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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님의 서재입니다.

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4.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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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2,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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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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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 : 폭격(Bombardment) (6-4)

DUMMY

착지 5초 전, 정은정 과장이 공터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를 확인했다. 이제는 적들도 이쪽을 확인한 것 같았다. 두 명이었다. 당황 속에서 칼을 뽑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궤도를 보고 강하 위치를 추측한 적들이 위치를 옮겼다. 그러나 그녀는 거의 착지 직전, 표막으로 압축공기를 뿜어내어 궤도를 바꿨다.


/!!!/


놀란 적의 칼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머리 하나 거리를 스쳐 뒤를 잡은 정은정 과장의 칼이 그대로 적의 등을 꿰뚫었다.


/크어어...어걱.../


익사자의 그것과도 비슷한, 마지막 날숨이 피와 함께 쏟아져 나왔다. 정은정 과장은 전투력을 잃은 상대를 이용하여 교묘하게 시선을 가렸다. 달려들던 나머지 한 명의 적이 움찔했다. 이 찰나를 노린 그녀가 시체를 왼쪽으로 쓰러트리며, 오른쪽으로 달려들었다.


/!!!/


무너지는 동료의 모습이 시선을 빼앗긴 0.1초. 그 시간은 그에게 죽음을 가져왔다.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잔상이 스러지며, 연결고리를 잃은 머리 하나가 허공으로 날았다가 땅에 떨어졌다. 아직 착지 전이던 선우현 대리는 하늘에서 이 장면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저번 전투에서는 정신이 없어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제대로 목도한 그녀의 전투력은 그야말로 괴물 같았다. 자신도 한때 총을 쓰는 살인기계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저 모습은, 어쩌면 그보다도 더 정교하면서 소름 돋는 모습이 아닌가. 순간 차환준 중사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그러나 지금은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끝났어. 설치 들어가자.”

“네.”


정은정 과장이 착지한 그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선우현 대리가 배낭을 열어 폭발물을 꺼내면서 시설을 수와 크기를 가늠했다. 그러다 낯익은 물건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며칠 전 배 선창 안에서 본 물건이었다. VP 추출기였다.


“저건...”

“맞아. 용케 건졌나보네.”

“내구성이 엄청나나봅니다. 최소 두 개씩은 설치해야겠는데요.”

“알겠어.”

“채널은 4번입니다.”


무선으로 기폭 가능한 원격신관과 블록형의 폭약을 받은 정은정 과장이 곧바로 설치에 들어갔다. 그녀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폭약에 신관을 장착했다. 폭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장비 안쪽 깊숙한 곳에 설치했다. 작년까지라면 볼리셔니스트가 폭발물을 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복잡해진 상황은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었다. 발전기와 저장소를 비롯하여 여러 장비들에 폭탄을 설치했다. 하지만 초조함에 손이 미끄러지고 시야는 자꾸만 먼 곳을 향했다. 적들이 달려들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나 거의 5분이 지난 지금도,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


모를 리가 없었다. 이때 한 가지 가능성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불안한 직감이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그것이 맞았을 때의 충격 때문이겠지. 그러나 틀림없었다. 최근에는 나쁜 직감이 더 잘 맞고 있었다. 공터 한 부분의 공간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눈의 착각이 아니었다.


“...!!”


선우현 대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역시 놀란 얼굴로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세 군데 남았다는 얘기였다. 곧 허공에 푸른빛을 내뿜는 원형의 경계면이 만들어졌다. 정은정 과장이 폭발물 설치를 멈추고 칼을 뽑아들었다. 선우현 대리가 소리쳤다.


“과장님!!”

“내가 막는다! 나머지 빨리 설치해!!”


포탈 너머로 일렁거리는 어둠에서 그림자 하나가 튀어 나왔다. 잔류 전기를 온몸에 뒤집어 쓴 채로 이쪽 공간으로 이동한 그림자는, 일어나 먼지 털듯이 손으로 몸을 툭툭 쳤다. 말끔한 양복 차림의 남자였다. 그리고 그의 등에는 거대한 엽총이 메여 있었다. 인상착의를 확인한 정은정 과장의 표정이 급변했다.


“저놈은...!!”


분명했다. 저 「악마」는 일전에 HQ를 습격하고 동료의 목숨을 앗아간 놈이었다. 순간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린 그녀였다. 하지만 전투본능만큼은 냉정했다. 그녀는 달려드는 대신에 곧바로 총을 꺼내어 방아쇠를 당겼다. 악마 역시 총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보고는 양손을 들어 방어했다.


/!!!!/


악마의 표막을 뚫고 들어간 총알이 피부를 두들기는 동안, 정은정 과장이 빠르게 접근했다. 상대가 당황한 그 순간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으랴아-!”


순식간에 바로 앞까지 접근한 그녀가 공격을 퍼부었다. 초음속이 만든 충격파가 주변 공간과 땅을 찢어놓듯이 퍼져갔다. 불의의 기습을 받은 악마가 버티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구르듯 숲을 향해 날아갔다. 부딪힌 나무가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몇 그루의 나무가 위치를 달리하며 옆의 나무에 기대듯 쓰러졌다. 피어오른 연기가 어둠 속에서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선우현 대리가 소리쳤다.


“과장님!”

“기다려! 아직...!!”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마지막 나무가 부러진 곳에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허공을 마치 자기 마음대로 그은 선처럼 그려가며 날아든 악마였다. 엄청난 기세로 두 개의 호가 부딪혔다. 폭발에 버금가는 폭연이 피어올랐다. 표막을 두드리는 흙먼지의 폭풍 속에서, 정은정 과장과 악마의 눈이 마주쳤다. 사냥꾼의 눈을 크게 뜬 악마가 입을 열었다. 어설픈 한국말이 한 끗의 죽음 앞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발바토스, 발바토스!! 너는!!!”

“정... 은정!!!”


그녀가 쥐어짜듯 이름을 부르며 발바토스의 칼을 쳐 날려버렸다. 그렇게 통성명이 끝나고 곧바로 공방이 이어졌다. 인간 형태의 발바토스와 정은정 과장, 두 야수의 싸움은 그야말로 호각이었다. 문득 발바토스의 눈에 또 다른 사람의 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기계에 붙어 무언가를 만지는 모습이었다. 순간 눈동자가 흔들리며 잔상이 화염처럼 피어올랐다.


“어딜-!!”


하지만 페이크에 속을 그녀가 아니었다. 잔상을 미끼로 선우현 대리에게로 향했던 경로가 차단당했다. 발바토스가 불만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상대는 나다!!”


전혀 기죽지 않는 모습에 발바토스도 조금 당황한 거 같았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발바토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마치 시간이 쪼개지듯이, 공간이 가루처럼 부서지듯이, 어둠을 찢어발기며 발바토스의 한정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을 뒤흔드는 공포가 손톱처럼 마음을 파고들었다. 거의 정은정 과장 두 배는 됨직한, 육중한 발바토스가 허공을 향해 포효했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공을 위해 품에 뛰어들었다.


“간다!!!”


한편, 서울의 한 병원에도 심각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1인실 안의 두 사람은 모두 깨어있는 상태였다. 지수와 지애림이었다. 이때 지애림이 흠칫 놀라며 양손을 쥐었다. 발바토스의 한정형태 변화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래.”


침대에 누운 채 상채를 일으킨 지수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애림이 걱정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이러다가 혹시...”

“아냐. 절대 그렇지 않아.”


지수가 도리질을 쳤다. 그녀가 쉽게 당할 리 없었다. 예언을 뒤집을 유일한 희망이, 여기에서 스러질 수는 없었다. 부상이 덜했다면 자신도 지금 저 장소에 있겠지만... 그러나 가정은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저 지금은 정은정 과장이 공포를 이겨내고 악마를 직시(直視)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


그는 얼마 전, 「홀리Holy」에 대하여 한강진 국장과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때 그는 「홀리Holy」가 「악마를 대하는 방법에 삶의 방식이 투명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홀리는 정화의 감정과 분노를 근원으로, 공포를 이겨내고 악마를 악마로 보지 않을 때 발동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포를 이겨낸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수는 이 구절을 빼고 말했다.


「악마는 인간의 공포를 먹고 자란다」


공포를 언급할 수는 없었다. 공포 그 자체에 집착하는 순간, 인간은 더 큰 공포를 가지게 되니까. 오직 공포 그 자체를 부정할 때만이, 홀리Holy를 손에 얻고 악마를 이겨낼 힘을 가지게 되니까.


“인간이 의지를 먹고 산다면, 그 대칭에는 공포를 먹고 사는 악마가 있지.”

“......”

“과정에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악마는 인간을 이길 수 없어. 그건 진리이자 명제야. 솔로몬이 악마를 길들일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의지가 공포를 극복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맞아. 그 극복이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한정형태로 변한 발바토스는 그야말로 전투의 신과 같은 위압을 뿜어냈다. 공기를 찢어내는 포효에 숲이 벌벌 떨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폭발물을 설치하던 선우현 대리가 떨리는 아래턱을 부여잡으며 귀를 막았다. 그는 공포에 숨을 몰아쉬며 연신 침을 삼켰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전투 장면 앞에서 흔들리는 두 다리를 부여잡았다.


“어떻게...”


정은정 과장은 무한한 공포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리치에 압도되어 물러설 법도 했건만, 계속해서 안쪽을 파고들며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저런 모습에서 무언가 현실적인 면을 찾은 선우현 대리도 흠칫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넋 놓고 있을 때가...”


그는 다시 손을 움직여 폭발물 설치를 계속했다. 그때였다. 이어셋이 울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두드렸다.


[악마가 나타났나?!]

“티... .팀장님?!”

[그때 그놈인가?!]

“네...!! 그렇습니다. 긴 총을 가진...!!”

[정 과장은?! 괜찮나?!!]

“지금 전투 중입니다... 설치는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빨리 마무리하고 물러나!!]

“알겠습니다!!”


항상 냉정한 줄만 알았던 한강진 국장의 감정 넘치는 목소리에, 선우현 대리의 정신도 정말로 번쩍 들었다. 무뎌졌던 손이 빨라졌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이햐 영어)‘도대체 뭐냐?!’/


발바토스는 적의 움직임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홀리Holy 없이 인간의 몸으로 자신을 여기까지 밀어붙인 존재가 지금껏 있었던가?! 갑자기 기억 한 구석에서 불쾌감이 일어났지만, 역시 기억하는 한에서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저 파리 같은 적은 분노에 찬 눈빛의 궤적을 비춰가며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싹은... 꺾어야 하는 법!!!’/.


불안과 당황을 잠재우며 발바토스가 반격에 나섰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공격이 공간을 잠식하며 날아들었다. 쫙 펼친 다섯 개의 손톱은 소닉붐을 만들며 커다란 반원을 그려갔다.


“!!!”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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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11화 : 폭풍(Storm) (2-5) 23.03.12 14 0 12쪽
232 11화 : 폭풍(Storm) (2-4) 23.03.12 17 0 13쪽
231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2 0 12쪽
230 11화 : 폭풍(Storm) (2-2) 22.07.30 2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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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11화 : 폭풍(Storm) (1-3) 22.07.03 36 0 11쪽
227 11화 : 폭풍(Storm) (1-2) 22.06.26 35 0 15쪽
226 11화 : 폭풍(Storm) (1-1) 22.06.18 44 0 12쪽
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2 0 19쪽
»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8 0 11쪽
223 10화 : 폭격(Bombardment) (6-3) 22.05.29 38 0 11쪽
222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1 0 12쪽
221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5 0 11쪽
220 10화 : 폭격(Bombardment) (5-7) 22.05.01 49 0 13쪽
219 10화 : 폭격(Bombardment) (5-6) 22.04.10 41 0 11쪽
218 10화 : 폭격(Bombardment) (5-5) 22.04.02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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