방어하고, 의지흐름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임무를 위해 의지흐름을 측정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지가 제대로 흐르는 지에 대한 측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봅니다.“


윤준석 부장이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다들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살짝 자리를 옮겨 다음 패널 쪽으로 이동했다.


“다음은 측정기에 관한 부분입니다.


측정기는 영업소 지하통로 정 중앙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의지선인 고속도로 정 중앙에 설치하여 측정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통로 전체를 가로지르는 수로와 측정기 본체 1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로의 경우 최소 5m 이상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측정기 본체는 측정파트와 기록파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측정파트는 전력이 필요 없으나, 측정치를 기록하기 위한 부분에서 전력을 요구합니다.


측정 대상은 의지선의 파장별 세기와, 의지의 방향입니다. 의지선은 파장별로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대략적인 내용만이 밝혀진 상태이고, 각각의 파장이 어떤 의지와 연관되는 지는 현재도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저준위 파장의 경우 좀 더 인간의 근본적인 의지와 맞닿아 있다고 알려져 있고, 고준위의 파장은 더 복잡한 의지를 나타낸다고 알려졌을 뿐입니다.


측정기는 이러한 파장별 에너지 수준을 측정하며, 동시에 그 방향 역시 함께 측정합니다. 방향은 보통 의지선인 고속도로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차이점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특히 대도시 인근에서는 노선 방향과 관계없이 상당히 복잡하게 나오곤 합니다.


측정치를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의지량을 이용한 의지누출 확인입니다. 만약 특정 위치에서 의지 누출이 일어날 경우, 두 측정 위치 사이에서 의지량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를 통하여 의지 누출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의지 누출을 확인한 것은 측정기 설치 이후 대략 7건 정도입니다. 현재는 모두 정상화 되어 문제는 없는 상태입니다.


두 번째는 방향의 확인입니다. 사실 의지선의 방향은 시시각각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변화에서는 인구의 증가와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기에, 이해 가능한 움직임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국가에 큰 일이 있을 경우에는 크게 요동치곤 합니다.


따라서 방향의 변동은 어떠한 변화가 있음을 알리는 지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어떤 변화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계속해서 데이터가 쌓여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측정치의 기록은 1시간에 한 번, 매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측정 자료의 회수는 인력 등의 문제로 일주일에 한 번, 권역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향후 자동화를 더 진행하고 전화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개선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패널을 보고 설명하던 윤준석 부장이 괘도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반현황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이제는 기다리셨을, 최근의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윤준석 부장의 말에, 한강진 국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패널을 옆으로 치우고 OHP를 쏠 스크린과 괘도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먼저 최근의 문제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준위 파장에서 일어나는 잡음 문제와, 두 번째는... 사실 정리가 되면 보고하려고 했었던, 「이상현상」입니다.”

“이상현상?”


한강진 국장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되물었다. 윤준석 부장은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자체적으로 검토 중이던 현상입니다. 의지의 방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방향이라...”

“사실 저준위 잡음이 문제가 되기 이전부터 문제라고 여기던 것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진짜로 문제일지 좀 알쏭달쏭한 면이 있어서...”

“알겠습니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괘도가 하나 넘어갔다. 살짝 헛기침을 한 윤준석 부장이 말을 시작했다.


“먼저 측정기 오류 여부에 대한 확인입니다. 저희는 이번 일에 대한 검토 이전에, 측정기 자체 오류가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이번 조사를 위해 6대의 측정기를 공장 검수 하에 새로 만들었습니다. 2대는 현재 사용하는 시방 그대로, 4대는 측정 구간에 변위를 주어 비교군으로 삼았습니다. 물론 돈은 좀 들었습니다만...


그리고 완성된 장비들을 전남의 한 무인도로 옮긴 후, 최대한 변수를 줄인 채 실험에 들어갔습니다. 여기 결과입니다.“


커다란 괘도에 측정기 별 측정치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었다. 범위는 다르더라도 모두 같은 저준위 파장에서 일정한 수치를 뱉어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시다시피, 오류일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저희 판단입니다. 수치의 기계 별 차이 등을 고려했을 때 대략 오류일 확률은 0.05~0.1%입니다. 따라서, 측정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저준위 수치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기계 오류가 아니고 뭔가 원인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정은정 과장의 물음이었다. 윤준석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따라서 저희는 원인이 따로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접근해 보았습니다.”

“음......”

“일단 계속 말씀드리죠. 저준위 파장에 관한 내용입니다. 먼저 측정치 해석 방법을 조금 달리 잡아보았습니다. 활동시간에 측정한 값만 쓰고, 가장 큰 값의 상위 50%만 사용하는 식으로 말이죠. 사실 이렇게 한 근거를 물으신다면 드릴 말씀은 없고요, 그냥 인간이 보통 활동하는 시간에만 측정한 값을 사용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편차가 좀 있는 것 같으니, 제일 강하게 나온 값만 써보면 어떨까?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아무튼 측정한 값에서 인구 증가 등의 변수를 제거하고, 순수하게 원인이 만들어낸 수치의 같은 값을 연결한 지도입니다. 다음을 보시죠.“


다시 괘도가 하나 넘어갔다. 거기에는 남한 전도가 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괘도 크기의 OHP가 하나 올라왔다. 투명한 필름에는 파란색으로 동심원 몇 개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이 지도와 겹쳐지자 남한 북동쪽 - 강원도 - 을 중심으로 하는 커다란 동심원이 올라간 그림으로 바뀌었다.


“...!!”

“감소값이 미미하긴 합니다만, 남서쪽으로 갈수록 값은 작아지고 북동쪽으로 갈수록 커집니다. 물론 동심원의 크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심을 정확하게 특정하는 건 불가능하죠. 다만 강원도 어디 정도가 될 거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 지도는 따로 빼놓고 다음 설명을 계속 드리겠습니다.”


새로운 괘도걸이가 나타나면서 자리를 교체했다. 그곳에는 도시별 연령별 현황, 출산율 등의 자료가 있었다.


“그리고 이 자료는 전국 도시 인근 영업소에서 측정한 수치만 따로 모아놓은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저준위 파장은 인간의 근본적인 의지와 관련이 많다고들 하죠. 물론 아주 개인적인 의지라 멀리 퍼지지는 않는다고도 합니다만... 따라서 조금 간단하게 접근해 봤습니다. 주위에 아이들이 많으면, 더 수치가 높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말이죠. 다음.”


괘도가 넘어갔다. 이번에는 앞의 수치와 지도를 연결한 자료였다.


“실제로 도시 혹은 신도시 근처처럼 평균연령이 낮고 출산율이 높은 지역 근처의 측정기에서는, 저준위 파장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준다는 얘기겠죠.”


여기서 한강진 국장이 말했다.


“그러니까 저준위 현상을 일으키는 존재가... 나이가 어린 사람일 것이다?”

“네. 물론 범위는 비상식적이긴 합니다만, 현재 고려 가능한 건 10살 미만 정도의 어린이라고 봅니다.”

“......”

“저준위 오차 문제는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그럼 이상현상에 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다음.”


펄럭 소리와 함께 괘도 한 장이 다시 넘어갔다.


“먼저 저희가 주목한 것은 변화값, 즉, 기존 값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의지선은 평상시에도 일정하게 흔들리며 시시각각 변하고 있죠. 인구의 이동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연적인 현상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무언가가 개입되어서 바뀌는 값만을 추려냈습니다. 이걸 위해 오차범위를 한계까지 재설정했습니다. 값이란 걸 잡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위의 저준위 파장의 예처럼 평균값 보다는 피크(peak)치만을 다시 골라내고, 그것이 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다음.“


이번에는 남한 전도가 나왔다.


“그리고 이게... 방향을 보기 쉽게 정리한 그림입니다.”


남한 전도 위로, 방금 전 저준위 때와 마찬가지로 괘도 크기의 OHP 필름 하나가 올라왔다. 필름에는 붉은색으로 소용돌이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지도와 겹쳐지자 놀라운 형태가 드러났다.


역시나 남한 북동쪽 - 강원도 -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소용돌이가 나타난 것이었다. 저것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는 그림이었다.


특히 정은정 과장은 크게 놀랐다. 의지선이 빙글빙글 돌아치는 저 모습은, 얼마 전에 미유키가 만든 것과 동일한 형태가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 지도가 보여주는 건 그때 봤던 범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한 도달범위였다.


“말씀드렸다시피 해석에서의 문제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모든 지점에서의 측정치는 일정한 모양을 나타냈습니다. 즉, 기준을 바꾸면 이 소용돌이의 모양이 바뀔 수 있지만, 소용돌이 그 자체는 사실이라는 뜻입니다.”


이때 윤준석 부장이 허진 과장에게 손짓을 했다. 허진 과장은 옆에 나와 있던 저준위 파장의 동심원을 그린 OHP 필름을 따로 떼어다가, 지금 설명하는 괘도 위에 올렸다.


이제 남한 전도 위에 두 장의 OHP 필름이 겹쳐지면서 완전한 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원도 전역을 중심으로, 어떤 무언가가 전국 의지흐름 측정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그림이었다.


저준위 파장을 전국적으로 뿜어내며 의지선을 빙글빙글 회전시키는 그림.


“......”


한강진 국장이 침묵을 지켰다. 정은정 과장도 뜻을 깨닫고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이때 윤준석 부장이 의지흐름측정기 사용설명서를 들며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저희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거의 뒤쪽에 있어 다들 신경 쓰지 않는 내용입니다만... 약간 이상한 페이지가 하나 있죠. 허 과장. 불 꺼주게.”

“네.”


형광등이 꺼지고 OHP 영사기에 불이 들어왔다. 팬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영사기 위에 필름 하나가 올라갔다. 바로 「배 능력에 따른 범위」 페이지였다.


“...!!”


한강진 국장이 그 페이지를 보자마자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번역이 잘못되었군요. 배(Vessel)가 아닐 텐데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윤준석 부장의 손짓에 다시 형광등이 들어왔다. 동시에 모두들 느끼고 있었다. 이제 이 발표의 결론을 정리할 때가 왔다는 것을.


한강진 국장이 손깍지를 풀면서,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강원도에 티어(Tier) 0의, 거기다 10살 미만인... 「그릇(Vessel)」이 있다는 결론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9국 측 인원 전부에게서 탄식이 나왔다. 웅성거리는 분위기를 뒤로하고, 한강진 국장이 조금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일단 현 시각부로 이 자료들은 전부 다 안기부로 이관하고, 조사 과정에서 생성된 자료들과 기타 비중요 자료들은 파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윤 부장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이 방의 사람 외에 또 누가 있죠?”

“기조실장, 부사장, 사장님 외에는 없습니다.”

“좋습니다. 지금 세 분을 여기로 불러다 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요?”

“네. 중요성과 함께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비밀 엄수도 겸해서 말이죠.”

“... 알겠습니다.”


사태가 급박하게 흐르고 있었다. 정은정 과장은 머리에 뭔가 맞은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릇」이라는 단어와 함께, 몇 가지 퍼즐이 다시 짜 맞춰짐을 깨달았다.


강(江)의 김지수가 말한 ‘아래쪽’이라는 건 저준위 잡음 현상을 얘기하는 것이었고.

「상어」가 탈(脫) 서방을 일찍 한 이유도, 아마 이것을 찾으러 왔기 때문이라는 점도.


그렇게 강(江)과 상어가 그릇을 찾는 동안... 제일 늦게 알아챈 것이 9국이라는 사실 역시.


소름이 흐르며 등줄기에서 한줄기 땀이 흘렀다. 설마 그럴 수는 없다고 여겼던 예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해결방법조차 떠오르지 않는 거대한 문제가 9국 앞으로 떨어졌다.


* * * *


고공에서 회의가 끝난 후, 1987년 12월 21일 월요일 22시 8분.

경기도 성남에서 서울로 향하는 경부선 위.


작가의말

측정기 최종정리.txt 입니다.


언제나 읽어주시고 관심가져 주시는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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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5화 : 추적(Pursuit) (1-2) 20.04.27 53 0 12쪽
74 5화 : 추적(Pursuit) (1-1) 20.04.26 54 0 10쪽
73 4화 : 그릇(Vessel) (6-3) 20.04.25 66 0 13쪽
72 4화 : 그릇(Vessel) (6-2) 20.04.24 52 0 12쪽
71 4화 : 그릇(Vessel) (6-1) 20.04.21 61 0 13쪽
70 4화 : 그릇(Vessel) (5-4) 20.04.20 55 0 8쪽
69 4화 : 그릇(Vessel) (5-3) 20.04.16 57 0 15쪽
68 4화 : 그릇(Vessel) (5-2) 20.04.13 55 1 11쪽
67 4화 : 그릇(Vessel) (5-1) 20.04.12 55 0 11쪽
66 4화 : 그릇(Vessel) (4-3) 20.04.11 56 0 9쪽
65 4화 : 그릇(Vessel) (4-2) 20.04.10 6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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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4화 : 그릇(Vessel) (3-3) 20.04.06 58 0 11쪽
61 4화 : 그릇(Vessel) (3-2) 20.04.05 6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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