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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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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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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 폭풍(Storm) (4-3)

DUMMY

* * * *


「프로메테우스 작전Operation Prometheus」 약 14시간 전인 1988년 5월 9일 월요일 9시 22분

부산직할시, 해연다카즈미 회의실.


포도스트로마는 항상 차분함을 유지했다.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이내 평정을 찾았고 답을 제시했다. 이는 조직을 이끌어나기는 큰 힘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달랐다. 큰 작전을 목전에 둔 지금, 그의 얼굴에는 당황함과 초조함이 얽혀 있었다. 그가 휘갈겨 쓴 쪽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하 영어) 적 볼리셔니스트가 사이트를 목표로 침투 중이라고 한다. 거의 지근까지 도착했다고 하는군./

/...!!/


사람들로 꽉 찬 회의실이 술렁거렸다. 이곳에는 지금 하이포크리알레스를 비롯한 부산에 있는 검은색 나무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레모리와 단탈리온도 자리했다. 하이포크리알레스가 물었다.


/정말이랍니까?/

/법칙 흔적을 발견했어. 틀림없겠지./

/하지만 지금이라뇨. 노린 건 아닐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 정찰 결과 정리됐나?/

/네. 여기 있습니다./


하이포크리알레스가 두 장 정도로 된 보고서를 건넸다. 포도스트로마는 무거운 표정으로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일단 정찰은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 상대는 「공허Void」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병력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피로를 쌓게 하는 데에 성공했고, 작전에 활용할 우회 침투 루트도 설정했다. 또한 현장에 대한 상세한 지형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적 병력 규모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세 개 팀, 18명을 동시에 정찰에 투입했을 때 적은 열 두 어 명 정도로 응수했다. 후방에 있는 전력을 그와 같은 수라고 본다면, 총 인원은 스무 명 정도로 예측되었다. 하지만 어제 있었던 마지막 정찰에서 일부 수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그 부분을 읽던 포도스트로마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정말이라는 거지./

/네. 시가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가전이라... 골치 아파지겠군./


어제였다. 하이포크리알레스가 네 명의 볼리셔니스트를 대동하고 서울 정찰을 시도했다. 17시 35분, 승합차가 적 HQ를 약 0.5km 앞두고 접근 했을 때였다. 도로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 조금 기울어진 해는 도시 사이사이를 비추며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약간의 위화감을 느낀 하이포크리알레스가 대쉬보드 앞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묘하게 인기척이 사라진 것 같았다. 슬슬 어둠이 들어서면서 불이 들어왔어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빛을 밝힌 간판은 많지 않았다. 흡사 도시 일부가 멈춘 느낌이었다. 그가 침을 삼키면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지...?/


차량은 골목 으슥한 곳에 들어가 멈췄다. 시계를 본 하이포크리알레스가 칼자루를 들었다. 곧 공허Void의 효과가 떨어질 시간이었다. 곧 온 몸을 찔러대던 느낌이 사라지며 의지도달공간이 형체를 되찾았다. 이제 놈들의 예지망에도 신호가 들어갔겠지. 지금까지 대응에 걸린 시간은 대략 10분 내외.


/이동한다./


거침없이 건물 위로 뛰어 오른 하이포크리알레스가 주변보다 높은 건물 위쪽으로 몸을 날렸다. 곧바로 적 HQ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상한 건 이 일대의 분위기였다. 차분히 가라앉은 거리에 이상한 위화감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감각이 이질적인 소리 하나를 잡아냈다. 바로 군용 지프차의 엔진소리였다. 순간 하이포크리알레스는 자세를 낮추고 소리의 진원을 향해 움직였다.


/‘훈련?!’/


옥상 담벼락의 그림자에 몸을 숨긴 채, 그는 아래쪽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건물과 건물이 만드는 이면도로의 교차로에는 군용 지프차와 경찰차 두 어 대가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군인과 경찰 몇몇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


북한이라는 주적을 코앞에 둔 이 나라는 항상 준전시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냉전 중인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나라는 훨씬 더 강박적이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근원적인 분노와 거기에 따른 지속적인 전쟁 준비,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국민들까지. 어쩌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뿜어내며 그것을 쟁취한 나라의 양면적인 모습이었다. 어쨌든 저 훈련 장면도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이제는 거리를 가득 채우는 사이렌과 경보 방송은 익숙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지금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작전을 하루 앞두고 적진 앞에 나타난 경찰과 군인은 허투루 볼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병력 부족을 저런 재래식 전력으로 메울 의도일지도 몰랐다. 변수가 늘어나자 하이포크리알레스의 머리도 복잡해졌다. 하지만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적 HQ 방향에서 볼리셔니스트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서창민 대리를 비롯하여 세 명의 9국 볼리셔니스트들은 거리를 두고 건물 옥상에 멈췄다. 하이포크리알레스와 서창민 대리의 시선이 겹쳤다.


/....../

‘......’


원래라면 지금부터 적을 이리저리 끌어내고 시간을 끈 후 철수하는 것이 패턴이었다. 하지만 하이포크리알레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저 훈련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 알고 싶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에 서창민 대리가 하이포크리알레스를 향해 소리쳤다.


/돌아가라-!/


짧은 영어가 지닌 의미는 충분했다. 하지만 여전히 머뭇거리는 하이포크리알레스를 보며, 서창민 대리가 칼을 뽑았다. 동시에 뒤쪽에 있던 두 명 - 김휘승 대리와 커뮤니티 출신의 김주희 - 역시 칼날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서창민 대리의 신호에 따라, 서슴없이 공격에 나섰다.


/!!/


하이포크리알레스를 비롯한 검은색 나무 볼리셔니스트들이 크게 놀랐다. 수적으로 열세일 때 선공은 금기 중의 금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적들은 아무런 당황함도 없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칼을 휘둘렀다. 곧바로 한 차례 공방이 일어났고 검은색 나무 볼리셔니스트들은 건물 사이를 넘어 뒤로 크게 물러났다. 찰나의 소강 사이로 서창민 대리가 다시 외쳤다.


/다시 말한다. 돌아가라!/


상상 외의 압력에 하이포크리알레스가 움찔 했다.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수가 없었다. 조금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 - 저것이 내일 전투에 대비한 것인지 아닌지 - 할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해 전투를 벌이는 건 위험부담이 컸다. 여기에 상대의 자신만만한 행동도, 첫 교전에서 석이 죽은 것도 부담이었다.


생각이 좀 길어졌다 싶은 그 순간이었다. 대답이 없는 하이포크리알레스를 앞에 두고 서창민 대리가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권총 총구 앞으로는 소음기가 달려 있었다. 그것을 본 하이포크리알레스가 표정을 구겼다. 상대는 교전의사 확인 프로토콜을 진행할 의도였다. 총구가 향한지 1초도 지나지 않아 한 발의 총알이 총구를 떠났다. 하이포크리알레스가 분한 얼굴로 칼날로 총알을 쳐냈다. 교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였다.


/젠장./


결론이 났다. 어찌됐든 룰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이상은 자존심을 구길 뿐이었다. 결국 기선을 제압한 9국의 승리였다. 결국 하이포크리알레스와 검은색 나무 볼리셔니스트들은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서창민 대리는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적들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색 나무는 서울 외곽에서 차량을 이용하여 부산으로 복귀했다.


해연다카즈미로 돌아온 하이포크리알레스는 오늘 정찰을 정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군경의 존재는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역시 적은 시가전을 준비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는 지금 구상 중인 작전의 수정을 의미했다. 포도스트로마가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를 보며 물었다.


/놈들이 전장을 얼마나 넓게 가져갈 것 같나?/

/이 정도입니다./


하이포크리알레스가 서울의 대축척지도 위에 손을 올리며 대답했다. 그의 손가락이 9국 HQ를 중심으로 넓은 원을 그렸다. 반경은 대략 600~1km 정도였다. 그리고 신문 한 장을 내밀었다. 그곳에는 서울 OO동 - 9국 HQ가 있는 - 에서 이번 달 중순까지 민관군 합동 민방위 훈련을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복잡한 시가지에서의 전시 대응능력을 기르기 위해, 피난 상황 등을 가정하여 소개, 집합, 구난 등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렇게 행정구역을 감안한 범위를 보며 포도스트로마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참 생각하던 그가 말했다.


/악마와 볼리셔니스트의 집결지점을 다시 설정해야 되겠군./

/더 먼 곳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악마에게 공허Void는 듣지 않았다.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특유의 시취(屍臭)와 같은 의지를 약간 약화시킬 뿐이었다. 이는 악마의 이동은 예지망에 걸린다는 뜻이었고, 동행하는 병력의 움직임도 드러난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작전은 공허Void를 쓴 볼리셔니스트와 악마를 별개로 움직여, 특정 장소에 집결시키는 것부터 시작할 계획이었다. 집결지는 적 HQ를 중심으로 각각 서쪽, 남쪽, 동쪽에 위치하는데, 서쪽은 그레모리, 남쪽은 발바토스, 동쪽은 단탈리온이 배정되었다. 그렇게 악마를 중심으로 볼리셔니스트와 함께 3면에서 동시에 치고 들어가는 것이 작전의 골자였다. 여기에 공허를 사용한 우회 기습 병력까지 운영키로 했다. 그리고 인지구조 왜곡장치를 포함한 결계생성장치는 주공(主攻)인 발바토스 팀에서 운영할 예정이었다.


/지금 집결지가 500m 거리니까.../


포도스트로마가 지도 위 한 장소에 손가락을 얹었다. 적 HQ에서 1km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다.


/이 정도는 떨어져야 되는데.../


그가 말끝을 흐렸다. 역시 너무 멀었기 때문이었다. 집결과 전투준비는 곧 적 예지망에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는 뜻과도 같았다. 적은 멀리서부터 공격을 시작하는 자신들을 속속들이 바라보면서 여유롭게 기동방어를 준비하겠지. 더구나 각 공격 팀의 최초 위치가 1km 이상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자칫 각개격파 당할 위험성도 있었다. 애초 500m를 설정한 것도 서로 상호 보완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적이 설정한 전장 내에서 집결하는 것은 더 위험했다. 이래저래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리스크가 덜 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포도스트로마가 짧게 책상을 내리쳤다. 적이 이렇게까지 대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는 기간에 대도시를 소개할 줄이야. 놈들도 사활을 걸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병력을 합쳐. 다방면 공격은 포기한다./

/네?!/

/모든 전력은 목표 남쪽에서 집결해서 그대로 북진한다. 대신 우회 기동 규모를 늘린다. 40% 정도를 배정해./

/알겠습니다./


지도를 노려보던 포도스트로마는 다시 고민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하이포크리알레스에게 물었다.


/결계생성장치의 최대 범위가 어떻게 되지?/

/대략 100~200m 정도입니다./

/과부하시에는?/

/매뉴얼대로라면 두 배입니다만 가동시간에 한계가 있습니다. 삼십 분 정도입니다./


보통 상태에서의 연속 가동시간은 세 시간 정도였다. 포도스트로마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뭔가 결심한 듯,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시작부터 과부하를 걸어 몰아친다. 한 방에 끝내는 거야./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정찰 요격에 하얀 마녀는 결국 없었군./

/네. 아껴두는 게 아닌 가 싶습니다만./

/....../


포도스트로마가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정찰을 통해 쉼 없이 몰아쳤음에도, 하얀 마녀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인물들이 확인되었다. 적들도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예지가(단탈리온)가 있음에도, 적 볼리셔니스트에 대한 「목표한정 예지」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 건 아쉬운 점으로 다가왔다. 포도스트로마가 속으로 혀를 찼다.


/‘공허Void에 너무 의존했나.’/


목표한정 예지란 「관계성을 확보한 특정 볼리셔니스트의 의지를 읽어내는 행위」를 뜻했다. 예지 가능여부와 정확도는 「관계성」의 정도에 달려 있었다. 관계성이란 해당 개체 의지와의 거리를 의미했다. 거리가 멀다면 관계성이 낮고, 가깝다면 높은 식이었다. 여기서 거리란 물리적인 거리도 있지만, 목표와 예지가가 서로를 인지 - 이는 전투 등을 포함한다 - 하는 정도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예지가가 속해 있는 영지의 볼리셔니스트가 목표와 관계성을 가진다면, 그 볼리셔니스트를 통해 관계성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했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목표한정 예지 불가능에 아쉬움을 느낀 건 아니었다. 「공허Void」를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전역에 처음 실전 투입한 이 약물은 엄청난 효과를 보였다. 실패하긴 했지만 남한 커뮤니티를 구석까지 몰았고, 이번 작전에서도 그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적 예지망을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음을 충분히 증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오히려 목표한정 예지의 중요성을 줄여버렸다. 공허를 통해 아군 정보는 차단했고, 상대의 정보는 대부분 얻었다고 생각했기에 굳이 목을 맬 필요가 없었다. 영지(靈地) 방어를 위한 「지역예지」는 성공적으로 작동 중이기에, 급한 불은 끈 상태였다. 결국 관계성 확보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포도스트로마가 테이블 왼쪽에 앉아 있던 단탈리온을 향해 물었다.


/목표한정 예지는 여전히 불가능한가?/


목표한정 예지 이야기가 나오자 단탈리온이 고개를 숙였다.


/네. 송구스럽습니다./


알고있었지만 답은 바뀌지 않았다. 포도스트로마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처음에는 변명인가 싶었다. 단탈리온이 히카와마루 전투에서 하얀 마녀와의 관계성을 확보했다고 얘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포도스트로마는 실망과 의심을 동시에 가졌지만,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단탈리온은 소환 직후 곧바로 검은색 나무의 영지(靈地)인 부산-경남 지역과의 관계성을 구축하고, 부정확하게나마 아카기마루 습격을 예지하는 데에 성공했을 정도로 엄청난 예지가였다. 일반적인 예지가라면 이 정도 넓이의 영지를 커버하려면 족히 몇 개월은 걸렸을 테니까. 그러나 그 단탈리온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하얀 마녀를 예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영지도 아닌 서울은 너무 멀고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잡음을 뚫고 예지하기 위해서는 더 큰 관계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관계성을 키우는 건 불가능하다...’/


포도스트로마는 나비효과처럼 나타는 결과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관계성을 키우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전투 등을 더 거쳐 직접적인 관계성을 키우는 것. 다른 하나는 하얀 마녀와 관계성을 가진, 동일 영지의 다른 볼리셔니스트와의 관계성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 가지 방법 다 사용이 불가능했다. 먼저 하얀 마녀와의 직접 전투는 힘들었다. 그녀는 악마를 압도하는 홀리Holy를 각성했다. 악마를 어설프게 투입했다가는 자칫 전력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결국 예지 문제도 있고(악마에게 공허Void는 효과가 없기에), 하얀 마녀도 있기에 정찰은 오직 볼리셔니스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단탈리온과 검은색 나무 다른 볼리셔니스트와의 관계성 형성도 불가능했다. 악마는 주변 볼리셔니스트의 공포를 잠식하는 존재였다. 볼리셔니스트은 여전히 악마라는 존재를 두려워했고 어려워했다. 아무리 아군이라 한들, 그저 새로운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관계성이란 서로가 서로를 직시하고 인식할 때 발생하였다. 하지만 상대를 괴물로 보는 이상 관계성 형성은 어불성설. 문이 닫힌 이상 선이 연결될 리는 만무했다.


결국 하얀 마녀 또는 9국의 다른 볼리셔니스트에 대한 목표 한정 예지는 불가능했다. 물론 이것이 불편을 야기한 건 아니었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무력 정찰은 성공적이었다. 그저 우직하게 공격하고 또 공격만 하면 끝이었다. 그러나 정찰이 끝나고 작전을 코앞에 둔 지금, 북한에서 날아온 정보는 포도스트로마를 흔들었다. 바로 적 볼리셔니스트 침입과 신탁의 혼란이었다.


/‘신탁이 흔들린다...’/


버건디는 어제 보고에서 신탁Oracle - 의지 충돌을 광범위하게, 수 천, 수 만 번 시뮬레이션 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 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얘기했다. 그 흔들림이 상상 외로 크다고. 분명 무언가가 변화하고 있다고. 지금 통제되지 않은 변수가 위력을 발하고 있다고. 지금껏 버건디가 한 번도 사용하지 않던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물었다. 「하얀 마녀」가 어디에 있냐고.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요격하러 나온 적들 중 하얀 마녀는 없었다. 포도스트로마는 적이 전력을 아끼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당연한 추측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목 뒤를 타고 명치까지 내려왔다.


/‘설마?!’/


흠칫 놀란 포도스트로마가 하이포크리알레스를 향해 소리치듯 물었다.


/요격 나온 적의 리스트가 있나?!/


하이포크리알레스가 보고서 외의 별지로 빠져 있던 종이를 건넸다. 그것을 받은 포도스트로마가 정신없이 펜으로 그 위를 체크해 가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하얀 마녀에만 정신이 팔려 미처 알아채지 못한, 빠진 인원을. 잠시 뒤 포도스트로마가 별지를 던지듯 내려놓으며 책상을 쳤다. 그리고 이마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셋이다. 적 볼리셔니스트 셋이 빠졌다./

/...!!/


하이포크리알레스는 포도스트로마가 별지 위쪽 공란에 휘갈겨 쓴 것을 보고는 역시 놀랐다. 그곳에는 「하얀 마녀, 폭발물 담당, 그리고 의료계열」이라고 적혀 있었다. 포도스트로마가 소리쳤다.


/당장 평양 연결해. 어서!/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1-


「프로메테우스 작전Operation Prometheus」 개시 15분 전인 5월 9일 22시 45분.

서울 모(某)처, 9국 HQ에서 남쪽으로 약 1km 떨어진 지점.


작가의말

드디어 최종화입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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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1-1) 24.04.07 10 0 18쪽
» 11화 : 폭풍(Storm) (4-3) 23.04.16 26 0 19쪽
240 11화 : 폭풍(Storm) (4-2) 23.04.10 18 0 11쪽
239 11화 : 폭풍(Storm) (4-1) 23.04.02 14 0 13쪽
238 11화 : 폭풍(Storm) (3-5) 23.04.02 18 0 9쪽
237 11화 : 폭풍(Storm) (3-4) 23.03.26 15 0 11쪽
236 11화 : 폭풍(Storm) (3-3) 23.03.26 9 0 12쪽
235 11화 : 폭풍(Storm) (3-2) 23.03.19 18 0 11쪽
234 11화 : 폭풍(Storm) (3-1) 23.03.19 13 0 11쪽
233 11화 : 폭풍(Storm) (2-5) 23.03.12 15 0 12쪽
232 11화 : 폭풍(Storm) (2-4) 23.03.12 17 0 13쪽
231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3 0 12쪽
230 11화 : 폭풍(Storm) (2-2) 22.07.30 26 0 14쪽
229 11화 : 폭풍(Storm) (2-1) 22.07.17 2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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