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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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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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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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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폭격(Bombardment) (6-1)

DUMMY

-6-


「히페리온Hyperion」 작전 사흘 후, 1988년 4월 25일 월요일 10시 14분.

경상남도 마산시 내서읍 용담리 인근.


청바지에 재킷을 걸치고, 운동화에 가까운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멘 몇몇의 남자들이 낮은 산의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선두에 선 남자 - 윤준석 부장 - 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옆에 선 최문식 과장 역시 손을 뻗어가며 이쪽저쪽을 살폈다.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 없이, 길을 잘 아는 등산가를 중심으로 초짜들이 모인 형태였다. 그러나 그들은 내서읍 인근의 의지흐름 이상현상을 살피러 온, 고공(한국고속선공사)과 안기부 9국 인원들이었다. 고공에서는 윤준석 부장을 비롯하여 3명의 인원이, 9국에서는 최문식 과장과 최재하 대리가 참여했다.


“자료대로라면... 슬슬 반경 안으로 들어갑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윤준석 부장이 먼 곳의 봉우리를 응시하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최문식 과장이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계」... 정신 바짝 차려야 될 거 같군요.”

“물론입니다.”


그는 긴장한 듯 침을 삼키며, 며칠 동안 있었던 이번 「칼립소Calypso」 작전의 추진 경과를 떠올렸다. 고공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당일인 4월 22일 금요일 오후였다. 한강진 국장의 명령으로 최문식 과장은 1차 협의를 위해 곧바로 고공을 찾았다. 윤준석 부장은 현재 가진 정보를 모두 보이며 그를 놀래게 만들었다. 작전에 참여할 인력의 인선도 이미 끝나 있었고, 그들 모두가 현장 지리를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보안은 걱정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조직입니다.”


윤준석 부장이 회의실 안에서 차렷 자세로 서 있는 4명의 남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다부진 체형으로 딱 봐도 다들 군인 출신이 분명해 보였다. 최문식 과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윤준석 부장이 말을 이어갔다.


“조만간 예산부를 예산처로 승격하고, 그 아래에 가칭 집행관리부를 두게 됩니다. 이들은 집행관리부 소속으로 전국의 측정기를 관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부의 관리직은 김강문 대리와 허진 과장이 맡을 겁니다.”


손짓에 김강문 대리와 허진 과장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두 사람 다 안면이 있었다. 특히 김강문 대리는 윤민서 대리가 상어에게 당했을 때, 목숨을 구해줬다고 했었다. 최문식 과장이 김강문 대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윤 대리가 자주 얘기하더군요. 조만간 기회 되면 같이 식사나 하시죠.”

“감사합니다.”


소개를 끝내고 이제 다들 자리에 앉았다. 윤준석 부장이 말하자 허진 과장과 김강문 대리가 곧바로 자료를 펼치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보고서를 포함한 각종 문서와 서식들이 올라왔다. 거기에 군사용으로 활용 가능할 수준의 대축척 지도와, 기밀에 가까운 항공측량 사진도 대량 준비되어 있었다. 2주 전부터 인지했다는 걸 보여주듯 최근에 찍은 사진이 다수 포함된 자료였다.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체계성이 보였다. 이는 이 조직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고 실제로 「가동」 중에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최문식 과장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꽤 놀라고 있었다.


‘하루 이틀 준비한 게 아니군.’


그는 한강진 국장이 얼마 전 말한 내용을 떠올렸다. 국장은 고공에 공식적으로 볼리셔니스트를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이를 수장부와 연결시켜 3지대에 가까운 볼리셔니스트 조직을 만드는 것이었다. 문제는 고공이 이 계획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지만.


‘하지만 조직을 준비했다는 말은...’


분명했다. 고공은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있을 거라는 걸 예상했다. 그들에게 역할이 주어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과장님. 설명드리겠습니다.”


준비가 끝나자 윤준석 부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의지흐름을 분석하는 방법론적 접근에도 큰 발전이 있었다. 노련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는 이상현상 발생 위치를 세세하게, 그러면서 치밀하게 접근해 나갔다. 마침내 그는 내서JC 인근의 울퉁불퉁한 지형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일 유력한 장소는 이곳입니다.”


윤준석 부장이 펜을 들고 지도 위 비닐에 커다란 원을 그었다. 대략 500m X 500m 정도의 범위였다. 그러면서 항공사진 하나를 꺼내 최문식 과장에게 건넸다.


“하지만 사진만 보면, 뭔가 있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언제 찍은 건가요?”

“저번 주입니다.”


사진을 받아든 최문식 과장이 눈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나 나무와 황무지가 섞인 장소에서 이상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사진을 내려놓았다. 틀림없었다. 평양 인근의 포탈과 게이트 사진에서 봤던 환경위장이었다. 예전에는 거대한 공사장이었던 곳이, 불과 며칠 상간에 숲과 황무지로 변한 그 사진이었다. 순간 정보 공유에 대한 한강진 국장의 말이 떠올랐다. 국장은 필요하다면 이쪽 정보도 모두 공개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이 필요한 때로는 느낌이 들었다. 최문식 과장이 나무 위쪽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위장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장이요?”

“저희가 가진 정보에 따르면, 적들은 광범위하게 환경을 위장할 수 있는 시설을 지니고 있죠.”

“환경... 이라뇨?”

“존재하지 않는 지형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무나, 그런 것들을요. 실제로 축구장보다 큰 공사장을 거의 완벽하게 위장한 사례도 있습니다.”


회의실 안이 순간 침묵에 잠겼다. 잠시 뒤 윤준석 부장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멋지군요. 역시 이 정도는 돼야지 현실감이 오는데요.”

“맞습니다. 요즘에는 진짜 정신없죠.”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공유하며 짧은 웃음이 회의실에 맴돌았다. 그 웃음의 끝을 잡고 최문식 과장이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게 있다고요?!”

“네. 「결계」입니다.”

“「결계」요?!”


염하린 대리가 VP 추출기 매뉴얼의 초벌 번역을 끝낸 건 히페리온 작전 다음날이었다. 엄청난 속도도 속도였지만, 내용은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이 물건이 기본적으로 추출기-저장소-송출기로 연결되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환경위장장치」와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는 「결계 생성장치」와도 연결이 가능함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계 생성장치」가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바로 얼마 전 HQ 습격에 적들이 사용한 그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야지(野地)에 설치할 수밖에 없는 장비이니, 환경을 위장하고 결계를 이용하여 방어한다는 개념이었다. 이 「결계 생성장치」에 대한 얘기가 끝나자 좌중의 분위기는 완전히 가라앉고 말았다. 윤준석 부장이 심각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볼리셔니스트까지 그렇다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는 말 아닙니까?”

“그럴 겁니다. 실제로 목표까지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

“방법은 있어요. 저희도 고민한 것이 있습니다. 그건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고공에는 큰 궁금증을 남긴 1차 협의가 끝났다. 1차 협의를 끝내고 돌아온 최문식 과장의 보고에 한강진 국장은 크게 놀랐다.


“조직을 준비해놨다고?”

“네.”

“......”


한강진 국장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뭔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우리도 다음 행보를 준비해야겠군. 그리고 정 과장에게 가 보게. 내일 세부 일정을 알려줄 걸세.”

“알겠습니다.”


다음날 최문식 과장이 다시 고공을 찾았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14시 무렵, 다른 한 명의 사람이 고공을 방문했다. 백발이 성성한 장년의 남자는 자신을 대전 지역 볼리셔니스트 커뮤니티 「미림」의, 「법칙 연구가」인 「정민규」라고 말했다. 최문식 과장도 그를 본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출발 전 미리 들은 내용이 있었다. 목을 가다듬은 그가 윤준석 부장에게 정민규를 소개했다.


“커뮤니티에서 모셨습니다. 「결계」에 대해서, 인지구조 간섭 법칙을 실제로 경험시켜 주실 분이죠.”


놀라움에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어쩌면 그간 베일에 쌓여있던 「볼리셔니스트」라는 존재뿐만 아니라, 커뮤니티까지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더 놀라고 있는 사람은 고공 측 사람이 아닌 최문식 과장 자신이었다. 이 「정민규」라는 남자는 정은정 과장의 아버지였으니까. 지금 보니 눈매 같은 것이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이런저런 놀라움은 뒤로하고 곧바로 시연에 들어갔다. 이후부터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신기한 경험이 이어졌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이렇게나 쉽게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절망할 정도였다. 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숲속으로 바뀌고, 5m 거리가 지평선으로 보이는 느낌은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던 윤준석 부장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런데... 이걸 경험해서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역시나 가까스로 정신을 챙기던 최문식 과장이 대답했다.


“이러한 느낌이 어느 지점부터 시작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죠.”


비틀거리며 몇 발자국 움직인 그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빈 종이에 X 표시를 하나 그리고는 X 주변으로 여러 개의 점을 찍었다.


“「결계」를 인지하는 지점을 여러 방향에서 모으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쌓이면, 그것을 역산해서 장비의 위치를 파악하는 거죠.”

“음...”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위험하게 접근하지 않아도 되고, 결계의 영향범위 밖에서 움직이므로 의심을 피하기도 쉬웠다.


“그럼 이제 접근 경로를 논의하시죠.”


그렇게 동선을 정하고 시간계획까지 마무리하자 작전안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오늘 지금, 드디어 목표한 지점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최문식 과장이 뻐근한 다리를 두들겨가며 쉴 때였다. 윤준석 부장은 나무 그림자에 몸을 기대고 쌍안경을 꺼내 들었다. 한참 동안 정면을 살피던 그가 말했다.


“적들이 무언가를 설치한 장소가 여기가 맞는다면... 꽤나 인상적이군요.”

“왜죠?”

“향후에 이 근처로 고속도로를 낼 계획이 있거든요.”

“...!!”

“더 남쪽의 남해고속도로가 슬슬 힘들어지고 있어서, 마산 외곽을 돌아가는 노선을 구상 중입니다.”


「길」로 대표되는 의지선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어 갔다. 가령 길의 정체가 심화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연히 사람들의 의지는 새로운 길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갈망이 새로운 「길」로서 구체화되는 식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향후 새로운 길이 놓일 이곳에 놈들이 추출기를 설치했다는 건, 역시 보통이 아님을 의미했다.


“가시죠.”


다시 한번 경로를 확인했다. 이제는 모두의 발걸음에 긴장이 실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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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11화 : 폭풍(Storm) (4-3) 23.04.16 25 0 19쪽
240 11화 : 폭풍(Storm) (4-2) 23.04.10 18 0 11쪽
239 11화 : 폭풍(Storm) (4-1) 23.04.02 13 0 13쪽
238 11화 : 폭풍(Storm) (3-5) 23.04.02 17 0 9쪽
237 11화 : 폭풍(Storm) (3-4) 23.03.26 15 0 11쪽
236 11화 : 폭풍(Storm) (3-3) 23.03.26 8 0 12쪽
235 11화 : 폭풍(Storm) (3-2) 23.03.19 17 0 11쪽
234 11화 : 폭풍(Storm) (3-1) 23.03.19 13 0 11쪽
233 11화 : 폭풍(Storm) (2-5) 23.03.12 14 0 12쪽
232 11화 : 폭풍(Storm) (2-4) 23.03.12 17 0 13쪽
231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2 0 12쪽
230 11화 : 폭풍(Storm) (2-2) 22.07.30 26 0 14쪽
229 11화 : 폭풍(Storm) (2-1) 22.07.17 2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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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11화 : 폭풍(Storm) (1-2) 22.06.26 35 0 15쪽
226 11화 : 폭풍(Storm) (1-1) 22.06.18 44 0 12쪽
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2 0 19쪽
224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8 0 11쪽
223 10화 : 폭격(Bombardment) (6-3) 22.05.29 38 0 11쪽
222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1 0 12쪽
»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6 0 11쪽
220 10화 : 폭격(Bombardment) (5-7) 22.05.01 4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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