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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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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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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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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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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 폭풍(Storm) (3-3)

DUMMY

오랫동안 행방불명이었던 「폭풍의 현자」가 남한에 있었다. 그는 자신들 계획의 전모를 알고 있었다. 더구나 악마가 활동하는 이상, 게이트와 포탈의 존재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 게이트와 포탈을 파괴하고 싶다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치는 모른다고 봐야겠지./


건설현장은 결계로 잘 위장되어 있었다. 위성으로도 확인은 불가능하리라. 거기에 플라타너스 - 상어 - 도 위치만큼은 알지 못했으니, 장소가 노출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트와 포탈을 파괴하는 건 불가능했다. 더구나 지금은 포도스트로마가 총공격을 예고한 상태. 9국에게 볼리셔니스트를 침투시킬 여유 따위는 없었다.


/단순한 공작원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애쉬가 버건디의 생각을 잡듯이 말했다. 버건디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일말의 불안감은 남아 있었다. 바로 발견된 장소 때문이었다.


/헌데 곡산이라. 애매한 위치네./


그곳은 포탈과 게이트 건설현장에서 동남쪽으로 약 50km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멀다면 멀었지만 가깝다고 볼 수도 있었다. 거기에 평양-원산 고속도로의 중간 지점이었다. 남조선 공작원들은 그런 곳을 접선지로 잡았다. 뭔가 의미가 있어 보였다.


/목표가 평양이라면 반드시 들려야 할 겁니다. 아마 동해안으로 들어와 평양에 잠입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 평양원산 고속도로 중간 지점이지?/

/네. 고속도로를 타면 곧장 평양 남부입니다./


버건디와 애쉬는 이미 북한 지리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교통망에 대한 지식은 어지간한 관련자보다도 많았다. 이는 볼리셔니스트의 특성 때문이었다. 볼리셔니스트가 영지(靈地)를 얻고 지키기 위해서는, 「의지망」과 그 위를 흐르는 「의지흐름」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 「의지망」은 일반적으로 교통망의 구조와 일맥상통했다. 뻗어나가는 길은 인간의 의지를 상징하고 또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기에. 곧 둘은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버건디는 생각에 잠긴 채 가만히 서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애쉬에게 물었다.


/공작원들이 차를 가지고 이동했다고 했지?/

/네./

/....../


고민이 좀 더 이어졌다. 버건디는 그 표정 그대로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책상 위에 펼쳐진 지도로 간 그녀가, 사이트Site 인근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말했다.


/지금 가용한 볼리셔니스트는?/


애쉬가 대답했다.


/스물 세 명입니다./

/뭔가 해야겠어. 리 상장은 싫어하겠지만... 곡산에서 평양 사이 통제지점에 볼리셔니스트를 파견해. 최소 두 명씩./

/허락할까요?/

/만일에 대비한다고 해./

/알겠습니다./


조금은 만족한 표정으로 버건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움직이던 손가락이 문득 어딘가에서 멈췄다. 바로 곡산군 북쪽에서 발원하여 사이트Site를 지나 대동강에 연결되는, 대동강 남측 지류인 남강이었다. 구불구불한 강 형태를 바라보던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바이올렛의 예지 범위는... 아직 사이트까지 미치지 못하지./

/네./

/남강과 사이트 중간 지점에 볼리셔니스트를 배치해./

/네?/

/경계 형태는 2형(形)으로... 여기서 여기까지./


버건디의 손가락이 사이트와 곡산 사이 한 지점을 중심으로 원형을 그렸다. 경계 거리는 대략 40km 정도였다. 그것을 본 애쉬가 말했다.


/이 정도면 최소 일곱 명은 투입해야 될 거 같습니다만./

/투입해. 느낌이 이상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이트Site의 경계수준을 올려.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네. 버건디./


버건디는 미묘하게 목 뒤를 간질이는 느낌에 고개를 흔들었다. 기우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타이밍도 장소도 뭔가가 찝찝했다. 거기에 포도스트로마의 말도 있었으니 준비해서 나쁠 건 없겠지. 버건디가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면서 말했다.


/난 신탁Oracle에 들어가겠어. 나중에 연락할게./

/알겠습니다. 버건디./


이렇듯 리승배 상장과 버건디가 공작원 잠입을 알아내고 준비에 들어갔을 무렵이었다. 야음 속에서 곡산 북쪽, 남강 상류를 향하던 정은정 과장 일행도 무언가의 변화를 눈치 챘다. 능선 끝에 튀어나온 바위에 몸을 숨긴 그들은, 머리만을 내민 채로 아래쪽 평양원산 고속도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군용 트럭이에요. 병사들이 타고 있어요.”


정은정 과장이 윤민서 대리가 내민 쌍안경을 받아 들었다. 시야 안에 분주히 움직이는 서너 대의 트럭이 들어왔다. 트럭은 평양원산 고속도로를 타고 원산 방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일렁거리는 전조등과 차폭등은 등화관제(燈火管制) 상황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지만, 줄지어 가는 분위기는 뭔가 이상했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물론 저 병력과 맞닥트릴 일은 없었다. 그러나 적들도 볼리셔니스트의 직접 침투를 겪은 이상, 보이는 것 이상의 다른 대응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들킨 걸까요?”

“침투 자체는 발각되었다고 보는 게 나을 거야.”


자세를 낮추며 묻는 선우현 대리의 질문에 정은정 과장이 대답했다. 선우현 대리가 뒤쪽에 내려둔 배낭 위, 나무상자를 한 번 바라보았다.


“혹시 접선책이?”

“설마. 그럼 최악인데.”


정은정 과장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목표와 시간이 멀지 않은 상황. 여기서 돌아간다는 건 불가능했다. 실패란 있을 수 없었다.


“일단 예정대로 진행한다.”


세 사람이 다시 북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남강 상류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10km. 지금부터는 체력 안배를 위해 산지가 아닌 평지에 가까운 곳으로 루트를 잡았다. 다만 그만큼 인구밀집지역을 통과해야 하므로, 속도 자체는 떨어졌다. 그들은 불안감을 안고 산과 평지의 경계를 전진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새벽이 가까워졌다. 넘어가는 달빛이 만든 거대한 산 그림자가 사방을 몇 개의 격자로 갈라놓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감해진 윤민서 대리의 코가 희미한 물 냄새를 감지했다. 강이 가깝다는 신호였다. 정은정 과장은 조심스럽게 지도를 펴 지형을 확인했다. 도로와 산의 형태에서 위치를 확인한 그녀가 뒤쪽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낮게 울리던 발소리가 멈췄다. 윤곽선 교란 법칙을 최대로 끌어올린 정은정 과장은 바위에 몸을 기댄 채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의 눈앞에 굽이쳐 흐르는 커다란 강이 나타났다. 바로 대동강의 지류인 남강이었다. 지류라고는 해도 상당한 규모였다. 굽이쳐 흐르는 강은 유럽의 어지간한 강과도 비교될 크기였다. 하지만 갈수기라 그런지 수면은 상당히 낮아져 있었다. 경계선이 명확하게 보일 정도였다. 정은정 과장이 손짓하자 윤민서 대리가 머리를 가까이 가져갔다. 정은정 과장이 말했다.


“내 뒤 500m. 알겠지?”

“네.”


목표까지 남은 거리는 50km. 2/3 이상을 주파한 지금부터는 접근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바로 예지망 때문이었다. 상어의 정보대로라면 목표 인근을 방어할 수 있는 예지망은 없었다. 하지만 「바이올렛」이라는 예지가가 북한에 있는 것은 확실했고, 그녀가 예지망을 넓혔을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예지망이 작동하면 침투 경로가 발각되어 기습당할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정은정 과장이 선두에서 예지망 가동 여부를 확인하는 「미끼」가 되고, 그 반응 여부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팀장님한테는 비밀이야.”

“물론이죠.”


장난스러운 정은정 과장의 말에 윤민서 대리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녀가 단독, 그것도 선두에 선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한강진 국장은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정은정 과장이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네 시 오십분이었다.


“일출 전까지 5km는 이동해야 해. 가자.”


해가 뜨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한 시간 남짓. 기도비닉 수준을 높인 채 험지를 이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볼리셔니스트에게도 쉽지 않은 거리였다. 먼저 발을 내딛은 정은정 과장이 깊은 한숨을 속으로 들이쉬었다. 답답해진 그녀는 시선을 들어 하늘을 향했다. 아까보다 별빛이 더 성했다. 별들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고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순간 하늘이 보여주는 평안함과, 지금 자신들이 있는 지상의 번잡함이 큰 차이로 다가오며 가슴을 두드렸다. 그녀는 이를 깨물며 감상적으로 변한 심장을 진정시켰다. 발이 무거웠다.


깊은 밤이었지만 서울에서도 작전 준비가 계속되고 있었다. 두꺼운 커튼 사이사이로 흘러나온 불빛은, 아직 사람들이 깨어있음을 말했다. 2층 작전통제실은 특히나 분주했다. 여러 사람들이 작전을 검토하고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있었다. 거기에 눈에 보이는 큰 변화도 있었다. 바로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수십 대의 모니터였다. 그렇게 격자형으로 쌓인 모니터 옆으로는 복잡한 전자장비들이 어지러이 서 있었다. 그 옆으로 정리되지 않은 수 십 가닥의 전선은, 이 장비들이 최근에 설치되었음을 얘기하고 있었다.


‘......’


지휘통제실 중간 사령(使令) 자리에는 한강진 국장이 앉아 있었다. 그는 자기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커피잔을 기울였다. 그러다 피곤한 듯 잠깐 의자에 몸을 기댔다.


‘휴.“


준비한 것들은 거의 끝나갔다. 가장 큰 건이었던 주민 소개 준비도 90% 정도 완료되었다. 미군을 비롯한 외부 지원, 병력 배치, 폭발물 설치 등도 대부분 마무리되었다. 이만하면 적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들었다. 거기에 가장 큰 문제도 해결 수순에 들어갔다. 바로 약물을 쓴 적에 대한 예지였다. 물론 한 번 예지하는 데에 10분 이상이 걸리는 단점이 있었지만, 적의 규모와 이동, 의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큰 성과였다. 실제로 민혜림 대리는 5월 5일, 6일 있었던 적의 정찰을 예지해 내는 데에 성공했다. 실제 대응 결과를 놓고 보면 오차가 좀 있긴 했어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


예지는 생각 외로 많은 정보를 드러냈다. 적은 루트를 다채롭게 바꿔가며 정찰을 시도했다. 더구나 약물을 쓴 상태, 약물 효과가 없어진 상태, 그렇지 않은 상태를 조합해가며 광범위하게 침투 경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얘기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작전 당일 일부 병력을 우회 침투시키겠다는 뜻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고민했다. 분명 적은 오늘도 정찰에 나서겠지. 주민 소개 정보를 감추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적을 서울 외곽에서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상대에 대한 예지 사실을 드러내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적은 우회 침투를 포기하고 모든 전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할 터였다. 하지만 만약 지금까지와 동일하게 대응한다면, 적은 당연히 작전 당일 우회 침투를 시도할 것이 분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기습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겠지. 둘 다 장단점이 뚜렷한 결정이었다.


결국 한강진 국장은 고민 끝에 예지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적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는 건, 한 타가 중요한 볼리셔니스트 전투에서 큰 이득이 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적절한 배치와 기습을 통해 적 전력을 서전에 크게 줄일 수 있다면, 전장을 넓게 쓴다는 정보가 넘어가는 건 감수할 수 있으리라 보았다.


북한에서 진행 중인 해왕성 작전도 원활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적과의 조우는 없었고 보급품도 무사히 수령했다. 몇 시간 전부터 적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큰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긴 심호흡을 했다.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__)(--)


그럼 남은 주말도 즐겁게 보내십시오:)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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