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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5.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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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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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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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 추적(Pursuit) (2-1)

DUMMY

-2-


북한 볼리셔니스트에 대한 기습 직전, 1988년 1월 2일 토요일 20시 42분.

강원도 양구군, 파로호 인근.


변수가 많기로 유명한 대(對) 마법사 전에도 불문율은 있었다. 바로 「기습은 옳다」라는 명제였다. 예전의 샛별 작전에서도 그랬듯이, 그 유용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사냥꾼들의 기습 역시 적들에게 쏠쏠한 피해를 입히는 데에 성공했다.


“!!”


허를 찔린 북한군 볼리셔니스트들이 물러난 건 공격 직후였다. 그들은 제각기 칼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다시 호수로 도망쳤다. 하지만 좌우의 타이밍이 틀어져 공격할 수 있었던 건 정면의 세 명 뿐이었다.


“젠장...”


거리를 두고 적과 대치한 최지훈이 입맛을 다셨다. 어느새 공세 지휘는 본인이 하고 있었다. 그는 좌우의 한 번 둘러보더니, 사람들을 향해 돌진을 명했다. 흔들리고 있을 때 공격을 이어가야 했다.


“가자-!”


다섯 명의 볼리셔니스트들이 세 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곧이어 꽁꽁 얼은 호수 위에서 접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상대가 녹록치 않았다. 교묘하게 후퇴하며 돌진력을 줄여가던 적들은, 2대 1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진형을 돌려가며 방어하고 있었다.


“개새X들이...!”


최지훈이 쌍소리를 내며 거칠게 달려들었다. 확실히 팀워크는 저쪽이 한 수 위였다. 물론 2주 만에 급조된 자신들보다야 나을 수밖에 없었지만, 생각 외로 틈이 보이지 않자 초조함에 몸이 달아올랐다.


“엇!”


이때 굉음이 나며 호수 얼음이 크게 박살났다. 한쪽이 크게 눌리면서 두께를 들어낸 얼음이 바닥을 크게 흔들었다. 얼음조각과 포말이 연기처럼 퍼지며 달빛에 반짝거렸다. 순식간에 발 디딜 공간이 사라지자 양 측 진형 모두가 흐트러졌다.


‘얼음을 깼나!’


지진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박지연은 튀어나온 얼음 조각 끝에서 균형을 잡으며 경악했다. 자세를 잡는 것만으로도 힘겨웠기에 더 이상의 공격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과는 달리, 적들 역시 더 치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


깨진 얼음 사이로 차가운 호수물이 넘실거렸다. 흔들리는 얼음 위에서 자세를 잡던 최지훈이 그 이유를 깨달았다.


“오호라...”


분명했다. 적들은 초반 기습의 피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후퇴를 하려는 것이었다! 최지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얕았다고 생각했지만, 저 왼팔을 잡고 있는 놈은 기습 때 자신이 노렸던 적이었다. 아마 간발의 차로 피하고는 공격 의지를 잃은 것이겠지. 다른 놈들 역시 크고 작은 상처가 있는 듯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했다.


“뭐야... 생각 외로 실력이 형편없잖아?”


최지훈으로부터 시작된 여유는 곧 다른 사냥꾼들에게 옮겨갔다. 나머지 사람들 역시 생각 외로 잘 풀린 전투에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알아보고 자시고 여기서 끝내버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최지훈이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돌격!”


이것으로 후퇴하는 북한 측 볼리셔니스트들을 추적하는 모양새가 완성되었다. 화염구를 포함하여 중장거리 법칙이 난무하고, 폭발 사이로 사냥꾼들이 정신없이 달려드는 형태였다. 적들은 크게 대응하지 못한 상태로 조금씩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겨우 치명타만을 피하는 정도였다.


얼어붙었던 호수 표면이 부서진 얼음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사냥꾼들의 추적은 호수 반대편까지 이어졌다. 이윽고 호수를 넘어 육지에 다다르자, 적들의 팀워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갑자기 한 명의 북한 측 볼리셔니스트가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최지훈의 칼을 피한 그는 흡사 투명망토를 뒤집어쓰듯, 허공에 녹아들었다. 그는 적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크게 놀랐다.


그리고 이것을 기점으로, 모든 적이 풍경과 하나가 되며 전투가 끝나버렸다. 희미한 발소리가 산 저편으로 급격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뭐... 뭐야!!”


상대를 잃은 사냥꾼들이 당황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순식간에 사라진 적들 앞으로는 할퀴어지고 도려내진 땅과 눈만이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뭐였지?!”

“뭐긴 뭐야. 쫄아서 도망친 거지.”


황망한 듯 한 서준호의 말에, 최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 어이없는 결과였지만 나쁘지 않은 마무리였다. 어찌됐든 상대를 기습했고 또 공세를 펼쳐 물러나게 하지 않았는가.


“뜨거운 맛을 봤으니 아마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크흐흐흐...”

“......”


진짜로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대단한 결실이긴 했다. 자신들의 힘으로 상대를 몰아낸 것이니까. 그러나 최지훈을 제외한 네 명의 가슴 속에는 뭔가의 의혹이 남아 있었다.


특히 박지연이 그랬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 돌리면서 오늘의 결과를 반추했다. 확실히 이긴 것도 같았다. 하지만 질서정연한 후퇴를 생각하면 뭔가 입맛이 씁쓸했다.


“일단 다음 예지를 기다려 보자고!”


최지훈이 크게 외쳤다. 하긴 적들이 사라진 이상 남은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만약 다음 예지가 없다면 그거야 말로 승리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렇게 사냥꾼들은 첫 전투를 찝찝한 승리로 마무리했다. 그들은 다시 강원도 볼리셔니스트 커뮤니티 명악(名岳)의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차량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


다음날, 1988년 1월 3일 일요일 08시 45분.

강원도 속초시 인근.


「그릇」을 찾는 것은 인내심과의 싸움이었다.


보통 볼리셔니스트들이 의지선을 보는 시야는 200~300m 정도의 한계를 가졌다. 더구나 표막에 특수한 필터를 만드는 법칙을 사용해야 하기에 지속시간도 길지 못했다. 길어봤자 10분 정도였다. 10분을 사용하면 최소 10분은 쉬어야만 했다.


물론 간단히 의지선의 위치나 방향만을 확인한다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문제는 수많은 의지선이 가득한 밀집거주지 안에서, 회오리치는 그것을 찾아내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점이었다.


“휴...”


지수가 한숨을 내쉬며 길 한쪽 포석에 걸터앉았다. 그는 피곤함을 느끼며 왼쪽 어깨를 오른손으로 몇 번 두드렸다. 하긴 어젯밤부터 쉬지도 않고 돌아다녔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여건도 피로를 가중시켰다. 수장부에도 볼리셔니스트가 서넛 있긴 했다. 그러나 의지봉인이 가능한 자신만이 공동체의 눈을 피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릇의 존재는 워낙 예민한 문제라, 공동체를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아마도 사실을 알면 너도나도 달려들 것이 뻔했다.


‘피곤한데...’


상어가 활개치고 북한 측 볼리셔니스트들의 남침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얼핏 한가롭게 보이는 그릇 탐색에 나선 것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9국이 그릇을 찾는다는 건 분명했다. 아무런 징조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봐야했다. 자료가 부족했던 수장부도 확신한 것이니, 그들 역시 알고 있다고 봐야겠지.


상어의 경우에는 확실치 않았다. 9국에서 받은 정보만으로 보면 그의 목적은 올림픽으로 봐야했다. 그러나 준동 시기가 불안했다. 왜 벌써? 라는 의심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만약 상어도 그릇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쨌든 그릇이 - 그것도 전국을 감싸 안는 수준의 거대한 - 9국이나 상어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었다.


적어도 그릇이 「목적」이 있는 조직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


하얀 입김이 한숨과 함께 흩어졌다. 거친 추위에 얼굴 피부가 따끔거렸다. 지수는 여러 대의 어선이 오가는 분주한 항구를 바라보았다. 겨울이기에 더 바쁜 이곳이었다.


그는 속초항을 둘러보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놓은 지도에서 하나의 구획을 지운 후, 시외버스터미널을 향해 움직였다. 약속한 대로 오후까지 원주로 내려가서 사냥꾼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오후가 되자 지수가 원주에 있는 명악(名岳)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관측결과가 아니라, 교전결과였다.


“뭐라고?!”

“......”


불호령에 가까웠다. 크게 소리친 지수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미치겠네... 지금 다섯이 다 나서서 싸웠다 이 말이지?”


지수 앞에 일렬로 서 있던 사냥꾼들 중, 최지훈이 버럭 끼어들며 말했다.


“그래도 피해를 입혔고 적들도 몰아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한 거 아닙니까? 이대로 적들이 물러가면...”

“멍청이! 그게 문제인 거야!”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적들이 예지망을 역이용 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이제는 우리가 끌려 다니게 생겼다고!”

“그러면 뭐 합니까? 적들 실력은 형편없던데요.”


최지훈의 말은 여전히 공격적이었다. 지수의 얼굴에 화가 스쳐갔다.


“아직도 현실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네. 이번 싸움에서 우리는 이쪽 전력과 실력만 노출했을 뿐이야. 셋 다 광학위장 법칙을 썼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 그게 장난 같아?!”


거칠게 압박하는 지수의 말에, 최지훈이 약간 움찔했다.


“만약 다음에 다른 장소에서 적이 나타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될 거 같아?! 나가지 않으면 놀아나는 거고, 나가면 놈들이 어떤 준비를 했을지 모르는 상황이 오는 거라고!”

“만약 놈들이 북한으로 돌아갔다면 어쩌실 겁니까?!”

“장담하지. 놈들은 다시 나타날 거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테니, 그때는 내가 올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나 있어!”


짜증을 크게 낸 지수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쾅 소리가 나면서 문틀의 먼지가 연기처럼 휘날렸다.


문을 닫은 지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멍청이들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은 몰랐다. 가진 패를 한 번에 다 까버렸다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는 잠시 벽에 손을 짚고 몇 번의 한숨을 더 내쉬다가, 도리질을 치며 걸어 나갔다.


하지만 자신의 말마따나 다음번 교전이 문제였다. 그릇 탐색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에서, 적들이 언제 나타나느냐는 골칫거리였다.


예지를 통해 추적한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놈들의 역이용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만약 시가지를 목표하기라도 하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터.


하지만 막연한 「살의」와 목적지 없는 이동에의 의지만으로는, 현재 놈들의 위치를 특정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상어까지 엉겨 붙는다면...


‘왜 이러지.’


사실 그릇 탐색을 서두르는 이유는 명확치 않았다. 자신도 그걸 알고 있기에 머리가 혼란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사냥꾼들과 함께 강원도를 뒤져가며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최근 이상한 예감이 그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예감을 별로 믿지 않았기에 그것도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제약할 정도로 이상한 감각이었다. 조바심에 가까웠다. 마치 조금만 손을 더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잠시 감정을 추스른 지수가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혼이 나 침울해져 있는 사냥꾼들에게 지침을 다시 내렸다.


“절대 경거망동 하지 말 것. 예지가 있으면 해당 장소로 이동하되, 최소 500m 이상은 떨어진 상태에서 관측할 것. 적이 달려들면 반드시 도망칠 것.”

“네?!”


역시나 최지훈이었다. 하지만 지수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던지듯 말을 내뱉고 다시 방을 나갔다.


“두 번 얘기하게 하지 마. 싸움이 예상되면 반드시 그 자리를 피하도록. 전력을 다해 도망쳐.”


한편, 같은 시각 경기도 강화군 월곶면, 학두산 인근(강화도 북부).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시고 관심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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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5화 : 추적(Pursuit) (2-3) 20.05.10 49 0 10쪽
79 5화 : 추적(Pursuit) (2-2) 20.05.08 53 1 10쪽
» 5화 : 추적(Pursuit) (2-1) 20.05.04 56 0 12쪽
77 5화 : 추적(Pursuit) (1-4) 20.05.03 60 0 12쪽
76 5화 : 추적(Pursuit) (1-3) 20.05.02 61 0 11쪽
75 5화 : 추적(Pursuit) (1-2) 20.04.27 52 0 12쪽
74 5화 : 추적(Pursuit) (1-1) 20.04.26 54 0 10쪽
73 4화 : 그릇(Vessel) (6-3) 20.04.25 65 0 13쪽
72 4화 : 그릇(Vessel) (6-2) 20.04.24 51 0 12쪽
71 4화 : 그릇(Vessel) (6-1) 20.04.21 60 0 13쪽
70 4화 : 그릇(Vessel) (5-4) 20.04.20 55 0 8쪽
69 4화 : 그릇(Vessel) (5-3) 20.04.16 56 0 15쪽
68 4화 : 그릇(Vessel) (5-2) 20.04.13 54 1 11쪽
67 4화 : 그릇(Vessel) (5-1) 20.04.12 55 0 11쪽
66 4화 : 그릇(Vessel) (4-3) 20.04.11 55 0 9쪽
65 4화 : 그릇(Vessel) (4-2) 20.04.10 59 0 10쪽
64 4화 : 그릇(Vessel) (4-1) 20.04.09 59 0 17쪽
63 4화 : 그릇(Vessel) (3-4) 20.04.08 51 0 15쪽
62 4화 : 그릇(Vessel) (3-3) 20.04.06 58 0 11쪽
61 4화 : 그릇(Vessel) (3-2) 20.04.05 60 0 10쪽
60 4화 : 그릇(Vessel) (3-1) 20.04.04 67 0 12쪽
59 4화 : 그릇(Vessel) (2-3) 20.04.03 69 0 14쪽
58 4화 : 그릇(Vessel) (2-2) 20.04.02 71 0 14쪽
57 4화 : 그릇(Vessel) (2-1) 20.04.01 73 0 13쪽
56 4화 : 그릇(Vessel) (1-4) 20.03.30 71 0 9쪽
55 4화 : 그릇(Vessel) (1-3) 20.03.29 81 0 13쪽
54 4화 : 그릇(Vessel) (1-2) 20.03.28 72 0 16쪽
53 4화 : 그릇(Vessel) (1-1) 20.03.27 71 0 13쪽
52 3화 : 상어(Agent Shark) (6-5) 20.03.25 68 0 18쪽
51 3화 : 상어(Agent Shark) (6-4) 20.03.24 6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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