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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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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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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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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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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화 : 그릇(Vessel) (4-3)

DUMMY

“그럼 팀장님 말씀은, 그 아이가 예수나 부처 정도가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 정 과장.”

“네, 팀장님.”

“종교가 있나?”

“아뇨.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 강해지면서도, 때로는 뭔가의 운명 같은 것을 믿고 싶어지지. 내 맘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점점 깨닫거든.”


정은정 과장은 대화의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느꼈다. 지금 대화의 주제는, 엄청난 힘을 가진 ‘그릇’이 아니던가? 하지만 한강진 국장의 말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제3자의 입장에서 느긋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때로는 고민한다네. 볼리셔니스트들은 왜 이 세상에 나타났을까, 하고. 사실 쓸모없는 능력 아닌가? 초인의 능력 같은 건 원래부터 없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말이지.”

“팀장님!”


한강진 국장이 웃으며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뭔가를 애달아하는 정은정 과장과, 불안한 표정의 이성진 대리와 최문식 과장이 있었다.


“미안하네. 대화가 이상하게 흘렀군. 아무튼 고공의 판단이 옳다고 가정한다면... 일단 나는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10살도 되지 않은 그릇의 씨앗이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확보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한참 생각하던 정은정 과장이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전력화 할 권리가 있을까요?”

“고맙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볼리셔니스트 세계의 균형을 뒤흔들 것이 분명한 그 존재를,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지. 정 과장도 눈치 챘겠지만 강(江)과 상어는 이미 그릇을 쫓기 시작했다고 봐야겠지.”

“네. 저희가 많이 늦은 거 같습니다.”

“그렇기에 적어도 그들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적어도 우리 손에서 마무리 지어야 해. 반드시.”

“그렇게 하게 둘까요? SOSS도 가만히 있을 거 같지는 않은데요.”

“상황을 봐야지. 만약 그렇게 나온다면 최선을 다해서 따돌려야 할 거고.”

“......”


어깨 위로 무거운 짐이 쏟아졌다. 정은정 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거기에 반응하듯, 한강진 국장이 고개를 뒤로 돌리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말게. 정 과장. 우리는 우리의 일에 최선을 다 하면 될 거야.”

“하지만 저희가 실패하면... 미유키처럼 되버리면 어쩌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지. 반드시.”


한강진 국장이 다짐하듯 말했다. 정은정 과장은 그의 다짐에서 약간의 위안을 얻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그가 힘에 굴복하여 뭔가를 버리지는 않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신의 힘을 가진 그릇이 나타났다...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지.”

“......”

“... 내년까지는 바쁘겠군...”


한강진 국장의 독백을 끝으로, 차 안에서의 대화가 끝났다.


다음날이 되자 고공해서 이관해온 자료들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통계 수치에 관한 검증은 9국 내부에서 불가능했기 때문에, 논리적 접근 방법에 대해서만 검토할 수 있었다.


“별로 틀린 내용은 없나.”


한강진 국장이 고공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보고서는 전개와 구성이 깔끔한 것이, 확실히 납득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수치가 옳다고 가정하면 그릇의 존재는 의심할 여지없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많이 알고 있는데...”


국장실 안에는 9국의 과장 3명과, 민혜림, 이성진, 서창민 대리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모두들 한강진 국장과 같은 보고서를 읽는 중이었다.


“윤준석 부장님 말씀이신가요?”


정은정 과장의 물음에 한강진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보고서 표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말했다.


“관리... 라고 하기는 그렇고, 협력 수준을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는 있겠군.”

“그 말씀은...?”

“협력 수준을 높여야겠지. 보고서를 봐서 알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거의 진실에 근접해 있어. 언급은 없어도 볼리셔니스트나 기타 내용들도 알고 있는 게 분명해. 단순한 외곽 협력 조직으로 봐서는 안 될 거 같긴 하네.”

“음...”

“특히 그릇 관련 내용은...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어. 자체적인 정보망이 있는 게 분명해.”


한강진 국장이 책상 위의 보고서를 다시 한 번 뒤적거렸다.


“아무튼 이번 건으로 빚을 진 것도 사실이야. 우리가 일본 쪽 후속조치에 정신이 없던 동안, 고공에서는 그릇을 찾아냈으니까.


빚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정은정 과장이 움찔했다. 왠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고공에서 대신 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강진 국장의 걱정거리는 따로 있었다.


“문제는 보안인데...”


한강진 국장이 생각에 잠겼다. 그나마 고공이 이 내용을 건설부 전에 9국에 보고한 건 다행이었다. 보고가 끝난 후 고공은 모르는 것으로 정보를 걸어 잠그고, 완전한 은폐를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건설부에까지 이 얘기가 들어갔다면 입막음이 더 어려워질 뻔했다.


이때 정은정 과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경호가 필요할까요...?”

“그게 고민일세.”


하지만 지금부터는 고공 관련 인물들의 보안도 걱정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볼리셔니스트 한 명 빼기도 어려운 9국 상황이었다.


“자체적인 볼리셔니스트 세력을 조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네?!”

“인력 경호도 문제지만 측정기 보안도 큰 걱정거리인 건 사실이지. 솔직히 우리만으로는 대응이 거의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잖나. 자위를 위한 전력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음...”

“뭐, 이 건은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쉽게 될 것도 아니니까.”


별개의 얘기지만, 한강진 국장의 이런 생각은 몇 년 후 고공 자체 볼리셔니스트 조직 출범의 발단이 된다.


“당장은 우리도 여유가 없긴 한데... 샛별 작전 같은 전면전 상황이 또 올까?”

“확실하진 않습니다. 강은 몰라도 상어는 성향을 몰라서 더 그렇습니다.”

“......”


한강진 국장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 1명의 볼리셔니스트가 아쉬운 9국에서, 전력을 분산시킨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고공 측 인원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혹여 상어가 알게 되는 순간 그들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을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그들은 이곳 9국에 관한 정보도 다수 쥐고 있었다. 필요하다면 1순위로 보호해야 하는 협력기관이었다. 물론 상어가 고공을 아는지 여부도 모르는 상태이긴 했다. 지금은 입국 여부도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


그러나 그렇기에, 더 확실하게 대비할 필요는 있었다. 생각 끝에 한강진 국장이 입을 열었다.


“한 명 빼지. 볼리셔니스트를 파견하는 걸로.”


정은정 과장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누구를 보낼까요?”

“감시역이라는 느낌이 들면 안 돼. 따라서 남자 말고...”

“윤민서 대리를 보내야겠군요.”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군. 그렇게 하게.”

“알겠습니다.”

“고공에는 내가 연락해 놓지. 모레부터 당장 가능하겠나?”

“민서에게 얘기해 두겠습니다.”

“고맙네.”


정은정 과장이 수첩에 뭔가를 썼다. 한강진 국장은 다음 주제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 다들 부른 이유는 향후 작전 전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기 위해서일세. 이제부터 우리 9국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그릇」의 탐색에 들어갈 거야.


먼저 작전 목표는 그릇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저항 세력을 배제하는 것에 있네. 하지만 전례도 없었고, 적이 누구인지도 확실치 않고, 배경 자료도 별로 없는 작전이지. 이만큼 위험한 작전도 없을 거야.


그러나 이 일의 당위성은 확실하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릇을 확보해야 해. 만약 북한이나 다른 위험한 놈들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이곳은 아마 전쟁터가 되고 말 거야. 올림픽도 난장판을 넘어서서 완전히 망가지겠지. 그렇기에 당면한 이 작전에, 사활을 걸고 임해야 하네.“


비장한 말이었다. 그릇에 대한 설명은 이미 끝났기에, 그 무게 역시 다들 알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이 국장실 안에 흘렀다.


이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전체의 시선이 문을 향했다. 노크가 끝나고 문 바깥쪽에서 이성진 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이성진입니다.”

“들어오게.”


문소리와 함께 이성진 대리가 국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한강진 국장에게 인사를 하고는, 정은정 과장을 향해 말했다.


“정은정 과장님. 전화 왔습니다.”

“나?”

“네. 과장님 찾는 전화인데요.”

“누군데?”

“반채림이라는 여성분입니다. 이름을 말씀드리면 아실 거라고 했습니다.”

“...!!”


* * * *


이틀 후, 1987년 12월 23일 수요일 11시 39분.

서울 시내, OO대학교 교수연구동.


작가의말

언제나 읽어주시고 관심가져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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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5화 : 추적(Pursuit) (1-2) 20.04.27 53 0 12쪽
74 5화 : 추적(Pursuit) (1-1) 20.04.26 54 0 10쪽
73 4화 : 그릇(Vessel) (6-3) 20.04.25 66 0 13쪽
72 4화 : 그릇(Vessel) (6-2) 20.04.24 51 0 12쪽
71 4화 : 그릇(Vessel) (6-1) 20.04.21 60 0 13쪽
70 4화 : 그릇(Vessel) (5-4) 20.04.20 55 0 8쪽
69 4화 : 그릇(Vessel) (5-3) 20.04.16 56 0 15쪽
68 4화 : 그릇(Vessel) (5-2) 20.04.13 55 1 11쪽
67 4화 : 그릇(Vessel) (5-1) 20.04.12 55 0 11쪽
» 4화 : 그릇(Vessel) (4-3) 20.04.11 56 0 9쪽
65 4화 : 그릇(Vessel) (4-2) 20.04.10 59 0 10쪽
64 4화 : 그릇(Vessel) (4-1) 20.04.09 59 0 17쪽
63 4화 : 그릇(Vessel) (3-4) 20.04.08 51 0 15쪽
62 4화 : 그릇(Vessel) (3-3) 20.04.06 58 0 11쪽
61 4화 : 그릇(Vessel) (3-2) 20.04.05 61 0 10쪽
60 4화 : 그릇(Vessel) (3-1) 20.04.04 67 0 12쪽
59 4화 : 그릇(Vessel) (2-3) 20.04.03 70 0 14쪽
58 4화 : 그릇(Vessel) (2-2) 20.04.02 71 0 14쪽
57 4화 : 그릇(Vessel) (2-1) 20.04.01 73 0 13쪽
56 4화 : 그릇(Vessel) (1-4) 20.03.30 71 0 9쪽
55 4화 : 그릇(Vessel) (1-3) 20.03.29 82 0 13쪽
54 4화 : 그릇(Vessel) (1-2) 20.03.28 72 0 16쪽
53 4화 : 그릇(Vessel) (1-1) 20.03.27 72 0 13쪽
52 3화 : 상어(Agent Shark) (6-5) 20.03.25 68 0 18쪽
51 3화 : 상어(Agent Shark) (6-4) 20.03.24 6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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