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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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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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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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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추적(Pursuit) (1-3)

DUMMY

* * * *


상어의 고공 습격 다음날, 1987년 12월 31일 목요일 07시 25분.

서울 모처(某處), 국가안전기획부 「제9국」 국장실.


9국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 신문을 잡은 한강진 국장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가 보는 면에는 꽤 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끊이지 않는 겨울철 폭발사고... 경기도 공장에서 화재폭발로 사망자 10명 발생」


단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상어에 의해 측정기 제조업체가 공장 째로 박살나고, 고공에 침입하여 한 명을 죽이고 윤민서 대리를 중태에 빠트린 것은. 수장과 만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때였다.


“윤 대리는 좀 어떻다고 하나?”


침통한 목소리의 한강진 국장이었다. 그가 신문을 내리자 자리에 앉은 정은정 과장이 보였다. 그녀 역시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직 중태입니다.”

“함성필 대리는 아직 병원인가?”

“네. 그래도... 팀장님이 아니었다면 확실히 죽었을 겁니다.”

“그래...”


한강진 국장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긴박했던 어제 일이 머릿속에서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상어가 고공 본사를 떠난 지 10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연락을 받은 서창민과 함성필 대리가 그곳에 도착했다.


본사 건물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쑥대밭이 된 1층 한 쪽만 봐도 전투의 규모를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붉게 물든 주차장 한 가운데에서, 윤민서 대리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까지.


이후에는 초단위의 긴박함이 이어졌다. 뭐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큰 부상이라는 연락과 함께, 병원에 도착한 한강진 국장 역시 치료에 들어갔다. 앞뒤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사투 중이었다. 아무리 제 잘난 의료계열 법칙이라 하더라도, 에너지를 거의 잃은 육체를 상대로는 효과를 보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 상황은 위중한 그녀의 상태만큼이나 큰 문제였다.


일련의 사건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것은 상어가 쏘아올린 봉화(烽火)였다. 일반인 살해. 화려한 폭발. 섬뜩한 습격. 이것은 자신이 할 일을 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뜻을 알기에 더 분노에 치민 한강진 국장이었다.


문제는 이 루트를 어떻게 추적했냐는 것이었다. 정보가 새고 있는 건 분명했다. 9국 내부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정도의 실력이 있고 이곳 위치를 알았다면, 여기를 치는 게 먼저였을 테니까.


하지만 측정기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은 의문이었다. 9국을 제외하면 극소수의 인원만이 그 존재를 아는 상황. 이때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있었다.


명함책을 뒤진 한강진 국장이 전화를 들었다.


“반 문주님? 한강진입니다. 지금 수장과 연락할 수 있습니까? 네, 네. 전화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상어가 크게 시작했습니다. 당장 연락할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짧게 대화한 그가 전화를 끊었다. 정은정 과장이 말했다.


“설마... 정보가 강(江)에서 나갔다고 보시는 건가요?”

“우리가 아니면 거기밖에 없겠지. 그들도 측정기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 적어도 수장과 그 주변의 인물들은 알고 있다고 봐야겠지.”

“커뮤니티는 모르는 게 확실할 겁니다.”

“그러면 좋겠지만... 아무튼 윤 대리가 벌어준 귀중한 시간이야. 들은 내용대로라면 상어는 최소 하루 이상은 꼼짝도 못할 테니까. 그 사이 최대한 뭔가 해야겠지.”


윤민서 대리는 그렇게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최후의 반격을 잊지 않았다. 정은정 과장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저번 전투에서 피지컬 배리어의 빈틈을 찾은 것도 그녀의 희생 덕분이었다.


“참, 문제가 하나 더 있네.”

“네?”

“자네한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저번 주부터 상어의 수배를 걸어놨어.”

“수배를요?!”

“타 부서에 부탁을 좀 했네. 이미 검문도 실시하고 있지. 볼리셔니스트 일에 일반인을 끌어들인다는 건 부담이긴 해도... 방법이 없어서.”

“어떤 모습으로 거셨습니까?”

“두 가지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이번에 드러낸 모습. 문주께서 그림을 잘 그리시더군.”


한강진 국장이 책상 위에서 종이 하나를 들어올렸다. 팩스로 받은 것 같은 서류에는, 잘생긴 남자 얼굴이 인상착의와 함께 적혀 있었다.


“아...”


하지만 그의 표정에 그림자가 졌다.


“문제는 그거야. 대전, 성남... 이동하는 데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뜻이지. 이번에도 수배가 된 양복 차림으로 나타났는데.”

“그렇군요...”

“일단 이 일은 수장과 얘기해 보겠네. 대책을 세워야지.”


잠시 뒤, 김지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강진 국장은 여전히 무거운 표정으로 그의 통화를 이어갔다. 한강진 국장은 지수에게 현재 상황을 대부분 얘기했다. 측정기 제조업체에의 테러와 고공 습격까지.


그리고 조금 돌려 얘기하긴 했지만, 강(江)을 통해서 관련 정보가 세어나갔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지수는 상당히 놀라워하면서 대답했다.


[국장님께만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측정기 일은 저희 수장부(部)만 아는 일입니다. 공동체는 전혀 모르고 있죠.]

“놈은 모든 걸 정확히 알고 들어왔습니다. 고공 관련이야 측정기 업체에서 정보를 얻었다고 볼 수 있지만, 측정기에 대한 내용은... 죄송합니다만 강(江)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습니다.”

[... 실례지만, 9국 내부에서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아마 그랬다면 이곳부터 먼저 치지 않았을까요.”

[그러한 모습을 노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도 싶습니다만.]

“말씀처럼 여러 가능성은 생각해 봐야겠죠. 일단은 저희도 내부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수장께서도 확인을 한 번 부탁드립니다. 유출 루트를 잡지 못하면 다 죽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때였다. 갑자기 국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급하게 들어왔다. 민혜림 대리였다.


“팀장님!!”


한강진 국장이 반사적으로 손으로 수화기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지?!”

“그게... 가재입니다. 여섯 마리입니다!”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보며, 한강진 국장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가재는 민혜림 대리가 북한 측 볼리셔니스트를 지칭할 때 쓰는 단어였다. 그야말로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치고 들어오는 상황. 그는 수화기에 손을 떼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잠깐 일이 생겨서...”

[괜찮습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만, 방금 말씀하신 일이라는 건 북한 측 볼리셔니스트인가요?]

“?!!”


이 와중에 민혜림 대리는 종이에 뭔가를 쓴 후 한강진 국장에게 내밀었다. 「가재 여섯 마리, 경기도, 강원도 각 세 마리」 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저희도 좀 전에 예지를 받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말씀드립니다만... 한강진 국장님, 이렇게 하시죠. 강(江) 역시 상어에 대비해서 사냥꾼들을 소집한 상태입니다. 다만 많지는 않습니다. 네다섯 정도 됩니다. 이들의 지휘는 제가 하고, 저 역시 전투 발생 시 참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적은 대략 둘 정도로 나눠서 들어오는 거 같으니, 저희가 강원도를 맡죠. 대신 경기도를 귀 국에서 맡아주시겠습니까?]


용건이 한 번에 쭉 나왔다. 목소리에도 긴박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태의 위중함을 깨달을 듯 했다. 하지만 반응은 빨랐기에, 한강진 국장도 조금 안심이 되었다.


“...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쪽 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건 공동체도 모르는 번호이니, 보안은 부탁드립니다. 00-000-0000...]

“네. 고맙습니다. 진행 여부를 보고 다시 연락드리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바로 민혜림 대리를 향해 물었다.


“언제지?”

“아마 내일이나 모레 쯤 도착할 거라고 봅니다.”

“목적은?”

“그게... 예전과 조금 달라요. 의지선 교란이 아닌 거 같습니다. 「살의」입니다.”

“뭐?!”


북한의 사보타지 루트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단순했다. 사실 DMZ에 대량으로 깔린 감시초소와 지뢰, 거친 환경은 볼리셔니스트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휴전선을 넘어와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대중교통 활용이 어려운 만큼, 활동범위의 제약은 심한 편이었다. 남한 사회를 잘 모르니 두 다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았다. 결국 작전 범위는 기껏해야 경기도나 강원도 북부로 한정되었다. 게다가 이곳에는 고속도로 같은 굵직한 의지선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넘어온다 하더라도 일반 도로에 대한 미약한 사보타지가 주된 활동이었다. 다만 올해 봄 경인선에 대한 쇠말뚝 삽주가 있었지만, 그 한 번이 전부였다.


따라서 일본의 그것에 비하면 큰 위협은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봐서는 커뮤니티도 적극적인 반응은 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살의라고...?’


행동의 내용이 바뀌었다는 건, 목적이 완전히 다른 데에 있다는 뜻이었다. 간 보기 수준에 지나지 않던 지난 행동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더구나 6명이 두 방향으로 나눠서 들어온다...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있음이 분명했다. 한강진 국장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방금 통화에서, 우리와 강(江)이 적을 나눠서 요격하기로 했네. 강원도는 강(江)에서, 경기도는 우리가. 사냥꾼이 네다섯 정도 준비되었다고 하더군. 지휘는 수장이 직접하고.”


강원도라는 말에 정은정 과장이 미간을 좁혔다.


“강원도? 그릇을 염두에 둔 포진 같네요.”

“나도 그 생각은 했지만 별 수 없지. 지방에서의 화력 전개는 우리보다 그쪽이 나을 테니까. 우리한테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서의 요격이 편하지 않겠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릇 탐색은 이성진 대리 혼자 보내야 할 것 같네. 어찌됐건 북한이든 강(江)이든 솜씨 한 번 보자고.”

“알겠습니다.”


이때 정은정 과장의 가슴속에서 뭔가의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문제 해결이 더 급한 만큼, 이것은 그냥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 * * *


이틀 뒤, 1988년 1월 2일 토요일 20시 25분.

강원도 양구군, 파로호 인근.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시고 관심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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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5화 : 추적(Pursuit) (1-2) 20.04.27 52 0 12쪽
74 5화 : 추적(Pursuit) (1-1) 20.04.26 53 0 10쪽
73 4화 : 그릇(Vessel) (6-3) 20.04.25 65 0 13쪽
72 4화 : 그릇(Vessel) (6-2) 20.04.24 51 0 12쪽
71 4화 : 그릇(Vessel) (6-1) 20.04.21 60 0 13쪽
70 4화 : 그릇(Vessel) (5-4) 20.04.20 55 0 8쪽
69 4화 : 그릇(Vessel) (5-3) 20.04.16 56 0 15쪽
68 4화 : 그릇(Vessel) (5-2) 20.04.13 54 1 11쪽
67 4화 : 그릇(Vessel) (5-1) 20.04.12 54 0 11쪽
66 4화 : 그릇(Vessel) (4-3) 20.04.11 55 0 9쪽
65 4화 : 그릇(Vessel) (4-2) 20.04.10 59 0 10쪽
64 4화 : 그릇(Vessel) (4-1) 20.04.09 59 0 17쪽
63 4화 : 그릇(Vessel) (3-4) 20.04.08 51 0 15쪽
62 4화 : 그릇(Vessel) (3-3) 20.04.06 58 0 11쪽
61 4화 : 그릇(Vessel) (3-2) 20.04.05 60 0 10쪽
60 4화 : 그릇(Vessel) (3-1) 20.04.04 67 0 12쪽
59 4화 : 그릇(Vessel) (2-3) 20.04.03 69 0 14쪽
58 4화 : 그릇(Vessel) (2-2) 20.04.02 71 0 14쪽
57 4화 : 그릇(Vessel) (2-1) 20.04.01 73 0 13쪽
56 4화 : 그릇(Vessel) (1-4) 20.03.30 71 0 9쪽
55 4화 : 그릇(Vessel) (1-3) 20.03.29 81 0 13쪽
54 4화 : 그릇(Vessel) (1-2) 20.03.28 71 0 16쪽
53 4화 : 그릇(Vessel) (1-1) 20.03.27 71 0 13쪽
52 3화 : 상어(Agent Shark) (6-5) 20.03.25 68 0 18쪽
51 3화 : 상어(Agent Shark) (6-4) 20.03.24 6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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