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플나. 님의 서재입니다.

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4.26 22:49
연재수 :
247 회
조회수 :
17,818
추천수 :
127
글자수 :
1,392,021

작성
23.04.10 23:07
조회
18
추천
0
글자
11쪽

11화 : 폭풍(Storm) (4-2)

DUMMY

이제는 행위에 열중하는 리승배 상장을 이끌면서, 버건디는 진실이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이 나라의 권력은 아직 자신들의 진정한 목적을 알지 못했다. 만약 최후의 목표를 달성하여, 거대한 대륙이 이 나라 위에 내려앉는 것을 보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버건디는 양팔을 뻗어 리승배 상장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침실로./


두 사람의 행위는 계속되었다. 버건디는 침대 위에서 야릇한 환희에 몸을 떨었다. 그러면서 포도스트로마의 작전이 24시간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그릇의 확보 여부를 떠나서 남한의 경쟁자들은 세력을 감추겠지. 그러면 조금은 느긋하게, 다음 계획을 진행할 수 있겠지. 그녀는 지금만큼은 필요해서가 아닌,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침대 위를 채워나갔다. 그렇게 한 시간 반 가량이 흐른 뒤였다. 다른 의미로 땀에 젖은 그녀가 침대 옆 스탠드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조금 쉴게요./

/그래./


틱 소리와 함께 노란색 조명이 침대와 방 한쪽을 밝혔다. 리승배 상장은 긴장이 풀린 듯 침대에 누운 채 눈을 감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버건디는 얇은 가운만을 걸친 채 응접실로 나왔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던 브랜디를 들어 잔에 따랐다. 그녀는 반 쯤 찬 잔을 들어 한 번에 비웠다. 뜨거운 알코올 기운이 온몸에 돌았다. 그녀는 향만 남은 잔을 든 채, 어둠에 쌓인 창가로 이동했다. 그때였다.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버건디가 문으로 뛰어갔다. 애쉬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버건디! 버건디!! 긴급 상황입니다!!/

/애쉬?!/


버건디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애쉬가 숨을 고르면서 허겁지겁 말을 주워 삼켰다.


/볼리셔니스트...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뭐?!!!/

/사이트 동쪽 약 20km, 남강 상류 인근입니다./

/확실해?!/

/네. 의도적으로 발자국을 지운 흔적이 있었습니다. 법칙이 틀림없습니다./


애쉬가 가져온 봉투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 들었다. 사진을 받은 버건디는 바닥을 찍을 때 플래쉬를 터트려 하얗게 뜬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잠시 뒤 그녀의 미간이 급하게 일그러졌다. 보통사람이라면 알아차리지도 못할 희미한 자국이 땅에 남아 있었다. 분명히 법칙으로 발자국을 지운 흔적이었다. 버건디가 고개를 내밀어 복도 좌우를 살피면서 물었다.


/시간은? 인원은?/

/발견은 삼십분 전입니다. 일단 한 명이고, 흔적 강도로 봐서는 발견 전 한 시간 전 쯤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향은?/

/동에서 서쪽입니다./


사이트 방향이었다. 버건디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추적은?/

/산악지역으로 들어가면서 끊겼습니다./

/젠장. 마젠타가 있으면 좋을 텐데.../


뛰어난 추적자Tracker인 마젠타라면, 극도의 희미한 흔적으로도 적의 뒤를 따라붙을 수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마젠타는 부산에서 공격을 준비 중이었다. 잠깐 고민하던 버건디가 뭔가 결심한 듯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사이트에 비상 걸어. 경계망은 현 시점으로 해제하고, 볼리셔니스트는 모두 사이트로 집결시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방어에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래./


버건디의 명령을 받은 애쉬가 복도 저편으로 달려갔다.


/젠장. 어떻게 여기를.../


문을 닫은 버건디는 다급히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책상 위에, 이미 펼쳐져 있던 지도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녀의 손은 침입 루트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까 남조선 요원과 접촉했다는 공작원이 잡힌 곳이.../


이 흔적은 분명 접촉했다는 「남조선 요원」의 것이 분명했다. 적 공작원이 내뱉은 정보인, 「차를 타고 이동했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얘기겠지. 결국 가용한 루트는 다음과 같았다. 동해안 또는 육로로 침투하여 곡산 인근에서 접촉, 그리고 남강을 따라 사이트를 향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남한에서 볼리셔니스트가 여기로 왔다는 건, 지금 있는 누군가를 차출했다는 뜻이었다. 포도스트로마의 전면 공격이 임박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상식적이지 않았다. 아니면 다른 가능성이 있었다. 바로 침입자가 미국 볼리셔니스트라는 것. 그러나 그것도 확률이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현 시점 미국에서 대치중인 SOSS의 인력 변동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당기간 교전한 결과 검은색 나무는 「실루엣Silhouette」의 요원들을 거의 다 명단화 해놓고 있었다. 다른 문제도 있었다. 바로 포탈과 게이트를 어떻게 알았냐는 것이었다. 착공 후 결계 설치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일주일 남짓. 아무리 미국의 위성이 하늘을 헤집고 다닌다고 한들, 그 사이에 사이트를 발견했으리라고 믿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한 명 -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 으로 포탈과 게이트를 파괴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핵폭탄이라도 짊어지고 오지 않는 이상, 많아봤자 서 너 명의 전력만으로는 파괴가 불가능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적이지 않았다. 그냥 적 볼리셔니스트가 침입한 건 사실이지만, 「우연히」 인근을 지난 건 아닐까. 일견 이런 생각이 타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낙관적인 가정은 금물이었다. 현 상황이 안전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뒤쪽에서 피곤한 목소리의 리승배 상장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상장. 일이 커졌어요./

/?/

/적 볼리셔니스트가 침입해 왔어요. 목표는 아무래도 포탈과 게이트인 것 같군요./

/뭣...!!!/


놀란 리승배 상장을 뒤로하고, 버건디는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옷을 챙겨 입었다. 그녀는 코트를 걸치면서 아까 전 보았던 신탁Oracle을 떠올렸다. 그러자 절로 혀가 움직이며 칫 소리를 냈다.


/‘혼란인가.’/


전체적인 맥락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부적인 면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모호함이 증가하면서 견고했던 신탁의 형태가 무너지는 중이었다. 리승배 상장 앞에서는 짐짓 감추긴 했지만, 어쩌면 더 초조한 쪽은 그가 아닌 자신일 지도 몰랐다.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얼마만인지도 몰랐다.


/‘하얀 마녀...‘/


신탁을 흔드는 변수의 핵은, 역시 9국의 「하얀 마녀」임이 분명했다. 쌍극자에 홀리Holy를 각성한 그녀는 지금 가장 강한 적이었다. 어쩌면 「폭풍의 현자」 이상의 위협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포도스트로마에게 계획 - 악마 세 체를 한정형태로 일거에 투입하겠다는 - 을 들었을 때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남아있는 VP(Volitional Power)를 모조리 소진하기에, 뒷갈망이 불가능한 벼랑 끝 작전이라 해도 말이다.


그런 혼란의 와중에 일어난 적 볼리셔니스트 침입이었다. 혼란에 혼란이 더해지는 형국이었다. 결국 돌다리도 두들겨 보듯, 하나하나 안전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준비를 끝낸 그녀가 샤워실 문을 열고 리승배 상장에게 말했다.


/상황실에 가 있을게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제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깨어나고, 방의 불이 하나 둘 켜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승배 상장과 버건디를 비롯, 검은색 나무의 주요 인력들과 공산당 담당자들이 검은색 나무 상황실에 모였다. 버건디는 들고 있던 한 장짜리 초동 보고서를 리승배 상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볼리셔니스트군요./


몇 가지 정보를 조합하자 현 상황의 윤곽이 드러났다. 적은 하나 이상의 볼리셔니스트를 침투시켰고, 그들의 목표가 포탈과 게이트일 확률이 높다는 것. 침투 루트는 남한에서 육로를 통해 온 것이 분명했다. 볼리셔니스트가 침입의 메인이 된 만큼 이 일은 자연스럽게 「검은색 나무」에서 맡게 되었다. 리승배 상장은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고서를 읽은 그가 짜증을 실어 말했다.


/하지만, 정말로 볼리셔니스트란 말인가?/

/물론이에요./


이번에 버건디가 건넨 것은, 현장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리승배 상장은 그것을 계속 보았다. 그러나 자신의 눈에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한숨과 함께 사진을 책상 위에 던졌다.


/여기 어디 흔적이 보인다는 건가?/

/..... 확실히 쉽게 보이지는 않겠군요. 애쉬./


리승배 상장의 물음에 버건디가 애쉬를 불렀다. 애쉬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네. 버건디./

/매트 부탁해./

/알겠습니다./


애쉬가 자리를 비우자 리승배 상장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날 놀리는 건가?!/


버건디가 그를 진정시키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이런 흔적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건 저희도 잘 알고 있어요. 따라서.../


애쉬가 돌아왔다. 그녀의 손에는 A4 용지 크기의, 부드러운 털이 가득한 매트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그것을 받은 버건디가 매트를 책상 위에 놓았다. 조심스럽게 털을 정리하여 정돈시킨 버건디가 손을 들며 말했다.


/이 손이 발이라고 하죠. 먼지가 가득한 곳에 발이 땅에 닿으면, 분명 큰 흔적이 생기죠./


그러면서 그녀는 손을 매트에 내리쳤다. 그러자 바람이 일면서 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법칙을 쓰면 얘기가 달라지죠./


버건디가 손을 떼고 다시 털을 정돈했다. 그리고 다시 같은 자세로 매트를 내리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언가에 바람이 막힌 듯, 털은 약간 움찔한 채로 멈췄다.


/하지만 와류 자체를 완전히 제어하지는 못해요. 결과적으로, 법칙 특유의 형태가 만들어지게 되죠./


버건디가 손을 떼자 리승배 상장도 움찔 할 수밖에 없었다. 매트 위에는 작은 소용돌이 여러 개가 만들어낸 자국이 일정한 패턴으로 나타나 있었다. 그가 다시 사진을 들었다. 매트 위에 보인 패턴들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비슷하군./

/법칙 자체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닌 건 다행이었어요. 만약 제가 사용했다면, 흔적조차 찾지 못했을 테니까요. 어쨌든... 이제 납득하시겠죠?/

/....../


리승배 상장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병력을 동원해 줘요. 가급적 많이. 그렇게 해서 적을 찾으면, 볼리셔니스트를 동원할 거예요./

/....../


리승배 상장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러자 버건디가 대담한 손길로 그의 가슴 위에 손가락을 흘렸다. 이어서 나온 그녀의 말은 유혹과도 비슷했다.


/충분하지 않았나요?/


* * * *


「프로메테우스 작전Operation Prometheus」 약 14시간 전인 1988년 5월 9일 월요일 9시 22분

부산직할시, 해연다카즈미 회의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부로 일이 바뀌어서(ㅜㅜ), 당분간 또 힘들어 질 것도 같습니다만, 최종화가 코앞이니 계속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항상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Volition : 1988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0523] 주요 설정 Ver. 0.1 (작성중) 20.05.23 202 0 -
공지 글에 관한 간단한 내용(본문 전에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1 20.02.22 314 0 -
공지 안녕하세요. 플나.입니다. +2 20.01.21 194 0 -
247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3-1) NEW 21시간 전 3 0 11쪽
246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2-3) 24.04.23 4 0 17쪽
245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2-2) 24.04.21 8 0 14쪽
244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2-1) 24.04.17 5 0 14쪽
243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1-2) 24.04.09 6 0 13쪽
242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1-1) 24.04.07 10 0 18쪽
241 11화 : 폭풍(Storm) (4-3) 23.04.16 26 0 19쪽
» 11화 : 폭풍(Storm) (4-2) 23.04.10 19 0 11쪽
239 11화 : 폭풍(Storm) (4-1) 23.04.02 14 0 13쪽
238 11화 : 폭풍(Storm) (3-5) 23.04.02 18 0 9쪽
237 11화 : 폭풍(Storm) (3-4) 23.03.26 16 0 11쪽
236 11화 : 폭풍(Storm) (3-3) 23.03.26 9 0 12쪽
235 11화 : 폭풍(Storm) (3-2) 23.03.19 18 0 11쪽
234 11화 : 폭풍(Storm) (3-1) 23.03.19 14 0 11쪽
233 11화 : 폭풍(Storm) (2-5) 23.03.12 15 0 12쪽
232 11화 : 폭풍(Storm) (2-4) 23.03.12 18 0 13쪽
231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3 0 12쪽
230 11화 : 폭풍(Storm) (2-2) 22.07.30 26 0 14쪽
229 11화 : 폭풍(Storm) (2-1) 22.07.17 25 0 16쪽
228 11화 : 폭풍(Storm) (1-3) 22.07.03 37 0 11쪽
227 11화 : 폭풍(Storm) (1-2) 22.06.26 36 0 15쪽
226 11화 : 폭풍(Storm) (1-1) 22.06.18 45 0 12쪽
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3 0 19쪽
224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8 0 11쪽
223 10화 : 폭격(Bombardment) (6-3) 22.05.29 38 0 11쪽
222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2 0 12쪽
221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6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