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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4.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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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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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폭격(Bombardment) (5-6)

DUMMY

“미친...!!”


정은정 과장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악마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기본적으로 쌍극자의 힘을 지니고 있는 만큼 공방은 호각에 가까웠다. 안경을 쓴 악마는 썩은 미소를 지은 채 공격을 이어갔다. 그녀는 날아드는 공격을 하나하나 쳐내며 간격을 조금씩 만들어갔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공간이 났다. 폭주한 표막과 끓어오른 몸이 만든 섬뜩한 칼부림이, 악마의 빈 공간을 노리고 쇄도했다.


“!!!!”


공격이 만든 폭발을 뒤로 하고 악마와 정은정 과장이 거리를 벌렸다. 1번 선창 근처로 크게 미끄러진 그녀가 자세를 바로 잡았다. 역시 뒤로 물러선 악마는 오른쪽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렸다가 뗐다. 손바닥에는 붉은 피가 흥건했다. 악마가 피를 닦으면서 입을 열었다.


“역시... 듣던 대로야. 대단한데.”

“?!”


유창한 한국어였다. 놀란 정은정 과장의 어이없는 표정에, 악마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내 소개를 할까. 그래, 난 너희들이 악마라고 부르는 존재지. 이름은 「단탈리온Dantalion」이라고 한다.”

“......”

“궁금한 게 많을 것 같군. 하지만 오늘 싸움은 이걸로 끝내줬으면 하는데. 어떤가?”

“뭔 개소리야?!”


반문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단탈리온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적 볼리셔니스트들이 싸움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단탈리온이 말했다.


“이대로 계속 공격한다면 너희들을 물고기 밥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이쪽 피해도 무시할 수 없겠지. 어차피 목적은 달성한 거 같으니, 이대로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의외로 조곤조곤한 단탈리온의 말에, 정은정 과장이 코웃음을 쳤다.


“하! 악마 새끼가 주절주절 말도 많네. 물고기 밥이 되는 건 너희들이고.”

“그래. 너라면 살아날 수 있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해 보고 싶으면 해 보든가.”


정은정 과장의 대답에는 살기가 넘쳤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단탈리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단탈리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좀 더 해볼까.”


다시 싸움이 이어졌다. 부상당했음에도 악마의 압력은 여전했다. 그러나 기세를 잡은 정은정 과장의 맹공에 전투의 흐름이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칼과 칼이 얽힌 사이로 날아든 그녀의 발차기에, 단탈리온이 멀리 날아갔다. 악마의 몸이 갑판을 두드리며 물수제비 뜨듯 날아갔다.


“간다-!”


정은정 과장은 곧바로 날아가는 상대를 추격했다. 가까스로 자세를 잡은 단탈리온이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한 번 넘어간 승기는 쉽게 뒤집히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인간이 악마를 압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다. 바로 「한정형태」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중과부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낼 필요가 있었다.


‘이판사판이다...!’


저렇게 몰리고도 한정형태로 변하지 않는다는 건 이유가 있다는 뜻이겠지. 이것을 기회라 여긴 정은정 과장은 그야말로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단탈리온을 밀어붙였다. 벌크선 갑판이 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점차 공격속도가 방어를 넘어서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한 번의 공격을 성공하고, 추가타를 넣으려는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느새 갑판실 바로 앞까지 온 것을 확인했다. 등 뒤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공격을 거뒀다. 그리고 그대로 반전하여 원래 있던 장소를 향해 달렸다.


“!!”


그곳에는 적의 공격에 궁지에 몰렸던 9국 볼리셔니스트들이 있었다. 정은정 과장이 도착하자 상황은 호전되었다. 그러면서 전선이 형성되고 전선은 곧 소강상태로 변했다. 잠깐 숨 돌린 사이에, 멀리 떨어졌던 단탈리온이 천천히 다가왔다.


“역시... 빠르군.”

“......”

“어때? 결판내기는 힘들 거 같은데.”


분하지만 단탈리온의 말이 맞았다. 한정형태로 변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승부를 내기는 힘들어 보였다.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서창민 대리와 커뮤니티 출신 볼리셔니스트 두 명이 합류해도 결과는 같겠지. 자신이 악마를 맡는다 해도 스물이 넘는 볼리셔니스트를 6명이, 그것도 공간을 활용하기 어려운 배 위에서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정은정 과장이 대답했다.


“그렇게 하지.”

“좋은 판단이야.”


단탈리온이 다시 손을 올리자 적 볼리셔니스트들의 활동이 멈췄다. 잠시 우왕좌왕하긴 했지만, 그들은 모두 칼날을 끄고 칼자루를 홀스터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걸 본 정은정 과장이 헤드셋에 대고 말했다.


“합류는 중지. 차량을 준비해. 2번 경로로.”


다시 단탈리온을 바라본 그녀가 보란 듯 칼날을 껐다. 그러자 9국 다른 사람들도 역시 무장을 풀고 이동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정은정 과장이 빙글 돌아서며 소리쳤다.


“철수한다! 경로는 2번!”


빙글 돌아서며 외친 말에는 뭔가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 말을 기점으로 9국 볼리셔니스트들도 주저함 없이 자리를 떴다. 단탈리온은 어둠에 묻혀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9국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확신한 단탈리온이 말했다.


/(이하 영어) 선창의 불을 끈다. 그리고 빨리 아래를 조사해./


볼리셔니스트들이 화재 진압과 선창 수색에 나섰다. 이때 관리자 한 명이 거대한 무전기를 들고 단탈리온 옆으로 왔다. 무전기를 받아든 단탈리온이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버튼을 눌렀다. 무언가 연결되자 그가 말을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여왕폐하. 조금 늦었습니다. 화물을 잃었습니다. 다만 VP 추출기는 회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가. 아쉽군. 적과는 교전했나?]/

/네. 「관계성」은 충분합니다./

/[예지 범위는?]/

/아직은 영지(靈地) 내로 한정됩니다./

/[괜찮아. 그 정도라도. 고생했어.]/

/네. 여왕폐하. 감사합니다./


무전을 끝낸 단탈리온이 3번 선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악마 중에서도 「예지」의 능력을 가진 자신을 부른 건 의외의 일이었다. 72위(位)의 악마들 중 71번째인 자신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제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나라의 공권력이 개입하기 전에 건질 수 있는 건 건진 후 달아나야만 했다.


/....../


무전을 마친 버건디가 소파에 주저앉듯 몸을 기댔다. 다시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


간발의 차이였다. 아쉬움이 잔뜩 몰려왔다. 만약 단탈리온의 소환이 하루 이틀만 빨랐어도 적의 이번 공격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을 터였다. 최초 계획을 생각하면 상실감은 더 커졌다. 계획대로 그레모리 이후 단탈리온 - 강력한 「예지가」이기에 장기전에 반드시 필요한 - 을 소환했다면, 보급선을 지키면서 적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겠지. 하지만 상상 외로 적의 압력이 강했기에, 상황 타개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발바토스를 먼저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소환 순서를 바꿈으로써 적에게 큰 타격을 입히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예지가가 늦었기에 오늘 같은 피해를 입고 말았다.


/하얀 마녀라./


그녀는 방금 전 사건의 한 장짜리 초동보고서를 들었다. 화물선은 폭발했고 대부분의 화물을 잃었다는 것이 골자였다. 볼리셔니스트 피해는 5~6명 정도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 물자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뼈아픈 피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었다. 바로 이번 전투에 단탈리온이 참여했다는 것이었다. 「예지」는 관계성의 높고 낮음에 따라 그 효율이 천차만별로 갈렸다. 이러한 관계성은 서로가 서로를 알게 됨으로써 높아졌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상관은 없었다. 특히 서로가 칼을 섞는 전투는 관계성을 높이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단탈리온이 게이트를 통해 영지(靈地)인 부산에 도착한 직후였다. 단탈리온은 곧바로 영지를 향한 「적의」를 예지했다. 하지만 정확한 장소나 규모를 예지하지는 못했다. 상당한 시간을 헤매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위치를 찾긴 했지만, 이미 적들이 침투해 온 뒤였다. 한 장짜리 보고서를 책상 위에 놓은 버건디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쉬./

/네. 버건디./

/좀 자야겠어. 화물 회수 결과는 이따가 알려줘./

/알겠습니다./


버건디가 집무실에서 나가 침실로 향했다. 그녀는 금번 화물 목록을 떠올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신형 VP 추출기였다. 이것만 건질 수 있다면 다른 피해는 잠시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생체와 기계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추출기는 기본적으로 높은 내구성을 지녔다. 기본적으로 야전 설치를 전제로 하기에, 각종 법칙을 통한 보완책도 충실한 편이었다. 희망을 걸어볼 만 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이 보급 루트를 적이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역시 쉽게 볼 놈들이 아니었다. 분명 볼리셔니스트가 아닌, 다른 정보조직이 움직인 것이 분명했다.


/‘새로운 루트를 파야 하나.’/


다시 골치가 아파졌다. 그렇지 않아도 보급선 압박은 작전 최대의 장애물로 떠오른 상태였다. 이러다가는 교두보를 마련해놓고 말라 죽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아무리 악마가 있은들, 볼리셔니스트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그저 하나의 타깃으로 남아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한 줌 재로 스러질 터. 포도스트로마가 말한, 「이대로라면 남은 기간은 앞으로 한 달」이라는 말이 가슴을 쑤셨다. 이러다가는 터무니없는 돈을 주고 밀수를 해야 할 지도 몰랐다.


/....../


버건디의 고민은 한참을 더 이어졌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올 리 없었다.


한편, 같은 시간 9국 회의실에서는 작전 결과물 분석이 진행 중이었다. 한강진 국장과 볼리셔니스트, 그리고 각 과 과장들 및 염하린 대리가 자리했다. 매뉴얼 해석을 위해서였다. 정은정 과장과 선우현 대리가 가져온 각종 물품들을 테이블 위에 깔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많은 것을 건졌다. 매뉴얼 뿐만 아니라 몇 가지 소형 장비들도 얻어왔다. 염하린이 영어와 루마니아 어로 된 매뉴얼을 넘겨보면서 필요한 부분을 메모하고 있었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미간을 좁히고 열심히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그것을 본 한강진 국장이 물었다.


“어떤가. 염 대리?”


하지만 염하린 대리는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옮겨 쓴 내용에 영 자신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찝찝한 입맛을 다시면서 조심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순수하게 해석한 내용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 의지력, 볼리셔널 포스를 넓은 범위에서 「흡수」하는 물건의 매뉴얼입니다.”

“...!!”


충격과 공포가 회의실 안에 흘렀다. 몇 장의 페이지를 더 넘긴 염하린 대리가 말을 이어갔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시즌이 되선지 일이 많아졌네요; 
평일에는 글 쓸 시간이 거의 나질 않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최대한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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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11화 : 폭풍(Storm) (1-2) 22.06.26 35 0 15쪽
226 11화 : 폭풍(Storm) (1-1) 22.06.18 44 0 12쪽
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2 0 19쪽
224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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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2 0 12쪽
221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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