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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3.04.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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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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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폭격(Bombardment) (6-3)

DUMMY

그렇게 칼립소 작전에서 사흘이 지난 후인, 「포에베Phoebe」 작전 당일인 1988년 4월 28일 수요일 2시 18분. 경기도 성남시의 공군 서울기지(서울공항) 활주로 위는, 밤조차 잊은 채 엄청난 소음과 진동으로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도색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 비행기가 정은정 과장과 선우현 대리를 맞이했다.


“갑시다!!”


선우현 대리의 안간힘을 다한 외침이 가까스로 정은정 과장의 귀에 들어왔다. 4개의 거대한 프로펠러가 돌면서 만든 가공할 소음은 주변의 모든 것을 잡아먹고 있었다. 입모양을 조합하여 겨우 뜻을 알아챈 그녀가 자세를 낮추고 수송기의 트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트랩 문이 닫히고 정은정 과장과 선우현 대리는 캐빈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벨트를 조인 두 사람의 눈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그나마 선우현 대리는 경험이 있는 듯, 표정에는 묘한 즐거움이 섞여 있었다. 그가 소음을 뚫고 소리치듯 말했다.


“이거 오래간만입니다!!”

“많이 해봤어-?!”

“꽤 해봤죠!!”


정은정 과장은 이틀 동안 속성으로 배운 낙하산 사용법을 떠올리며, 둘러맨 낙하산과 고리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공중에서 취할 자세 같은 것들도 다시 복기했다. 잠시 뒤, 수송기가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차 속도를 높이던 수송기의 기수가 확 높아졌다. 강력한 종(縱)G를 느낀 정은정 과장이 침을 꿀꺽 삼켰다. 맨몸일 때는 이보다 더한 가속도도 아무렇지도 않았건만, 유독 비행기만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한참을 상승하던 수송기가 평형을 찾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이 크게 소리쳤다.


“앞으로 20분!!”


정은정 과장은 수도 없이 보면서 외운 현장 지형을 떠올렸다. 작전은 간단했다. 예상지점에 정확히 착지한 후 시설을 확인하면 신속히 파괴, 이탈하는 것이었다. 쟁점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시설 존재의 유무, 두 번째는 적의 결계, 그리고 세 번째는 예지가의 존재였다. 먼저 시설의 존재 확률은 매우 높았다. 결계 자체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고, 의지선의 위치 등을 감안해도 VP를 추출하기에는 효과적인 장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문제인 적의 결계는 임시방책을 마련해왔다. 미림의 법칙 연구가인 정민규는 서울 모처에서 딸을 만난 자리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건넸다. 그는 그것을 「인지구조를 보호하는 약물」로 소개했다. 단시간이지만 외부에서 가해지는 인지구조 왜곡을 막아줄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은 예지가의 존재였다. 전의 반응속도를 감안하면, 빠르면 5분 내로 적 볼리셔니스트가 도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났다. 결국 모든 쟁점이 말하는 건 똑같았다. 바로 속도였다.


“앞으로 10분!!”


조종실을 다녀온 캐빈 승무원이 다시 소리쳤다. 귀를 가득 채운 소음 속에서 긴장은 더더욱 높아졌다. 정은정 과장이 파우치에서 약병을 꺼냈다. 그걸 본 선우현 대리도 역시 병을 손에 들었다. 약이 정상적인 인지구조를 파악하고 보호장벽을 펴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10분. 두 사람은 동시에 병을 기울여 단숨에 약을 마셨다. 그때였다. 목적지가 가까워진 듯 수송기가 천천히 선회했다. 잠시 기울어졌던 수송기가 다시 수평을 찾은 순간이었다. 시계를 본 승무원이 후방 램프를 향해 걸어가며 외쳤다.


“준비하십시오!!”


사이렌 소리가 크게 울리고 붉은색 비상조명이 회전하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두 사람이 강하를 위해 일어섰다. 혼을 빼놓는 분위기 속에서 심장 떨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쇠의 마찰음과 함께 후방 램프가 천천히 아가리를 벌리듯 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램프가 완전개방되자, 저 멀리 별을 뿌려놓은 것 같은 도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달은 이미 지평선에 붙어 사라지기 직진이었다. 하늘은 그저 도시가 내뿜는 빛을 머금고 어스름이 안개처럼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열린 램프를 통해 들어온 엄청난 바람이 수송칸 안을 뒤집듯 흔들어놓았다. 바람을 이겨내며 차분히 발걸음을 옮긴 정은정 과장이 출입구 가장자리까지 이동했다. 이제 사이렌 소리가 바뀌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출발!!!”


정은정 과장이 먼저 허공에 몸을 날렸다. 뒤이어 선우현 대리도 하늘로 뛰어들었다. 중력 그 자체에 몸을 맡긴 두 개의 인간이, 그렇게 땅을 향해 달려갔다.


/...!!!!/


한편, 정은정 과장과 선우현 대리가 강하를 준비하던 시간이었다. 부산 인근의 한 호텔방에도 비상이 걸렸다. 마치 스위치를 켠 듯, 단탈리온이 침대에서 솟구치듯 일어섰다. 그는 급하게 책상을 향해 달려가 전화를 들었다. 누군가가 받자 그가 소리쳤다.


/(이하 영어) 적입니다!!! 목표는 VP 추출기!!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시스템이 힘을 발하는 건 이런 위기상황이었다. 검은색 나무는 자신들이 적진 한 가운데에 있다는 걸 잊지 않았고, 기습을 상정한 훈련과 시스템을 준비했다. 어쩌면 국가라는 시스템에 얽혀 있는 9국보다도 더 진보한 모습이었다. 24시간 작동하는 전용 무선 통신망과, 간략화된 신호 체계를 통한 원거리 집결 시스템(일종의 삐삐와 같은 것) 등은 유연하면서 집중적인 전력 투입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이 지속적인 훈련을 통한 시스템 운영은, 얼마 전 상어가 채휘를 구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대응을 끌어내고 있었다. 전화를 받고 일어난 포도스트로마의 지시가 이어졌다. 상대는 하이포크리알레스였다.


/적 구성은?/

/[볼리셔니스트 두 명입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하얀 마녀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방어 벙력은?/

[/볼리셔니스트 둘이 현재 상주중입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초계(哨戒)는?!/

[/십 분 정도 걸릴 거 같습니다.]/


10분이라는 대답을 들은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십 분?! 너무 늦어!!/


조금 고민하던 포도스트로마가 분노하며 말했다.


/포탈을 쓴다!! 발바토스를 투입시켜!! 지금 당장!!!!/


쾅 소리와 함께 수화기가 부서지듯 제자리에 놓였다.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었다. 놈들의 목적은 명확했다. 기습으로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다분히 이쪽에 예지가가 있음을 상정한 접근이었다.


/젠장./


아마도 벌크선 침입 당시 이쪽의 대응을 보고 내린 판단이겠지. 적의 정황 파악 및 정보 분석 능력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거기에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즉각적인 반격까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는 대응이었다. 유럽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 피어올랐다. 두려움이었다. 볼리셔니스트 룰 - 대치 - 을 깬 건 검은색 나무 자신들이었지만, 포도스트로마는 적들이 한동안 볼리셔니스트의 룰에 묶여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민간인 피해 등을 생각하면 자신들을 다시 룰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최근의 경부선 등 의지선 공격(의도적으로 민간인 피해는 피한)도 양동의 목적뿐만 아니라, 적들로 하여금 이러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함도 있었다.


/‘하지만... 놈들은 다르게 대응했다. 그것도 빠르게’/


문제는 적들의 반응이었다. 포도스트로마의 생각처럼 방향도 달랐고 속도도 상상을 뛰어 넘었다. 의지선 공격이 있고 불과 사나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 결계로 보호받는 VP 추출기에 대한 직접 공격이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이라도 했던가. 더구나 항공기를 이용한 강하라면 군과의 협력도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적도 총력전이다...’/


기술적으로는 자신들이 앞설지 몰라도, 여기는 엄연히 적진 한 가운데였다. 적이 가진 패가 더 많았다. 거기에 볼리셔니스트의 룰에서 벗어난 적들이 과연 어떤 수를 들고 나올 것인가. 막연했던 불안감이 점점 더 증폭되고 있었다. 만약 VP 추출기를 잃으면 장기전이고 뭐고 모든 것이 어그러질 터였다. 불안감에 포도스트로마가 다시 전화를 들었다.


/절대 잃어선 안 돼! 전력으로 막아!!/


정은정 과장은 고글 너머로 선우현 대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낙하산 전개 신호를 기다리며 초조한 심장 박동 소리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 멀리 지평선과 도시의 불빛들은 마치 자신을 감싸듯 넓게 펼쳐진 상태였다. 얼핏설핏 지상의 구조물들의 형태가 보이자 초조함은 더더욱 커져갔다. 손목의 고도계를 보던 선우현 대리가 손가락을 크게 들었다. 폈던 세 개의 손가락이 하나씩 접혀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먹을 쥐었다. 신호였다. 이어셋으로 선우현 대리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지금입니다!!]


HALO 강하의 가장 큰 문제는 낙하산 전개시에 발생하는 소음이었다. 고속으로 떨어지고 급격히 감속하기에, 그 소리는 거의 폭탄 터지는 것과 맞먹었다. 하지만 볼리셔니스트이기에 이 문제는 해결 가능했다. 낙하산을 펼침과 동시에 아래쪽으로 소리를 막을, 거대한 차폐막을 법칙으로 펼친 것이었다.


‘됐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서 법칙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소리를 벽에 부딪쳐 지상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하늘로 다시 올라갔다. 이제 아래쪽 시야는 산과 숲으로 가득 찼다. 정은정 과장은 기억 속에서 지형과 항공사진을 떠올렸다. 위치는 지금보다 좀 더 남쪽이었다. 낙하산 끈을 당기자 조금씩 방향이 바뀌었다. 강하 속도와 방향이 자리를 잡았다. 낙하산의 버클에 손을 얹었다. 이제 숲과 나무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왔다. 그녀가 양손에 힘을 줘 버클을 당겼다. 팅 소리가 크게 나면서 어깨끈이 낙하산과 분리되었다.


“간다--!!!”


공중에서 낙하산 배낭을 찢듯이 벗어 던졌다. 홀가분해진 몸 위로 표막이 자리 잡자, 그녀의 몸이 로켓처럼 목표 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시야가 흔들리면서 눈앞이 핑 돌았다.


‘결계...!!!’


그러나 이내 눈은 정상을 되찾았다. 약물의 작용을 확인한 정은정 과장 눈앞의 풍경이 구름처럼 천천히 흩날렸다. 정면의 울창한 숲 일부가 지우개로 지우듯이 사라졌다. 믿을 수 없는 모습에 그녀는 고글 위로 손을 비볐다. 그리고 숲 일부가 사라진 곳에, 지름 15m 정도의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 정상 인근이었음에도 그곳은 평탄했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자 공터 안에서 몇 개의 인공물들도 확인했다. 목표지점이 확실했다. 정은정 과장이 이를 깨물었다.


“목표 확인!!”

[저도 확인했습니다!!]


선우현 대리도 같은 모습을 선우현 대리는 조금 뒤쪽에 있었다. 먼저 돌입을 시도하는 그녀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금속성의 물체가 날카로운 반사광을 보였다. 바로 전의 작전에서 입수한 「표막을 뚫는 권총」이었다. 폭발물 설치 시간을 버는 것이 작전에서 최우선인 만큼, 적의 접근을 원거리에서 막을 물건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권총은 이러한 목적에 제격이었다.


‘잔탄 20발...!!’


작가의말

부정기 연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ㅡㅜ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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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11화 : 폭풍(Storm) (4-3) 23.04.16 16 0 19쪽
240 11화 : 폭풍(Storm) (4-2) 23.04.10 14 0 11쪽
239 11화 : 폭풍(Storm) (4-1) 23.04.02 10 0 13쪽
238 11화 : 폭풍(Storm) (3-5) 23.04.02 14 0 9쪽
237 11화 : 폭풍(Storm) (3-4) 23.03.26 14 0 11쪽
236 11화 : 폭풍(Storm) (3-3) 23.03.26 7 0 12쪽
235 11화 : 폭풍(Storm) (3-2) 23.03.19 16 0 11쪽
234 11화 : 폭풍(Storm) (3-1) 23.03.19 10 0 11쪽
233 11화 : 폭풍(Storm) (2-5) 23.03.12 13 0 12쪽
232 11화 : 폭풍(Storm) (2-4) 23.03.12 16 0 13쪽
231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1 0 12쪽
230 11화 : 폭풍(Storm) (2-2) 22.07.30 25 0 14쪽
229 11화 : 폭풍(Storm) (2-1) 22.07.17 24 0 16쪽
228 11화 : 폭풍(Storm) (1-3) 22.07.03 36 0 11쪽
227 11화 : 폭풍(Storm) (1-2) 22.06.26 35 0 15쪽
226 11화 : 폭풍(Storm) (1-1) 22.06.18 44 0 12쪽
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2 0 19쪽
224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7 0 11쪽
» 10화 : 폭격(Bombardment) (6-3) 22.05.29 38 0 11쪽
222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0 0 12쪽
221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5 0 11쪽
220 10화 : 폭격(Bombardment) (5-7) 22.05.01 47 0 13쪽
219 10화 : 폭격(Bombardment) (5-6) 22.04.10 41 0 11쪽
218 10화 : 폭격(Bombardment) (5-5) 22.04.02 39 0 12쪽
217 10화 : 폭격(Bombardment) (5-4) 22.03.28 47 0 12쪽
216 10화 : 폭격(Bombardment) (5-3) 22.03.26 41 0 12쪽
215 10화 : 폭격(Bombardment) (5-2) 22.03.20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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