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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3.04.16 10:58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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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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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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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 폭격(Bombardment) (5-5)

DUMMY

선창과 선창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는 없었다. 결국 밖으로 나와 다음 입구를 향해야 했다. 경계병의 시야에 유의하면서 2번 선창을 향했다. 정은정 과장이 상체를 숙인 채 헤드셋에 대고 말했다.


“여기는 당나귀 하나. 결과는?”

[당나귀 셋은 5번 수색 중. 아직 연락 없습니다.]


후방에 있던 서창민 대리의 목소리였다.


“1번은 없었다. 2번으로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역시나 첫 번째 선창과 같이 혼적 화물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수색에 들어갔다. 정은정 과장은 사방에 널린 나무상자를 자르던 중 시계를 보았다. 이미 1시 반에 가까워 있었다.


“젠장...”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둠 속에서 물건을 뒤지는 행위는 극심한 피로를 유발했다. 협소해진 시야에 머리까지 어질 거렸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도 커져갔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선창의 후끈함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2번 선창도 역시나 허탕이었다. 지체 없이 3번 선창으로 향했다. 그리고 윤민서, 김휘승 대리가 수색한 5번 선창 역시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3, 4번 선창뿐이었다. 정은정 과장이 어둠 속에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속삭였다.


“50% 확률인가...”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적의 행동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안은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진 선창 해치 커버는 아래에서의 행동을 모두 감췄다. 조금 더 대담하게 나무 상자를 수색했다.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나무상자 몇몇은 거의 해체 수준까지 갔다. 그렇게 화물을 뒤지던 그때. 아래쪽 선우현 대리의 헤드랜턴이 깜빡거렸다.


“?!”


정은정 과장이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선우현 대리가 상자에 낸 구멍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하지만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상한 걸 본 얼굴이었다.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뭔데 그래?”


랜턴의 각도를 조절한 정은정 과장이 안쪽을 비췄다. 그러자 빛을 받은 무언가의 번들거림이 느껴졌다. 단순한 화물이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놀란 그녀가 얼굴을 빼며 칼자루를 들었다.


“내가 확인할 테니, 설치 들어가.”

“알겠습니다.”


배낭을 내린 선우현 대리가 폭발물을 끄집어냈다. 그동안 정은정 과장은 조심스럽게 나무상자의 봉인을 제거했다. 칼날에 잘려나간 고정 밴딩이 팅팅 소리를 내면서 사방으로 날아갔다. 잠시 뒤, 나무판에 양손을 꽂아 넣은 그녀가 조심스럽게 박스 한쪽 면을 분리해 냈다.


“......”


침이 저절로 목을 타고 넘어갔다. 화물은 「살아있었다」. 고깃덩어리처럼 거대한 생체 조직은 알 수 없는 글씨가 적힌 끈에 칭칭 감긴 상태였다. 생체 조직의 한쪽은 여러 복잡한 계기판이 위치한 기계장치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숨 쉬듯 천천히 떨리고 있었다. 문득 「결계 생성장치」가 생체 조직과 기계의 조합이라는 얘기가 떠올랐다. 이것도 아마 그런 특수한 용도의 장치가 아닐까. 그러나 저것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간에, 목적을 지닌 「장치」인 이상 그것을 작동하기 위한 설명서가 필요할 터였다. 어제 오후, 작전 투입을 위해 부산으로 가기 전이었다. 한강진 국장이 말했다.


“장비 자체를 온전히 구해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겠지. 파괴를 우선하지만 매뉴얼은 꼭 확보하도록.”

“알겠습니다.”

“개발과 현장 운용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니까. 분명히 있을 거야.”


박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시큼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의지도달공간에 스산한 느낌이 다가왔다. 무언가 끈적끈적한 것이 달라붙는 것과 비슷했다. 그녀는 「장치」 주변의 부속물을 살폈다. 이내 몇 권의 책자와 설치 도구 같은 것이 잡혀 왔다. 그것을 배낭 안에 쑤셔 넣은 후 카메라를 꺼냈다. 플래시가 몇 번 터졌다. 초조함에 움직임이 빨라졌다. 박스 밖으로 나온 뒤 재빨리 근처의 다른 상자를 열었다. 이제는 거칠 것이 없었다. 나무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칼」의 조립부속과 잡화 등이었다. 키릴어가 적힌 작은 상자 안에는 전투식량이 잔뜩 들어 있었다. 여기에 군장류, 각종 개인용 통신장비, 소총류의 소화기부터 중화기까지 있었다.


“전쟁이라도 할 생각이었나?!”


엄청난 규모였다. 질이나 양 모두 그야말로 경악할 정도였다. 이제 이걸 날릴 일만 남았다. 그녀가 다급히 선우현 대리를 불렀다.


“선우 대리?!”

“끝나갑니다!!”

“좋아! 그럼 빨리 끝내고 나...”


이변을 느낀 건 바로 그때였다. 천정을 가로막은 육중한 철문이 귀를 찢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차폐가 풀린 통신망에서 서창민 대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나귀 하나! 적 다수 접근 중!!! 빨리 탈출을--!]

“뭐?!”


선창의 해치 커버가 슬라이딩하며 좌우로 열리고 있었다. 달도 없는 하늘이었지만, 빛을 머금은 광해는 희미한 반짝임을 안개처럼 선창 아래까지 흘려보냈다. 빛을 받은 화물이 흐릿한 그림자를 그렸다. 그리고 틈이 생기자마자 여러 명의 볼리셔니스트들이 아래로 뛰어 내렸다.


“함정?!”


그 거대했던 선창이 사람이 몰리며 순식간에 좁아졌다. 다섯이 넘는 볼리셔니스트들이 내려오자 선창 안은 난장판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적의 의도는 명확했다. 화물을 지키면서 9국 볼리셔니스트들을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었다. 달려드는 공격을 쳐내던 정은정 과장이 헤드셋에 소리쳤다.


“마굿간!! 상황--!!”

[모든 선창의 뚜껑이 열리는 중!! 갑판 위에 적 다수 발견!!]

“민서랑 휘승이는 탈출하면 얘기해--!”

[알겠습니다!!]


긴박한 상황에 통신채널도 난장판이 되었다. 그러나 서로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지는 정확히 알고 있었고, 이는 곧바로 다음 행동으로 이어졌다. 윤민서, 김휘승 대리가 적을 걷어내며 선창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곧 윤민서 대리의 다급한 통신소리가 이어셋에서 흘러나왔다.


[탈출 했습니다-!]


이제 기다릴 건 없었다. 정은정 과장이 소리쳤다.


“현 대리!!”

“준비 끝!!!”

“으어어어어----!!!”


찰나의 틈이었다. 적들을 밀어내 간극이 발생한 아주 짧은 시간, 그녀는 선우현 대리를 붙잡고 그대로 선창 밖으로 던졌다. 엄청난 힘에 날아가면서도 그는 정은정 과장의 의도를 읽어냈다. 동시에 손에 든 트리거를 사정없이 눌렀다.


“!!!”


대폭발이 일어났다. 다수 C4의 폭발 폭압이 뚫린 선창 지붕에 집중되었다. 게다가 실려 있던 화기들이 유폭하면서 더 큰 폭발이 이어졌다. 배가 요동치면서 쇠 휘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폭압을 이기지 못한 선창 커버가 뜯겨 나가며 하늘 높게 날았다. 폭발에 산산 조각난 화물 조각들은 고래가 물을 내뿜듯 하늘 높이 솟구쳤다. 화염을 머금은 검은색 폭연이 버섯처럼 피어올랐다. 고요했던 항구는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크윽!!”


가까스로 폭발을 피해 갑판 위에 떨어진 선우현 대리가 자세를 일으켰다. 하늘로 날아든 파편들이 비처럼 떨어지며 갑판을 두들겼다. 거대한 선창 커버가 배 옆 바다에 떨어지자 물기둥이 치솟았다. 갑판 위에 있던 적들도 갑작스러운 폭발에 당황한 것 같았다. 그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파편 사이사이에 사람의 일부분으로 보이는 것들이 섞여 있었다. 놀란 선우현 대리가 이를 깨물며 사방을 살폈다. 정은정 과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과장님?!”


갑자기 하늘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선우현 대리 뒤에 떨어졌다. 둔탁하면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파편 조각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그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여전히 가시지 않은 폭연을 뒤집어 쓴 정은정 과장이 있었다. 그녀가 콜록거리면서 말했다.


“아으... 죽다 살았네. 괜찮아?!”

“전 괜찮습니다! 과장님이...!!”

“난 괜찮아! 잘했어!!”


정말로 아슬아슬했다. 선우현 대리를 선창 밖으로 던진 직후였다. 자신도 곧바로 탈출을 시도했다. 폭약이 터지자 표막과 경화를 동시에 사용하여 온몸을 방어했다. 바닥을 향해 V자로 만든 표막 덕분에 폭압 대부분을 흘려보낼 수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로켓이 사출되듯 하늘 높이 날아갔다. 충격파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착지궤도를 잡았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욱신거리는 왼 어깨를 흔들면서 칼을 빼들었다.


“멍하니 서 있을 시간 없어!!”


적 볼리셔니스트도 금방 상황을 깨닫고 그녀에게 달려왔다. 다시금 전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3번 선창에서의 폭발과 화재 때문인지, 적들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칼을 섞던 정은정 과장이 헤드셋에 대고 외쳤다.


“마굿간!! 상황은?!!”

[폭발 확인했습니다!!]

“이제부터 전원 철수한다! 차량 준비해!!”

[알겠습니다!!]


작전 목적은 달성했다. 하지만 이상한 불안감이 마음을 두드렸다. 갑판 위에 있는 적의 수는 어림잡아도 거의 스물이 넘었다. 최초 관측결과와 선창에서 날려버린 수까지 생각하면 불가능한 규모였다. 그렇다고 함정으로 보기에도 이상했다. 함정이었다면 1번 선창에 들어간 순간 적들이 들이닥쳤겠지.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에 쐐기를 박는 듯, 헤드셋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서창민 대리였다.


[본부로부터 연락입니다!! 빨리 피하십시오!!]

“뭐?!"

[악마가...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뭐라고?!!!!”


시간이 절단되는 느낌이었다. 해도 달도 없는 공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주변을 잡아먹을 것 같은 어둠이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어둠이 들이찬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스산한 공포가 주변을 잠식해가고 있었다.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은 공포가 다시금 피어올랐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 때까지 몰랐던 걸까. 하지만 이런 의문조차도 검은 안개와 같은 공포 앞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다. 적이든 아군이든 모두가 멈춰 섰다.


“...!!”


3번 선창에서는 끊임없이 화염과 연기가 뿜어 나오고 있었다. 불꽃이 만든 공기의 떨림에 저 멀리 갑판실이 일렁거렸다. 잠시 뒤, 불꽃과 연기 사이사이로 그림자의 근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통의 인간처럼 생긴 「어떤 것」이 갑판실 천정 위에 나타났다. 하지만 감출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눈이었다. 눈은 자신이 「악마」라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저건...”


망연자실한 정은정 과장의 옆으로, 9국 인원들이 모두 모인 그때였다. 순간 시야에서 악마가 사라졌다. 동공이 크게 벌어진 정은정 과장의 눈앞에, 화염과 연기가 소용돌이쳤다.


“뭣...!!!”


곧 악마가 초음속으로 움직이며 만든 소닉붐이 폭발연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동시에 정은정 과장의 칼과 악마의 칼의 맞부딪혔다. 그녀가 소리쳤다.


“모두 피해-!!”


악마와의 공방이 이어졌다. 폭발음에 가까운 소리가 연속적으로 터져 나오며 두 명의 위치가 선수부로 옮겨갔다. 판단의 기로에 선 윤민서 대리가 헤드셋에 대고 소리쳤다.


“지원 요청!! 위치는 2 3번 선창 사이!!!”


정은정 과장을 놓고 갈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나머지 인원들도 그녀를 호위하듯 전투에 나섰다. 그리고 악마의 공격을 기점으로 적 볼리셔니스트 역시 전투를 재개했다. 혼전이 벌어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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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11화 : 폭풍(Storm) (4-2) 23.04.10 14 0 11쪽
239 11화 : 폭풍(Storm) (4-1) 23.04.02 10 0 13쪽
238 11화 : 폭풍(Storm) (3-5) 23.04.02 14 0 9쪽
237 11화 : 폭풍(Storm) (3-4) 23.03.26 14 0 11쪽
236 11화 : 폭풍(Storm) (3-3) 23.03.26 7 0 12쪽
235 11화 : 폭풍(Storm) (3-2) 23.03.19 16 0 11쪽
234 11화 : 폭풍(Storm) (3-1) 23.03.19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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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11화 : 폭풍(Storm) (2-2) 22.07.30 25 0 14쪽
229 11화 : 폭풍(Storm) (2-1) 22.07.17 24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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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11화 : 폭풍(Storm) (1-1) 22.06.18 44 0 12쪽
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2 0 19쪽
224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7 0 11쪽
223 10화 : 폭격(Bombardment) (6-3) 22.05.29 37 0 11쪽
222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0 0 12쪽
221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5 0 11쪽
220 10화 : 폭격(Bombardment) (5-7) 22.05.01 47 0 13쪽
219 10화 : 폭격(Bombardment) (5-6) 22.04.10 41 0 11쪽
» 10화 : 폭격(Bombardment) (5-5) 22.04.02 38 0 12쪽
217 10화 : 폭격(Bombardment) (5-4) 22.03.28 47 0 12쪽
216 10화 : 폭격(Bombardment) (5-3) 22.03.26 41 0 12쪽
215 10화 : 폭격(Bombardment) (5-2) 22.03.20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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