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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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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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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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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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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추적(Pursuit) (1-1)

DUMMY

5화 : 추적(Pursuit)


-1-


약 3주 후, 「명왕성 작전Operation Pluto」의 마지막, 1988년 1월 14일 목요일 23시 58분.

서울시 을지로 인근.


시가전(市街戰)은 보통 볼리셔니스트들이 가장 꺼리는 전투 형태였다. 일반인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싫은 성향은 차치하고서라도, 민간인이나 재산 피해 등 고려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칼과 법칙 사용, 팀워크의 제한 역시 큰 이유였다.


그리고 지금.


눈 덮인 서울을 배경으로 볼리셔니스트들이 격돌하고 있었다. 정은정 과장을 비롯한 9국의 볼리셔니스트 3명과, 북한 조선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소속 볼리셔니스트 5명이 그 주인공이었다.


“핫-!”


절칙이 움직일 때마다 눈보라가 일며 시야를 삼켰다. 박찬율 대리의 검격이 연속적인 원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두꺼운 후드를 뒤집어 쓴 북한 쪽 볼리셔니스트는, 그의 검을 피하며 옆 건물로 날아갔다.


시가전 사양 절칙이 이 전투 전에 보급된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칼날 길이가 기존 절칙보다 약간 짧은 대신 발생 소음이 크게 줄었다. 예전에는 십 수 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도 들을 수 있었다면, 시가전 사양은 칼이 닿는 범위는 되어야 들릴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의 전투도 칼 소리 보다는 서로의 움직임에서 오는 소음이 훨씬 더 컸다.


박찬율 대리가 건물 벽을 달려가며 하늘로 솟구쳤다. 그는 공중에서 급격히, 몇 번 씩 궤도를 바꾸며 건물 옥상의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랴-!”


칼과 칼이 만나자 주변 눈이 충격파에 방사형으로 흩어졌다. 파도치듯 날아간 눈은 옥상 난간을 넘어 건물 아래로 비처럼 떨어졌다. 그는 맞닥뜨린 칼날 사이에서 번개같이 왼팔을 빼냈다.


그리고 상대의 오른팔을 걸어 엮은 후 바깥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2m가 넘는 거한의 팔에 얽힌 상대방이, 반대편 광고판을 향해 고속으로 날아갔다.


“!!”


순간 큰 소리가 들리면서 건물 옥상 광고판에 큰 구멍이 났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며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한 명이 사라진 자리에 두 명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박찬율 대리는 칼의 리치를 이용하여 방어하였다. 그러나 두 명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었다. 그는 유리한 위치를 찾고자 건물 위에서 뛰어내렸다. 발이 지면에 닿자 하얀 눈이 물먹은 모래처럼 튀어 올랐다.


“과장님은?!”


뛰어내린 그의 옆으로 함성필 대리가 달려왔다. 다친 왼팔을 축 늘어트리고 의료 계열 법칙으로 치료하는 중이었다. 박찬율 대리는 사방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몰라요. 상어랑 붙으신 거 아닙니까?!”

“제기랄... 일이 이렇게 되다니...”


이를 깨물며 달려가는 둘의 뒤로, 네 개의 그림자가 쫓아오고 있었다. 실력도 비슷한데 중과부적인, 최악의 상황. 하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둘은 좁은 골목골목을 지나가며 상대방이 전력을 합칠 수 없게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젠장...’


정은정 과장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눈 때문인지 차량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그저 가로등과 몇 개의 간판만이 밤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그녀는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저편을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상황은 좋지 않았다. 수적 우위 달성도 실패했고,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개활지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쁜 상황 외에도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상대였다.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단 2주 만에 9국과 강(江)이 짜놓은 포위망을 뒤흔들고, 약한 부분을 정확히 치고 들어왔다. 분산된 전력은 완전히 놀아나며 각개격파 당했다. 강(江)의 주전력은 순식간에 증발했고 수장인 김지수조차 행방불명된 상태.


9국조차 전력이 찢어지고 반감되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상대 작전의 본질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은 상태였다. 대응책을 세우기도 전에 상황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있었다.


가로등이 만드는 어스름한 황색 삼각형 사이로, 이글거리는 쌍두(雙頭)의 칼날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칼자루(Hilt)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뻗어 나온 칼날은 마치 길게 찢어진 입과 비슷했다.


어둠 속에서 흔들리던 인영(人影)이 형체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칼날과도 비슷한 웃음을 만면에 띤 남자였다.


그는 칼날처럼 타오르는 눈빛을 던지며 말했다.


“이번에도 날 막는 건 너군.”

“...!!”

“오래간만이야. 「하얀 마녀」. 나 기억해?”


정은정 과장도 절칙을 곧추세우며, 쓴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래... 오래간만이군. 「플라타너스Platanus」. 아니, 「상어」라고 불러줘야 하나?”


두 사람 사이로 눈을 머금은 바람이 훑어 지나갔다.

훗날 「88사건Case 88」이라고 불리는, 처절한 사투가 그 강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 * * *


명왕성 작전 종료 2주 전, 1987년 12월 30일 수요일 14시 8분.

경기도 성남, 「한국고속선공사」 본사 1층, 기획조정실 사무실.


윤민서 대리가 고공에 파견 온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명분은 「연말연시 업무 과다로 단기 고용한 아르바이트」였다. 그래서 그녀는 책상도 받고 몇 가지 자잘한 일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형식이야 어떻든 남초 집단에 여자가 온다는 사실은, 은근히 주변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서글서글하게 모나지 않고 성실한 성격, 거기에 20대 초반이라는 나이와 앳되고 귀여운 외모는 직원들의 시선을 한 곳에 모을 정도였다.


“......”


윤준석 부장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볼리셔니스트이며 감시역에 가깝다는 걸 잘 아는 그였다. 윤민서 대리가 처음 와서 한 일도 측정기 업체와의 중간 연락책을 맡는 것이었다. 관련 정보망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온 것이 분명했다.


「그릇」 관련자 경호라는 건 표면상의 이유였다. 이건 명백한 감시였다. 물론 거부할 수는 없었지만 불편함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감시역’으로 온 윤민서 대리가 보여준 일주일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그는 자신이 최초 가졌던 시선이 서서히 달라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엄청난 융화력을 보이며 주변 사람들과 금방 친해졌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위장용이라고는 해도, 업무에 은근한 재능을 보인 것도 한 이유였다. 물론 간단한 전표를 작성하거나 자료 정리 등 단순 업무이긴 했다. 그러나 그녀는 빠른 습득력을 보이며 벌써 책상 하나만큼의 무게감을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신경 쓰이는 건 있었다. 옆구리 위쪽에서 달랑거리는 ‘무언가’였다. 젊은 처자가 두꺼운 카디건 아래에 가죽으로 된 홀스터와 금속 막대를 차고 다니다니.


숨기고 다니기에 눈에 잘 띄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정체를 아는 윤준석 부장에게는 총과 비슷한 긴장감을 주고 있었다.


“민서... 씨?”

“네, 부장님.”


호칭 적응이 빠른 것도 호감 가는 요소였다. 진짜 신입사원이었다면 꽤나 촉망받았을 것이 분명했다. 윤준석 부장은 다가온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장 측정기 수리는 끝났다나요?”

“네. 어제 완료했다고 연락 왔었습니다. 금방 한 걸 보니 꽤 신경 쓴 모양이에요.”

“그럴 겁니다. 사실 고장 자체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참, 오늘 업체에서 들어오기로 했는데... 확인 한 번 부탁해요.”

“네. 부장님.”


연말이라 업체에서 대금지급 청구서류를 가지고 오기로 한 터였다. 하지만 오전에 들어오기로 한 측정기 제조업체는 오후가 다 되어가도록 연락이 없었다.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대금 관련된 약속을 어기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부장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간 그녀가 김강문 대리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수첩을 펴고는 전화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호가 계속됨에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


윤민서 대리는 잠시 전화기를 놓고 시간을 기다렸다. 그녀는 번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전화를 재차 걸었다. 받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뭔지 모를 불안감이 온몸을 감쌌다.


“......”


그녀는 한강진 국장의 명령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각대로 움직이게. 상대는 이쪽 정보를 광범위하게 쥐고 있고, 따라서 어떻게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야. 따라서 불안감을 느끼면 관련자를 즉각 피신시키게. 단, 윤준석 부장과는 함께 행동하도록.」


윤민서 대리가 윤준석 부장 자리로 갔다. 잘 고장 나지 않는다던 측정기의 고장... 받지 않는 전화... 그녀의 귓가에 한강진 국장의 말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부장님, 업체에서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

“원래 오늘 몇 시까지 오기로 했나요?”

“... 11시까지 오기로 했죠.”


그녀가 고개를 숙여, 귓속말을 이어갔다.


“당장 차량 출입을 막아 주십시오. 그리고 관련자 피신을 부탁드립니다.”

“!!!”


침을 삼킨 윤준석 부장이 수화기를 들었다. 그는 정문 경비실과 비서실에 전화를 돌린 후, 곧바로 기조실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윤민서 대리 역시 9국에 전화를 넣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10분 뒤. 한국고속선공사 본사 정문 앞.


작가의말

언제나 읽어주시고 관심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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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5화 : 추적(Pursuit) (2-3) 20.05.10 49 0 10쪽
79 5화 : 추적(Pursuit) (2-2) 20.05.08 53 1 10쪽
78 5화 : 추적(Pursuit) (2-1) 20.05.04 55 0 12쪽
77 5화 : 추적(Pursuit) (1-4) 20.05.03 60 0 12쪽
76 5화 : 추적(Pursuit) (1-3) 20.05.02 61 0 11쪽
75 5화 : 추적(Pursuit) (1-2) 20.04.27 52 0 12쪽
» 5화 : 추적(Pursuit) (1-1) 20.04.26 54 0 10쪽
73 4화 : 그릇(Vessel) (6-3) 20.04.25 65 0 13쪽
72 4화 : 그릇(Vessel) (6-2) 20.04.24 51 0 12쪽
71 4화 : 그릇(Vessel) (6-1) 20.04.21 60 0 13쪽
70 4화 : 그릇(Vessel) (5-4) 20.04.20 55 0 8쪽
69 4화 : 그릇(Vessel) (5-3) 20.04.16 56 0 15쪽
68 4화 : 그릇(Vessel) (5-2) 20.04.13 54 1 11쪽
67 4화 : 그릇(Vessel) (5-1) 20.04.12 55 0 11쪽
66 4화 : 그릇(Vessel) (4-3) 20.04.11 55 0 9쪽
65 4화 : 그릇(Vessel) (4-2) 20.04.10 59 0 10쪽
64 4화 : 그릇(Vessel) (4-1) 20.04.09 59 0 17쪽
63 4화 : 그릇(Vessel) (3-4) 20.04.08 51 0 15쪽
62 4화 : 그릇(Vessel) (3-3) 20.04.06 58 0 11쪽
61 4화 : 그릇(Vessel) (3-2) 20.04.05 60 0 10쪽
60 4화 : 그릇(Vessel) (3-1) 20.04.04 67 0 12쪽
59 4화 : 그릇(Vessel) (2-3) 20.04.03 69 0 14쪽
58 4화 : 그릇(Vessel) (2-2) 20.04.02 71 0 14쪽
57 4화 : 그릇(Vessel) (2-1) 20.04.01 73 0 13쪽
56 4화 : 그릇(Vessel) (1-4) 20.03.30 71 0 9쪽
55 4화 : 그릇(Vessel) (1-3) 20.03.29 81 0 13쪽
54 4화 : 그릇(Vessel) (1-2) 20.03.28 71 0 16쪽
53 4화 : 그릇(Vessel) (1-1) 20.03.27 71 0 13쪽
52 3화 : 상어(Agent Shark) (6-5) 20.03.25 68 0 18쪽
51 3화 : 상어(Agent Shark) (6-4) 20.03.24 6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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